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0' 4월 2주차 #91

🧩 얼마 전엔 베게 들려 런웨이에 세우더니 이게 다 무슨 일인가요. 가장 실험적이라면 실험적인 디자인을 실천하는 J. W 앤더슨 씨가 이번엔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로에베의 2023 봄여름 콜렉션에서 어딘가 종이 인형같은 옷들을 선보였어요. 이름하여 '픽셀' 시리즈라 하는데요, 말 그대로 픽셀을 디자인한 건지 옷을 디자인한 건지 애매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개된 룩들을 보면 오래 전 386 PC 시절 고장난 화면의 일부를 떼어 온 같은 기분도 들어요. 하지만 앤더슨 씨는 디지털 이미지를 그대로 현실에 표출시켰더니 '버그'가 되어버린 착각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는데요, AI가 옷 만들지도 모를 시절, 유머 섞인 조롱일까요. 픽셀이다 보니, 그것도 버그가 발생한 이미지라 옷이라 하기엔 이렇다할 디자인도 없(어 보이)지만, 일부러 실수를 표현한다는 것. 아마 아무나 할 수 없을 거에요. 후디와 T셔츠, 데님 스커트와 퍼즐 백 모두 8개의 아이템이고, 가격은 6만 9300엔부터 44만 2200엔까지. 거 참, 비싼 버그가 나왔나요.

개인적으로 앤더슨 씨의 상상은 점점 더 현실을 초월한다고 느끼는데요, 버그도 옷이 될 수 있는 법. 좀 틀렸다 해도 실수라 해도, 어쩌면 별 문제 없을 거에요. 특히나 요즘같을 땐, 모두 다 황사 탓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저 옷 자연스레 사이즈-프리가 돼요. 그렇게 모두가 자유로운. 그럼, 오늘도 시작해볼까요. '4월의 잠수어'가 지금, 이 곳 한복판을 순항중이에요.

🖼️ 영화의 세계는 참, 신기해요. 픽션인 줄 알면서 현실처럼 감동하고, 때로 어떤 유니크한 감독의 영화 세계는 하나의 완전한 이세계를 형성하잖아요. 특히나 미장센적인, 비쥬얼적인 측면에서 그런 예가 종종 나타난다 느끼는데요, 대표적으로는 팀 버튼이랄지, 아니면 이와이 슌지의 퓨어한 월드, 그리고 어딘가 그래픽적 미학을 성취하는 또 한 명의 앤더슨, 웨스 앤더슨. 실제로 앤더슨 영화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근 그 탁월한 미적 감각일 거에요. 다분히 작위적이지만 그 질서에서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에 대한 흥취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거든요.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모티브가 바로 '여행.' 여행이란 현실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비일상인지라, 앤더슨의 영화가 시작하는 것도 대부분 그런 경로를 통해서이기도 해요.📝 3년 전, 앤더슨적인 사진만을 인스타에 투고하며 팔로워 1백만이 넘게 인기를 끌던 계정을 발견했거든요, 이름하여 Accidently Anderson. 우연하게도, 앤더스. 말 그대로 어쩌다 발견한 현실 속 앤더스다운 풍경을 포착한 모음이고, 국내에서도 전시가 열렸었어요. 책도 발간되고 그야말로 앤더슨을 일상 속에서 즐기는 일이 하나의 재미로 부상하는 '사건'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지난 4월 4일부터 이번엔 도쿄의 본래 미술품 보관 창고였던 '테라다 창고(寺田倉庫)'에서 그 전시가 다시 한 번 열리고 있요.

영화를 토대로 모두 10개 섹션, 'Mind the Gap'으로 시작해 본격적 도입과 같은 'Welcome Adventurers', 그리고 노스탤지어한 'Open Your Photo Album'과 여행을 수놓는 철도와 'The Terminal', 그에 더해 도시를 잇는 Cities to Explore'와 대표작 '부다페스트 그랜드 호텔'을 그대로 가져온 'Check in, Please'까지 인스타 계정의 주인 월리 부부가 모은 사진들이 다시 한 번 그곳에 여행을 준비해요. 단, 우연히도 앤더스적으로. 더불어 이번 전시에선 보딩 티켓을 만들어보는 체험 부스와 일본 한정 기념컷도 공개가 되는데요, 알록달록 예뻐보이기만 하지만, 우연히도 영화같은 일...종종 있곤 하지 않나요.

