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가는 날', 우리 동네 일상이 보인다

구독자님, 근래 개인적으로 가장 큰 뉴스는 무엇인가요. 저는 방역 패스 행방에 신경이 쓰이는 요 며칠이었는데요. 논쟁의 여지도 많은 주제이다 보니 다른 건 제쳐두고 다소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었어요. 바로 '재래 시장이나 동네 슈퍼에서 보면 된다.' 대형 마트, 백화점에 가지 못하는 패스 '미'소지자들에 대한 이상한 제안이었는데요. 형평성이나 선택권 등 기본 권리에 위배되는 말이라 느끼면서도, 재래 시장과 동네 슈퍼. 고작 '대체 마켓'에 불과했던가요. 지금은 워낙 배달이 많은 일상이지만 불과 멀지 않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자의 이유로 굳이, 부러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재래 시장을 방문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건 분명 '대체 마켓'은 아니었다 느끼는데요. 우리의 '동네 마트, 재래 시장' 정말 고작 그 정도인 걸까요. 최근 일본에선, 특히 코로나 이후 '로컬 슈퍼의 활약'을 타진하는 뉴스가 자주 보도되고 있기도 해요. 그리고 그건 바로 '대형 마트에선 할 수 없다'로 집약되는데요. 로컬이기에, 동네 슈퍼이기에 가능한 '쇼핑'이 분명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동에 제한이 생기고, 밀집을 피해야 하는 시절에 동네 마트란 비교적 '세이프티존', 안심할 수 있는 장터이기도 하거든요. 이를 반영하듯 지난 1월 14일 '무인양품'은 본사가 위치한 이케부쿠로 빌딩 1층에 '로컬 서비스'로서 '레토르트 바'를 오픈, 본격 반찬 장사를 시작하기도 했어요. 그들은 모르는 우리의 '동네 슈퍼' 사정, 지금 일본의 로컬 마트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正午의 도시'에는, '무지'가 그리는 '도쿄의 점심' 

먼저 '무인양품'의 반찬 장사, '레트로토 바'의 정체는 도쿄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무인양품'의 본사 건물 1층에 지난 14일 오픈한 'MUJIcom 히가시 이케부쿠로(東池袋)'이야기에요. 본래 MUJIcom은 나리타 공항이나 역사 내 '오가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작은 소매 형태의 점포인데요.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본사 직접 관리하는 MUJIcom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장사를 해요. 바로 지역에 밀착한, 보다 일상에 다가서는 '유동'이 아닌, '거주 인구'에 대한 수요를 반영한 점포에요. 매장 내에 키친 스페이스를 만들어 점포 내에서 조리한 도시락이나 반찬들을 판매하고, 일용품 1300종을 갖추고 있는데요. '무지'는 이 점포에 대해 '지역 커뮤니티 센터'를 지향한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모두 400평 남짓 공간에 80%를 채우는 건 식품 관련 상품들. 최근 '무인양품'은 지역에서 대형 마트 안에, 혹은 함께 제법 규모가 있는 슈퍼형 '무지'를 확장하고 있기도 한데요. 오피스 워커가 많고,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답게 도심 생활에 적합한 매장의 포맷을 취했다는 취지에요. 그리고 '레트로트 바', 정확하게는 '식사하는 레트로 바'는 무지가 판매하는 커리를 비롯 50종의 레트로트 제품을 그 자리에서 데워, 갓지은 밥과 함께 제공하는 식인데요. 카타키 시노리 영업본부 판매 부장은 "종래에는 역 안과 같은 통행량이 많은 입지에 MUJIcom와 같은 소형 점포를 출점했지만, 이번 '히가시 이케부쿠로'는 어떤 형태의 점포가 최적인지를 모색하는 과정입니다"라,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여기서 떠오르는 건, 점심 시간 잠시 '무지'에 들러 갓 데운 커리와 밥을 사들고 공원에 가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 '중식(中食)'은 '무지'가 도심 매장에서 중점적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는 '마켓'이기도 해요. 더불어 이번 MUJIcom에서는 근처 센베이 가게나 상점의 물건들을 함께 취급하고, 입구엔 대형 지도가 장식, 지역 내 볼만한 곳들을 소개하고 있기도 해요. 더불어 '무지'가 제공하는 커피 티켓(100엔)을 반액, 50엔에 구매 티켓에 메시지를 적은 뒤 지도 옆 보드에 붙이면 다른 손님에게 그 커피를 선물하는 식의 '기프트 게시판'의 운영도 실시하고 있어요. 나머지 반액은 '무지' 부담인데요. 말하자면 '커피로 시작되는 커뮤니티(つながるコーヒー)'☕️, 카타키 부장은 장기적으로 '지역 교류에 일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사실 기존의 '무인양품'이라면 일상의 브랜드라는 건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그 안에서 '교류', 타인과의 관계를 느끼기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도심, 도쿄의 이미지가 보다 강하고, 그건 곧 개인이 보호되는, 그만큼 차가운 이미지이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이번 '히가시 이케부쿠로' 지점은 바로 '무인양품'의 생활권. 평균 수 년의 준비 기간, 지역 주민에 대한 앙케이트와 환경 조사를 거쳐 새 매장을 오픈하는 것에 비해, 이번 MUJIcom 오픈에 소요된 시간은 고작 수 개월이었어요. 그리고 그건 곧 '우리 동네'이기에 가능했던 시간이기도 할 거에요. 지난 가을 발표한 '무인양품'의 중기경영계획에서 그들이 목표로 하는 건 국내 연간 100개 점포 출점. 새해를 맞은 포부의 야심처럼도 느껴지지만, 로컬, 모두가 아닌 각자의 동네를 살필 때 '장터'가 다양, 많아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 지금, '슈퍼 상권'에서 벌어지는 일 

