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무드'를 만드는 너와 나 그리고 모든 것, '캡슐'이 예고하는 또 한 번의 미래는?

구독자님의 마지막 '도쿄'는 언제인가요? 코로나 직전인 두 해 전 겨울일 수도 있고, 혹은 그 전의 여름 휴가, 아니면 머나먼 어느 '나만의 기념일'일지도 모르겠어요. 근래 '1백년에 한 번'이라는 대대적 재개발이 한창인 도쿄를 생각하면 이러다 몰라보는 건 아닐까, 그 익숙한 신쥬쿠에서 또 다시 길을 헤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미래가 아닌, 오늘에서 또 한 번의 오늘을 길어내는 '재개발로서의 내일.' 지금 도쿄는 대대적 프로젝트라 하지만 대다수 재개발 프로젝트이고, 이전 레터에서 다이쇼 시대의 역사(駅舎)를 반영, 재개발로 만들어진 '길의 건축', 이토 토요의 '위드 하라쥬쿠'를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도쿄는 지금 어제에 내일을 그리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도시가 또 한 번의 오늘을 사는 법. 1969년에서 시작된 캡슐과 90년대 'HIP'함을 대변했던 우라하라(裏腹)는 지금을 이야기하려 해요. 시간 여행하실, 준비되셨나요? 도쿄는 지금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동네 주민' 대기업이 하는 일, '도큐부동산'과 하라쥬쿠의 예 

도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떤 건가요? 도쿄타워, 혹은 2012년 그를 이어가듯 세워졌던 '스카이트리', 아니면 시부야 거리를 활보하는 검게 그을린 '갸르족(ギャル族)'들이거나 오타쿠의 성지 아키하바라와 같은 곳들이 생각날지 모르겠어요. 대부분 이런 건 소위 '랜드 마크'라 불리는 건물, 혹은 건축이 대변하잖아요. 하지만 그건, 꼭 '그 랜드마크 혼자'만의 이야기일까요. 지금 도쿄엔 대규모 재개발이 한창이지만, 그건 어느 특정 건물의 리노베이션에 그치지 않고 마을과 함께, 주변을 고려한 설계로 진행되고 있어요. 말하자면 거리의 역사, 분위기, 세월을 이어가듯, 내일을 그려내는 모양새랄까요. 경제 개발 시절 만들어진 시부야의 공원을 다시 단장하며 상업 시설과 공원이 일체하된 'MIYASHITA PARK'를 만든달지, 하라쥬쿠의 108년된 역사 하라쥬쿠 역을 개수하며, 주변 아파트 부지에 '길의 건축', '위드 하라쥬쿠'를 만든달지와 같이 말이에요. 리노베이션, 재개발이란 건, 아마 어제를 이어가는 가장 가까운 내일이에요.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하라쥬쿠', 오모테산도로 향하는 하라쥬쿠 길목에 또 하나의 내일이 태어나고 있어요. '도큐 부동산'이 진행하는 '진구마에 6번가 지구 제1종 시가지 재개발 사업(神宮前六丁目地区第一種市街地再開発事業)' 이야기인데요, 이름이 참 길죠. 풀어보면, 패션 빌딩 '라포레'의 건너편, 오모테산도 힐즈로 가는 사거리 초입, 반지하의 롯데리아 매장이 있던 거리, 맞은편 콘돔 전문점 '콘도마니아'가 입점해있던 건물 서너 개를 통합,  하나의 커다란 복합 시설로 단장하는 작업이 진행중에 있어요. 좀 알 것 같나요? 규모는 작고 다소 지저분한 가게들의 '난립?'이 일면 하라쥬쿠의 개성이기도 했는데요, 그저 깨끗하고 단정하게, 정리하려고만 하는 듯한 인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그만큼 초기엔 반발도 많았다고 해요. 

