2026.09.03 Vol.80
팀장의 나침반 제작진(오블릿 + 업스트림)이 다가오는 9월 15일 화요일 오후 7시에 '발굴부터 성장까지 :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1on1'을 주제로 무료 웨비나를 진행합니다.
해당 웨비나는 'AI 시대, 결국은 인재 밀도와 소통이다' 3부작 시리즈의 2회차에 해당합니다.
AI 시대, 기술의 레버리지 효과가 커진만큼
구성원별 성과 격차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해졌습니다.
공을 들여 인재를 영입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그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핵심 인재를 양성해 ‘인재 밀도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본 2회차 웨비나에서는 핵심 인재 발견 및 양성법을 탐구하고,
이들이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성과와 성장을 연결하는 1on1 노하우’를 나눕니다.
'잘하니까 믿고 맡긴다'는 명목 하에 오히려 방치되고 있는 핵심 인재들의 몰입을 강화하고,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구체적인 코칭 전략을 확인하세요.
웨비나 시리즈 참여자에게는 다음 내용이 함께 제공됩니다.
- 실전에 즉시 적용 가능한 상황별 1on1 플레이북
- 1on1 고도화 및 리더십 코칭 시스템 : 오블릿 1on1 사용권
아래 버튼을 눌러 상세 내용 확인 및 신청이 가능합니다.

완벽한 보고서의 함정, 그리고 '그럴듯한 쓰레기'
0. 팀원이 작성한 무서운 보고서
오늘은 긴 말 대신, 경영진이 읽을 법한 짧은 경영 검토 메모 한 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아래 내용은 막내 팀원이 작성해 온 바이오 제약 산업 신사업 기획안의 일부입니다.
신사업 투자를 총괄하는 임원의 시각에서 이 기획안을 읽고,
투자를 승인할지 반려할지 한 번 판단해 보시겠어요?
[신사업 진출 검토: mRNA 백신 위탁생산(CMO) 전략]
"글로벌 mRNA 백신 위탁생산(CMO) 시장은 최근 모더나의 원천 특허 만료로 인해 복제약 생산이 전면 허용됨. 이에 따라 초기 설비 투자금 50억 원 수준의 소규모 바이오 벤처들도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음. 향후 3년간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인한 단가 하락이 예상되므로, 당사는 CMO 캐파(Capacity)를 공격적으로 증설해야 함."
어떠신가요? 산업 동향을 짚고, 진입 장벽을 분석한 뒤, 구체적인 액션 플랜까지 도출했습니다.
신입 팀원이 단기간에 혼자서 작성했다기에는 꽤나 논리적이고 문장도 매끄럽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크게 피드백할 부분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 기획서에 그대로 승인 도장을 찍으셨다면, 회사는 그날로 돌이킬 수 없는 재무적 재앙을 맞이하게 됩니다. 방금 읽으신 메모는 완벽하게 짜인 '그럴듯한 쓰레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짧은 세 문장 안에는 비즈니스의 근간을 흔드는 세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숨어 있습니다.
- 가짜 팩트: 모더나의 핵심 특허는 만료되지 않았으며, 복제약 허용은 완벽한 거짓 정보입니다.
- 거짓 데이터: mRNA CMO 설비 구축에는 50억 원이 아니라, 수천억 단위의 막대한 자본이 필요합니다.
- 논리적 모순: 공급 과잉으로 단가 하락이 예상되는데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증설하라는 주장은 경영학적으로 완전히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이 무서운 보고서는 막내 팀원 혼자만의 작품이 아닙니다.
우리 조직의 새로운 구성원, '생성형 AI'와 협업한 결과물입니다.
1. 우리가 방금 속은 이유, '겔만 암네시아'
논리적 모순과 가짜 정보로 점철된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순간적으로 이 기획안이 '그럴듯하다'고 느꼈을까요?
AI가 너무나도 교묘하게 우리를 속이려 들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이 허무맹랑한 문서에 잠시라도 고개를 끄덕이셨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우리가 바이오 CMO 산업의 '비전문가'였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이 명명한 '겔만 암네시아(Gell-Mann Amnesia)'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아침에 신문을 펼쳐 '내가 아주 잘 아는 전문 분야'의 기사를 읽을 때를 떠올려 보시죠.
"이 기자, 용어도 틀리고 현장 상황도 전혀 모르고 썼네"라며 단번에 오류를 날카롭게 잡아내실 겁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을 넘겨 '내가 전혀 모르는 낯선 분야'의 기사를 읽을 때는 어떨까요?
