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행하는 거리와 WALKABLE 도시, 그리고 '시부야의 날다'

🌳 천 그루의 나무와 두 동의 초고층 빌딩, 어떤 느낌이 드는 선택일까요. 현재 도쿄 메이지진구가이엔(明治神宮外苑) 재개발을 둘러싸고 실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인데요. 근래 활발하게 전개되는 재개발 흐름으로 가을이면 100 미터 넘게 홍엽이 이어지는 이쵸 나미키(いちょう並木) 거리, 수령(樹齢)이 100년 넘는 나무, 심지어 1천년 된 느티나무까지 모두 다 베어질 위기에 처해 있어요. 이 지역 재개발은 진구구장(神宮球場)과 치치부노미야(秩父宮) 럭비장의 이전 신축, 그리고 상업 시설과 오피스가 들어설 각각 높이 185m와 190m 짜리 빌딩 두 동을 세운다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본래 '가이엔'이란 황궁이나 신사 밖의 만들어진 정원을 뜻하는 말. 정원이라면 휴식을 취하고 가끔은 산책도 하고 바쁜 일상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도시 안 '에어스폿'이잖아요. 특히나 메이지진궁가이엔은 메이지 시절 당대의 유산이 후세에 오래 지속되도록 기원하는 마음으로 국민들의 기부금과 켄보쿠(献木, 신사에 나무를 봉납하는 것), 그리고 청년단의 노동 봉사로 다이쇼 15년, 1926년에 만들어졌거든요. 그러니까 누구 맘대로 나무를 베고 정원을 훼손하나요. 실제로 이 계획은 주민들 동의없이 진행돼 더 논란을 불러왔는데요, 

이제는 이곳에 없는 사카모토 류이치 씨가 그에 강력하게 반대의 성명을 냈고(하지만 도쿄 코이케 도지사가 패스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지난 주말에는 이에 반대하는 취지로 재개발 공사 현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손을 마주잡고 평화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어요. 사업의 불투명성,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재개발에 대한 재검토를 요하는 외침이에요. 심지어 이 나무를 베어내는 벌목 작업에만 수백 억엔이 소요된다 하거든요. 늘 그렇듯 경제 효율성을 쫓는다는 말, 정말 맞는 계산인가요. 나무가 다시 자라나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백년 세월이 필요하잖아요.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유휴지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쓸모없는 사치란 우리 삶을 무엇보다 윤탁하게 해요. 사람 중에는 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야마다 에이미 씨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는데요. 걷는다는 것, 나무 사이를 걷는 일. 그건 분명 우리에게 쓸모없이 하지만 꼭 필요한 사치가 아닐까요. 빌딩 숲의 찬바람과 나뭇잎 사이로 새어 비추는 빛. 어느 쪽을 선택하나요. 오늘의 주제, 도시를 걷다 내일을 잇다 '시부야의 날다'에요.🏃‍♂️🏃 

 🌌 38년의 추억, 길과 이별하는 법 

도쿄의 어느 곳을 좋아하든 아마 이곳은 한 두번쯤 지나가지 않았을까요. 신쥬쿠 JR 역과 직결된 상업 시설 빌딩 '신쥬쿠 미로드(新宿ミロード).' 동시에 신쥬쿠 서쪽 출구와 남쪽 출구를 연결하듯 설계된 탓에 곧 통로가 되어주는 '오픈 몰'로 모자이크 도오리란 곳(モザイク通り)에도 120여 개의 점포가 문을 열고 장사를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서쪽으로 잘못 나간 탓에 동쪽으로 간신히 돌아갈 수 있었던 게 바로 이 숨은 통로, 모자이크 도오리였거든요. 그런데 요즘 재개발이 한창이 도쿄에서 이곳 역시 그 안에 포함되어 바로 이 모자이크 도오리를 운영하는 오다큐 SC 디벨롭먼트(小田急SCディベロップメント)가 지난 3월 25일 전 점포와 길의 통행 운영을 종료하며 하나의 기획 전시를 벌였어요. 각자의 모자이크 도오리에 관한 추억을 모아 공유하는, 이름하여 'MY MEMORIES ROAD.' 2022년 9월부터 10월까지 SNS에서 이곳에 대한 추억을 응모받아, 모아진 에피소등 중 7점을 선택, 일러스트레이터 사카가와 나루미 씨가 작품으로 완성했는데요.