💇‍♂️ 이제는 마스크도 벗어 던지고, 봄바람 맞으며 외출할 날만 남았는데요. 이상 기후와 미세먼지가 자꾸 방해를 하지만, 분명 지금은 봄이 왔어요. 잊은 건 아니겠죠. 그런데 구독자님 미용실 어떻게 이용하나요. 코로나 이후 기존의 이용 빈도나 패턴도 조금은 변해버려 어쩐지 다시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도 같은데요. 그런 상황은 이용하는 손님 뿐 아니라 가게 입장도 그러했는지, 얼마 전 일본에선 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한 온/오프의 미용실 시스템 '믹스 시부야 스마트 살롱'이란 게 시작됐어요. 미용실 대상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미르본(milbon)'이 나서 벌인 일인데요, 시부야를 중심으로 도쿄의 미용실과 함께 디지털 디바이스, AI를 활용해 대면과 비대면을 융합, 그간 점포에서 불편했던 것들은 디지털, 비대면으로 해결하고 비대면으로는 부족한 것들은 매장에서의 서비스를 통해 서로 보완, 보충하면서 빈틈없는 미용 서비스를 제공해요. 즉 말하자면 내게 맞는 미용실을 찾는 일부터 이게 내게 어울리까를 트라이해보는 테스터, 그리고 생각도 못했는데 내게 딱 맞는 스타일의 발견이나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든 제품을 선택하는 즐거움까지, 안심하고 편리하게 머리 가꿀 수 있게 서포트하는 내용이에요. 물론 이런 서비스가 시작된 이유는

근래 인구의 감소와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속, 그리고 디지털 소비의 대중화와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출현 등이 배경이라 할 수 있어요. 현재 일본 내 미용실은 후생노동성 조사 발표에 의하면 2020년 기준 20만 곳이라 하는데요, 생각보다 적지 않나요. 그만큼 집에서의 '셀프 케어'가 익숙해진 시절에, 거리의 미용실은 어쩌면 좀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모색하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미용실이란 대면 시술의 이점, 정기적인 방문과 일정 시간 머무르는 체재의 특징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르본'으 사토 류지 사장은 '그러한 미용실 아이덴티티, 리얼의 강점을 살리면서 디지털을 겸비해 '미와 마음의 커뮤니티' 즉 '뷰티 플랫폼을 일상 속에 확충해가겠다'고 이야기했어요. 역시나 외래어 쓰기 좋아한다 싶으면서, 종종 연예인 사진 들고 가 '이렇게 해주세요'할 때의 민망, 부끄러움도 좀 덜어줄까요. 사토 씨는 '가격을 물어보기 애매한 분위기, 상품에 대해 질문하기 힘든 상황 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도 얘기했어요. 구독자님, 요즘은 뭐가 유행인가요.

⏱️ 새해의 카운트다운은 끝이 난 지사 벌써 한참인데, 자정 12시 종 울리기를 기다리는 70명의 사람들, 무슨 일인가요. '기시단장 죽이기(2017년)' 이후 6년 만의 장편으로 기대를 모았던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장편 신작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街とその不確かな壁)'이 지난 4월 13일 0시를 기점으로 판매를 시작했어요. 올림픽이나 월드컵, 해외 스타의 콘서트 티켓도 아니고 무슨 벽두 새벽부터 난리일까 싶기도 하지만, 하루키잖아요. 신쥬쿠의 창업 140년을 맞는 서점 '키노쿠니야(紀伊国屋)'에는 사전 예약을 한 70명의 하루키 팬 독자들이 일찍부터 모여 따끈따끈 신작을 성대하게 맞이했는데요, 매번 하루키 씨 신작은 나올 때마다 날이 바뀌는 바로 그 시점부터 이벤트가 열리고, 이후 한동안 비슷한 판촉 행사가 줄을 잇곤 해요. 이번에도 서점 직원이 판매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가장 빨리 구입에 성공한 한 남성은 '6년 만의 신작이라 흥분돼요. 무라카미 독서회 멤버들끼리 왔어요'라 말하기도 했어요. 서점 직원은 '내일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팬들의 마음에 응답하고 싶었다'고도 이야기해요. 이쯤 되면 하루키나 소설을 떠나, 참 오랜 사랑인 거겠죠. 참고로 이번 작품은 코로나라는 일대 사건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 들었는지도 주요 포인트일 것 같고,

그에 더해 하루키 씨는 판매 3일 전 출판사 신쵸샤()를 통해 새 책에 대한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어요. '2020년 3월에 이 책을 쓰기 시작해 3년 가까이 걸려 완성했습니다'로 시작하는 문장. 하루키 씨도 지난 6년의 시간, 그리고 3년의 코로나. 그만큼 좀 남다르겠죠.