방금 전 그 신문사가 엉터리 기사를 썼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그 내용을 100% 진실로 믿어버리곤 합니다. 이것이 바로 겔만 암네시아 효과입니다.
이 뼈아픈 인지적 착시는 매체를 '신문'에서 'AI'로 바꾸었을 때도 정확히 똑같이 작동합니다.
우리가 AI의 결과물을 보고 감탄하며 맹신하게 되는 경우의 상당수는, 그 결과물이 실제로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단지 그 분야의 맹점을 짚어낼 '도메인 지식'이 우리에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착시는 생성형 AI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와 맞물려 조직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완벽한 '진실(Fact)'을 검색해서 찾아주는 기계가 아닙니다.
앞선 맥락에 비추어 볼 때 통계적으로 '가장 그럴듯하게 이어질 다음 단어'를 확률적으로 이어 붙이는 기계(Probabilistic Machine)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AI는 빈칸을 만났을 때 "저는 그 부분은 잘 모릅니다"라고 정직하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그 빈칸을 그럴듯한 텍스트로 채워 넣으려다 보니, 모르는 분야일수록 더욱 확신에 차서 당당하게 거짓말(할루시네이션)을 지어내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하나의 원칙이 도출됩니다.
"확신에 찬 문장이라고 해서, 그것이 사실인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AI가 도출한 문장이 매끄럽고 자신만만할수록, 리더는 의심의 거름망을 더욱 촘촘하게 쳐야만 합니다. 그럴듯함에 속아 넘어가는 착시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팀원들이 AI로 뚝딱 만들어 온 무수한 기획서들이 조직 전체를 엉뚱한 절벽으로 몰고 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팀원들이 활발히 사용하고, 나아가 그 존재 자체로 '또 한 명의 구성원'이 된 AI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춤화된 소통 전략을 장착해야 할 때입니다.
2. 정보 역전의 시대, 리더의 두 가지 도피
과거의 조직 구조에서 리더가 갖는 권위의 상당 부분은 '리더가 더 많이 안다'는 지식과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나왔습니다. 수년간 축적한 직무 경험과 산업 노하우는 오직 연차가 쌓여야만 체득할 수 있는 희소한 자산이었습니다.
주니어는 정답을 얻기 위해 리더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리더는 톱다운 방식으로 지시하고 교정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와 경험 권력을 증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이 비대칭을 순식간에 해소해 버렸습니다. 현장 감각이 빠른 젊은 실무진은 리더보다 먼저 AI를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앞서 살펴본 '그럴듯한 산출물'을 하루에도 수십 장씩 리더의 책상 위에 올려놓습니다. 지식과 정보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던 대동맥이 거꾸로 뒤집힌, 이른바 '정보 역전'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내가 더 많이 알기 때문에 지시하고 결정한다"는 리더십의 근본 전제가 무너지자, 중간관리자들은 심각한 실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실무적 디테일을 통제하던 무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적지 않은 리더들이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인 심리적 방어기제로 작동하는 두 가지 도피처로 걸어 들어가곤 합니다.
(1) 첫 번째 도피처 : 기술의 폄하
경험적 우위의 흔들림을 느낀 리더는 일단 기술 자체를 깎아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래봤자 기계가 짠 건 깊이가 없어", "어차피 사람이 다 다시 봐야 해"라며 AI의 한계에만 집중하는 식입니다.
AI의 결과물이 가끔 얕거나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는 것은 사실이기에, 이러한 폄하는 단기적으로 리더 본인에게 안도감을 줍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조직 전체에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팀원들은 리더의 눈치를 보느라 새로운 AI 툴의 시도조차 멈추게 되고, 결국 조직 전체의 학습 민첩성과 혁신 동력을 리더 스스로가 꺾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2) 두 번째 도피처 : 아는 척과 직관의 고집
이는 첫 번째보다 훨씬 더 위험한 행태입니다. 정보의 역전으로 모르는 영역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권위를 잃을까 두려워 과거의 직관과 감에 의존해 아는 척하며 방향을 지시하는 것입니다. 변수와 클럭 스피드가 가속화된 AI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매달린 직관은 틀릴 확률이 극도로 높습니다. 리더가 모르는 것을 은폐한 채 내리는 잘못된 의사결정은 팀 전체를 헛발질하게 만들며, 수습하기 힘든 경영상 리스크로 확산됩니다.