방과 후 친구와 잠시 들러 집으로 향했던 일이나 처음 데이트를 하며 일루미네이션을 구경하던 밤과 같이, 이제 곧 없어질 길과 함께 지나간 기억을 떠올렸는데요, '신쥬쿠 미로드' 판촉담당 린나 나츠코 씨는 '모자이크 도오리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공유하면서 즐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했습니다'고 말해요. 더불어 이곳은 유독 식도락, 여중고생에게 인기가 많을 법한 구르메가 모여있는 곳이란 인상도 있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요코쵸'가 중년 이상 남자들의 거리란 이미지였다면, 유독 이곳만은 JK들의 아지트와 같았달까요. 근래 도쿄에선 '걷다'의 건축이 늘어나는 분위기인데, 비단 건물에만 추억이 쌓이나요. 오히려 일상과 일상을이어주는, 늘 나의 길목이 되어주는 '거리'란 어쩌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을지 몰라요. 게다가 이곳과 같이 무려 38년의 세월이 쌓인 거리라면 말이에요. 신쥬쿠는 이곳 외에 지난 해 12월, 메이지도오리(明治通り)를 건널 대 혼잡을 피할 수 있도록 '바이패스 도로'를 신설했어요. 요요기 방면으로의 이동이 훨씬 수월해진다 하는데요, '걷다'는 지금, 🧭새로 그리는 도심의 나침판이라도 되었나요. 그럼 더 조금 걸어보도록 할게요.

 🌤️ 나무와 바람과 구름과 새와 함께 '걷다' 

많은 인파에 어깨 부딪힐 일도, 오가는 차 피해 걸을 필요도 없는 '보행자 천국' 데이, 알고 있나요. 서울에도 신촌 일대 연세대 정문까지가 주말에 한정해 완전한 인도로 변신하곤 했는데요(얼마 전 상권에 끼치는 영향을 이유로 없어진 걸로 알아요), 도쿄에서도 긴자, 아키하바라, 그리고 신쥬쿠 일대가 주말이면 보행자 천국의 거리로 변해요. 신쥬쿠의 경우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신쥬쿠 도오리(新宿通り)와 메이지 도리(明治通り)를 끼고 대부분의 상권을 아우르는 범위인데요, 그건 곧 주말엔 편리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동이 꽤나 힘들었다는 이야기겠죠. 그런데 얼마 전, 지난 해 12월에 그런 교통의 혼잡, 이동의 부자유를 해결해 줄 만한 도로상의 새로운 공사가 완료됐어요. 바로 신쥬쿠 주면 '도립 신쥬쿠 고등학교(都立新宿高校)'에서 요요기역(代々木駅) 방면으로 이어지는 '바이패스' 도로의 신설인데요, '바이패스'라 하면 혼잡한 구간을 통과하지 않고 지나쳐버리는 일명 혼잡 회피로의 기능을 가져요. 도쿄도 도로법상 명칭은 '칸죠(環状, circular의 의미) 제5의 1호선(센다가야(千駄ヶ谷)).' 그리고 이는 거의 10년에 걸쳐 완료된 공사이기도 한데요,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신쥬쿠교엔(新宿御苑)이 있는 터라 공사의 본 계획대로라면 교엔의 일부를 잘라내야 했고,

