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시부야 0번 선' 들어봤나요? 도쿄, 특히 시부야나 신쥬쿠와 같이 노선이 많은 역에서 전차를 탈 땐, 플랫폼 번호를 잘 기억해야 하는데요. 야마테센의 경우 신쥬쿠에선 방향에 따라 14번과 16번, 그리고 시부야역은 하치코 출입구를 통한다면, 헤맬 위험이 최소화되기도 해요. 하지만 그 플랫폼이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 인구나 지형에 인해 변경되거나 축소, 때로는 폐선이 되기도 하는데요. 얼마 전 도쿄에선 'Slow Platform 시부야 0번선(渋谷駅0番線)'이란 이름의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오랜 역사의 발굴이란 취지로, JR 시부야 역의 3, 4번 선에서 신남쪽 개찰구로 이어지는 통로를 '시부야 0번선'이라 칭하며, '민간 공동 마을 가꾸기'를 진행하는 기획인데요.
주로 이끼나 식물을 통로에 심고 재배하는 내용🌿이고, 플랫폼 펜스에 식물 관련 아트를 그리는 '슬로우 캠퍼스'와, '카카와리시로(かかわりしろ, 누구든 참여하고 싶어지는 여백을 남겨두는 일)'란 이름으로는 생활, 혹은 일을 하며 사회 안에서 자발적으로 액션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활동을 해요. 세부 내용은 주기적으로 교체될 예정이고, 1탄으로는 광고 에이전시 '하쿠호도'가 '모두가 만드는 good 시부야'를 테마로 시부야 내 기업들과 콜라보를 진행해요. 매일이 공사중인 시부야,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중인 시부야. 하지만 이건 비단 시부야 만의 일도 아니라 다시 도쿄에 간다면, 이곳저곳의 0번선을 찾아야 하는 일이 벌어질까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도쿄가 보여주는 변화, 그렇게 변화하는 마을의 오늘. 👨🏫오늘의 주제, '출렁이는 도쿄, 다시 일어나는 도쿄'에요.🗼
🌊 '긴자 銀座'가 출렁인다
긴자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긴자는 도쿄에서 가장 비싼 상권, 긴자 1쵸메 교차로를 중심으로는 해외 하이 브랜드, 고급 클럽, 고급 바, 고급 시계 전문점, 그리고 백화점. 그야말로 '고급'이 집중되어 있는데요. 얼마 전 바로 이 곳에 100엔숍의 대명사 '다이소'가 대규모 매장을 열었어요. 위치는 긴자1쵸메, 긴자 역에서 도보 5분 거리. 바로 인근엔 하이브랜드가 다수 입점한 긴자 내 최대 규모 쇼핑 시설 '긴자 SIX'와 '무지 호텔' 일본 1호점을 포함 10층짜리 '무인양품'이 있는데요. '다이소'를 운영하는 '다이소 산업(大創産業)'은 이번 '마로니에 게이트 긴자' 매장에 대해 '약 5백 평 크기이고, 약 2만 7천 종의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라 말해요.
긴자라면, 역에 도착한 순간부터 어깨가 움츠러드는, 그런 긴장감의 마을이기도 한데요. 이게 무슨 영문일까요. 하지만 근래 긴자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다소 본격화 하려는 분위기에요. '다이소 산업'은 '다이소' 뿐 아니라 2030 여성에 포커싱한 자사의 또 다른 브랜드 'Standard Products'와 1백엔이 아닌 3백엔, 동전 세 개로 쇼핑이 가능한 'THREEPPY'의 매장 역시 함께 열었고, 그에 더해 브랜드 이름부터 긴자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어패럴 기업 '워크맨'의 계열 브랜드 '워크맨 여자' 역시 지난 4월 긴자 5쵸메의 상업 시설 'EXITMELSA'에 입점했거든요. 이 만으로도 긴자의 쇼핑 평균 매출 단가가 부쩍 내려갈 것 같은데요. 그렇게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긴자 1쵸메는 무인양품과 유니클로, 그리고 다이소를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게 변해가고 있어요.