이 두 가지 도피의 공통된 원인은 단 하나입니다. 리더 스스로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두려워한다는 점입니다. 정답을 내놓는 자판기 역할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 리더는 기술을 폄하하거나 아는 척하는 덫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업무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면, 리더의 소통과 협력 방식 또한 과감하게 바뀌어야만 합니다.
3. 경험은 '검증' 지점에서 부활합니다
기술을 폄하하거나 아는 척으로 도피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리더의 경험이 발현되는 무대 자체가 이동했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식의 절대량이 권력이던 시대는 확실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낡은 경험 권력이 무너졌다고 해서, 팀장님들이 수년간 뼈를 깎으며 축적해 온 산업 노하우와 비즈니스 감각 자체가 무가치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겔만 암네시아 효과는 역설적으로 인간 리더의 진짜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증명해 줍니다.
AI가 도출한 매끄러운 텍스트 속에서 가짜 통계와 논리적 모순을 파악하고, "이 분석에 반드시 들어갔어야 할 핵심 변수가 빠졌다"는 부재를 알아채는 능력. 이는 오직 그 분야의 산전수전을 온몸으로 겪어낸 도메인 전문가만이 발휘할 수 있는 희소한 안목입니다.
즉, 리더의 경험은 폐기 처분된 것이 아니라 쓰임새가 완전히 바뀐 것 뿐입니다. AI를 장착한 주니어들은 압도적인 업무 속도를 자랑하지만, 겔만 암네시아의 착시를 이겨내는 데 있어서는 경험 많은 리더보다 압도적으로 취약합니다.
이전까지 리더의 과거 경험이 실무진에게 정답을 가르쳐주는 정답 제공자의 역할에 쓰였다면, AI 시대의 경험은 기계와 주니어가 뱉어낸 무수한 산출물에서 결함을 걸러내고 방향을 바로잡아주는 최후의 검증자이자 아키텍트의 자리에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AI가 실행과 초안 생성을 폭발적으로 해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그 산출물의 비즈니스적 정합성과 리스크를 가려내는 상위의 판단력은 그 어느 때보다 희소하고 비싸집니다. 리더의 역할과 조율의 중요성이 오히려 더욱 커진 셈이죠.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편적인 논리를 짜는 데는 탁월합니다. 하지만, 모니터 밖의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다음과 같은 진짜 맥락을 연산하는 데는 완전한 까막눈입니다.
- 타 부서와의 미묘한 이해관계와 알력
- 사내 정치적 기조 및 시장의 비합리적 변동성
- 경영진의 언어 이면에 숨겨진 진짜 전략적 의도
파편화된 AI 산출물들을 우리 조직의 현실과 경영진의 맥락에 맞게 꿰어 보배로 만드는 역할.
지식의 독점을 내려놓고, AI가 뱉어낸 산출물을 날카로운 안목으로 검증해 정답의 궤도를 맞춰주는 것.
이것이 바로 AI 시대에 리더의 경험이 빛날 수 있도록 하는 본질적인 패러다임 시프트입니다.
4. 경험을 무기로 바꾸기 위한 조건, '언러닝'
결국 최후의 검증자로 바로 서기 위해 리더가 가장 먼저 장착해야 할 자세는, 팀원 앞에서 모르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는 지적 겸손입니다.
"AI 툴이나 최신 트렌드는 나보다 당신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니 내게 가르쳐달라"고 솔직히 고백하는 태도는 결코 리더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약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팀원들이 실패의 두려움을 내려놓고 마음껏 실험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심리적 안전감의 스위치를 켜는 가장 강력한 리더십의 발현입니다.
소통의 부재와 조직의 경직성이 가져오는 기회비용이 압도적으로 커진 만큼, 리더는 이 겸손함을 무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야만 합니다.
지적 겸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리더에게는 과거의 낡은 관성을 의도적으로 폐기하는 언러닝(Unlearning)의 용기 또한 필요합니다.
팀장님들이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도메인 경험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고 강력합니다.