그를 재검토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거든요. 결국은 도로의 일부를 터널화하는 걸로 결론을 보았는데요, 그래서 만들어진 혼잡을 피해주는 도로는 이케부쿠로 방면으로 북상하는 ↩️지하 터널의 '외부 순환선', 그리고 반대로 신쥬쿠에서 시부야 방면으로 이동하는 ↪️터널 위 내부 순환선으로 나뉘어요. 어떻게 참 신기하게도 JR 야마테센과 똑같아져버렸죠. 그리고 이 터널 이름은 알기 쉽게 센다가야 교엔 터널(千駄ヶ谷ぎょえんトンネル)'이라 붙었다 하는데요, 여기까지는 차도의 혼잡, 오가는 자동차의 이동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설계이지만, 그렇게 함으로서 동시에 전에 없던 보도가 생겨났어요. 바로 터널 위로 이동하는 내부 순환선 도로 양끝에 인도가 만들어진 건데요. 여기엔 이렇다할 상점이나 기타 시설 등이 전무하고 나아가 거리를 걸을 때 멈춰야 하는 교차로나 횡단보도가 하나도 없어 보다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어요. 애초 인도의 너비 자체가 좁기도 했지만, 분명 보행, 사람을 위한 배려로 느껴져요. 게다가 사실 본래 이 지역, 신쥬쿠3쵸메에서 센다가야, 그리고 요요기 방면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상점도 많고 관광객도 집중되는 곳이라 그야말로 혼잡해지기 쉬웠거든요.

 🚃 도쿄의 사이타마, 이케'袋'를 벗다 

하지만 약 600m 이어지는 새로운 인도를 따라 걸으면 신호도, 교차로도 없이 10분 정도에 이동이 가능해요. 더불어 근처가 신쥬쿠교엔, 그리고 학교가 있는 터라 조용하고 소음이라 한다면 근처의 새가 지저귀는 정도랄까요. 개인적으로는 3쵸메 근처에서 놀다 JR 신쥬쿠 역으로 이동하는 길이 매번 힘들었던 것 같은데, 다시 도쿄에 간다면 보다 수월한 보행, 산책이 되어줄까요. 그런데 이 길을 외부 순환 도로를 걸어 이케부쿠로에 가면, '걷다' 그 길의 건축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는 중이에요. 사실 이케부쿠로는 인근의 시부야나 신쥬쿠에 비해 도시의 업데이트가 좀 뒤쳐진다는 인상을 받거든요, 모두 4개 철도사의 8개 노선이 오가고 하루 승하차수가 260만에 육박하지만, 어딘가 좀 변두리적인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케부쿠로의 행정 구역인 토시마구(豊島区)는 역의 서쪽 출구(우리에겐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로 익숙한) 재개발에 맞춰 도로를 잇는 보행자용 뎃키 구상에 들어갔어요. 나아가 동쪽 출구 도로도 보행자 구간화를 진행, 모두 4개의 공원을 축으로 공공주도의 거리 질서를 만들다는 계획이거든요. 2020년 3월 발촉한 '이케부쿠로 후쿠토신 교통전략 2020갱신판(池袋副都心交通戦略2020更新版)'에 의해

철도로 왕래하는 사람들이 거리로 쉽게 나올 수 있도록, 역과 마을을 연결하며 안심하고 통행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도로 공간을 확보'한다고 말해요. 즉, 교통은 편리한지라(실제 도쿄 인근의 치바나 사이타마 주민들은 대부분 이케부쿠로를 통해 도내에 진입해요) 역 기반 시설은 정비되어 있지만, 그로인해 마을로의 통로가 차단된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어요. 달리 말하면 '역에 갇혀있다는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이케부쿠로의 앞으로의 과제는, 역안에 국한되는 유동 인구 정체 현상으로부터, 에키부쿠로(駅袋)에서의 할 걸음, 즉 말하자면 탈·부쿠로(脱袋)랄까요. 본래 '후쿠로'가 주머니와 같이 뭉쳐있는 어떤 형태에 대한 말이란 걸 감안하면, 이케부쿠로는 지금 모여있을 게 아니라, 마을 곳곳 거리거리 마다 퍼져 이동해야 할 타이밍이에요. 그래서 토시마구가 요즘 열심히인 게, 바로 그린 대로(グリーン大通り)의 보행자 공간화(歩行者空間化). 역에 몰려든 철도 이용자들을 마을로 유도하기 위해, 마을을 걷기 쉬운 곳으로 정비하는 도로의 리뉴얼 작업이 시작되는 거에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역 동쪽출구에서 동쪽 방향으로 뻗어가는 그린 대로의 역 인접 구간을 보행자 공간으로 가시화하고, 남북 방향으로 이어지는 메이지도오리도 이 그린 대로와 T자로 형태로 이어지는 구간을 더한다는 계산인데요. 이건 곧 역앞을 남과북으로 이분화하며 각각의 위치에 세분화된 교통 광장을 마련한다는 그림도 갖고있어요. 각각의 길의 끝이 광장으로 연결되는 탓의 이동의 '머무름'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에 더해 조금 전 이야기한 '칸죠제5의 1호선'이 이곳을 지나요. 전 구간이 개통되는 건 2027년을 예상하지만,