예전 같으면 왼편엔 미츠코시, 돌아보면 마츠야 긴자. 고급스러움에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좀 사람 사는 느낌이 풍긴달까요. 그런데 이건, 사실 긴자란 지역의, 이미 진행중인 포지셔닝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경제 호황이 지나고 고급 브랜드 못지 않게 패스트 패션 산업이 흥하면서, 더불어 스타트업 비즈니스가 확장하며 긴자는 이전 경제 버블의 성지가 아닌, 새로움을 발신하는, 대부분의 1호점을 배출하는, 그런 세계와 나란히하는 거리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었거든요. 생활 경제 저널리스트 카시와기 리카 씨는 '해외 패스트 패션의 진출 등, 긴자의 '캐쥬얼化'는 코로나 이전부터 지적되어 왔다'고 이야기해요.
H&M과 Apple Store의 일본 1호점이 문을 연 건 각각 2008년과 2003년. '다이소 산업'의 스즈키 타쿠 회장은 '이번 긴자 매장은 세계의 인프라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Apple Store는 오늘 5월 이전을 위해 문을 닫아요.
'생활 인프라'라는 인식이 국내에서는 정착되었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아직 약하고, 영업을 하기가 힘든 나라도 있어요. 이번 긴자 진출을 계기로, 세계의 생활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다이소 산업' CEO 스즈키 타쿠
무지도, 유니클로도 아닌 1백엔 숍의 세계 인프라 선언이라니, 다소 갸우뚱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현재 '다이소 산업'이 자사 3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 25개국. 매장 수를 따지면 6338곳에 달해요. 그에 더해 코로나 기간을 지나며 1백엔 숍 시장의 성장은 주목할 만한데요. '집안 수요'가 늘어나며 인테리어, 간단한 주방 용품이 전에 없이 잘 팔리며 21년도 다이소를 비롯 주요 5사 백엔숍 기업의 연간 매출은 9천 억엔을 육박하며 전년 대비 40%나 상승했어요. 애당초 1백엔 숍이란 패션 관련 용품이나 실용성에 강점을 둔 아이템을 '원프라이스'로 제공하며 소비자를 확보하는 매우 제한된 비즈니스. 하지만 지난 2년간 1백엔숍을 성장하게 한 건 실내 활동에 필요한 각종 잡화류들이었어요.
💰 '리퀴드 소비' 시대에 긴자의 '캐쥬얼化'
코로나로 외출이 줄어들며 냄비나 주방 용품의 수요가 신장, 청소 관련 아이템도 활약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코로나가 1백엔숍의 잠재 시장을 끌어내고 있어요. 그에 더해 보다 익숙한 3백엔숍 '3coins'나 '다이소'의 'THREEPPY' 등 1백엔숍의 '코스파'적 요소를 활용한, 조금 고가이지만 실용성이 뛰어난 제품을 3백엔, 또는 5백엔에 판매하는 전략도 병행하며 '1백엔 언저리 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면, 그런 1백엔 시장이 무려 긴자를 들썩이게 하고 있어요.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연이은 고급 브랜드 매장의 폐점, 인바운드 격감으로 손님의 극감. 그렇게 낮아진 지가의 반영이 지금의 긴자를 만든다'라는 해석도 내놓았어요.
