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벌어진 '이변' 오늘부터 우리는 도쿄 '스카이라인에 머물다'

🚧 공사하는 현장은 왜 모두 망치질 소리애 시끄럽고 날리는 먼지에 불편하고 여기저기 도사리는 사고 위험에 불안해야 할까요. 실제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건물을 새로 짓거나 하는 대규모 공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상 속 크고 작은 각종의 공사 현장, 조심조심 살펴가며 피해 걸어야 하는 게 사실이에요. 특히나 인도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이면 도로나 불법 주차가 즐비한 곳에서의 공사중이란, 그 불편함 위험의 정도가 알게 모르게 생활 스트레스가 되는데요. 근래 대대적 재개발로 거의 도시 전체가 공사중인 도쿄 또한, 시부야 역 근처는 갈 때마다 가림막이고 통제 구간이라 필요 이상의 발품을 팔아야 하고, 그 밖의 지역에서도 상황은 비슷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그곳에선 종종 공사중인, 그저 피하고 불편해 몸을 바짝 움츠려야 하는 시간을 유쾌하게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보이거든요. 벌써 4년 전, 파르코 시부야는 50년 만의 리뉴얼 오픈을 준비하며 공사 현장 외벽에 오오모토 카츠히로 씨의 만화 '아키라'의 원화를 그렸고,

일상을 일상답게를 모토로 활동하는 NPO 법인 1/365는 그런 일상 속 시부야를 그림에 담아 'A day in the life shibuya란 일러스트로 거리 곳곳 공사장을 단장하기도 했어요. 재개발이 진행중인 길을 시부야의 일상으로 물들이며 공사중인 시끄러운 시간도, 망치질 소리에 먼지가  가득한 그 다소 불편한 하루도 엄연히 우리 일상이라고, 진행중인 오늘이라 이야기하는 듯한 기획이었는데요. 그저 공사장 가림막에 그림 하나 더했을 뿐인데, 공사하는 현장 꼭 불편해야만 하나요.

그리고 얼마 전 또 하나의 고층 빌딩 공사장에 그림과 사진, 아트 작품을 '전시'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시부야 동쪽 출구 시부야 2쵸메 17지구 '도큐 부동산(東急不動産)'이 진행중인 복합 시설 건물 '시부야 아크슈(SHIBUYA AXSH)'는 2024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공사를 이어가며 지난 5월 30일 현장 외벽에 아티스트와 협업, 작품을 설치한다고 발표했어요. 모두 50곳의 갤러리가 소속된 '일본 현대미술 상협회(日本現代美術商協会)', CADAN이 2021년부터 '도시의 변화와 일상(都市の移り変わり)'을 테마로 진행하는 '거리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고, 이번엔 빌딩 명칭인 '아크슈=握手=악수'를 키워드로 각 갤러리가 작품을 골랐다 해요.

오픈에 맞춰 5월 30일부터 8월까지(1기), 그리고  9월부터 11월까지(2기) 각각 네 명의 작가 작품들이 설치되는데요. 1기에 선보이는 아사카이 요우코 씨의 '길을 찾는 힘'을 테마로 한 'gaze II, from wayfinding series'은 거리 속 인물이 담긴 도시 풍경화이고, 그에 대해 아사카이 씬는 '사진 속 인물이 어디를 바라보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는 이의 상상에 맡기며 사람의 이동이 끊이지  않않는  시부야란 거리에서 이 작품에 발길을 멈추고 주위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이라 말해요. 더불어 스도우 아야노 씨의 가상의 영화 스틸 사진을 활용한 작품 'VITA MACHINICALIS'은 이질적인 새벽녘의 도쿄 도심을 통해 3DCG 처럼 밝아오는 아름다움 속에 재개발이 진행되는 도시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듯도 느껴져요. 공사장 외벽, 왜 꼭 회색빛이거나 블루시트의 가림막이어야 했나요. 이번 기획은 이전 '공사장 외벽 프로젝트'에 비해 보다 본격적인 아트와의 융합 작업인데요.

아직 진행중인 완성되지 않은 그곳에 무언가 상상을 더해본다는 것. 공사중인 도시가 가진 가장 자유로운, 그런 찬스의 시간은 아닐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건 지금 이곳에 도착한 내일에 대한 단 하나의 예고편이거든요.  오늘의 주제, 🏗️ 재개발인 도시가 하는 말. 새로 쓰는 스카이라인. 일어나는 내일이에요.