일본 내 1천 곳 넘는 점포를 가진 '무인양품'이 지역 슈퍼가 되려 애를 쓰고, 도심 한복판에서도 동네 마트로서의 '마켓'으로 자리하려 하는 움직임은, 근래 지역 슈퍼마켓이 보여준 의외희 실적 때문이기도 해요. 코로나로 지역 슈퍼에 대한 '특수 수요'가 생가나며 일본 내 슈퍼마켓 체인은 2020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거든요. 지난 해엔 그 영향이 조금씩 희미해지며 실적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그 조차 코로나 이전의 판매 이익을 훌쩍 뛰어넘어요. 멀리 나가지 못하는 시절, 가까운 동네가 '틈새' 활약을 한 셈인데요. 하지만 동시에 지역의 슈퍼 마켓이란, 드럭스토어나 생필품 가게의 '오버 스토어화'-마트에서 취급하는 물품을 겸해 판매하는 형태로의 변화, 그리고 EC 시장의 성장으로 여전히 불안한 포지션에 있어요.

인구 감소로 인해 식량 수요가 줄고 물류비는 늘어나는데 인력은 부족. 코로나보다 이전, 그와는 상관없는 '업계 내 과제'가 산적하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에선 '지역 슈퍼'의 가능성, '슈퍼 마켓'을 기점으로 작동하는 '지역 경제'에 주목하는 분위기에요. 지난 11월 비즈니스 저널 'Diamond 온라인'은 '로컬 슈퍼'에 대한 특집을 하기도 했는데요. 마츠오 토모유키 기자는 "로컬 슈퍼 마켓은 대기업보다 규모는 작지만, 조직 또한 작기 때문에 풋워크가 가볍고, 유연한 자세로 지역에 다가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있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작기에 가능한 것', 로컬 슈퍼 마켓의 '가능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먼저 당연하게도 가장 커다란 건 '지역 밀착', 하지만 차원이 다른 '지역 밀착'이에요. 근래엔 대기업 도심의 마트에서도 지역의 생산물을 적극적으로 판매,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로컬의 슈퍼 마켓은 기본 대부분 해당 지역의 식재료, 상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채워요. 지역에서 난 먹거리나 지역 소재의 기업 상품, 그리고 지역의 재료를 활용해 만들어진 상품과 지역 음식과의 콜라보들이 로컬 슈퍼를 움직이는 주역, 아이템인데요. 가장 가깝게는 이곳의 '하나로 마트'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천안에 거주하는 저희 누나가 집에 올 때면 이곳의 과일과 차원이 다른 당도, 신선함에 놀라기도 하거든요. 이건, 아마 유통을 경유하지 않는 '근거리'의 맛이기도 하겠죠. 매장 컨설팅을 하는 스즈키 테츠오 씨는 이런 말을 했어요.