긴자는 어떤 의미에서 코로나의 타격을 가장 심각하게 받은 거리라 할 수 있어요. 긴자를 상징하는 고급 백화점이나 브랜드, 음식점은 인바운드 수요의 격감으로 손님을 잃었죠. 바로 그 지점에 긴자란 프리미엄을 노리고 자금에 여유가 있는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진출하고 있는 건, 자연스런 흐름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긴자가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 더이상 오늘의 긴자는 예전의 긴자가 아니라는, 의미도 품고 있다 느껴요. '메트로 애드 에이전시'가 지난 해 8월 실행한 '도쿄의 거리 이미지 조사' 결과에 의하면 긴자를 이미지화하는 워드로 제기된 건 '고급스럽다', '오샤레(세련된)', '어른의 거리'였는데요. 이는 세대에 따라 차이가 드러났어요. '고급스럽다'란 워드에 대해 60대 이상은 무려 90.4%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20~30대에선 그 수치가 81.9%로 내려가거든요. '어른의 거리'란 워드 역시 각각 92.7%와 69.7%. 온도차가 있어요. 요약해보면 세대가 내려갈 수록 긴자에 대한 문턱은 낮아지고, 점점 더 보다 친근한 거리라 느끼는 경향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거 가장 먼저 포착하는 거, 브랜드 기업이겠죠.
'워크맨'의 츠치야 테츠오 전무는 '최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달까요. 캐쥬얼화라고 하나요. 아웃도어 웨어로 긴자에 간달지, 신발도 예전엔 하이힐이었지만 지금은 스포츠 슈즈랄지. 마을의 '캐쥬얼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면 해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시대의 변화와 세대의 전환, 나아가 브랜드의 도전. 그리고 그건 곧 새로운 생활 가치의 등장일까요. 카시와기 저널리스트는 소유를 전제로 하지 않는 '리퀴드 소비 (Liquid Consumption)' 시대, 젊은 세대가 긴자의 새로운 가치를 끌어낼 것'이라 예측했어요.
'다른 마을과 비슷한 가게가 늘어선다면, 긴자란 거리의 스테이터스(status)가 내려가는 건 당연해요. 엔저에 의한 물가 상승도 긴자의 캐쥬얼화를 가속화하겠죠. 그에 더해, 지금은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렌털이나 섭스크립션을 선호하는 '리퀴드 소비'의 시대. 젊은 세대일 수록 긴자의 가치를 발견해갈 거라 생각해요.
생활 경제 저널리스트, 카시와기 리카
👨🏻🤝👨🏾'내일의 MZ'는 시모키타자와下北沢에 가요
구독자님, 도쿄하면, 어디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한 때는 츠타야 T-SITE가 있는 다이칸야마나(代官山)나 벚꽃으로 더 유명해진 나카메구로(中目黒), 보다 전에는 오모테산도(表参道)나 아오야마(青山)가 도쿄 여행의 단골 레퍼토리이곤 했는데요. 그에 더해 하라쥬쿠, 기억하나요? 오래된 목조 역사에 드나드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특히나 타케시타 도오리(竹下通り)는 호객 점원과 관광객이 뒤섞여 정말 한 걸음 떼기도 힘들었는데요. 그런데! 어쩌면 그 풍경도 어제일이 되어가고 있어요. 재개발이 한창인 도쿄에서, 코로나 난국을 지나며 최근 들려오는 건 '하라쥬쿠에서 시모키타자와'로의 이동, '젊음의 거리'란 말이 수식하는 게 이제는 시모키타자와라 말해요.
서브 컬쳐의 성지, 연극과 카레의 마을, 더불어 후루기의 거리이기도 한 시모키타자와,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시모키타자와라면, 저희 레터에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요. 먼저, 시모키타자와는 근래 전에 없이 짧은 기간 내 새로 생겨난 복합 상업 시설들이 눈에 띄어요.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작가이자 책방 활동가, 더불어 책방 'B&B'의 주인인 우치누마 신타로 씨가 지인과 함께 컬쳐 상업 시설 BONUS TRCUK을 세타가야 선로 마을, 세타가야다이타(世田谷代田) 역 부근에 오픈했고, 오다큐선(小田急線)이 지하화되면서 그 부지를 살린 공간에 태어난 '리로드(reload)'는 키타자와(北沢)부근에, 그리고 그 중앙엔 고가 아래 빈 공간을 활용한 '미캉 시모키타(ミカン下北)'가 지난 2년간 문을 열었어요.