 👦 나와 도쿄와 내일의 지금부터 이야기 

잃어버린 2020의 '리바이벌', '리벤지'일까요. 일본을 말하며 흔히 잃어버린 20년이란 말을 종종 쓰곤 하는데요. 1980년대 일본 경제를 일약 세계 정상 수준으로 견인했다 불량 채권 문제가 불거지며 단숨에 폭삭 열도 전체를 주저앉힌 그 후, 20년을 가리키는데요. 그로부터 시간은 많이 흘러 많은 것들은 대부분 제자리를 찾은 듯 보여도, 근래 이야기가 됐던 일본 기업의 저임금 실태랄지, 내수에 충실하다 못해 글로벌 경제 환경에 재빨리 호흡하지 못하는 것들은, 아마도 그 때 그 시절의 경제 시스템이 아직도 어떤 형태로든 잔해로 남아서일 거라 생각해요. 애초 버블 경제라는 게 투자에 의해 만들어져 그로 인해 지탱하던 '가상 자산'의 경제였거든요. 그래서 일본은 코로나 시절, 일분일초를 다투는 시급한 업무를 팩스를 돌리고 수기로 기록한다는 등, 참 비아냥도 많이 받았는데요. 그런데 반대로 그렇게 쓰지 않은 돈, 아낀 재정 다 어디에 있을까요. 일본은 코로나 기간 중 가계 저축액이 줄어든 소비액에 덩달아 가구당 무려 4천만엔 씩 늘어 총 가계 자산액은 2천 조'엔'가 넘었다는 통계도 있었거든요. 투자에 약한 일본이지만 저금에 유독 강한 이들이 바로 그들이기도 해요. 그리고 실제 요즘 도쿄를 보면, 그렇게 아껴둔 돈, 내수 경제 그 지하에 잠자던 자금이 비로소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백 년에 한 번이라는 재개발이 한창인 지금의 도쿄는 달리 말해 거대 자금이 대규모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곳에 우리가 가지 못했던 사이 30층을 넘는 초고층 빌딩이 시부야에만 서너 개 생겨나더니,

레터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록 그 대규모의 개발들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거든요. 코로나가 시작되고 시부야엔 인근 최고 높이를 경신한 '스크램블 스퀘어(47층)'와 '시부야 후크라스(渋谷フクラス)'가 생겼고, 이듬해인 2020년 여름엔 기존 미야시타 파크를 개수해 공원과 일체화된 상업 시설 'MIYASHITA PARK'가, 그리고 인근 50년 된 맨션 부지를 활용, 건축가 이토 토요 씨가 '위드 하라쥬쿠'를 건설, '길의 건축'을 실현했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본 새로운 시부야의 고층 빌딩은 '시부야 브릿지'와 '시부야 스트림' 정도였는데요. 그게 벌써 2019년 말. 고작 3년 조금이 지났는데 그곳의 하늘은 왜...쉴 틈이 없나요. 그리고 지난 해 들어서는 시부야의 비교적 개발이 덜 된, 남쪽 지역 사쿠라가오카쵸(桜丘町)를 중심으로 초고층 빌딩 'Shibuya Sakura Stage'의 일부가 만저 완성돼 공개되었는데요. 2020년을 중심으로 이미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거나 또는 만들어질 예정인 고층 빌딩이 시부야에만 10곳에 달해요. 평균 높이 20층 정도에 시부야 역을 중심으로 하라쥬쿠 오모테산도와 다이칸야마와 에비스까지 도시 관계망을 연결하는 건축들이에요. 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걸까요.

이러한 대규모 개발은 거의 대부분을 시부야의 집주인(渋谷の大家)'이라 불리는 '도큐 그룹'이 진행하고(80년대는 세이부, 90년대 이후엔 도큐의 도쿄라고도 말해요) 극히 일부는 도쿄 건설과 UR 도시구조(都市機構)가 맡고 있는데요. 특징이라면 지하철 노선과 연계한 그림의 설계이고, '도큐'가 혼자 독점하고 있는 듯 보여도 2003년 시부야구가 조례로 확정한 '도쿄의 멋진 마을과 거리 만들기 추진 특례(東京のしゃれた街並みづくり推進条例)'에 의거한, 즉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계획이에요. '마을 거리 재생 지구'를 모두 셋으로 나눠 '진난(神南) 1쵸메'와 '시부야 3쵸메', 그리고 '시부야 2쵸메'로 나누어 2017년에 착공, 2027년까지 마을의 미래를 건설해요(이 외에도 서너 개의 지구 별 재개발 계획이 현재 진행중이에요). 그러니까 100년에 한 번이라는 그 재개발, '시공 기간'에만 10년 넘게 소요되는 셈인데요. 이는 곧 도쿄가 변화하는, 어제와 오늘을 지나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게 바로 지금이라 할 수 도 있을 것 같아요.

벌써 4년 전, 2020 올림픽이 아직 무사했을 때, 제가 준비했던 게 있거든요. 당시의 도쿄가 너무 흥미로워 그야말로 시대의 교차, 도시의 변화가 현재 진행중이란 기분이 들어 그 무렵의 도쿄를 걷고 만나고 취재했어요. 시작은 38년 역사 '아오야바 북센터' 본점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유료 서점 '분끼츠'가 들어섰다는 뉴스 단 하나였는데요. 그 자체가 어제가 내일에 손을 내미는, 같은 자리에서 문을 닫고 다시 문을 여는 책방의 모습이 곧 도시에 흐르는 시간, 도시가 시간을 사는 방식처럼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불현듯 들이닥친 코로나로 많은 게 의미를 잃어버렸고, 그럼에도 시간을 흘러 요즘 도쿄를 보면 그 날의 그 교차의 시간, 어제가 내일에 내일이 오늘에 손을 내밀고 바통을 주고 받는 듯 했던 그 날은 아직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오히려  힘든 시절을 버텨내며 더욱더 가속이 붙어 어느새 내일 그 문 앞에 성큼 다가가고 있는 것도 같은든요. 모르던 건물이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 빌딩이 전에 없이 수두룩 생겨나는 도쿄, 그리고 시부야. 애쓰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아도 그런 내일이 찾아와요. 그리고 아마 이런 게 도시를 산다는 것, 아닐까요.