이 도로의 이용이 가능해지면 이케부쿠로에서도 메이지도오리에 집중되는 차량의 혼잡을 분산시킬 수 있고, 그 덕에 역 앞으로 교통량을 유도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이미 진행중인 그린 대로 광장과 만나 사람의 이동,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오자와 과장은 '탈부쿠로'의 핵심은 도로 곳곳에 보행자 전용 뎃키가 자연스레 형성돼 역에 집중되어 있던 인구의 '덩어리'를 마을 곳곳 생활 동선과 자연스레 융합하는 것이다'라 말해요. 걷기 쉬운 마을, 그건 곧 살기 좋은 동네이기도 한 걸까요. 사실 이케부쿠로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을 규모에 비해 이미지는 별로 좋지가 못해 2014년 일본창생협회(日本創生会議)가 공표한 '소멸가능성 도시'에 도쿄 23구 중에서는 유일하게 거론되기도 했어요. 저출산과 인구 이동에 의해 더이상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있지 못하다고 판단 받은 건데요. 특히나 20~39세 사이의 여성 인구가 극감한 것이 토시마구의 최대 과제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13년째 토시마구의 구청장을 역입하고 있는 사토 토모코 씨는 그 충격을 잊지 않고, 안심·안전을 축으로 마을의 재정비, '살고싶고', '방문하고 싶은' 마을로의 대 전환 기획을 구상, 그리고 실천,

나아가 여성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시작해 2017년과 18년엔 아동 학대 제로를 달성, 그 해 7월엔 인구가 40년만에 29만명을 돌파했는데요, 소멸 가능성 도시로 지정되었던 14년과 비교하면 1만 5천 명의 새로운 인구가 이곳으로 살기 위해 이주해온 계산이에요. '젊은 여성이 살기 쉽다는 것은, 고령자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살기 쉬운 곳이에요. 결국, 저희가 지향하는 건 모두가 살기 쉬운 마을인 겁니다.' 사토 구청장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는데요, 실제고 그를 뒷받침해주듯 그린 대로의 보행자 구간화와 함께 역앞엔 보다 편한 생활을 서포트해줄 고층 빌딩이 들어섰고, 또 들어서려고 해요. 먼저 60층 높이로 도쿄 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 5 안에 드는 '선샤인 시티'를 비롯, 근래 2020년 7월에 개관한 구청사 자리를 공과 민이 합작해 개발해 완성한 'Hareza 이케부쿠로'가 있어요. 그에 더해 역을 중심으로 서쪽 출구 지역에 미츠비시 지쇼(三菱地所)와 미츠비시 레지던스(三菱レジデンス)가 민간과 함께 초고층 빌딩을 건설, 나아가 이케부쿠로 서쪽 공원과 일체화하는 방식의 운용을 검토중이고, 지하와 지상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공간을 창출, 역 이용객들의 흐름을 자연스레 마을로 유도할 계획이에요. 모두 다 탈·부쿠로를 위함이겠죠. 

