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츠레터'의 시작; 심장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답하다

대관절 지난 주 옛 트위터 X에서 작게 논쟁이 된 스투시와 영포티 이야기, 혹시 아나요? 덩달아 일본의 오랜 가방 브랜드 '요시다 포터'까지 소환되며 입고 몸에 걸치는 것에 대한 연령 이슈가 좀 화제가 됐어요. 발단은 한 인터넷 언론의 '젊에 입는 것에 대한' 쓴소리에 다름 없는 기사 하나였고, 그런데 둘아보면 '스투시'의 본고장 미국 캘리포니아랄지, '포터'의 일본 같은 경우 정말 저보다 나이 많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무렇지 않게 몸에 하나씩쯤 걸치고 다니거든요. 특히나 기능성과 활용도에서 수 십년째 높은 신뢰를 받는 '포터' 가방이란 씀씀이에 따라 구성도 다양해서 가히 일본에선 '국민 가방'이라 불리우는 정도니까요. 물론 이제 전 스투시의 민소매 셔츠를 입을라 하면 순간 머쓱하면서 조금 주저하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거 어디까지나 본인의 자유의사, 결정할 이야기 아니겠어요? 위의 사진은 일본 패션지, 주로 1020이 타깃인 '멘즈 논노'에서 소개된 '스투시'의 뜨개 가방이에요. '멘논' 소속 모델이자 배우로도 활동하는 나카가츠 리쿠의 '이번달 잘샀어' 코너에 이야기되었고, 뜨개 가방이란 점에서 일견 연령층 올라갈 것도 같지만, 나카가츠 씨 2003년생, 올해로 스물 셋. 가방에 나이 매겨 있나요?

'뜨개 구멍이 크지도 않아 이어팟 잃어버릴 염려도 없어요.' 가방이든 무엇이든 물건의 필요란, '내가 사는 이유란' 아마 이렇게 작동할 거에요.

니트 가방은 일견 여성용이란 이미지도 있지만, '사이즈가 넉넉해 페트병 물이나 갈아입을 옷, 신발까지 아무거나 다 쑤셔넣고 다녀요' 사이즈감이 조정된다면 멘즈라도 충분히 필요를 발휘하기도 하잖아요. 그러니 다시 말해 우리에겐 우리의 계절이 있을 뿐이라는 예나 지금이나 사실. 어쩌다 보니 크게 몇 차례 비오고 기온은 살짝 서늘해졌지만요, 구독자님 그래서 지금은 아직 여름인가요? 아니면 드디어 가을일까요? 일단은 잘 모를 것 같아 둘 다 (하지 않아보기로) 했어요. 숏츠 레터의 1호, 시작해볼게요. 👦🏻 

👜 그래서 앞서 말한 '포터'가 얼마나 모든 연령 성별의 아이템이냐고 하면요, 이토이 시게사토의 '호보니치'와 협업, 마치 수첩같은 가방이 만들어졌어요. 수첩 브랜드이자 일상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발신하는 웹매거진 '호보니치(ほぼ日)'와 요사다 가방의 서브 라인 'POTR'이 손을 맞잡고 완성한 가방 혹은 수첩인데요, 먼저 사이즈부터가 '호보니치'의 판매되는 수첩 오리지널 사이즈인 A6와 커즌 사이즈 A5, 수첩이 쏙 들어갈 크기이고, 가방 후면에는 스마트폰이나 패스포트 등을 수납할 수 있는 포켓이, 실제로 가방을 열어 활짝 펴보면 마치 수첩의 페이지를 펴고 필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요. 그런 점에서 '수첩 커버를 만든거야' 싶은 가방이기도 한데요,  탈부착 가능한 스트랩 시리즈인지라 숄더 혹은 토트백으로 활용할 수 있고, 그러니 결코 영포티의 문제가 아닌 거겠죠?

