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변수? "우리와는 상관없다"

구독자님, 오늘도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올해 상반기에 1조7000억 달러(약 2228조7000억원)를 잃었다고 합니다. 월가에서 6개월 동안 한 금융회사가 잃은 돈 중에 역사상 가장 큰 액수라고 하네요. 블랙록은 운용자산 10조 달러를 제일 먼저 넘어선 회사로 유명한데, 잃을 때도 아주 과감한 것 같습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컨퍼런스콜에서 "2022년 상반기는 지난 50년을 통틀어 주식과 채권투자 모두에 최악"이라고 자평했는데요.

블룸버그가 블랙록의 투자 패턴을 들여다 봤더니 재미있는 점이 발견됐습니다. 지난 10년간 210억 달러가 액티브 상품에서 빠져나왔고, 패시브 상품으로 7300억 달러가 들어갔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블랙록의 패시브 비중이 액티브 투자액보다 10배나 크다는 거죠. 1999년에 블랙록이 상장할 때 투자설명서에 '우리는 종목 선택을 통한 가치 창조를 강조한다'고 써놨는데, 이젠 이 사람들이 고객 돈을 인덱스에 붙여놓고 뒷짐을 지고 있습니다, 거참.

하여간 글로벌 하락장에서 천하의 블랙록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생각하며, 오늘은 글로벌 거시경제 변수에 민감하지 않은 종목 하나를 소개합니다.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로 세계 석권...파이프라인 확대 기대, 버텍스 파마슈티컬(VRTX)

·유전자 결함으로 폐 질환 일으키는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개발
·환자 90%가 이 치료제 꼭 필요해 '독점' 효과...현금성 자산도 풍부
·겸상적혈구증-1형 당뇨병 치료제 등 연구 중...단기 급등락은 리스크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유가급등. 강달러? 요즘 입만 열면 ‘이래서 주식시장이 안 좋다’고 주장하는 데 쓰이는 단골 메뉴들인데요. 그래서 앤츠랩글로벌은 ‘그런 요인들에 영향을 좀 안 받는 종목은 없나’라는 창의적인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월가에서 나온 자료들을 뒤적거린 끝에… 짜잔! 찾았습니다. 오늘 들여다 볼 종목은 희귀병 신약개발을 주로 하는 미국 제약회사 버텍스 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 VRTX) 입니다. (나스닥에만 Vertex라는 이름의 회사가 두 곳 더 있고 일본증시와 인도증시에도 Vertex라는 회사가 있으니 티커를 확인하세요.)

버텍스 파마슈티컬은 1989년에 하버드대학이 있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창업했는데 처음에는 에이즈 치료제도 만들고, C형간염 치료제도 만들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 회사가 좀 독보적인 게, 보통 신약개발은 여러가지 화학물질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여기는 ‘합리적 신약설계(rational drug design)’라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냈다고 합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세포 분자의 구조를 연구한 뒤, 그 분자와 작용해서 분자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약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인데요.

이런 혁신 덕분에 주가는 신약을 내놓을 때마다 꾸준히 올랐고, 2010년대에 들어서는 S&P500 종목 중에 ‘주가상승 톱15’에 들기도 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선정하는 ‘세계 40대 기술혁신 기업’에 꼽히기도 했고요.

본격적인 도약의 계기가 된 건 수년십간 연구개발 끝에 2019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최종 승인한 TRIKAFTA라는 치료제 입니다. 유전자 결함으로 심각한 폐 질환을 일으키는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을 치료하는 약인데요. TRI-라는 접두사에서 보듯 버텍스가 기존에 개발한 세 가지 약품을 함께 복용하는 방식입니다. 유럽에선 KAFTRIO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고요.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에게 이게 얼마나 대단한 약이냐면, 예전에는 그저 증상을 완화하는 약만 있었는데, TRIKAFTA의 등장으로 낭포성 섬유증도 이제 사망에 이르지 않고 평생 조절 가능한 질병이 된 거라고 합니다.

현재 이 TRIKAFTA가 버텍스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환자 1명이 1년 투약하는 데 31만1503달러(약 4억829만원)이고, 미국에서 이 약이 듣는 환자는 2만7000여명으로 전체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90%라고 합니다. 결국 버텍스는 낭포성 섬유증 치료에만 집중하면 되고, 인플레이션이나 우크라이나 같은 거시 변수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분기 실적발표 때 버텍스는 올해 낭포성 섬유증 관련 매출 가이던스를 84억~86억 달러로 잡았는데요. 약값 곱하기 환자수와 거의 일치합니다.