본래 시모키타자와라면, 작고 오래된 숍들이 좁은 골목길을 따라 뒤죽박죽 뒤섞여 있는 탓에, 미아 되기 참 쉬운 동네이기도 한데요. 심지어 2차 대전 이전의 생활 동선이 아직도 남아있어, 세계적으로도 얼마 되지 않는 '휴먼 스케일'을 간직한 마을이라 이야기되기도 해요. 그런데, 지금 고작 2년 사이에 그런 '좁은길'의 대명사 시모키타자와에 길을 단장한, 질서를 갖춘 숍(시설)들이 연이어 들어선 셈인데요. 이는 전후 개발된 뒤 그대로 방치되어 있던 복수의 노선들을 최근 정리하기 시작한 사업의 영향이 커요. 오다큐 그룹은 지난 2004년 오다큐선의 지하화를 결정하며, 그렇게 생겨난 부지를 중심으로 시모키타자와 남서 출구 앞 지역의 재개발에 들어갔거든요.
그리고 그건 세 개의 복합 상업 시설을 포함 새로운 거리를 설계하는 일이었는데요. 다시 정리하면 지난 해 여름에 'BONUS TRACK'이 완성돼 공개, 같은 해 가을에 '리로드'가 오픈, 그리고 시모키타자와의 유일한 미니시어터 K2를 포함한 또 하나의 상업 복합 시설 '(tefu) lounge'가 순차적으로 공개를 시작,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지난 1월 20일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오다큐는 이 지역 일대를 가리켜 'NANSEI PLUS'라 지칭하는데요. 단순히 초고층 빌딩 몇 개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마을을 설계하는 일처럼 느껴져요. 🏘️오래 전 일본 곳곳 각 집안의 부엌 구실을 했던 '마을 상점가'를 연상케 한달까요. '선로 마을' 개발에 참여한 스즈키 이츠코 사업 기획부 제네럴 매니저는 '상냥한 개발'이란 말을 썼어요.
사람과 관계하는 것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우리 모두 갖고있어요. 새로운 것을 화려하게 만드는 것보다, 지속가능하고 사랑받는. 개인적으로 '멋있는 개발'보다 '상냥한 개발'이 오다큐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즈키 이츠코 사업 기획부 제네럴 매니저
🏘️ 사람이 보이는 개발과 관계를 품은 '낮은 지붕'의 상점가
상냥한 개발. 그 말을 그대로 반영하듯 '리로드'는 단순한 점포의 출점이 아닌 회유(回遊)와 체류를 콘셉트로 뒷골목과 같은 장소, 얼굴이 보이는 '상점가'를 지향해요. 모두 24개에 달하는 상점에 프랜차이즈 지점은 단 하나 없고, '일어서면 천국(立てば天国,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충만케 하는 '천국'을 지향하는 술집)'이랄지, '세계 클라스(セカイクラス,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체험을 주는 세계 곳곳의 잡화점)', '민텐하오하오(明天好好, 80년대 미국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운영됐던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영감을 얻은 극동 아시아 비건 카페)', 그리고 '타케시의 바버(TAKESHI's BARBER)' 등과 같이 가게 이름이 센스가 있고 사람이 보여요. 그리고 그건 '보너스 트랙'이나 올-크라운딩 펀딩으로 설계 비용을 부담했던 미니 씨어터 K2를 포함 '테라후 라운지'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시모키타자와다운 개발', 혹은 앞으로의 도시 개발. 도시 개발의 맹점이라면, 늘 그곳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달지, 개발에 지워지는 생활의 흔적들이곤 하잖아요. 하지만 '서브 컬쳐'란 말처럼, 지금의 시모키타자와는 그런 얼터너티브의 도시 계획을 그리고 있는 걸까요. 스즈키 씨는 '다시 쓰는 시모키타자와는 어디에도 없는 그곳만의 거리감을 의식한 곳'이라 설명했어요.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감이 가까운 마을이기에 자연스럽게 숙성되어온 독특한 공기와 냄새. 다양한 가치관을 품어 안으며 이 마을의 관대한 멘털리티가 길러온 연극과 음악을 시작으로 한 다양한 컬쳐. 전체 1.7km에 달하는 오다큐선 '시모키타 선로 마을'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 건 그런 '서브 컬쳐 거리의 역사'에요. 오래 전 모두가 동경하던 시모키타자와의 상냥한 무질서(やさしい混沌). 이 마을의 얼터너티브의 역사와 문화를 갱신해가기 위해, reload를 통해 거리에 새로운 색을 더해갈 계획입니다.