하지만, “내가 모든 정답과 권한을 쥐고 통제하려던 마이크로매니징 관성과 완벽주의”만큼은 버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원래 우리는 이렇게 해왔어"라는 방식을 비워내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AI가 도입되어도 조직의 체질은 결코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컵의 물을 비워내야 온전히 새 물을 채울 수 있듯, 낡은 통제 방식을 용기 있게 내려놓을 때 비로소 리더의 날카로운 검증 역량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AI, 그리고 AI로 무장한 주니어에게 과감히 생산을 넘기고, 리더는 판단과 검증에 집중하는 정체성의 격상을 이루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정보 역전의 시대를 뚫고 나갈 리더의 생존 공식입니다.
지식의 독점자가 아닌, 지혜로운 아키텍트로 거듭나실 팀장님들의 새로운 여정을 곁에서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오블릿은 1on1 기반 고성과 팀빌딩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 'AI 시대의 리더십' 및 '1on1'에 대한 전문가 교육을 운영하며,
- AI 기능을 통해 보다 똑똑하고 편하게 1on1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합니다.
- 구성원 현황 정보 및 맥락을 수합하는 미팅 프렙 기능
- AI 요약과 수합, 액션 아이템 추적 기능
- 실제 발화 데이터에 기반한 리더십 코칭 및 진단 기능
- 실제 팀원 페르소나 AI와 상황별 1on1을 연습할 수 있는 롤플레이 기능

12월에 놀라게 하지 마십시오 — 저성과 대화의 마지막 골든타임
침묵은 배려가 아닙니다.
리더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값비싼 방치입니다.
그리고 그 대화를 올해 안에 의미 있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넉 달 남았습니다.
0. 들어가며
첫 번째 이야기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다루며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안전감은 고용 안정이 아니라고, 그 둘을 헷갈리는 순간 리더는 저성과 문제 앞에서조차 “안전감을 해칠까 봐” 망설이게 된다고 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넓어진 조직에서 리더가 관리자가 아니라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두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을 다루려 합니다.
코치형 리더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대화, 그리고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단어 뒤에 가장 자주 숨겨지는 대화.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구성원과의 대화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글은 ‘어떻게 내보낼 것인가’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글입니다.
캘린더를 한번 보시죠. 9월입니다. 올해가 넉 달 남았고, 그 넉 달 뒤에 여러분은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올 한 해에 대한 평가를 전달해야 합니다.
오늘 이 글이 조금 불편하시다면,
아마 그건 여러분의 머릿속에 이미 특정한 얼굴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일 겁니다.
1. 10개월의 침묵이 남긴 질문
『실리콘밸리의 팀장들(Radical Candor)』의 저자 킴 스콧(Kim Scott)은 구글과 애플에서 팀을 이끌었던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의 책에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 하나를 아주 길게 적어두었습니다.
‘밥(Bob)’이라는 팀원이 있었습니다. 이력은 훌륭했고, 무엇보다 함께 일하기에 정말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문제는 단 하나, 결과물의 수준이 팀의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처음 형편없는 결과물을 받아 들었을 때도 킴 스콧은 제대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좋은 시작이야. 조금만 더 다듬어보면 좋겠어”라는 식으로 에둘러 말했습니다.
그렇게 솔직한 피드백을 미루는 시간이 무려 열 달이나 이어졌습니다.
침묵은 결국 다른 방식으로 청구서를 보냈습니다. 팀의 에이스들이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시면, 저희가 나가겠습니다.”
뒤늦게 밥을 불러 이별을 통보했을 때, 밥이 던진 질문이 오늘 이 글의 전부입니다.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왜 아무도 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저는 여러분이 저를 아끼는 줄 알았습니다.”
킴 스콧은 이것을 파괴적 공감(Ruinous Empathy)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상대의 감정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그 선한 마음이,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커리어에서 열 달을 통째로 지워버린 것입니다.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자신의 공감 능력이 자신을 ‘파괴적으로 나쁜 상사’로 만들었다고 말이죠.
리더의 침묵은 배려가 아닙니다. 가장 값비싼 형태의 방치입니다.
2. 우리가 미루는 진짜 이유
솔직해집시다. 우리가 이 대화를 미루는 이유는 그 구성원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대화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의 대화를 위해 며칠을 고민해야 하고, 말을 꺼낸 뒤의 어색한 공기를 감당해야 하며, 상대가 반발하거나 눈물을 보일 가능성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심지어 “그럼 저 나가라는 말씀이신가요?”라는 문장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조금만 더 지켜보자.’
-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얘기하자.’
- ‘내년 초 조직개편 때 자연스럽게 정리하자.’
첫 번째 이야기에서 인용했던 에이미 에드먼슨의 구분을 여기에 다시 가져와 보겠습니다.