하지만 그보다 구가 중심이 되어 2015년부터 진행중인 교차로의 재정검 작업이 있어요. 실제 유동 인구량과 동선 등을 처음부터 재조사, 필요한 지점에 필요한 만큼 횡단보도와 신호가 작동할 수 있도록 기존의 주요 교차로 다섯 곳을 손봐요. 가끔은 적절치 못한 신호와 횡단보도 자리, 혹은 그 타이밍에 걷기가 방해를 받기도 하잖아요. 근래엔 세이부 백화점이 요도바시 카메라에 매각되며 돌연 마을 경제에 타격을 받기도 했고, '탈·부쿠로'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하지만 동쪽 출구엔 '파르코' 이케부쿠로와의 재개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아직도 난항은 지속되고 있어요. 하지만, 오랜 세월 구와 민이 하나가 되어 마을 만들기를 위해 움직여온 세월은 이제야 내일에의 방향성을 찾았고, 그건 다름 아닌 더 어울리고 더 교류하기 위한 거리를 가꾸는 일이 아니었을까요. 역에 집중되고 '선샤인 시티'에 머물다 돌아가고, 늘 그렇게만 존재했던 이케부쿠로이지만, 오픈한 'Hareza池袋'는 도청사(都庁舎) 에리어를 연결하며 전에 없던 회유성을 드러내고, 그에 더해 이케부쿠로는 공원을 중심으로 거리를 새단장하고 있기도 하거든요. 이 부분은 이후 '토일렛' 레터에서 자세히 이야기할게요.🏕️

시부야를 걷는 날도, 때로는 쇼핑 후 신쥬쿠 도오리를 산책하기도 하지만, '이케부쿠로를 걷다' 어쩌면 내일을 위해 준비된 시간이었을까요. 하지만 늦게 걷는 사람 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는 것처럼, '일경 비즈니스'의 모테키 슌스케 기자는 '새로운 개발 모델을 보여주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도 말해요. '이케부쿠로에선 일정 에리어에서 마을 만들기를 시작할 때 에리어 매니지먼트 단체가 움직이고 있다. 즉 에리어 관리 단체 별로 계획이 진행되는 셈이고, 민간이 함께 마을을 가꾸는 측면에서 전에 없이 유효성과 지속 가능한 일관성을 확보해준다.' 시부야보다 촌스럽고 신쥬쿠보다 더럽고 하라쥬쿠보다는 올드한 이케부쿠로, 그곳에 간다면 보행은 어떨까요.

 🏃 시부야의 내일이 시작하는 곳, ing의 미래 

재개발의 오늘이라 하지만, 대부분의 공사 기간은 짧아야 3년. 그동안 거리는 망치질 소리에 가벽으로 세워둔 나무목이나 블루 시트로 가득할 뿐인데요, 그런 시간을 ing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사실 제가 근래의 도쿄에 반하기 시작한 건 2018년 시부야의 파르코가 50주년을 기념하며 대대적 리뉴얼 공사를 시작했을 때, 그를 알리며 공개한 광고 비쥬얼 한 장이었어요. 공사 현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뒤 비비드한 컬러로 '50년째의 새로운 파르코(50年目の、新しい渋谷)'라고, 내일을 예고했는데요. '바람과 록'의 크리에이터 야나이 미치히코 씨가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한 그 포스터엔 결국은 지금은 공사중이란 의미지만, 곧 내일을 기다리는 설렘이 담겨 있었거든요. 그에 더해 그 무렵 시부야 거리엔 'a day in the shibuya'란 제목으로 일상의 시부야를 일러스트로 수놓았고, 그와 같은 시도가 얼마 전에도 시작됐어요. 시부야구와 민간 기업 스타트업을 서포트하는 컨소지엄 Shibuya Startup Deck가 주최하는 프로젝트 'SHIBUYA IN PROGRESS'의 일환으로 아티스트 중심의 스타트업 Embedded Blue가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을 아트로 물들였어요. 그들의 주제는 '미래가 시작하는 장소(未来がはじまる場所)',