그리고 아마 올 가을, 이와 같은 불야성 이벤트는 또 한 차례 반복될 것 같은데요, 이번 소설에 하루키 씨 직필 사인이 기재된 애장판을 300부 한정 시리얼 넘버를 붙여 판매할 예정이거든요. 관심 가나요 특별 장정본이고, 예상 가격이 무려 10만 엔이나 한대요. 하루키 씨의 작편은 에상 외로 열편 남짓인 거 생각하면 그만큼 가치가 있을 것도 같고, 하지만 책 하나에 코트 한 벌인가요. 

🪩 하루키 팬들은 팬이라 기쁘고, 국민 작가 신작 소식이 이렇게나 성대한 건 서점 입장에서 더 할 나위 없는 '찬스'라서겠죠. 13일 끝나자마나 70권을 금새 팔아버린 하루키 책을 두고 한 지역의 서점에선 '가챠가챠' 이벤트를 열기도 해요. 가챠가챠라면 오래 전 우리 어릴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자주 보던 일명 뽑기. 백원이나 5백원을 넣고 뭐가 나올지 두근두근 기대하는 게 별미일텐데요, 이번 하루키 신작 발간에 맞춰 나고야의 '쥰쿠도 서점(ジュンク堂書)'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의 명문장을 모아 그 중 무언가가 나오는, 즉 무라카미 문장의 '원픽'을 만나보는 취지의 가챠를 매장에 설치했어요. 다분히 하루키에 기대가는 듯한 냄새가 나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료 체험이고, 본 기획을 제안한 서점의 원래는 코믹 코너를 담당하는 후타무라 유우카 씨는 '편견없이 무라카미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계기, 줄거리 뿐 아니라 작품의 인상적인 어느 문장을 소개함으로서 색다른 재미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 이야기햇어요. 가챠 안의 수많은 문장은 서점 직원들이 각자 고른 걸 추리고, 트위터 상에서도 모집을 받았어요. 즉 그 캡슐 안에는 일반 독자의 원픽도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겠죠.

더불어 후타무라 씨는 '코로나 시절을 지나며 '좋아하는 것'을 공유한다는 것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고도 했는데요, 하루키는 그저 핑계일 뿐. 예전처럼 함께 책을 매개로 다시 만나는 날이 이제 곧 시작하나요. '쥰쿠도' 나고야 지점에선 13일 아침 8시부터 '특별 조기 판매'란 걸 시작, '하루키의 아침 시장'도 개최했어요. 하루키 소설 좋아하나요.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 책의 특징은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무엇 하나 말할 거리를 갖고있는 작가가 아닐까도 생각돼요. 참고로 전, 어깨에 힘을 뺴고 쓰여진 하루키를 더, 좋아해요.

⛹️ 축구를 1도 모르면서 손흥민에 열광하고, 피겨는 봐도봐도 아리송한데 김연아에 환호했던 것처럼, 장르를 넘어 반응하게 되는 사람의 본능, 그를 자극하는 건 무엇일까요. 아마도 보다 원초적인 감정과 반응하는 그들의 어떤 성취 때문이라 느끼는데요, 그런 일례중 하나인 농구의 신 마이클 죠던의 브랜드 'JORDAN'의 매장이 세계에서 2번째, 도쿄 신쥬쿠 진구마에 거리에 문을 열었어요. 1호점은 이탈리아 밀라노라고 하던데...왜 아는 분 있나요 도쿄에서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근처에 '국립요요기경기장 제1체육관'이 있고, 지금은 '미야시타 파크'가 된 구 요시타케 공원(美竹公園)엔 '죠던 (농구) 코트'가 있었거든요. 브랜드 관계자는 '이 지역은 농구와 큰 관련성이 있는 도시, 시부야는 중요한 거점'이라 말했다 해요. 아무튼 농구 할 줄도 모르면서 궁금해지는데요, 매장은 멀리서 봐도 눈에 띨 정도로 반투명 유리로 감싼 직사각형 2층 건물에 면적은 650평이나 되고 입구부터가 죠던 오리지널 브랜드 냄새 물씬 풍겨요. 수 미터에 달하는 입구 통로를 농구와 관련된 VR 기술을 활용 영상으로 물들이는데요, 내부도 전체적으로 하양과 베이쥬를 바탕으로 중앙엔 농구 코트의 센터 서클(경기 시작 시 볼을 )을 모티브로 디자인했어요.