그런데, 지난 9월 22일, 바로 그 인근, 교차로 지나 들어선 골목에 다소 생소한, '언노운 하라쥬쿠 アンノン原宿(UNKNOWN HARAJUKU)란, 정체 불명의 건물이 들어섰어요. 갤러리이지만 촬영도 가능하고 물건도 팔고 공연도 열리고 전시회도 하는. 소위 복합 문화 시설이라 하는데요, 고민가(古民家)를 개조, 2019년 설마! '도큐 부동산'이 사들인 건물이에요. 마을을 아우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섬세함? 도쿄는 지금, 커다란 그림을 위해 작은 퍼즐들을 수집하는, 마을과의 연합을 꾸리기 시작했어요.

 🔐 우리가 몰랐던 도쿄, 'UN-'이란 건 어쩌면 미래를 여는 암호 

얼마 전 '을지로 재개발', 소위 힙지로라 불리는 그곳의 아웅다웅 기억하나요? 오래된 거리를 정비한다는 명분으로 관공서 중심 개발이 횡행하며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소위 수직적 행정의 폐해인데요. 거대 자본이 주도하는, 성장, 개발 위주의 계획은 정작 지역 주민, 도시 생활자들은 고려하지 않은 것 투성이라 늘, 적지 않은 소음을 일으키곤 해요. 물론 하라쥬쿠 일대의 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도큐 부동산'은 대자본, 일본 굴지의 건설 기업인데요, 100년의 또 한 번의 내일을 디자인하는 지금 도쿄에서,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도큐 부동산'은 소위 하라쥬쿠 지역 활성화를 위한 '풀뿌리 작업'에 들어갔어요. 스스로를 '비젼 프로듀스' 집단이라 소개하는, '뉴 피스'와 협업, 2023년 오픈 예정인 '진구마에 6번가' 대형 복합 시설에 앞서, 복합 문화 시설 '언 노운 하라쥬쿠'를 선보인 거에요.

방식은 오래된 빈집, 민가를 개조하는 식. 그를 포함 시설의 전반적 운영, 디자인을 다카키 신페이 사장을 비롯, 다수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맡아요. 말하자면 민관이 아닌 마을과 기업의 조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콜라보라고나 할까요. 새로 꾸린 건물이지만 시대 흐름에 맞춰 유동적 변화가 가능한 설계로 만들어졌고, 팝업 스토어와 전시회, 촬영 스튜디오와 연극 무대, 다양한 분야 크리에이터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의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자꾸만 우리의 '힙지로' 사태가 떠오르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도큐 부동산'의 시부야 프로젝트 추진팀 오오니시 료는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힘을 빌려 차세대 소비에 어프로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 대기업 '도큐 부동산'이라 해도, 하라쥬쿠에서는 꽤 역사가 긴 그룹이기도 하거든요. 오모테산도 초입의 '도큐 플라자'랄지, '큐브라자 하라쥬쿠'랄지, 하라쥬쿠 주소지의 대형 복합 시설을 십 수년 운영해오고 있어요. 그러니까 하라쥬쿠에 나름, 지분이 있달까요.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며 생활 구조가 재배열되고 있는 지금, 그런 건 점점 소용을 다해가는, 구시대의 방식이기도 하잖아요. 인기 패션 브랜드나 고급 음식점의 리치야, 거대 그룹의 자본, 물리적 역량으로 충분 커버 가능하겠지만, 컬쳐, 거리의 문화라는 건 오늘이 내일을 모르는, 예측 불가능의 영역. 심지어 '불안정성'을 살아가는 도시에서 대기업 중심의 틀에박힌, 종적인 계획은 시대에 뒤쳐질 뿐인지도 몰라요.