이쯤되면 궁금해 지는 게 과연 이 회사가 낭포성 섬유증 약만 가지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인데요. 버텍스는 기존 TRIKAFTA의 효능을 증대하고, 현재 6세 이상으로 돼 있는 걸 더 어린 아이에게도 투약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한편, 겸상적혈구증, 1형 당뇨병 등 다른 질병에 대한 신약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우선 TRIKAFTA의 효능을 증대하는 연구는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고요. 아까 TRIKAFTA가 90%의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나머지 10%는 CFTR 단백질이라는 게 생성되지 않아서 TRIKAFTA가 듣지 않는 건데요. 현재 모더나(네, 그 코로나백신 만드는 업체)와 함께 mRNA 방식으로 10% 환자들의 폐 세포가 CFTR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내 1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겸상적혈구증(sickle cell disease) 치료제, 역시 10만명의 환자가 있는 베타-지중해빈혈(beta thalassemia) 치료제, 160만명의 환자가 있는 걸로 추산되는 1형 당뇨병 치료제도 개발 중입니다.

사실 다른 신약을 만들어서 매출 창구를 다각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낭포성 섬유증에 대한 버텍스의 우위가 워낙 넘사벽이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은 있다고 하겠습니다. 앤츠랩글로벌에서 예전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 애브비(AbbVie)는 수년간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해 오다가 올해 4월 임상 2상에서 목표하던 효능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사업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버텍스의 시장 장악력은 현재로선 아주 공고하다고 하겠습니다.

버텍스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82억 달러(약 10조7527억원)에 달하는 점도 장기적인 신약개발 투자와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버텍스의 기업가치가 735억 달러란 점을 생각하면 현금성 자산이 기업가치의 10%가 약간 넘는데, 상당히 많죠?

저 위에 있는 주가 차트를 보시면 올해 들어 일부 급락 구간이 있었는데요. 5월에 난데없이 FDA로부터 1형 당뇨병 치료제에 대해 임상보류 결정을 받기도 했고(최근 풀림),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 치료제는 버텍스 스스로 임상 2상을 중단했습니다. 신약개발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하죠. 월가의 애널리스트들도 이런 리스크들에 대비하라고 조언하면서도 버텍스의 장기적인 성장성은 낙관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낭포성 섬유증은 '독점', 인플레-우크라는 '노 상관'

2년 동안 '빅테크주' 공매도 했더니 223% 수익

• 美 콜트레인자산운용, 코로나 수혜 때도 꿋꿋이 공매도

-2020년초 코로나가 발발하고 재택근무 등으로 '빅테크'가 상승하며 매출의 10배 선에서 거래되자 '이건 지속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빅테크 공매도에 올인. 하지만 2020년은 물론 2021년까지도 빅테크주의 기록적인 상승이 이어지자 콜트레인의 펀드는 56% 손해를 봤고, 고객들도 빠져나가 10억 달러였던 운용자산이 올초 2억 달러로 줄어. 하지만 콜트레인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넷플릭스∙펠로톤 등을 대상으로 꿋꿋이 공매도를 한 결과 최근 +22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WSJ)

• HSBC 중국 투자은행 법인에 '공산당 위원회' 설치

-영국계 대형은행 HSBC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HSBC치엔하이증권, 사내에 공산당 위원회 설치하기로. 공산당 위원회는 사내 공산당원 2~3명으로 구성돼 일종의 노조 활동도 하고, 상무급 포지션에 공산당원을 앉혀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 중국 기업에는 공산당 위원회가 활성화 돼 있지만, 외국계 은행에 설치한 것은 처음.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도 HSBC와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서 투자은행 업무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 (FT)

• 틱톡, 美 의회 로비에 2분기 214만 달러(약 28억원) 지출

-바이럴 비디오 서비스 틱톡을 운영하는 바잇댄스, 2분기 미국 의회 로비에 214만 달러 썼다고. 1분기보다 130% 증가. 작년 2분기보다는 16.3% 증가. 미국 상원을 중심으로 '틱톡을 쓰면 중국 정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음. (Bloomberg)

• HIS,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매각한다

-일본 최대 여행서비스그룹 HIS, 나가사키현 사세보 소재 네덜란드풍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를 매각하기로 하고 홍콩 펀드와 협상 중. 하우스텐보스 자체도 코로나로 국내외 방문객이 8분의 1로 줄어들면서 고전하고 있고, 여행업이 주력인 HIS도 재무상태가 악화했기 때문. 하우스텐보스는 최근 방역조치가 대체적으로 완화하면서 올 하반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돼 매각 적기로 판단한 듯. (日経)

• 인도 IT기업 부자 양산

-Wipro CEO 티에리 델라포트 1050만 달러(약 137억4000만원), 인포시스 CEO 살릴 파렉 1020만 달러 등 인도 IT기업들의 임원 연봉이 높아지는 상황. 인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Tata Consultancy의 라제시 고피나탄 CEO가 가장 낮은 320만 달러. 한편 인도 개발자들은 임금이 낮아 이직률이 높은 편인데, 미국 유럽과 대조적으로 인도는 IT인력 공급이 수요보다 더 큰 편이라고. (CNBC)

by.앤츠랩

리튬이온 배터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리튬 원자재를 가공하는 사업체와 생산량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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