더불어 천장엔 원형의 모니터가 브랜드 PR 영상을 상영한다고 하는데, MLB 관람하는 느낌일까요. 멘즈/위민즈/ 그리고 키즈. 모두 취급하고 T셔츠가 5710엔, 후디가 7370엔 정도 수준이에요. 그리고 이곳의 노벨티는 바로 커스텀 주문이 가능하다는 것. 재킷 1종과 쇼츠 1종에 한해서이지만, 뱃치의 압축 서비스, 재킷에 실퍼 파스너 부착, 더불어 신발엔 힐카운터에 엠보싱 가공을 할 수 도 있어요. 글자(7자까지) 혹은 죠던의 등번호 23을 금색과 은색으로 새겨 넣을 수 있다는데요, 농구 하고 싶어졌나요. 단 왜인지 모르겠는데 영업 시간이 좀 짧아요. 12-19시.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는 사람, 이건 아마 장사를 위한 장사라기 보다, PR의 성격이 더 강한 게 아닐까요.

🏛️ 또 한 명의 이름이 곧 브랜드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 씨. 바로 얼마 전 '산 미술관'에서 개인 전시가 열리며 방한을 하기도 했는데요, 일본에선 킴 카디시안과의 인연이 밝혀져 주목을 모았어요. 바로 카디시안의 전 남편 카녜 웨스트는 2021년 로스앤젤레스 말리부에 안도가 디자인한 저택을 약 63억 엔에 구입하며 안도의 팬임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아마 그 때 카디시안과도 친분이 생겼을까요. 지난 3월 벚꽃이 만개한 도쿄를 자신의 자녀들과 찾은 카디시안은 도쿄의 '하리네즈미 카페', 'Ninja Restaurant' 등을 방문하고, 안도를 만났다 해요. 그리고 그 일정을 자신의 인스타에 보고하기도 했는데요, 그 중엔 안도의 사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함께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킴 씨는 여기에 이런 말을 더했어요. '거장 안도 타다오와 만나 과거 2년간 진행해온 꿈의 프로젝트에 대해 검토했어요. 그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이 특별한 프로젝트가 실현되는 걸 볼 수 있어, 매우 영광이고 믿을 수 업을 정도로 겸손해지는 기분입니다'라고. 그 프로젝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진을 보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원통형 건축이 얼마 전 안도가 파리에서 보여줬던 피노 재단의 '현대미술관' 속 로톤다(rotonda, 원통 평면형 구조)와 흡사해 보이기도 하고, 지난 2년의 세월이 그곳에 숨어 있을까요. 건축이란 새삼 참 신비스럽다고 느껴요. 안도 씨는 또 얼마 전 한국 영부인에게 이세이 미야케 옷을 선물하기도 했죠. 건축에, 그리고 옷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 현재 곳곳이 진행형인 도쿄에서, 가우디의 건축은 하나의 예시가 되어줄까요. 본래 문화재라는 건 후세에 배움이 되거나 가르침으로 남아 다시 활용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오는 6월 13일부터 9월 10일까지 '도쿄국립근대미술관(東京国立近代美術館)'에서 스페인의 건축 거장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전 '가우디와 사구라다 파밀리아展'이 열려요. 사실 가우디는 '사구라다 파밀리아 뿐 아니라 주거 건축인 카사 비센스(Casa Vicens)와 카사 밀라(Casa Milà) 그리고 아마 두 번째로 유명할 구엘 공원(Parc Güell) 등 세게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만 수두룩한데, 늘 수 백년에 걸쳐 공사중인 '미완의 성당' 사구라다 파밀리아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마련이잖아요. 1882년 한 민간 교회의 의뢰로 착공, 이후 2백년 넘게 공사를 했음에도 여전히 미완성의, 세계 1, 2차 대전을 겪고 온갖 풍파, 그에 더해 가우디 특유의 유니크한 조형을 온전히 구현하기 약 2세기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건축은 완공이 되지 않았음에도 2005년 가우디의 작품군을 구성하는 하나의 건축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되기도 했고, 매년 연간 관광객 수도 수 백 만명을 넘어요. 세상에 이런 건축, 또 있을까요.