오오니시 씨는 이런 말도 했어요. "상업 시설은 어떤 경우에도 다년의 임대 계약, 싸지않은 임대료 등 제약이 심해요. 더이상 기존 개발 방식은 유효하지 않고, 이제는 이전과 다른 어프로치가 필요하다 판단, 젊은 세대 중심의 프로젝트 팀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언노운 하라쥬쿠'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으로, 짧은 싸이클로 계속 바꿔나갈 예정이에요." 사실 근래의 하라쥬쿠는 새로운 컬쳐를 끊임없이 탄생시키던 시절이 무색하게, 땅값만 비싸져 대자본이 아니면 진입 조차 힘든, 얄궂은 동네가 되어버렸거든요. 개성을 잃고 하라쥬쿠 답지 않게 변했다는 볼멘 소리도 터져나오고요. 또 한 번의 내일을 살아가는 도시에서, 우리가 간직해야 할 건 무엇일까요.

 🥑 도시의 '풀뿌리 작업', 1인에서 시작하는 미래, 우라하라裏原의 '예' 

'풀뿌리 작업', 그런데 이런 지역 밀착의,내밀하고 작은 크리에이티브적 유산이 거대 기업의 '어프로치' 만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도시에서 브랜드(기업)란, 자산이자 자원이 될 수 있지만, 거리의 유산으로 완성되기에는 여전히 좀 부족한 면이 없지않다 느껴요. 그런 까닭일까요. 지난 9월의 첫날, 도쿄에선 하라쥬쿠 어패럴 경영자와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우라하라 프로젝트(ウラハラプロジェクト)'란 일종의 내일을 위한 비젼의 활동을 시작했어요. 말하자면 '우리 동네는 우리가 만들다'의 선언인데요, 패션, 음악, 아트, 스포츠, 식, 그리고 이제는 SDGs까지, 하라쥬쿠에 연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내일을 향한 오늘을 모색해요.

우라하라(裏原)는 하라쥬쿠의 뒷골목, 위치상으로서 뿐 아니라, 인파로 한 걸음 걷기도 힘들다는 다케시타 도오리(竹下通り)나 파르페, 1020 패션의 중심처럼 알려진 이미지로서의 '하라쥬쿠'가 아닌, 깊숙한 하라쥬쿠, 생활이 쌓여가는 거리에서의 하라쥬쿠를 의미하기도 해요. 대략 '캣 스트리트' 부터 '빔스' 매장이 7~8곳 모여있어 '빔스 도오리'라 불리는 곳까지의 길, 좌우를 아우른다고 보면 맞을 거에요. 시오라멘으로 유명한 아후리(AFURI)도 그 즈음에 있어요. 참고로 시부야엔 '오쿠(奥)시부', 요즘엔 다이칸야마도 '오쿠 다이칸야마'까지, 근래 도쿄는 우리가 (잘은) 몰랐던 도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해요. 

프로젝트 멤버는 20년 역사의 어패럴 브랜드 '지무(ジム)'의 야기하라 야스시 사장을 비롯, 잡지의 편집장이자 포토그래퍼인 요네하라 야스마사, 음악 프로듀서 YANAGIMAN와 라디오 DJ 삿샤 씨 등, 소위 조직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들 21명인데요, 그만큼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자신만의 '우라하라'를 발표해갈 예정이에요.

이미 유튜브 개정이 개설되었고, '하라쥬쿠 상점가' 하야카와 치아키 회장은 "우라하라에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은 장르를 넘어 많이 있지만, 수평으로 관계를 갖고있는 이들은 별로 없고, 연대할 기회도 적었어요. 우라하라 프로젝트가 허브가 되어, 다양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싶습니다."라 이야기했어요. 더불어 "우라하라가 쌓아온 자산을 패션 이외의 요소와 엮어 업데이트해가는 것이 저희의 업무입니다"라고도 말이에요. 1990년대 부터 2000년 초반까지, 그러니까 현 30대 세대들에게 '우라하라'는 하나의 '문화적 붐'이기도 했거든요, 세월이 흘러 Z 세대에게 시대를 넘겨주며, 거리는 우리에게 어떤 오늘을 보여줄까요. 거리도, 나이를 먹는다고 실감하게 되는 이야기라 생각했어요.