투박하기만 했던 망치질이 좀 설레지 않나요. 근래 주목받는 일러스트레터 카즈마 마스야마와 미사와 료스케, 와타베 미노 씨가 재개발 현장을 작품의 무대로 모두 11점의 아트를 전시하는데요. 시끄럽기만 했던 거리가 전시장이 되었나요. 더불어 작품에 새겨진 QR 코드를 통해 해당 작품의 소개, 작가의 정보 등을 알 수 있도록 설게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럴 때 도시는 타인게 말을 거는 걸까요. 그리고 작품의 구입도 가능하다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이라 아마도 그런 궁리도 더해졌을까 싶어요. 안그래도 지금의 시부야는 곳곳이 정말 거의 모든 거리가 빠짐없이 재개발에 휘말리고 있는데, 이런 지금을 즐기려는 시도가 없으면 지루해 어떻게 살까요. 이번 프로젝트를 심사한 시부야구 산업관광문화부의 미야모토 아키코 씨는 '변해가는 시부야의 풍경에 쓸쓸함을 가지면서도 기대를 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요. 이번 SHIBUYA IN PROGRESS 작품을 통해 앞으로의 시부야가 더욱 느껴지는 거리로 꾸려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 말해요. 결국은 도시도, 거리를 걷는 우리 일상도 마음 먹기 나름이겠죠. 그 작은 마음 하나가, 내일의 도시를 만들어줄지 모르거든요.

얼마 전 시부야엔 올 11월 완성될 'Shibuya Sakura Stage'의 일부가 공개돼, 또 다름 아닌 난리가 났어요. 사쿠라가오카의 재개발 계획, 그 1탄.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부야거든요.🌸

 🚋 거리의 공간化 '시부야를 자유롭게 하다' 

구독자님, 시부야 하면 어떤 건물이 떠오르냐요. 아무래도 스크램블 교차로의 명칭을 그대로 따온 2019년 개관한 '스크램블 스퀘어'가 가장 최근의 랜드마크적 성격을 갖는다고도 생각하는데요, 그 전에는 스크램블에 상응하는 듯한 네이밍 '스트림'이 있었고, 보다 전에는 '히카리에'가 당시로는 가장 높은(2012년, 182m) 시부야 상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그리고 요즘엔 그야말로 초고층 빌딩의 격전지와도 같아 시부야의 스카이라인은 매일같이 분주한데요, 지난 2월 9일, 시부야 그 중에서도 개발이 가장 덜 되었다고 이야기되는, 그 덕에 오래 전 시부야가 그대로 남아있던 사쿠라가오카 일대의 재개발 계획, 그 일면이 공개되었어요. 먼저 명칭을 Shibuya Sakura Stage라 정했다 하는데요, 시부야 역에서 남쪽 방면의 에리어이고, 모두 2.6헥터르 크기의 부지에 오피스와 맨션, 그리고 상업 시설이 포함될 2동의 고층 빌딩으로 이뤄져요. 개발을 담당한 '도큐 부동산'은 이곳의 성격에 대해 '働(일하다) 遊(놀다) 住(살다)'를 겸비한 대규모 복합 시설의 탄생'이라 설하는데요, 전체 시설이 완성되는 건 오는 11월. 때에 맞춰 본 빌딩과 직결되는 역의 개찰구가 새로 신설되고, 상업 시설 외에도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는 의료 기관이 문을 연다고도 하는데요.

아마도 지역의 특이성을 반영한 기획이겠죠. '도큐부동산'의 오카다 마사시 사장은 '역주변 재개발의 최종 스테이지로서 시부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기 쉬운 거리로 만들어집니다. 시부야의 개발은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계속되고, 마을이 점점 더 변해감으로서 매력이 더욱 묻어나는 곳을 그려갈 계획이에요.'라 말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명칭의 '사쿠라'를 그대로 살린 공간 연출.🌸 그 책임자로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주법(奏法)을 실험하는 프로젝트 집단 '라이조매틱스(Rhizomatiks)에서 파생한 디자인 콜렉티브 'FLOWPLATEAUX'이고, '라이조매틱스'는 지난 해 AI 기업 'midjourney'와 연말 파티를 개최하기도 했고, 건축가 쿠마 켄고와 모빌리티와 관련 실험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이번 '사쿠라 스테이지'에선 리얼과 버츄얼을 오가는 종합적 크리에이션을 시도해요. 사랑의 이동량과 당일의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 365일 매일 변화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인데요. 독자적으로 개발한 1200개의 소형 조명을 알맞게 배치한 뒤 음악과 조명의 연쇄 반응을 통해 벚꽃잎 흩날리는 'STAGE'를 꾸며낼 예정이에요. 사실 사쿠라가오카쵸는 오래된 악기 가게, 중고물품점, 그리고 예술 관련 학원이나 교습실 등이 많은 곳이거든요.