그리고 이번 도쿄에서 열리는 전시는, 이제 곧 그 기나긴 장정의 건축이 완성될 거라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가운데, 다시 한번 그 미스테리의 '사구라다 파밀리아'에 초점을 맞춰 가우디의 건축 철학과 조형 원리를 읽어나갈 예정이에요. 건축의 지면은 물론 실제 가우디  자신이 모형을 제작 그를 통해 구상을 했다는 현장을 그대로 재연하고, 건축 외에도 '강탄의 정면(降誕の正面, nativity facade)'과 같이 조각과 공에 작품도 아우르는데요, 최신 고정밀(高精細) 드론 영상으로 제작했다는 가우디 세상의 풍경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수 세기에 걸쳐 완성되어 가는 건축물, 심지어 교회 건축. 이만으로도 맘이 두근두근 미래가 바로 여기 와 있는 것 같아요.

🥤 수 백년이 지나도 공사중인 건축이 있는 것처럼, 어쩌면 사는 건 모두 진행형이 아닐까요. 저희 레터에서 몇 번 이야기했는데요, 세계 최초 크래프트 콜라 '이요시 콜라(伊良コーラ)'가 캔으로 만들어져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해요. 할아버지의 한약방 자리를 이어받아, 할아버지의 한약 레시피에 영감을 받아 2년 넘는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게 2019년 즈음이거든요, 처음엔 비닐 팩에 판매했고, 이후엔 유리병, 그리고 이제는 캔까지, 거의 모든 조합을 다 갖췄어요. 그리고 지난 4월 7일 도쿄 도내의 동네 센토 25곳과 목욕을 마치고 이요시 한 잔, 콜라보 이벤트를 가졌는데요, 이름하여 '이요시의 탕(イヨシの湯).' 콜라를 제조하며 발생하는 부산물, 감귤류와 카다몬, 넛츠와 스파이스, 그리고 가나산 콜라 씨를 조리고 우린 뒤 남은 찌끄러기를 천주머니에 담아, 그에 특별 제조한 입욕제까지 혼합, 이요시 콜라풍 목욕을 즐길 수 있어요. 물론 각 탕에서는 캔과 병 버전 이요시 콜라를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근래 일본에선 센토, 사우나가 유행하며 '칠 Chill'이란 말이 하나의 경험처럼 통용되거든요. 탕에 몸을 담궜을 때의 시원함, 사우나를 하면서 체험하는 토도노이의 순간,

그리고 깨끗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또 하루를 시작하는 산뜻함. 그래서 요즘엔 바나나 우유나 에너지 드링크 뿐 아니라 사우나 전용 음료도 출시가 되고, 이요시 콜라 역시 센토와 사우나의 'Cill'한 음료로 포지셔닝 하는 걸로 보여요. 그에 더해 캔 음료가 너무 잘 팔려 5월까지 결품이라고, 코바야시 씨는 엇그제 트윗터로 공지하기도 했어요. 장장 5년여에 걸친 어느 콜라의 성장기. 그건 어쩌면 우리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는 아니었을까요.