오늘은 서두가 참 길었는데요, 나리타 공항에 내려 버스나 NEX를 타고 시부야에 도착, 이제 우린 스크램블 스퀘어에 모이지 않을지 몰라요. 하치코 동상 앞에서 기다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109' 빌딩 전광판은 별로 눈에 띠지 않을지도 몰라요. 코로나 3년이 지나고 많은 게 멀어지고 또 변화하는 가운데 도시의 모습도 달라져 오늘은 새로 쓰여지는 시부야의 스카이라인, 즉 미래의 랜드마크, 우리의 만남의 장소이거나 터미널이 되어줄 '내 여행 생활에 새로운 거점'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물론 초고층 복합 빌딩, 그게 여행 더불어 일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교통을 주름잡고 마을을 횡단하는 이 빌딩들이란 어쩔 수 없이 우리에 영향을 끼치니까요.

애쓰지 않아도, 원하거나 원하지 않아도 그건 곧 도시의 뼈대가 되어 앞으로의 일상을 만들어 가요. 그리고 이런 거 좀, 텐션 높여주지 않나요. 다만 시부야에 혀재 진행중인 재개발 계획은 십 여개에 달해 오늘은 그 중 '동쪽 에리어', 하치코 동상과 스크램블 교차로, 그리고 '파르코' 정도로 기억되던 그 동네의 실은 알지 못했던 오늘과 내일을 들여다볼게요. 도쿄에선 이에 대해 그간 소수 특정 지역에 집중돼 반대로 소외되었던 시부야의 뒷골목'을 정비하는 '시부야 마을 만들기 제2기'라고도 이야기해요. 그 동네에 '히카리에(ヒカリエ)'가 문을 연 게 2014년. 어느새 10년 넘게 세월이 흘러 시부야는 또 한 번의 10년을 시작하고 있달까요. 며칠 전엔 또 하나의 고층 빌딩 '시부야 아크슈(渋谷アクシュ)'가 그 윤곽을 공개했어요.

 🤝 악수를 청하는 빌딩, '히카리에' 2의 시작 

거리를 오가는 사람의 흐름을 떠올리듯 '시부야 스트림', 지나치고 스쳐가는 타인일 뿐이지만 언젠가 만나 관계할지 모를 내일을 기다리며 '시부야 브릿지', 더불어 하루 유동 인구 3백만을 자랑하는, 신호 한 번에 1천 명이 길을 건너기도 한다는 거리의 초고밀도 지역에 파묻혀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타워.' 근래 시부야에 새로 만들어지는 빌딩들은 그 이름만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느껴요. 본래 언덕 마을에 강이 흘렀던 시부야는 최근 재개발을 진행하며 기존 마을의 형태를 복원하려 애쓰고, '시부야 브릿지'는 너와 나의 오고감 뿐 아니라 예전엔 걸어서 다이칸야마와 에비스까지 이동할 수 있었던 동선을 되살려 그야말로 다리와 같이 길고 좁게 만들어진 건축이거든요. 스크램블 교차로로 유명한 시부야에 2019년 '시부야 스트림'이 생긴다고 했을 때, 전 그래서 스크램블 이후 퍼져가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사람들의 흐름을 생각했고, '시부야 브릿지' B 동에 머물면서는 평소 보지 못했던 시부야의 남쪽 하늘, 다이칸야마로 이어지는 지평선에 새로운 내일을 만나기도 했어요. 도시의 고층 빌딩이란 단지 효율 집약적 경제적 산물로 만들어져 소비되기 마련이지만, 하려고만 한다면 마음만 있다면 그건 그곳의 내일을 기리는 '거점'이 되지 않을까요.

내년 상반기 문을 열 예정인 '시부야 아크슈.' 번역하면 '시부야 악수.' 이 이름에도 숨겨진 사연?이 있는데요. SHIBUYA AXSH, 이건 너와 나의 손을 마주잡다란 의미의 악수를 뜻하기도 하지만, 아오야마(青山)의 A 시부야의 SH를 잇다(X)란 마음을 담은 우호의 상징, 그렇게 악수이기도 해요. 지상 23층의 이 빌딩은 시부야 동쪽 출구 '히카리에' 인근 아오야마 방면으로 위치하거든요. 히카리에 3층과 연결되는 구조로 지어지고 애초 '히카리에' 2층 연결 통로 끝에 위치했던 네 개의 건물, 구 시오노기 시부야 빌딩(旧シオノギ渋谷ビル)'과 시부야 아이피스 빌딩(渋谷アイビスビル) 그리고 시부야 도호 빌딩(渋谷東宝ビル)과 타이요 생명 시부야 빌딩(太陽生命渋谷ビル)을 일체화하는 계획이에요. 즉 오래된 건물 네 개를 더해 새로운 건물 하나를 짓는 구상이었는데요. 새로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다시 만드는, 이어서 살아가는 거리의 개발이란 어제에 대한 최선의 활용인 걸까요. 오래 전 시부야 지형을 되살린다는 그림을 바탕에 깔고있는 이 재개발 계획은 단순히 건물의 효율성, 기능보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관계, 곧 이동의 편리함, 회유성을 최우선시 하는 경향을 보여요.