🧸 지난 주 짧게 언급하기도 했던 '루브브'의 UT, 유니크롤의 '루브브' 콜라보 티셔츠가 지난 8월 25일 등장했어요. 개인적으로 어제자 국내 '유니클로' 매장에선 보이지 않았는데, 일단 '루브브'란 게 북유럼 숲을 고향으로 하는 작은 요정들이잖아요. 네덜란드에서 자랐다고 알려진 중국의 아티스트 룽 카신(龍家昇)이 2015년 만들었고 이후 THE MONSTERS란 이름의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콜라보 제품은 '더 몬스터즈' 중 활기차고 호기심 왕성한 주인공 루브브를 필두로 함께 인기 캐릭터가 등장해요. 일견 '월리를 찾아라'식 꼴라쥬 패턴이라 한 장의 티셔츠로 여럿 루브브를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인데요. 그런데 일본에선 벌서 품귀현상이 벌어져 1인당 2장까지 구매 제한에, 9월 첫주 온라인만을 통해 별도 주문을 받고 있기도 해요. 이게 뭐 대수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키링 하나 정도의 재미는 우리 삶에 필수품일까요.

추가로 가자 어린이의 멘털 헬스를 위해 개발된 비누 '워터멜론 슬라이스'는 역대 최고 성공한 단일 테마 채리티 제품이라 하거든요 '러쉬'는 이를 다시 제작, 의료 서비스 단체에 기부할 거라고도 밝혔어요.

🧼 스킨 바디 케어 제품을 파는 브랜드이지만, '러쉬'의 이런 용기 어떤가요? 영국 화장품 브랜드 'lush'가 팔라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어린이 기아 사태에 항의, 지난 3일 영국 내 전 점포의 셔터문을 하루 24시간 걸어 잠궜어요. '가자에서 기아에 굶주리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고 많은 이들이 느끼는 괴로움을 우리도 공유합니다.' 다양성과 프라이드 주간에 어디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늘 사회적 메시지를 발신해온 브랜드의 말하자면 공생을 강조하는 액션일텐데요. '러쉬'는 1일 영업을 중지하는 것으로 영국 정부는 '러쉬로부터 그리고 고객으로부터 1일부의 세수(税収)를 잃게될 것이다'라고 압박해요. 무기 수출을 포함 죽음을 불러 일으키는 일련의 정책을 즉시 중지시킬 것을 촉구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영국과 아일랜드 내 '러쉬'의 점포수는 총 100여곳 이상. 하도 많은 비현실적인 일들이 벌어지는지라 이제는 이런 뉴스로 보아도 얼핏 둔해지는 것도 같다 느끼는데요, 그래서 보다 많은 '나'의 실천이 필요한 걸까요. 

🇸🇪 반면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는 하라쥬쿠의 도심형 매장 'IKEA原宿'의 영업을 오는 26년 여름까지로 종료한다고 밝혔어요. 하라쥬쿠 이케아는, 코로나 이후 사뭇 달라진 소비 패턴에 따라 기존 외곽의 대형 매장이 아닌, 도심의 콤팩트한 동시에 2030, 가족 단위가 아닌 젊은 층과 혼자 사는 이들에 맞춰 2020년 6월 도심형 매장 1호로 문을 열었는데요. 도심형 생활에 적합한 상품들이 주류였고, 이후엔 시부야에도 비슷한 유형의 매장이 문을 열며 이케아의 도심 전략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그런데 코로나 여파도 이젠 얼추 흐릿해지는 즈음에, '이케아'의 사장이자 지속 가능성 부서의 장이기도 한 페토라 퍼레 씨는 '앞으로의 시장을 풀어감에 있어 점점 더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보다 포괄적 경험의 설계를 위함'이라 했는데요. 말하자면 이젠 더 이상 코로나 직후 부상한 지근거리 동네 상권의 유효함보다, 퍼스널라이즈 개개의 선택이 부곽되는 보다 섬세한 시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겠죠?

정리하면 '옴니채널'의 강화 전략 정도랄까요. 도쿄 내 이케아 매장은 그렇게 이제 시부야 우다가와쵸(宇田川町)에 위치한 IKEA渋谷'가 유일. 우리 동네에 '이케아'가 있다는 거, 꽤 설레는 일이었는데 어찌보면 코로나가 남기고간 전엔 잘 몰랐던 우리 일상 한뼘만큼의 이케아는 아니었을까요.