🛩️ 오는 6월, 무슨 특별한 시즌이기도 한가요. 가우디의 대전시가 도쿄 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가운데, 지브리의 대창고도 그 무렵 대공개의 전시를 가져요. 물론 지브리야 이렇게저렇게, 여기서도 저기서도 여러번 변주돼 이야기되고 있지만, 오래 전 토요 명화랄지, 일요 극장과 같은 영화 보여주는 프로그램 기억하나요. 지금이야 OTT 등장으로 모자람 없이 영화 감상하며 사는 시절이지만, 그 무렵 극장 가기도 별로 쉽지는 않았던 때에 오래 전 할리우드 영화랄지, 시간이 흘러 TV로 상영되는 극장 개봉 영화들은 늘 텔레비젼 앞에 앉아 오직 주말을 기다리게도 했어요. 그리고 이번 지브리 전시는 바로 그 안방극장의 대표격 방송 '금요 로드쇼'와 함께해요. 1985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금요 로드쇼'를 통해 방영된 지브리 제작 작품이 무려 200회가 넘는다 하는데요. 가장 첫 영화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였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에선 지브리의 쇼와(昭和)에서 헤세이(平成), 그리고 레이와(令和)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만들어진 역사에 더불어 TV 방송으로서 영화와 함께해온 50년 세월의 발자취를 더듬는데요. 두 방송과 영화 세계의 원점은 물론 자료를 통한 해석과 더불어 둘의 첫 만남이었던 '바람 게곡의 나우시카' 속 대표적인 모티브

바로 오염된 시대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부패된 바다, 후카이(腐海)를 실제 조형물로 제작해 공개해요. 이는 희대의 조형 작가라 불리는 타케야 타카유키 씨의 솜시를 만들어졌는데요.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자연의 아름답지만 떄로는 무서운 면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을까요. 더불어 지난 2018~19년 토야마에서 열린 '지브리의 대박람회'에 첫 등장했던 토야마 유리 장인들이 손수 제작 '지브리의 겐토로우(ジブリの幻燈楼)'가 다시 또 전시되고, 나우시카 계곡을 생생하게 구현했던 오무와 대왕 얀마, 그리고 무시고야시까지 스크린 밖을 나와 조형물로 만들어졌어요. 그러니까 이번 전시 지브리의 아날로그 입체판의 세계인걸까요. 그리고 토야마에서의 전시는 올해도 10월 이어진다 하는데요, 예전에 콘텐츠는 2차, 3차 이용이 곧 잠재 가치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배웠던 것도 같은데, 그야말로 그 전형이 아닐까요. 슬램 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이 일본 아니메의 새 역사를 쓰는 가운데, '부가가치의 지브리'는 여전히 계속돼요.

 🐕 댕댕이는 사실, 아무 죄가 없어요 

구독자님, 🐟트위터 하나요? 저는 아주 오래 전 '솔직하지 못해서' 시절일 때 시작해 어찌어찌 20년이 다 되어가는 트위터 주민이긴 한데요, 그 시작이 도쿄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던 무렵이라 나름의 애틋함이 좀 있어요. 그런데 얼마 전, 트위터의 로고 파랑새가 웹페이지에서 갑작스레 시바견이 되어 있었어요. 핸드폰 만으로만 이용하면 아마 모르고 지나갔을 일일테지만, 머스크 씨는 자신의 계정에 개 사진을 올릴 거라 선언한 뒤 며칠 뒤 정말 그런 일을 벌이고 '약속을 지켰어, as promised'란 트윗까지 남겼는데요, 장난 하나요. 아니, 애초 트위터가 왜 tweet, tweet 트위터인가요. 게다가 저 시바견은 치바시(千葉市)의 시바이누가 모델이고, 동시에 머스크 씨가 지지하는 코인 업체 로고라 하거든요. 돈 버는 트위터 만들겠다는 욕심은 알겠지만, 20년 트위터 주민과 거금 들이밀고 이제 막 입주한 집주인. 누가 더 트위터 알고 있을까요. 최근엔 오류 없는 날도 별로 없었고, 세월이란 건 결국 쌓인 시간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해요.

새가 지저귀듯 사뿐히 가볍게 소식 몰고 와 전해주는 트윗을, 아무리 귀여운 댕댕이가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인생엔 분명 대체 불가능의 시간이란 게 있지않을까요. 물론 전 강아지와의 하루도 즐거울 따름인데요, 하지만 그건 분명 파랑새와의 하루는 아니거든요. 구독자님, 파랑새의 트위터를 하나요. 

📫 오늘 화요일 4월 18일에는 개정된 스케쥴 상(2023.01.31日付) 레터 발행을 쉬었다 갑니다. 

📬 아래는 현재 '모두 오픈' 중인 레터들이에요_앞의 두 개 레터(인구 위기와 고물가 시대)는 '첫 모두 공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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