 🍇 '슈퍼 마켓'의 '작고 친밀한' 경영을 배우다 

그리고 이런 '지모토아이'가 가능한 건, 체인 마켓임에도 '자주적인 점포 운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 덕택이에요. 말하자면 '개인 가게 영업'인데요. 얼마 전 저희 레터에서 '무인양품'의 신쥬쿠 리뉴얼을 이야기하며 소개한 바 있어요. 체인 브랜드 점포이지만, 지역이 우선되는, 점포 재량으로 경영을 하는 방식인데요. 로컬 슈퍼 마켓의 경우, 대부분 이와 같은 '자주적 경영'이에요. 도쿄 23구를 중심으로 슈퍼 마켓을 운영하는 '오오제키(オオゼキ), 아이치 현의 대표 마트 '타치야(タチヤ)'는 로컬 슈퍼 마켓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하지만, 이들 모두 각 점포에 경영권을 일임하는, '지역별' 경영을 하고 있어요. 본사는 기후현에 있지만 타치야의 점포에선 각 매장의 직원이 직접 시장에 나가 물건을 조사하고, 사들이고, 매장 내 진열까지 스스로 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그리고

여기엔 통일된 매뉴얼이 없고, 그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권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 만이 작동하고 있어요. 그렇게 '이곳에만 있는', 동시에 '다른 곳엔 없는' 상품이 확보되고, 서로 다른 로컬 마트의 공존이 가능해지는 셈인데요. 스즈키 기자는 바로 이와 같은 형태의 경영이 앞으로의, (코로나 이후) 변하기 시작하는 일상에 보다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란 말을 하기도 했어요.

결국은 모두가 '서로 다른 로컬'로서의 공존. '우리 동네'의 장점을 발굴해가는 일. '지산지소(地産地消)'란 말은, 단순히 식탁 안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일상, 지역에서의 365일을 아우르는 말이 아닐까요.

한 예로 토쿠시마 현에 본사를 두고있는 쿄이에(キョーエイ)는 지역 축구 팀 '토쿠시마 보르티스'와 연계해 기획을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축구팀이 승리한 날에만 판매하는 초밥은 매일 금방 솔드아웃이라고 해요.🍣  로컬 슈퍼 마켓엔 스시를 축구와 엮어내는 이상한 '마력'도 있나요. 그리고 그 주문의 암호는 지역을 사랑하는 공통의 마음..아닐까요.⚽️

 🐌 '지역 경제'가 꿈틀댄다, 21세기의 '자급자족' 

　반도체　...실생활에서 볼 기회는 거의 없는 물건일텐데요. 근래 뉴스에서도 알 수 있듯 가장 자주, 밀접하게 우리 일상 속에 '탑재'되어 있는 물건이었어요. 그리고 최근 부족 현상으로 크게 문제가 되기도 했죠. 늘...없어지고 알아채는 어리석음...무엇일까요.😅 아무튼, 그런 가운데 얼마 전 대만의 세계적 규모의 반도체 제조 기업 TSMC가 일본 쿠마모토 현 내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어요. 일본에선 점점 더 중요, 나아가 시급해지는 반도체 문제를 국내에 제조 기반을 확충해 대비한다는 의도인데요. 8천억 엔 규모의 투자 중 절반에 해당하는 4천 억을 일본 정부에서 '보조금'으로 지원한다고 밝힌 상태에요. 그런데...역시나 이런 얘기 우리 실생활과는 참 멀게만 느껴지는데요,