더불어 오늘부터 도시 개발은 고층 빌딩의 건설이란 보다 지속가능한, 건물 단일의 경쟁력이 아닌 주변과 관계하며 상생하는 그림을 택할 수 밖에 없거든요. 빌딩의 생애란 곧 그곳을 오가고 이용하는 사람들로 결정되고, 그렇다면 회유성의 설계라는 건 앞으로 필수불가결한 건축의 조건일 것 같아요. 그리고 이는 곧 기존 복합 빌딩, 우리 같으면 쇼핑몰 건축의 새로운 지형 변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건물 내면을 살펴봐도 예전같이 효율 집약적, 최대한의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계산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요. 먼저 '시부야 아크슈'의 경우 23개 층 중 1층부터 4층까지는 상업 시설이 5층부터는 오피스 플로어로 꾸며지는데, 1층과 2층의 가장 메인 공간은 각각 아오야마와 '히카리에' 방면에 설계되는 광장과 아트리움(atrium)이에요. 광장은 모두 언덕 지형인 탓에 단사를 살려 벤치를 설치 '쉼이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아트리움은 이동의 수평 뿐 아니라 수직의 이동도 확보하는 종동선(縦動線)을 설계하고 나아가 2층 천장엔 수직형 정원이 만들어져요. 종동선은 지형의 높이 차이를 활용한 건축법인데요. 기존 수평에 의존하기 쉬운 건축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수직 간의 동선이 확보되며 보다 입체적인 공간 설계가 가능해요. 그리고 이를 그린 인테리어 프로 집단 'SOLSO'과의 협업으로 완성해요.

나아가 아오야마 쪽 광장엔 이번 개발 구성원이기도 한 갤러리 NANZUKA의 큐레이션으로 퍼블릭 아트가 주기적으로 전시되는데요. 대부분 고층 빌딩이 건물 내에 집중하며 결과적 밖의 일상과 단절, 빌딩 비이용자들을 소외한다면, 앞으로의 고층 빌딩은 바깥 시설에 충실하며 마을 곧 지나가는 행인들과의 관계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더구나 '시부야 아크슈'가 위치하는 곳은 미야마스자카(宮益坂), 메이지도리(明治通り), 아오야마 도오리(青山通り)와 간선 도로 등이 교차하는 그야말로 오고감의 중심지이거든요. 반면 이런 곳들의 고질적 문제는 지나다니는 보행에만 치우친 탓에 잠시 머물러 휴식을 취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잖아요. 더구나 23층이나 되는 초고층 빌딩까지 들어서버리면 사람은 더욱 몰릴테고 머물 곳 없는 길은 그저 정체될 뿐이에요. 그래서 이번 개발은 주변 에리어의 보다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지형의 고저를 활용 종동선과 인접 지역과 연결되는 뎃키를 다수 설계했고, 애초 상업 시설을 거리의 오픈 스페이스와 보행자 동선을 먼저 고려한 뒤 배치했다고 해요. 말하자면 보행자 우선의 건축, 이동 우선의 설계일까요.

 🏋️‍♂️ 이젠 내 건강도 챙겨주는 '길의 건축' 

지난 2020년 건축가 이토 토요 씨가 하라쥬쿠의 '위드 하라쥬쿠'를 만들며 '길의 건축'이란 키워드를 이야기했었거든요. 당시엔 그게 무슨 말인가 아리송했지만, 건물의 효율성이 아닌 건물 '간'의 회유성, 그리고 그를 이용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기반한, 그로부터 시작하는 개발이 바로 그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사람이 그리고 거리가 먼저 우선시되는 고층 빌딩. 그러고보면 이거 건축 그 자체에 대한 전방위적 수정, 대폭적 리뉴얼, 고층 빌딩의 대대적 새로 고침이자 함께하는 높이를 자랑함에도 수평의 이어짐을 의식하는 스카이라인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바로 이와 같은 시점의 전환은 곧 그 안의 내용물, 테넌트의 입점 양상에도 변화를 가져와요. 앞서 1~4층은 상업 시설, 5층부터는 오피스라 이야기했는데요. 똑같은 상업 시설이라고 해도 여기서 그건 '웰니스'를 의식한 식당이 들어서고 화학 일용품 메이커 '사라야(サラヤ)'는 3층과 4층에 '멋있는 어른을 만들다(カッコイイ大人を創る)'를 콘셉트로 식사와 운동을 연계하는 점포를 열어요. 그에 더해 지역의 식재료를 사용한 레스토랑과 트레이닝과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피트니스 센터까지.