🌋 후지산이 정말 분화한다면? 구독자님 국내에서도 사뭇 공포를 자기하는 투의 제목으로 보도가 되었는데요 지난 8월 22일 도쿄도가 근래 점차 가시화되어 가는 후지산의 분화를 AI를 활용 예측한 영상을 특설 사이트를 마련 오픈했어요. 얘기만 들어도 영화가 떠오를 판인데 그런데 본 AI 영상의 목적은 '후지산이 분화했을 때 우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에 있어요. 일본 '중앙방재회의'가 도쿄에 최악의 영향이 생길 거리 상정한 모델로 그래서 결과는 ① 다마지구를 비롯 전구의 대부분에 2~10cm 이상 화산재가 발생 도내 필요한 화산재양은 1.2억㎥ 그리고 ③ 전체 지역에서 필요한 화산재의 양은 4.9억㎥ 이고, 이는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재해폐기물양의 10배가 넘는다는 것. 어느 하나 우려가 되지 않는 게 없는 이야기이죠. 그런데 영상을 보면 그 톤이 매우 차분해요. AI라고 해도 피해 상황을 극대화한 장면은 보이지 않고 도리어 그렇게 생겨날 일상에의 피해를 떠올리며 충분한 대응과 준비를 권고하고 있달까요.

도로에 화산재가 쌓여 자전거와 차의 통행이 불가능해지고, 동시에 시야 제한과 미끄러짐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교통망의 마비로 자택 귀가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기고, 물류도 멈춰 일상 물품을 살 수 없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이와 같이 말이에요. 나아가 라이프라인의 지대한 영향으로 단전단수의 우려도 함께 언급하는데요, 심지어 에도 시대, 1707년 호우에이 분화(宝永噴火)가 발생했을 때는 그 화산재의 분출이 약 2주나 넘게 이어졌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상이 멈춰버릴 때를 대비해야만 하는 일인 거에요. 그래서 특설 사이트엔 '후지산이 분화하면 어떻게 하면 좋아'라는 약 3분의 영상 또한 함께 공개가 되어있어요. 말하자면 AI를 통한 재해의 '미리-구경'이 아닌 준비와 실천이란 얘기겠죠? 이따금 일본에서의 지진이랄지 재해 상황을 대하는 국내 언론들의 태도가 다소 관자극적이라는 느낌 지울 수 없는데요,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글로벌 네트웤의 시대 남의 동네 불구경이란 건 아마 별로 없어요.

콜라보를 기획 진행하는 '도에이 교통'은 에드와의 공통점을 '에도' 외에 'play' 앨범 재킷의 색과 오에도 선의 로고 컬러 마젠타 색상이라 말하기도 했어요.

🚠 아는 단어인데 어처구니 없이 알게된 일본어 종종 있지 않나요? 외래어 표기 철자가 별도 존재하고 발음 부재에 더불어 몇몇 소리 자음이 일치하지 않은 관계로 일본어로 읽은 외래어는 이따금 알면서도 모르는 결과를 초래할 때가 있어요. 이를테면 가장 유명하게 '마크도'의 맥도날드랄지, 자동차 브랜드 Jaguar의 재규어 아닌 쟈가-(ジャガー) 같은 거 말이에요. 구독자님 상상이나 될까요. 하지만 동시에 이는 언어가 가진 유연함의 반증이기도 한지라 오는 9월 12일 발매가 예정된 미국의 팝스타 에드 시런의 앨범 ‘play’는 설마 도쿄를 가로지르는 전차 노선 ‘오에도선(大江戸線)‘과 콜라보, 열차 중 1개 차량을 ‘움직이는 박물관‘, ‘Oh! Ed! 트레인 뮤지엄‘을 운영, 에드의 음악이나 그 자신에 관한 트리비아로 구성된 특별 열차를 운행한다고 발표했어요. ‘오에도선‘의 ‘에도(江戸)’와 에드 시런의 ‘에드(ed ,일본어에 모음 'ㅡ'가 없잖아요)‘가 우연히 일치한 관계로 태어나버린 그야말로 이색적 콜라보인데, 단순한 말장난에 불과하지만, 하지만 역으로 그렇기 떄문에 가능한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아요. 콜라보 이벤트는 오에도 노선을 지나는 역을 모두 정차 스탬프러리를 완료한 고객에게는 클리어 파일이나 비매품 셔츠 등도 증정한다고 하고, 최근 인기템이 되어버린 키홀더와 에드의 앨범 디자인을 표방해 제작된 특별판 열차 티켓도 선물로 마련되거든요. 말하자면 일종의 '에드'를 빌려 '에도' 선전하기. 알고보면 지역 살리기, 선로 마을의 부흥을 위한 기획이기도 한 셈이에요. 