'리로드'의 시설 안내에 대한 글 중에서
그러니까 도시 개발이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 높이 고층 빌딩을 세우는 가운데, 시모키타자와는 시모키타자와 만의, 그곳에서만 가능한 개발의 내일을 보여주고 있어요. (tefu) lounge의 콘셉트가 '마을의 라운지'인 것처럼, reload의 설계를 건축가가 아닌 원예가이자 공원 조성 프로듀서, 그리고 랜드 스케이프 디자이너인 사이토 타이치 씨가 했다는 사실은, 이곳을 다른 도쿄와 차별화, 오직 그곳에만 존재하는 장소로 만들어줘요. reload의 상점은 모두 서로 크기를 달리하며 지붕이 겹쳐지는 저층분동형식(低層分棟形式)으로 지어졌고, 24개의 가게는 그렇게 동서로 나란히하며 중앙엔 자연스레 산책의 길이 만들어지는데요. 사이토 씨는 "시모키타자와의 새로운 일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이야기해요.
방문한 사람에게는 '분동식 건축군=상점', 그 사이에 마련된 길을 둘러보며 쇼핑을 하고 식사를 걸어다니며 즐길 수 있게 의도했어요. 각 점포를 잇는 통로에는 테라스 석이나 벤치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랜드 스케이프 디자이너, 사이토 타이치
이런 걸, 아마 생활의 설계라고 할까요. 그리고 이와 같은, 인간 중심의 자연스러운 방식의 개발(발전)은 이미 시모키타자와에 존재했던, 그러니까 과거 사례의 응용, 혹은 계승이기도 해요. 하라쥬쿠 중심의 스트리트 잡지 'TUNE'의 편집장이었고 지금은 빈티지 셀렉숍 'MENEW'를 시모키타자와에서 운영하는, 시모키타자와 20년 주민 나카가와 슌 씨는 시모키타자와가 '후루기의 마을'이 되었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거든요.
2010년 전까지는 후루기의 거리라 불리기는 해도 실제 그렇게 후루기야(古着屋)가 많지는 않았어요. 그저 극단이 점점이 생겨나면서 극단 사람들이나 밴드하는 이들이 모이며 독자적 컬쳐가 형성된 정도였죠. 하지만 2010년에 센토 '하치방유(八幡湯)'가 문을 닫은 자리에 후루기숍 'NEW YORK JOE'가 생긴 이후 후루기숍들이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어요. NEW YORK JOE란 이름은 '뉴-요크죠(入浴所)'를 그대로 영어로 표기한 거에요.(웃음) 2011년에는 상점가가 주축이 되어 '시모키타자와 카레 왕좌 결정전'을 주최하며 카레 마을이란 수식도 갖게됐죠.