파티시에 양성 기간 'Visionary Arts'도 이곳에 있어요. 하늘 높이 치솟는 고층 빌딩이란, 땅과 멀어지는 만큼 늘 어제의 역사를 잊기 마련이지만, 버츄얼과 리얼은 넘나드는 시공간에서 어쩌면 그건 가장 미래의 마을은 아닐까요. 더불어 '도큐 부동산' 입장에서는 2012년 '히카리에' 이후 10년이 더 지나 다시 선보이는 초고층 빌딩인 셈인데요, '10년 전에는 젊은 사람들이 시부야에서 기업을 하고 '비트 밸리'라 불렸어요. 당시엔 커다란 오피스가 없고 벤쳐 기업이 성장을 하면 록뽄기와 같은 지역으로 이사를 갔죠. (기업들이) 성장한 뒤에 오피스를 만들어도 (시간에) 맞지 않는다는 반성이 있었습니다', 오카다 사장은 이렇게 말하는데요, 도시의 고층 빌딩에도 지난 날들의 사연이 쌓여있나요.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이번 '사쿠라 스테이지'는 그곳을 보다 편하게 실질적 도보 이동을 가능하게 도와준다는 사실이에요. 이전 레터에서 시부야 역의 서쪽과 동쪽을 도보로 잇기 위한 '공중 도로'의 건설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현재 JR 시부야 역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미야마스자카 방향 육교 아래를 걷다 시부야 마크시티(Mark City)부터는 마크시티 건물 내부의 통로를 이용,

그 다음엔 긴자선 개찰구의 스크램블 스퀘어 방면으로 나와 메이지도리의 상공의 공중 통로를 지나 시부야 히카리에에 도착, 그리고 또...공중과 지상, 그리고 지하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그야말로 난해한 길 뿐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매번 사쿠라가오카쵸에 갈 때면 도중에 걷다가도 택시를 잡아타곤 했는데요, 다만 지금 곳곳에 진행중인 공사가 모두 다 마무리되면,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2027년 즈음엔 이 모든 게 도보, 단 하나로 스트레이트하게 해결돼요. 먼저 긴자선에서 수도고속도로(首都高)까지 야마테센 상부에는 보행자용 뎃키가 설치될 예정이고, 긴자센 개찰구 주변은 동서 자유로 이동이 가능한 넓은 통로로 변신, 야마테센의 3층 콘코스를 중심으로 스크램블 스퀘어와 하치코 공원, 국도 246 방면으로 손쉽게 걸을 수 있달까요. 좀 복잡하게 들릴 것도 같은데요, 일단 JR 시부야역에서 하차한 뒤 계단을 통해 3층에만 오르면 동서남북 모든 에리어가 별 어려움 없이 연결된다는 이야기에요. 게다가 현재 국도 246길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시부야 남쪽 지역, 즉 사쿠라가오카도 야마테센 남쪽 홈에서 시부야 스트림과 사쿠라가오카 지역을 잇는 공중 도로가 설치되며, 케리어를 들고도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도 사쿠라가오카 언덕 마을에 도착할 수 있어져요.