1층과 2층이 웰니스에 기반한 식당과 상점이라면 3 4층은 5층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고려한 건강도 놓치지 않는 점포들의 구성이에요. 특히 4층부터 5층에 건강진단 전문 시설 '종합검진 센터 헬스 체크'가 문을 열고, 단지 의료 시설이 아닌 '도시의 오아시스'처럼 휴식의 공간, 일하는 사람과 기업의 건강을 서포트하는 곳이라 설명해요. 사실 일본에서 오피스가의 의료 접근성은 매우 떨어진다 지적되거든요. 병원에 가는 횟수 또한 우리에 비해 현격히 낮은 편이에요. 하지만 일하고 먹고 생활함에 있어 건강은 결코 뺴놓을 수 없는 내일의 조건이잖아요. 그러고보면 오래 전  시부야 '파르코'가 리뉴얼을 하며 의료 센터를 입점히켰다는 뉴스를 소개했던 것 같은데요. 병원을 품은 고층 빌딩, 이젠 필수일까요. 더불어 이 빌딩은 시부야 지역에선 처음으로 '1차 에너지의 연간 소비량을 50% 이상 줄이는, ZEB Ready 인증을 받은 시설이고, 빌딩 내 근무자들의 건강과 쾌적성 증진을 지원하는 빌딩에게 주어지는 평가 지수 CASBEE-WO 인증 제도에서도 S 랭크를 획득했어요. '일하는 방식의 니즈와 가치관이 다양화되는 사회에서 시부야에 일하는 사람들의 심신 모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의식하며 생산성과 차조성을 향상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사라야'의 관계자는 이렇게 이야기하는데요, 어딘가 좀 인자하고 친절한 직장 상사나 우리 엄마 아빠가 하는 이야기같지 않나요. 함께하고 수평으로 관계하고 서로가 서로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고층 빌딩, 그건 어쩌면 좀 사람같은 관계의 빌딩, 그 시작일지 모르겠어요. 

🌗 핀치를 맞은 복합 시설의 차라리 '하나 더 짓기' 

백화점 만큼은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도심 곳곳의 상업 복합 시설들. 오프라인의 생활이 움츠러들며 여러 개의 점포가 입점하는 형태의 장사는 그야말로 매일이 밑 빠진 독 물 채우는 것 마냥 힘들었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쓰디 쓴 실패를 경험한, 그 후의 다시 시작하는 출발이란 어떤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말하자면 시작이 아닌 다시 시작하는 두 번째의 시작. 애초 재개발이라 하면 제로부터 쌓아올리는 것이 아닌, 이미 있던 것을 다시 시작하는, 즉 어제를 활용해 내일을 쌓아가는 일이라 느끼거든요. 그렇다면 이건, 그만큼의 //을 갖고 출발하는 건 아닐까 싶어요. 더불어 근래 도쿄의 재개발은 '도큐 그룹'의 독점 양상처럼도 보이지만, 그게 다시 시작하는 즉 지금 이 실패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의 재도전이라면, 어쩌면 보다 더 바람직한 재개발, '다시 시작하기'가 되지는 않을까요. 시부야와 하라쥬쿠, 그리고 오모테산도를 연결하는 교차로 진구마에 6쵸메(神宮前六丁目)의 복합 상업 시설 '도큐 플라자 오모테산도(東急プラザ表参道原宿)' 바로 근처 대각선 맞은편에 또 하나의 도큐가 운영하는 빌딩이 들어서요. 이름은 이전 빌딩과 마찬가지로 '도큐 플라자 하라쥬쿠.' 다만 이는 계열 내 시설 구분 상의 이름에 불과하고 정식 명칭은 '하라카도(ハラカド)'라고 발표했어요.

고층 빌딩, 복합 시설은 자주 다녀도 정작 이름은 모르는 것처럼 '도큐 플라자 오모테산도' 역시 아마, 이름은 희미해도 대부분 지나갔거나 가보았거나 무언가를 했을 것 같은데요. 아주 오래 전 '갭' 매장이 있던 자리이고, 맞은 편엔 스트리트 패션 중심 쇼핑몰 '라포레'가, 그리고 그 옆엔 얼마 전 저희 레터에서 소개했던 미국의 악기 브랜드 'fender'의 기간숍이 문을 연, 옛 H&M 자리에요. 얼추, 위치가 떠오르나요. 교차로 커브 길에 있어 늘 사람이 붐비고 건물을 왼쪽에 끼고 걸으면 오른 편엔 디오르나 등 명품숍이, 그리고 오모테산도 힐즈가 나오는데요. 이번 새롭게 빌딩이 들어서는 '도큐 플라자 오모테산도' 대각선 맞은 편은 본래 '콘도마니아' 가게랄지, 그 옆에 피트니스 시설 '골드 짐' 등이 있는 지은 지 50년이 넘은 '올림피아 아넥스' 건물, 그리고 일본 화과자 전문점 '코론빵(コロンバン) 하라쥬쿠 본점'이 있던 자리에요. 그리고 이는 모두 도큐 부동산의 소유인데요. 이번엔 그 일대를 모두 하나의 빌딩으로 '리뉴얼', 지하 3층 지상 9층짜리 약 3천 평짜리 거대 복합 시설이 만들어져요. 그리고 건축을 맡은 건 바로 지난 금요 레터에서 군마현 마에바시() 시의 복합 시설을 설계했던 히라타 아키히코 씨. 건물이 마치 식물같은, 세포가 불연하는 듯한 외관이 인상적인 건축가이고, 호텔 '9아워즈'를 비롯, 근래 쿠마 씨 다음으로 이 분 아니면 후지모토 소우 씨가 가장 바쁜 것처럼 느껴져요.

