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더 내더라도 있을 공간이 필요해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 머무를 공간이 필요했다. 집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냐고? 집은 밥 먹고 잠 드는 것 외에는 생산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 밥을 먹으면 설거지가 생겨서 귀찮음이 밀려 왔다.
- 설거지를 미뤄두다 그냥 쌓아두고는 TV를 보았다.
- TV로 유튜브를 보다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했다.
- 그러다 뒤늦게 일어나서는 급하게 양치를 하고 다시 잠들었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식은 월세를 한 번 더 내더라도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책상 하나에 월세 22만원. 퇴근 후 출근을 하는 나의 작업실이었다.
2월부터 시작한 작업실 사용은 3월 연장에 이어 4월 연장으로 이어졌다. 작업실에서 작업을 한 결과물로 돈을 번 것은 없었지만 회사 사무실을 벗어나 나만의 공간에서 무엇이라도 끄적거리려는 노력을 하였다는 점만으로도 만족이었다. 그렇지만 매일 작업실로 향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작업실로 향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심지어 엎드려서 잠들더라도 작업실에서 잠들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엉덩이를 붙이고 무언가를 하다 보면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적어도 공간 월세라도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작업실 연장 건으로 전화 드렸어요."
4월 비용까지 제대로 납부했는데 무슨 전화인가 싶었다.
"저는 4월치 비용까지 다 냈는데요?"
내용인즉슨 이미 납부한 4월까지는 지금처럼 사용을 해도 되는데 이후에는 지금 지정석으로 사용하고 있는 호실을 6인실로 바꾼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인실로 방을 바꾸든지, 퇴실을 하여야 한다는 안내였다. 사실, 오후 6시 이후에 지정석에 들어오면 아무도 없기는 하였다. 8명이 각자의 자리에 금액을 내고 사용하는 곳이지만 저녁에는 나 혼자 독차지 하고 있었다.
꽤나 쾌적하게 쓰고 있던 공간을 더이상 쓰지 못한다는 소식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1인실로 옮기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 지금 22만원을 내고 있는 공간을 45만원... 2배 넘는 가격에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평일에도 전일을 다 사용한다면 충분히 부담 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생각이지만, 회사원으로서 회사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 후 시간에 주로 이용하는 공간을 그 금액을 내고 사용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4월까지만 지정석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던져야 한다.
매달 돈만 내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작업실은 4월을 끝으로 떠나게 되었다. 지속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나의 소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부동산에 투자하고,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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