(전) 잡지 TUNE 편집장, 빈티지숍 MENEW 대표, 나카가와 슌
🏕️ 목적 없는 산책은 '마을의 내일'로 이어진다
건물이 없어지고 새로 생기기 바쁜 도시에서 어제를 잊지 않기 위해 入浴所를 NEW YORK JOE라 쓰는 센스. 그런 게 어쩌면 내일을 살아가는 마을의 지혜, 작은 실천이 아닐까요. 나카가와 씨는 지금의 하라쥬쿠와 시모키타자와, 마치 '젊음의 거리'란 타이틀을 주고받은 것과 같은 두 마을의 오늘에 대해 '거리가 가게에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의 중요함', '거리 자체가 하나의 미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의 고유성을 이야기했어요. 말하자면, 하라쥬쿠는 크레페를 먹으러 가는 곳, 코로나 직전엔 타피오카를 사마시며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는 곳이었다면, 시모키타자와는 문득 들어간 곳에서 점심을 먹고 거리를 걸으며 일정에 없던 가게에서 옷을 사고, 때로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구경하기도 하는,
그러니까 마을의 마을로서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그로인해 행동 반경의 스펙트럼이 다르다는 이야기인데요. 최근 하라쥬쿠는 GW 연휴에 반짝 인파로 북적였지만, 폐점하는 가게가 늘어나며 빈 가게가 곳곳에 보이거든요. 심지어 '타피오카 붐과 함께 떠올랐다 시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요.📝 역시나 지속가능한 마을로서 문화와 교류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유산이 아닐까요. 가령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의 옥상은 야경 스폿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일시적. 입점 시설들의 평균 단가가 높은 탓에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했거든요. 마을이 지속하기 위해선, 일회적 이벤트가 아닌 '지속하는 생활의 기반'이 우선 필요해요. 나카가와 씨 역시 시모키타로 생활 반경을 옮긴 건, 그런 소속감이 이유였다고도 하는데요.
하라쥬쿠 잡지를 만들다 시모키타자와에 거주하며 그곳에서 후루기숍을 운영하는 나카가와 씨의 역사는, 어쩌면 그 자체가 지금의 하라쥬쿠-시모키타자와 사이의 지형 변화를 보여준다고도 느껴요. 그는 컬쳐라는 건, 문화가 자라는 거리란 '목적 없는 일상이 자유롭게 유랑하는 장소'라 말했어요.
'마을에 오는 목적이 명확하지 않는 인상을 시모키타자와에서는 느껴요. 그곳의 거리를 걷는 것 만으로, 그 자체가 미션으로 성립하죠. 조금만 알아보고 들어간 카레집이랄지, 대충 돌아다니다 문득 들어선 후루기야처럼, 그 날의 스케쥴은 거리를 산책하면서 형성되는 경향이 시모키타자와엔 강해요. 반면, 하라쥬쿠는 하나하나 가게에 가겠다는 목적이 확실하기 때문에 만족감은 금방 얻을 수 있지만, 그곳에서 볼일을 마쳤다면 그걸로 끝이에요. 아마 집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죠. 20년 전 하라쥬쿠는 '스냅 문화'가 번성했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주지 않을까 싶어 의미없이 그저 걷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컬쳐가 전혀 변해서 하라쥬쿠를 산책하는 의미는 점점 희미해진 듯한 기분이 들어요. .
나카가와 슌, 'TUNE' (전)편집장, 후루기 빈티지숍 'MENEW' 대표이자 NON TOKYO 디렉터
📚 시부야를 editing, '시부야다움'을 설계하다
그리고 다시 시부야. 시부야로 다시 돌아오면, 도쿄가 백년에 한 번이라는 재개발이 한창이지만, 시부야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가장 빈번한, 그리고 가장 격심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에리어인데요. 얼마 전 올해 10주년을 맞는 상업 시설 '히카리에'에선 시부야를 테마로 한 전시가 열렸어요. 본 시설이 2014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프로젝트 'SHIBUYA WANDERING CRAFT'가 이번엔 '시부야'를 주제로 삼은 셈인데요. 본래 이 기획은 '시부야다움'을 축으로 시부야의 새로운 발견, 만남의 장을 마련, '리얼 타임'의 시부야를 발신한다는 목표를 가져요. 본 빌딩 8층 'Creative Space 8/'에서 개최됐고, 본 시설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토크 이벤트랄지, 인공 잔디에 시부야 뒷골목을 이미지한 프리마켓 등이 열렸는데요.