🛤️ 선로를 지하에 묻으면서 생겨난 부지를 활용. 어쩌면 이 만으로도 '보너스'적 공간의 탄생인 셈인데, 지난 2020년 4월 등장한 시모키타자와의 'BONUS TRACK'이 이번엔 그 두 번째 공간을 선보여요. 오는 9월 15일 오픈을 예고한 'BONUS TRACK GALLERY'인데요. '보너스 트랙'은 우리에겐 책방 프로듀서이자 시모키타의 책방 'B&B'의 점주로 우치누마 신타로 씨와 인근 부동산 업체 '오무스비 부동산'와 함께 기획한 복합 상업 시설이고 '모두가 사용하고 모두가 함께 길러나가는 새로운 스페이스' 곧 새로운 마을을 키워드로 지난 약 5년간 시모키타자와의 2막을 만들어왔다 평가되는데요. 다만, 당초 '선로마을' 자체가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기조로 진행되는 탓에 다소 폐쇄적, 외부에 대해 닫혀있다는 인상 또한 없지않아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보너스트랙 2'의 경우 역으로부터 동선에 아무렇지 않게 자리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들러볼 수 있는 장'을 추구해요.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각각의 개인 영업 상점이 주를 이루던 공간 구성과 달리 아트의 전시시로가 브랜드와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공간, 더불어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실현해낼 수 있는 이벤트와 공간을 함께 구비한 모양이에요.

'BONUS TRACK의 세계관을 이어가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쉽도록 통유리의 실내 환경과 녹음이 우거진 언덕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쇼윈도를 적극 활용한다'(우치누마 신타로) 가히 우리집 정리는 이제 얼추 완료가 되었고, 지금부터는 손님 맞이에 나선 그림이랄까요. 그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개관 행사 또한 모두 세 차례 기간을 나누어-제1기 amber room, 제2기 the flying 제3기 Gao Yan의 개인전-서로 다른 세 개의 전시로 시작하거든요. 말하자면 보너스 트랙의 보너스 트랙, 어디까지인 건가요?

🐦‍⬛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는 말, 그 정반대의 문장은 못내 서운하기만 하지만, 지난 레터에서 전했던 도쿄 긴자에 처음 데뷔하는 핀란드発 카페 'CAFE AALTO'가 무색하게 영화 '카모메 식당'에 무대로 사용되었던 '카모메 식당', 핀란드어로는 Ravintola Kamome가 오는 9월 20일을 끝으로 문을 닫아요. 이곳은 본래 핀란드 부부가 운영하는 핀란드 요리를 중심의 '카바비라 스미오'란 카페였거든요. 다만 영화의  촬영 장소로 사용되고 이후 관광객이 몰리고 인지도가 높아지며 2015년 주인 부부가 은퇴를 결심한 뒤 일본인 오가와 히로키 씨가 이어받으면서 실제로 영화 속 코바야시 사토미 씨가 그랬던 것처럼 일본 음식이 메인인 식당으로 10여 년 영업을 해았어요. 오니기리와 스시, 야키토리와 우나기의 카바야키와 라멘 등. 일본의 흡사 이자카야 메뉴를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스시 교실과 같은 이벤트도 열어 아시아 관광객에 인기도 좋았다 하거든요, 다만 이번 영업의 종료를 결심한 오가와 씨는 이건 비단 끝이 아니라며 '시내 중심으로 이전을 검토중'이라고도 밝혀요. '지금보다 더 넓은 범위의 일본 음식과 문화를 유럽에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한 말이 일본 차도 세계에서의 '슈하리(守破離)라는 것. 먼저 형태를 지키고(守) 다음에는 형태를 부수고(破) 최종적으로는 형태로부터 멀어진 자신의 길을 이끌어내다(離) 곧 '카모메 식당'은 갔어도 그 다른 무언가가 다가온다는 이야기일까요. 왜 어떤 영화는 단 하나의 작품으로 끝이나지 않고 이후의 삶에 간헐적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때론 어느 가게도 그러할지 모르겠어요.