아무튼 '도큐'는 시부야 역에서 조금 떨어진 하라쥬쿠와 오모테산도 인근에 또 하나의 건축을 거의 다 완성해가는데요. 그런데 굳이 왜, 코로나 이후 복합 시설이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은 직후에 같은 이름의, 그것도 거의 동일한 장소에 또 하나의 복합 상업 시설을 만드는 걸까요. 심지어 요즘 오모테산도 '도큐 플라자'는 리뉴얼이 한창 진행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건, 이름을 살펴보면 조금 그 이유가 느껴져요. '하라카도'는 쉽게 짐작되듯 하라쥬쿠의 하라, 그리고 커브 길의 '카도(角)'를 가져와 붙인 조어거든요. 다만 한자를 병용하는 일본어 언어 문화권 안에서 '카도'라는 발음을 가진 한자는 角 외에도 門, 그리고 才가 더 있어요. 즉, 하라카도의 '카도'는 단지 커브 길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의 문, 그리고 재능을 뜻하기도 해요. 그래서 정리해보면 角=교차로의 커브길, 門=메이지 진궁이나 하라쥬쿠 오모테산도 에리어, 새로운 문화로의 입구, 才=재능을 가진 크리에이터가 모이는 장소 등, 이렇게 서로 다른 세 가지 의미로서의 카도, 그런 길이거나 문, 동시에 재능이 모이는 장소가 돼요. 그에 더해 '도큐'는 시설의 오픈에 맞춰 맞은 편 '오모테산도' 도큐 플라자도 명칭을 '오모카도(オモカド)'로 변경한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이건 당연히 오모테산도의 '오모'와 '카도'의 합성어. 마침 리뉴얼을 하고 있던 차이기도 했다, 이름을 바꾸기에 딱 좋을 타이밍인지도 모르겠어요.

🛁 '다시 짓기'의 정석, 하라쥬쿠에서 '설마' 목욕하게 된 사연 

새로운 시설 하나 만들 뿐인데, 맞은 편 건물까지 덩달아 이름을 바꾸(뀌)는 현상. 그런데 이게 단지 새로 시작하는 기분을 내기 위한, 리프레쉬용 명칭 변경일까요. 관계자는 교차로를 사이에 두 개의 시설을 연계시키면서 진구마에 교차로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있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새로 시작하는 '하라카도'도, 다시 시작하는 '오모타도'도 실은 함께 시작하고 있는 이야기인 셈이에요. 그리고 사실, '하라카도'가 들어서는 곳은 1960년대 크리에이터들이 자주 모였다는 '하라쥬쿠 센트럴 아파트' 자리이기도 하거든요. 카피라이터이자 '호보니치'를 운영하는 이토이 시게사토 씨의 사무실이랄지, 패션 디자이너 카와쿠보 레이 씨가 '꼼 데 갸르송'을 시작한 그 원점도 바로 이 '아파트'였어요. 즉, 이제와 돌아보면 일본 문화의 기반, 거장이 태어난 곳이기도 해요. 그래서 '도큐'는 당시의 그 문화적 레거시를 이어받는 마음으로 시설 내 점포 구성에도 '크리에이티브적' 요소를 면밀히 반영했는데요. '크리에이터들이 모이는 새로운 문화 창조 거점'을 목표로 요요기 우에하라의 인기 프렌치 레스토랑 'sio'의 오너 셰프 토바 슈우사쿠 씨가 프로듀싱하는 '신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이 문을 열고,

'분끼츠'를 비롯 다수의 책방을 프로듀싱했던 '닛판(日販)'이 프리 스페이스 'COVER'를 운영 매주 특정 테마로 잡지를 전시하고, 그에 더해 3층으로 올라가면 아트 디렉터 치하라 테츠야 씨가 중심이 되어 크리에이터들의 '새로운' 상품을 소개, 판매하는 '크리에이터즈 마켓'이, 국내외 다수의 광고상을 수상한 아트 티렉터 오오키 히데아키 씨의 카페, 그에 더해 5층과 6층에는 기획과 디자인의 메뉴 개발, 운영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광고 대행사 '하쿠호도(博報堂)' 그룹의 '익스페리언스 D'가 프로듀싱한 시식 플로어가 마련돼 그 안에 토바 씨의 경험해보지 못한 패밀리 레스토랑 'FAMiRES'도 들어설 예정이에요. 그리고 빌딩의 로고 디자인은 치하라 테츠야 씨가 했는데요, '재능'을 이야기하더니 도쿄에서 기획, 디자인, 센스, 솜씨 좀 있다는 사람 다 모였나요. 다만 이 빌딩의 핵심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아닌 그로 인한 화확 반응, 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함에 있어요. 빌딩 내 임차인들은 모두 '하라카도 마을 회관(｢ハラカド町内会)을 발족, 함께 기획이나 이벤트, 콘텐츠 등을 제작, 실행하며 시설 운영에도 참여하게 돼요. 말하자면 일종의 공동체적 커뮤니티의 크리에이티브 빌딩인 셈인데요. 사실 복합 건물은 마을의 축소판이기도 한지라, 어쩌면 극히 자연스런 전개인가요.