최근 쿠마모토는 지방 인구 소멸이 가속하되는 와중에, 인구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지역이기도 해요. TMSC의 공장이 들어서는 건 쿠마모토 현 키쿠요쵸(菊陽町). 본래 인구 4만 3천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근래 지역의 '과소화(過疎化)'가 대두되는 요즘, 이곳의 인구는 오히려 늘기 시작해 근래엔 '쿠마모토의 베드 타운'이라 불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기존의 '베드 타운'이란 도심에서 일하기 위해 집값이 보다 저렴한 인근 도시에 인구가 몰리며 생성되는 도시를 일컫는다면요, 키쿠요쵸의 '베드 타운'은 지역에서 일하고 지역에서 거주하는 조금 다른 뉘앙스의 의미를 가져요. 말하자면 '방사형'으로 만들어지는 베드 타운이 아닌 수평의, '오고감'의 동선이 작용하는 베드 타운이에요.

 🍽 우리 동네에 'OOO'이 생긴다는 것의 '진짜 의미' 

일례로 키쿠요쵸에선 아침 출근 시간대와 퇴근 시간대 자동차의 흐름이 외곽에서 공업단지로, 공업 단지에서 외곽으로. 정확하게 정반대로 일치하거든요. 그러니까 지역 내 안에서 '자급자족'하는 형태의 '베드 타운'이 탄생한 셈이에요.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과 동시에 다소 우려스러운 이야기도 들려요. 대기업의 유치로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방식이란, 지난 30년간 일본 내에서도,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지역 경제를 위해 택했던 시스템이지만, 이는 곧 기업의 명암에 따라 지역 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험을 의미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근래 이야기되는 게 '지역 슈퍼 인프라'인데요. 이에 대한 뉴스를 보도한IT 웹진 'IT미디어'에서 저널리스트 나카이 아키히토 씨도 '지역 경제에서 중요한 건 슈퍼의 역할을 어떻게 만들어가는가'라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얼마 전 저희 레터에서는 일본 최대 리조트 그룹 '호시노야'가 홋카이도 최대 슈퍼 체인 '세코마'와 손을 잡고 지역 밀착 프로젝트 '매번 쌓이는 홋카이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대기업의 지역 진출, 이제는 '그 방식'을 이야기해야 하는 시기가 왔는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일본에는 한국과는 달리 지역에서 유독 강한 슈퍼가 (보다 많이) 있거든요. 홈센터(철물점의 마트 버젼 정도가 적당할까요)랄지 드럭스토어와 같은 일상 용품을 취급하는 가게는 아직 지역 장사가 가능한 게 일본 사정이기도 해요. 그리고 일본의 슈퍼는 신선 제품을 모두 '인스토어 오퍼레이션', 모든 가공을 가게 내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택하는 탓에, '가까운 거리', 근접한 가게라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세일즈 포인트'이에요. 그리고 이런 청과물, 수산 식품, 정육 제품과 같은 경우 '지산지소(地産地消)'를 통해 지역 경제는 물론 제1산업, 농사짓고 재배하는 지역 기반 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이건, 잠만 '지역'에서 자고, 일은 도시에 하며 모든 '수확'은 도심에 쏠리는 기존의 '베드 타운' 경제를 만회해줄 방식일지 몰라요.

대기업 유치로 지역 인프라를 만든다는 건, 어쩌면 바로 이부분, 일상의 에코 시스템 완성으로 이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제가 도쿄에 살 땐, 걸어서 3분 거리 '이나게야'를 주2회 정도 이용하곤 했어요.

 👬 로컬에서, 슈퍼는 곧 '사람'이기도 하다 

'OO 슈퍼'에 가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있나요. 전 무지의 긴자 매장을 보고 그런 느낌을 조금 받았는데요, 어차피 가봤자 이방인일 테지만 때로는 부러움을 느끼는 '일상의 풍경'이 있어요. 그리고 눈이 많은 아키타현 요코테시(横手市)에 위치한 '슈퍼 몰 럭키'가 바로 그러한 '슈퍼 마켓'인데요. 인구 고작 9만 명에 작은 마을 마트이지만, 이곳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상품 라인업(마트 일반의 상품은 물론 서점과 안경 가게, 그리고 홈센터와 꽃집, 애견 숍에 명품 까지 겸비한)과 향토 요리와의 콜라보도 활발해, 현 밖, 외부 손님들까지 심심찮게 찾아온다고도 해요. 그리고 이 마트가 특별한 건, 이러한 다양 풍부한 상품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가까이, 밀착해간다는 부분이에요.