 🦥 유독 천천히 흐르는 너 그리고 나에게 

구독자님, 왜 그럴 때 있지 않나요? 영화나 책이 너무 재밌으면 시간이 금새 훌쩍 지나는 것 같으면서, 수업이 지루하거나 강연이 따분할 때엔 아무리 시계를 보아도 1분 1초가 더디기만 할 때 말이에요. 마찬가지로 오늘은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거나 마찬가지로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의 상태, 때로는 둘 다 방해가 되는 것처럼만 느껴져 몸과 마음에 음소거 버튼이라도 (있다면) 누르고 싶어질 때가 제게는 이따금 발동하곤 하거든요. 최근에는 보는 영상도 대체로 '쇼츠'를 추구하는 시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말하기에 있어 '쇼츠' 모드는 어떻게 작동 가능한 방법 없을까 괜히 한 번 생각해봐요. 개인적으로 뭐 하나 썼다하면 길어지기 쉬운 타입인지라, 어쩌면 그와 같은 저의 장황함이 최근 들어 좀 지겨워졌을 뿐인 걸까요. 하지만 동시에 근래 '국립중앙박물관'에 몰려드는 인파들의 이유 혹은 그 행동의 동기라는 건 정보가 너무 많은 세상에서 말하고 듣기의 버튼은 잠시 꺼두고 나 혼자의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시간을 위함은 또 아닐까 생각하게 되거든요. 아마도 분명 일정 부분은 그런 이유이기도 할 거라 어쩌면 확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느덧 가을이 훌쩍, 아침 저녁이면 서늘한 바람에 양팔을 괜히 한 번 서로 쓸어내리게 되는 요즘인데요, 그렇게 우리 모두가 조금은 부족한 혼자가 된 계절에 할 수 있는 화법의 이야기를 궁리해 보았어요. 물론 오늘의 레터가 그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지금 저의 기분과 그 감정의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도 어쩌면 이제 막 시작한 가을 한구석을 말해볼 수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일본의 '국중원' 도쿄 우에노에 위치한 '도쿄 국립박물관'에서는 전시 '백만석 카가 마에다가(百万石!加賀前田家)', 에도 시대 호쿠리크(北陸) 지역 일대를 지배했던 카가방(加賀藩, 에도 시대 가장 번성했던 방이라 하죠) 마에다 가문이 남긴 명검을 비롯 중요 문화재를 일거 공개하는 특별전이 열려요. 사진은 1930년으로 추정되는 프랑스 조각가 프랑소와 퐁퐁 씨의 '시로쿠마' '마에다 교덕회' 소장품이라나요. 그냥 조금, 이따금 전혀 쓸모가 없을 것 같은 정보들에 触れる 취해보는 것도 가을의 정취는 아닐까 싶었어요.

📫 다음 '야마테 레터' #181호는 9월 16일 즈음 발행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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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란 건 참 범위가 넓지요?! (23.06.16일부 이글루스 측의 운영 종료로 볼 수 없는 글이 되었어요. 일부 브런치와 겹치기도 하지만, 당시 과감히 안녕해야겠다 생각해 그냥 있었는데 조금 그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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