그리고 그건 곧 '더 자연스레' 기존의 상업 시설 건물의 틀을 넘어서고 시대에 조응하는 나아가 미래를 탐색하는 거점으로서의 일상이 되어가요. 사우나와 센토가 붐이라는 근래 도쿄에서, '하라카도'엔 설마, 맙소사 90년 전통의 센토, 코엔지의 '코스기유'의 2호점이 문을 열거든요. 아직은 도(都)의 보통 공중 욕장 운영 사업 인증을 기다리는 단계의 가칭이지만 코스기유 하라쥬쿠(小杉湯原宿). 성인 요금 500엔에 목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하라쥬쿠 한복판에 생기는 '사건'이에요. '코스기유'는 저희 레터에서 여러 차례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노후화된 시설로 폐점을 고민하다 센토 옆 오래된 아파트에서 '1년 살아보기'를 재미삼아 해봤더니 실제 재미 이상의 가치가 있어 도시 곳곳에 '센토스러움'을 연출하는 계획으로 확장, 그 아파트는 개수해 목욕 후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 공간 '코스기유 토나리(小杉湯となり)'로 변신했고, 그와 같은 새틀라잇 같은 장소들이 코엔지 곳곳에 현재 늘어나는 중이거든요. 개인적으로 그를 주도한 건축가 카토 유이치 씨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작은 센토 계획은 어느새 도심을 깨우는, 상업 시설의 내일을 열어주는 '키-스팟'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지하 1층에 문을 열고 현재 일본에서 둘 밖에 없다는 센토의 벽화를 그리는 센토에시(銭湯絵師, 아마 유일한 여자 장인 타나카 미즈키 씨가 아닐까 싶어요)에게 작업을 의뢰, 후지산 전경이 그려진 센토가 이제 곧 문을 열 예정이에요. 그리고 여기선 센토의 참맛을 느껴주길 바란다는 마음에, 부러 사우나를 설치하지 않았다 하는데요. 젊은 세대에 인기가 많은 건 센토보다는 사우나(아래 링크에 관련해 적어본 글이 있어요)인데, 좀 대범한 도전이죠. 하지만 애초 이곳에 센토를 만들자 생각한 건 물 들어올 때 노 젖는, 단순히 유행에 한 숟가락 얹는 식의 계산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건 코로나 기간 중 우리가 잃었던 일상의 연속성, 오늘 이후 내일을 기다리는 생활의 매우 사소한 시작을 기억하고 지켜가기 위함이었달까요. 더불어 현재 리뉴얼이 진행중인 '오모카도' 역시 기존의 전형적 쇼핑몰 구조에서 벗어나 영어 회화와 동영상 편집 SNS 마케팅 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 시설 '시부야 여자 인터내셔널 스쿨'이 오픈할 예정이라는데요, 패션과 유행이 교차하던 그 거리에 이게 웬 예상치도 못한 미래의 상륙인가요.

 🌈 하늘을 다시 쓰다 '도쿄의 스카이라인' A.D 2020 

아래는 근래 도쿄에 새로 만들어진 고층 빌딩을, 저희 레터에서 소개한 것들 중심으로 추려보았어요. 하단 링크에는 순서대로 '미드타운 야에스'-'미야시타 파크'와 '위드 하라쥬쿠' 그리고 -사쿠라 스테이지' 내용이 담겨있어요.🗼 

 🏘️ 잘 먹고 잘 자고 잘 X고, 그리고 '내 삶에 숲을 일구다' 