무엇보다 이번엔 나가오카 켄메이 씨가 주재하는, '히카리에'에 d-식당'도 운영하는 D&DEPARTMENT의 공식 트래블 시리즈북 '시부야 편'을 펴냈어요. 그리고 특별하게도 이번 '시부야 편'은 공모를 통해 선발된 대학생 부터 50세 정도의 시민 23명의 워크숍을 통해 제작됐는데요. 각자가 느끼는 '시부야다운 곳', '시부야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란 공통된 과제를 바탕으로, 취재 약속을 하고, 인터뷰를 진행, 사진과 촬영까지 마쳐 원고를 완성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d-Travel 시부야'는, 23명의 잡지 만들기 체험의 결실이기도 한데요. 책은 레스토랑과 숍, 호텔과 사람 등 6개의 테마로 구성이 되었고,
시부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놀러온 사람, 일용직으로 시부야를 찾는 이들 등. 시부야 거주자가 아닌 사람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요. 거주 인구보다 유동 인구가 만들어내는 '마을다움.' 그런 게 곧 시부야다움 이기도 하거든요. 그에 더해 d-식당의 '시부야 정식'이랄지, '마루키야 쇼텐(丸木屋商店)'의 오래전 실제 존재했던 '하치코 소스(하치코 동상의 그 하치코)'를 뿌리는 포테이토 샐러드 등 시부야에 포인트를 둔 신메뉴가 공개됐고, 시부야에서 치즈를 직접 만드는 치즈 공방 'SHIBUYA CHEESE STAND'의 스토랏챠테라(STRACCIATELLA)를 플레이트 메뉴로 제공하기도 했는데요. 저희 레터에서도 소개했던 '히카리에'에 입점된 '시부야OO서점(渋谷○○書店)'은 각 책장(방) 주인들이 각각의 시점으로 선정한 시부야 관련 서적의 코너도 마련했어요.
역시나 마을을 완성하는 건, 사람, 그리고 문화일까요. 잡지는 책 속에 등장한 가게나 토큐 계열 상업 시설 등 시부야 내 40곳에서 무료 배포가 되고, 곳곳의 책 속 가게를 찾아 도장을 받아오는, 스탬프러리 이벤트 '시부야 빙글빙글(渋谷ぐるぐる)'도 진행중이에요. 마을을 돌아다닌다는 것, 거리를 산책한다는 것. 참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바쁜 도시를 살면서 좀처럼 하기 힘들잖아요. 게다가 고층 빌딩이 빼곡한 도심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는데요. 여기저기 공사중이 아닌 곳을 찾는 게 더 힘들 것 같은 시부야. 하지만 기대되는 건, 현재 진행중인 '시부야 2쵸메 재개발'이 완공되는 2024년이 되면, '히카리에'에서 출발 아오야마와 오모테산도, 그리고 시부야3초메까지 걸어서 갈 수 있게돼요. 엘레베이터를 타거나 길을 건너거나 그런 수고스러움 하나 없이 말이에요. 무슨 이야기일까요. 시부야는 지금 걷기 시작했어요.
🐕 걷기 시작하는 시부야, 마을의 '회유성回遊性'을 짓다
시부야를 좋아하지만 시부야가 힘든 사람, 많지 않을까요. 유동 인구도 많지만 지하철 노선은 거미줄에 육교도 그만큼 많아 이동이 참 쉽지 않은 게 시부야인데요. 실제 이런 열악한 보행 환경은 시부야의 오랜 과제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요즘, 백년에 한 번이라는 재개발을 진행하며 시부야구가 제시하고 있는 게 바로 '입체적 보행자 네트워크의 정비와 강화'에요. 고층 빌딩이 늘어나면서 더욱 악화될 보행 조건을 공중의 연결 통로랄지, 언덕이나 계단의 조성 등을 통해 해결하는 계획인데요. 실제로 벌써 4년 전, 도쿄에서 묵었던 호텔 '시부야 브릿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부야 남쪽 출구부터 다이칸야마, 에미스를 잇는 이미지로 설계된 곳이었어요.