친절함(Nice)은 어려운 대화를 피해 가는 가장 쉬운 길이고, 다정함(Kind)은 상대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기에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저성과를 못 본 척하는 것은 다정함이 아니라 친절함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리더 자신의 불편함을 회피하는 행위입니다.
미룬다고 해야 할 일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음속 부채로 남아 매일 아침 여러분의 어깨를 누르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반드시 옵니다. 잘하는 팀원이 대신 그의 몫을 떠안는 형태로, “저 사람은 저래도 되는구나”라는 팀 기준의 붕괴로, 그리고 12월에 처음 문제를 알게 된 당사자의 배신감으로 말입니다.
3. 왜 하필 9월인가
이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산수의 문제입니다.
성과 개선에는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합니다. 관찰하고, 대화하고, 목표를 합의하고, 실행하고, 다시 점검하는 데 아무리 압축해도 석 달은 걸립니다.
9월에 시작하면 12월 평가 전에 한 사이클이 온전히 돌아갑니다. 10월에 시작하면 아슬아슬합니다. 11월에 시작하면 그건 개선이 아니라 알리바이입니다.
그리고 12월에 처음 꺼내면, 그건 평가가 아니라 통보입니다.
좋은 성과 평가의 제1원칙은 정교함도, 공정성도 아닙니다.
‘서프라이즈가 없을 것(No Surprises)’입니다. 예상가능한 평가, 납득가능한 평가가 좋은 평가입니다.
12월 평가 면담에서 팀원이 놀란다면, 그것은 팀원의 자기 인식 문제가 아니라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실패입니다. 1년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 30분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은 평가가 아니라 습격에 가깝습니다.
갤럽의 조사는 이 실패가 얼마나 보편적인지를 보여줍니다. 자신이 받은 성과 평가가 공정하다고 강하게 동의한 직원은 29%, 정확하다고 답한 직원은 26%에 그쳤습니다.
더 뼈아픈 숫자는 이것입니다. 그 평가가 자신을 더 나아지게 만든다고 답한 직원은 단 14%였습니다.
평가 제도가 정교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평가에 담길 내용이 그 1년 동안 단 한 번도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12월에 전달할 그 등급을, 그 구성원은 이미 9월에 예감하고 있어야 합니다.
4. 첫 번째 할 일: 진단: ‘의지’입니까, ‘역량’입니까
저성과라는 하나의 현상 뒤에는 전혀 다른 원인들이 숨어 있습니다.
인텔의 전설적인 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는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에서 부하 직원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둘 중 하나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 할 수 없거나(역량),
- 하지 않거나(동기).
그리고 그는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만약 역량의 문제라면 그것은 훈련시키지 않은 상사의 책임이라고 말이죠. 저는 하나를 더 더하고 싶네요, 그런 사람을 채용한 상사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진단 없이 시작하는 대화는 반드시 산으로 갑니다. “요즘 왜 그래요?”로 시작하는 면담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네 가지로 나눠 보시죠.
- 역량은 있는데 의지가 없다: 동기 요인이 무너졌거나, 이미 마음이 떠난 경우입니다. 대화의 주제는 ‘업무’가 아니라 ‘어떻게 내적 동기가 강해지는가’, ‘이 조직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가 되어야 합니다.
- 의지는 있는데 역량이 부족하다: 그로브의 말대로 리더가 책임져야 할 영역입니다. 필요한 것은 경고가 아니라 훈련과 구조입니다.
- 둘 다 부족하다: 가장 어려운 경우이고, 역할 조정이나 이별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유일한 경우이기도 합니다.
- 둘 다 충분한데 성과가 없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배치(placement)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자리를 바꿔야 합니다.
네 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른 채 시작하는 대화는, 팀원에게는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들리고 리더에게는 아무 성과 없는 감정 소모로 남습니다.
5. 두 번째 할 일: 대화 (첫 문장을 미리 준비하십시오)
대부분의 리더는 이 대화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시작’을 못 합니다.
첫 문장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킴 스콧이 밥에게 저지른 실수는 침묵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에둘러 말한 탓에, 밥은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조차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돌려 말하지 마십시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님,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두 분기 동안 ○○님의 결과물이 제가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더 일찍 하지 못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남은 넉 달 동안 이걸 함께 바꿔보고 싶어서 오늘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대화의 목적이 심판이 아니라 기회의 제공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어지는 대화는 두 번째 뉴스레터에서 말씀드린 코치의 방식 그대로입니다.