구독자님, 6월의 마지막 문턱 평안히 지내고 있나요. 때 아닌 이른 맹더위에 벌써 에어콘 전기료가 걱정되는 요즘이지만, 실은 그런 날씨에 좌우되는 불확실함의 계절보다, 그럼에도 뽀송하게 보내(려 애쓰)는, 그리고 성공했던 몇 안되는 나의 귀중한 우연의 하루가 아닐까 싶어요. 전 요즘 주거 횐경이 급격하게 하강한 탓에(별 다른 의미는 아니고요 13층에서 1.5층이 됐으니까요) 바깥 소음이 참 거슬리는데요. 불구하고 그 안에 고요해지는 순간을 발견하곤 해요. 창을 조금만 닫고 라디오를 틀었더니 바흐의 선율이 시작되던가, 나 또한 소음을 내며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릴 떄와 같이 차분한 시간들 말이에요. 때로 너무 심할 떄에는, 야밤에 오토바이 소리가 잠을 괴롭히기라도 하면 부득이하게 민원의 도움을 받지만 그제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설마! 저도 몰래 울컥하고 말았어요. 그 상황이 참 웃기고 슬프고 이상하게 바보같은 게, 한참을 멍하니 있었지만 평온한 순간을 안겨주는 건 결국 사람인가요. 사람에 치이고 사람에 잠을 설치고 하지만 사람에 구원받고. 세상은 참 아이러니해 결국 우릴 삶 앞에 굴복하게 하나요. 물론 이 역시 특별한 의미는 아니고 소음도 결국 사람의 것이라는 걸, 어쩔 수 없이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근래 하루가 바쁘게 높아지는 도쿄, 그것도 시부야의 하늘 사정을 알아보았는데요. 이건 사실 오래 전부터 제 맘속에 과제처럼, 무언가 정리해 해결해야 할 것 만 같은 부담스러운 '짐'과 같이 느껴져 끌어안고 있던 주제거든요. 가장 지금의 도쿄를 이야기한다고 하면서 매일같이 달라지는 그쪽 사정을 쫓아가기에 가장 버겁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이 대규모 재개발로 인한 고층 빌딩의 이야기들이에요. 100년의 한 번이라 한다더니 정말 그 규모가 양도 질도 압도적으로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오늘의 이 정리는 결코 완성형이 아닌데요. 하지만 이 역시 너무나 사람다운 이야기 아닐까요.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에 들며 하루를 마무리하지만, 거기에 실은 어떤 시작도 마지막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위의 사진은 조금 다른 시부야, 다이칸야마란 이름이 워낙에 커 마치 별도의 지역처럼 이야기되지만 다이칸야마는 주소상 시부야구에요-다이칸야마에 새로 들어서는 상업 시설 'Forestgate Daikanyama'의 공사중 외벽 모습이에요. 다이칸야마라면 부촌 주택가라 이렇다할 높이의 건물이 없는 곳이기도 한데, 오는 10월 하순 정도 기존의 상업 시설 'TENOHA' 주변을 개발하며 새로운 다이칸야마의 명소가 태어나요.

지역색을 거스르지 않게 저층으로 만들어지고, 이 역시 도큐의 작업. '지속 가능의 도시 개발'이라면 이 사람, 건축가 쿠마 켄고가 두 팔을 걷고 나섰어요. '풍요로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건물'이란 포지셔닝 하에, 상업 시설과 셰어 오피스, 그리고 임대 주택이 들어서는 메인棟과 지속 가능한 생활 체험을 실험하는 TENOHA棟으로 구성, 그 메인동을 쿠마가 작업해요. 일(職)・일상(住)・놀이(遊)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택은 모두 57호수가 예정되어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아마 가장 특별한 건 이전 건물의 이름을 이어가는 '테노하 동'일 것 같은데요. 앞서 '메인동'이 제시한 세 개의 키워드를 축으로 여기서는 그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 쿠마 켄고와 환경 조성 그린 디렉터 사이토 타이치, 그리고 푸드 에세이스트 히라노 사키코 씨가 각자의 지속 가능성을 바탕으로 모두 3개 호의 주택을 디자인해요. 앞서 고층 빌딩의 새로움을 이야기하며 기존의 효율 집약적 구조로부터의 탈피를 말했는데, 이건 거의 뭐 이미 '고층 상업 시설'이니에요.

그 중 쿠마는 ON과 OFF의 경계를 부러 애매하게 연출하는 이름을 '마음/With Totonou 절반 늘어지고 절반 정돈하는 집(半分くつろぎ半分整う家, 이름 넘 맘에 들지 않나요;)라 지었고, 사이토 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좋아하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집을 꿈꿔요. 그리고 히라노씨는 식탁을 일상의 중심에 두면서 식에 기반한 라이프스타일, 곧 집을 만드는데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X고. 사는 거 사실 뭐 있나요. 다만 오늘 이야기, 나아가 근래 도쿄의 재개발에서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건 바로 휴식의 재설계, 재발견이자 우린 여태 잘 쉬지도 못했고 쉴 줄도 몰랐다는 사실일 것 같아요. 대부분의 공간은 필히 특정 용도와 목적을 찾으려 하잖아요. 하지만 그거 누구의 바람인가요. 히라노 씨네 집에선 식食의 집답게 24시간 식사를 할 수 있다는데요, 세상 모든 정해진 틀에서 벗어날 볼 때, 진정 경험하지 못한 나 만의 고요한 하루가 숨어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사는 건 결국, '발견'이거든요. 그럼 우리 또 만나요.

📫이번 금요 레터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는 개인적 사정상🙇‍♂️ 6월 23일 오는 금요일이 아닌, 같은 주 일요일 6월 25일 밤에 100호가 발행됩니다. 어느새 100호더라고요. 조금 특별하게 찾아올게요.

📑그리고 아래는, 오래 전 2020년 무렵 당시의 도쿄가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것 같아 적어보았던 대수롭지 않은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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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의 07월, 책을 만들었어요 두 번째 자기출판, 13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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