아무리 삐까뻔적 초고층 빌등이 즐비해도 찾아가다 기운 다 빼고 땀 삐질삐질,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결국은 가기 편한 곳, 찾기 쉬운 곳에서 지친 몸과 마음 달래고 싶을 뿐이에요. 본래 시부야는 오사카 사장의 말대로 '비터 밸리'라 불렸던 이유는 언덕 지형이었어요. 현재는 그간의 무수한 개발들로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애초 타고난 게 기복이 심한 땅 위에 생겨난 마을이거든요. 하지만 수많은 공사와 개발은 마을을 언덕을 오르는 것보다 힘겨워지게 만들었고, 그래서 지금의 재개발은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순 없지만, 그 떄의 동선, 생활, 일상의 여유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때로는 어제를 돌아보며 먼 미래를 계획하는, 앞으로만 걷는 길, 지루하고 별로 지속가능하지 않거든요. 90년대 이후 시부야는 거의 '도큐 그룹'이 모델링을 한다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오사카 사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일상의 여러 장면에서의 '프리'라 말했어요.

 🐕 거리를 소비하다, 우연한 산책 

구독자 님, Walkable 마케팅이라고...들어봤나요. 저는 이번 레터를 준비하며 처음 보았는데요, 얼마 전 회전 초밥을 이야기하면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회전 초밥엔 그 자체로 광고 효과를 갖는다는 말을 했어요. 그와 마찬가지로 걷고싶은 거리, 방문하고 싶어지는 마을엔 그 것만으로 유지되는 최소한의 상권 경제가 있다는 게, 바로 워커블 마케팅의 요지에요. 그러니까 꽤나 은연중의 마케팅인 셈이죠. 하지만 그와 같은 방식이야말로 우리 일상과 부대낌없이 어울려 오래오래 지속가능하지 않을까요. 그저 걷고만 있는데 광고는 노출되고, 조금 더 산책을 했을 뿐인데 무언가를 먹고싶거나 그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 것. 이런 걸 보면 마케팅도, 장사라는 것도 곧 일상을 살아가는 일이에요. 그리고 요즘같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 위기로 거론되는 시절에, '걷다' 만으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은 우리의 것이 아닐까요. 2019년 일본에선 그와 같은 취지로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県), 시촌무라(市町村)를 대상으로 '워커블 추진 도시(ウォーカブル推進都市)'를 모집하기도 했어요. '워커블한 마을 만들기'에 대한 정책을 꾸리고 그를 실천할 때 소요되는 비용의 반액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골자인데요. 핵심은 그간의 자동차 중심의 도시 개발에서

사람 중심, 보행자 우선의 도시 개발로 전환, 마을의 거리와 공원 등을 리폼하며 재-활성화하는 게 이상적 모델로 제시되기도 했고요. 어쩌면 잊고있던 우리의 능력, 두 발 건강하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이와 같은 미래에 누가 참여하지 않고 싶을까요. 실제 모두 334개 도시가 참여 의사를 밝힌 뒤 함께하고 있는데요, 걷는다는 건 요즘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의 개선책으로 자주 이야기되지만, 꼭 쓸모가 있어야, 목적이 있어야만 가치를 가지는 걸까요. '워커블 추진 도시'의 성공적 예로는 돗토리현의 '미즈키 시게루 로드(水木しげるロード)', 거리와 상점가를 일체화하며 관광객 수요까지 끌어안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 요괴 거리👻가 이야기되지만, 때로는 아무 목적없이, 쓸모 또한 없는데도 맘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이, 우리 일상 속엔 분명 많이 있거든요. 마을을 그저 떠돌면서 우연히 발견한 무엇, 쓸모는 없을지 모르지만 필요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애착이 생기는 또 무엇. 그런 것이야 말로, 걸으면서 알게되고 보게되고 또한 갖게되는 일상은 아닐까요. 시부야 길가에서 키요스크가 아닌 '키요스그(清い+すぐ, 빠르고 산뜻하게, 일종의 말장난이에요)'를 만나는 것처럼 말이에요. 오늘은 강풍에 비가 온다고 하고, 맑게 개인 평일 오후, 동네 한바퀴는 어떨까요. 지금 우리 곁에 도시가, 내일을 향해 걷고 있어요.🚶‍♂️

📫 오는 금요일, 4월 14일에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91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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