판단이 아니라 ‘관찰 + 질문’입니다.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가 아니라 “제가 관찰한 것은 이런 부분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로 묻고, 개선 방법은 가급적 본인이 설계하게 하십시오.
리더가 정해준 개선 계획은 지시서지만, 본인이 만든 계획은 약속이 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반드시 한 장의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말로 한 피드백은 사흘이면 각자의 기억 속에서 다르게 편집됩니다.
거창한 양식이 필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A4 한 장에 네 가지만 담기면 충분합니다.
- 무엇이 부족한가(인격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물의 수준에서),
- 어떤 상태가 되어야 개선인가(측정 가능한 형태로),
- 언제까지인가(‘연말까지’가 아니라 ‘11월 마지막 주’처럼 구체적인 날짜로),
- 그리고 리더인 내가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
마지막은 리듬입니다. 한 번의 대화로 사람이 바뀐다고 믿는 것은 낙관이 아니라 게으름입니다.
매주 30분이면 충분하되, 그 30분은 반드시 캘린더에 고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6. 다만, 우리 회사는 넷플릭스가 아닙니다
이 주제가 나오면 늘 인용되는 것이 넷플릭스의 키퍼 테스트(Keeper Test)입니다.
“이 사람이 지금 다른 회사로 옮기겠다고 하면, 나는 붙잡기 위해 싸울 것인가?”
아니라면 넉넉한 퇴직금과 함께 보내주라는 것이죠. 초기 컬처덱의 그 유명한 문장, “적당한 성과에는 넉넉한 퇴직금을(Adequate performance gets a generous severance package)”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멋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 조직에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에는 수개월치 퇴직금을 지급할 재원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와 문화가 함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사례에서 우리가 가져와야 할 것은 ‘내보내라’가 아닙니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진짜로 강조한 것은 인재밀도(Talent Density)이니까요.
한 명의 저성과가 팀에 미치는 영향은 그 사람의 산출물이 줄어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의 몫을 메우느라 에이스가 지치고, ‘이 정도면 괜찮구나’라는 새로운 기준선이 팀 안에 생기고, 그 기준선은 다음에 들어올 신규 입사자에게 그대로 학습됩니다.
7. 그래서, 이번 주에 해볼 수 있는 세 가지
바쁜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단 하나라도 실행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실행 1. 12월의 평가 등급을 지금 미리 적어보라.
팀원 전원의 이름 옆에 지금 시점의 예상 등급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각 이름 옆에 “이 사람은 이 등급을 예상하고 있는가?”를 O/X로 표시해보십시오. X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이번 달에 대화해야 할 사람입니다.
실행 2. 그 대화의 첫 문장을 종이에 써보라.
머릿속으로 정리하지 마시고, 실제로 한 번 써보십시오. 리더가 이 대화를 미루는 이유의 절반은 첫 문장이 없어서입니다. 앞에 제가 썼던 예시를 그대로 베끼셔도 좋습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바꿔보고 싶다는 말이 들어 있으면 됩니다.
실행 3. 캘린더에 30분을 잡아라. 이번 주 안에.
가장 중요한 실행입니다. 준비가 다 되면 하겠다는 리더는 결국 12월에 통보하게 됩니다. 연말의 완벽한 대본보다 이번 주의 불완전한 30분이 낫습니다.
8. 마무리하며
오늘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성과에 대한 침묵은 배려가 아니라, 이자가 붙는 부채입니다.
세 가지만 기억해주세요.
- 첫째, 말하지 않는 것은 다정함이 아니라 회피입니다.
- 둘째, 12월의 평가에 서프라이즈가 있다면 그건 팀원이 아니라 리더의 실패입니다.
- 셋째,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대화이며, 시간은 오히려 그 대가를 비싸게 만들 뿐입니다.
밥의 질문을 다시 떠올려 보시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여러분의 팀에 이 질문을 던지게 될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을 12월에 듣게 될 것인지 지금 막을 것인지, 오늘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리더는 원래 힘든 자리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이 아마 오늘 이야기한 이 대화일 겁니다.
그리고 이 일만큼은 HR도, 대표도, 시간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오직 여러분만 할 수 있는 일이죠.
그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오늘 캘린더를 여는 당신을, 저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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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26년 9월 10일(목) ~ 9월 11일(금)
✅ 장소: 코엑스 마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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