모두 두 동의 시설이 하나는 고층(7층)이지만 다른 한 동은 고작 3층에 불과했고 '잇다'를 형상화하듯 길게 뻗은 수평 구조였는데요. 이와 같은 시도는 재개발 공사 현장 곳곳에서 진행중이에요. 2020년 첫 삽을 뜬 '시부야 2쵸메 재개발' 역시, 새로 들어서는 높이 120m 빌딩의 콘셉트는 '시부야와 아오야마·오모테산도를 잇다'란 의미의 'TSUNAGI-BA(繋ぎ場)'거든요.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 마을과 사람을 잇다'를, 민관 협력으로 새로 건축하는 빌딩에 포함시키는 게, 지금 시부야 재개발의 공통점이기도 해요. 그렇게 이 빌딩이 완공되는 2024년엔, '히카리에' 3층 연결 통로에서 시작해 아오야마도, 오모테산데도, 그리고 시부야 3쵸메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게 되는데요.🚶♀️
처음엔 연결 통로 찾느라 헤맬지 모르지만, 그만큼 이곳에, 점점 높아지는 도시에 필요한 건 걷다, 보다 걷는 '보행의 인프라'가 아닐까요.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마을을 걷는다는 건 곧 살아가고 있음을 감각하게 하거든요. '심리스(seam-less) 보행자 공간'의 설계를 포함 '시부야 2쵸메' 개발 담당자인 토큐(東急)의 타나카 코키치 씨는 지역 간의 '이어짐'이 완성되면 "빌딩으로서도 시부야 역의 '활기참'과 아오야마 오모테산도 쪽의 현관으로서의 '차분함'을 겸비하게 되는 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했어요.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인가요. 그리고 여기서 '잇는다'라는 건 비단 지역 만의 이야기가 아니겠죠. '마을을 통해 너와 나의 교류를 만든다', 그런 내일을 향한 첫 걸음이 되어줄지 몰라요.🚶
☕ 구독자님의 도쿄는 어디인가요?
구독자님, 오늘 이야기 어땠나요. 본래 화요일 발행 레터를 왜인지 대통령 취임식에 좀 어울리지 않지않나 싶은(긴자에 다이소가 생기는 것 같은?) 이상한 걱정에 수요일 발행하는데요. 그렇게 요즘 가장 이슈가 된 건 싫으니 좋으나 용산이에요. 사실 용산이라고 해도 한남동이나 동부이촌동, 혹은 이태원이나 보광동, 그리고 삼각지까지. 그내부 사정은 서로 다를텐데요. 지역이 활기를 찾는다는 건, 새삼 어떤 과정의 일상일까요. 개인적으로 몇 해 전까지 이태원 비탈길에 살았었는데요, 그래서 집값이 오른다는 뉴스에 땅을 치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다만 마을의 일상이란 그리고 역사란, 정치나 경제에 좌우되는, 싸서 사고 버리는 백엔짜리 물건 같은 건 아닐 거에요.
괜히 더 걷고싶고, 살고있지만 더 살고 싶고. 그런 이유없는, 목적 없는 애정 같은 게 아닐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을 때, 그곳은 곧 좋아하는 동네가 돼요. 그렇게 주관적이고 절대적인 게 아마, 마을 아닐까요. 더불어 오래 전 보았던 드라마에 대한 작은 글 하나 남겨놓을게요. '도쿄 캘린더'라는 생활 정보지가 제작한 드라마 '도쿄 여자 도감'이고, 이후 '도쿄 남자 도감'도 나왔지만, 대부분 그렇듯 전편이 더 흥미로워요. 아무튼, 다시 시작하는 시절, 도쿄도 '용산'도 아닌 구독자님이 사는 그곳엔 어떤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럼, 우리 다시 또 보아요.🙋♂️
📫 오는 금요일, 5월 13일에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44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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