마트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마르시메(株式会社マルシメ)'에는 '커스텀 마케팅'부란 게 있고 그곳에선 '일상의 애로사항을 함께 해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바로 '일상의 곤란한 일, '럭키'가 해결합니다'인데요. 봄이나 여름엔 잡초 제거나 가을 초입엔 폭설을 대비한 지붕 설치(雪囲い), 그리고 겨울엔 지붕의 눈 치우기와 같이 체력이 필요한 일을 중심으로 에어콘이나 렌지 클리닝, 때로는 외부 공사 까지 다방면의 '집안일'을 거들어줘요. 그도 그럴 것이 요코테시는 전체 인구 중 30%가 넘게 고령층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도심으로 빠져나가고, 그렇게 비어버린 일손의 자리를 왜인지 동네 슈퍼가 해결해주는 거에요.

그리고 같은 이유로 장보러 오기가 불편한 이들을 위해 2016년 부터 '장보기 버스(お買い物バス)'를 시작, 현재는 모두 14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어요. 100엔의 등록비를 내고 회원이 되면, 무제한 무료 탑승. 근래 지자체가 하기 시작한 일을, 이곳에선 동네 슈퍼가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거 그저 다 '시골 인심'이라 하기엔 출혈이, 적자가 좀 과하지 않을까요. 물적으로 심적으로 거의 '동네 주민'의 도우미와 다름 없으니까요. 하지만 마르시에의 대표이사 엔도 소이치로 씨는 요코테 시에는 '힘든 상황은 서로 피차일반(困ったときはお互い様)' 정신이 뿌리깊어요'란 좀 아리송한 말을 했어요.

아픈 사람 맘은 아픈 사람이 알아본다는 이야길까요. 그런 맥락에서 '럭키'는 코로나 기간 중 피해를 입은 상접의 음식을 매장 내 테이크아웃으로 판매하며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어요. 엔도 씨는 '스몰 몰 럭키'의 4대 사장, 그만큼 지역과 함께 한 세월, 그리고 곁에 쌓여간 애정의 힘인 걸까요. '럭키'는 지역에서 70년 넘게 사랑받는 '동네 슈퍼'로 살고있고(1950년 창업), 엔도 씨는 '지역을 건강하게'란 의지만은 초기부터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어요. 동네 슈퍼를 두고 OO에 가고 싶다는 것, 슈퍼에서 사람이 느껴진다는 것. 그건 아마 그곳에 사람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 카트를 끌다, 너를 생각하다 

구독자님, 요즘 장은 잘 보고 있나요? 🛒  오늘 레터의 주제는 사실 시작..을 하고서 뒤바뀐 케이스인데요. 애초엔 로컬 슈퍼의 약진을 시작으로 오피스와 어패럴, 그리고 건축의 '코로나 후'에 관한 다소 업데이트된 이야기를 전할까 했어요. 그런데...지역 슈퍼의 최근 사정이란...생각보다 깊고 넓고 무엇보다 흥미롭더라고요. 최근 국내에선 방역 패스 '시비'에 휘말리며 돌연 '곤란한' 장소가 되어버리기도 했는데요. '동네 마트에서 사면 된다'는 말, 이 문장이 결코 빵구난 구멍을 떼우거나 차선도 되지 못할 차악의 선택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봤어요.

그저 편리만 찾다 어느새 잊어버렸을 뿐, 우리에겐 보다 가까운, 그리고 획일화되지 않는 '쇼핑의 라이프'가 있거든요. 물론 카트를 질질 끌며 하나둘 물건을 집어넣는 '마트 놀이'란 포기하고 싶지 않은 패턴의 쇼핑이지만, 그곳에서 얻을 수 없는 '그 너머의 것'들이 어쩌면 동네 슈퍼에 잠자고 있어요. 한 끼를 먹어도, 하나를 사도 그 이상의 시간일 수 있는...그런 '오늘', 우리 살아보아요.🛍

📫  오는, 금요일 1월 21일 저녁엔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28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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