 👨🏻‍🚀 포스트 코로나, '1969'과 만나다, 어느 '캡슐'이 꿈꾸던 SF적 일상 

캡슐 호텔 들어보셨나요? 아니, 묵어보셨나요? 주머니 사정이 여유치 않거나 막차를 놓쳤을 때 간편히, 쌈지막하게 1박을 해결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인데요, 어떻게 보아도 좀 초라하게 들리는 1박의 이야기이지만, 그건 사실 거대한 내일을 예견한 '사건'이기도 했어요. 바로 '캡슐'의 창시자?, 그 캡슐 호텔의 시초를 만들어낸 이가 일본 모더니즘 건축의 1인 쿠로카와 키쇼이거든요. 1970년대 일본에서 열린 최초 박람회 '오사카 엑스포'에 출품된 '미래형 캡슐 주택 파빌리온'을 시작, 그를 맨션에 응용한 긴자의 '나카킨 캡슐 타워빌딩', 나아가 산속 캡슐 형태의 별장(카루이자와의 캡슐K)으로 까지 확장한 '캡슐 건축'과, 우리의 초라했던 그 1박의 캡슐 호텔은 결을 같이하는 역사 속 건축이에요. 찌뿌둥한 어깨가 좀 펴지나요?🛌

전 2016년 즈음 처음으로 시부야 사쿠라가오카쵸(桜丘町)의 '꼬뮨'에서 1박을 한 뒤 종종, 아니 자주 이용하곤 하는데요, 그 '캡슐'이 지금 50년의 세월을 지나 존속이냐 해체냐, 기로에 서있어요. 바로 1972년 완성된 캡슐형 맨션 '나카킨 캡슐 타워 빌딩'의 철거(혹은 재개발)이야기에요. 지난 22호 레터에서 조금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그 '캡슐에서의 일상'이라는 게, 어쩌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포스트 코로나의 일상'과 왜인지도 흡사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어요. 노후화로 철거의 위기를 맞았지만 일부를 떼어내 재생의 연구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가운에, 쿠로카와가 반 세기 전 제창했던 '호모 모벤스(homo-movens)'가 바로 그곳에 있(었)다는 걸, 재차 깨닫게 된거에요. 호모 사피엔스, 루덴스 등에 빗대어 이동하는 사람으로서의 '호모 루벤스.' 쿠로카와는 그 시절, '캡슐'을 이동 가능한 주거 형태라 설명했어요.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근래 '모바일 하우스'가 인기라지요. 

그러니까 시간이 돌고돌아, 캡슐이 빙글빙글 시대를 뛰어넘어 미래의 주거 형태, 새로운 생활 양식이라 불리는 '포스트 코로나'의 텔레 워크, '텔레 라이프'와 묘하게 만나버린 셈이에요. 역시 지구는 둥글고 세월은 반복되는 걸까요. 아무튼, 그렇다면 50여 년 전, '캡슐'이 생각했던 '이동형 라이프'는 어떤 이야기였을까요. 쿠로카와는 1969년 오사카 박람회를 앞두고 '캡슐 선언'이란 걸 발표했어요. 당시 젊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는 '메타폴리즘' 운동이 시작되고 있었거든요, '메타폴리즘'은 신진대사를 의미, 무기질의 불변하는 건축이 아닌 사회 변화와 인구 증감에 따라 유기적으로 성장해가는, 도시의 건축을 지향하는 건축계 내의 움직이었어요. 그 안에서 쿠로카와는 '캡슐'을 가장 최소한의 도시 생활의 샘플로,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약 10평 남짓 공간에 응축해 제안해냈어요. 더불어 각 캡슐은 25년 주기로 교체가 가능하게 설계한다!'고도 선언했는데요, 그게 지금 '현실상 불가' 판정을 받고, 해체의 수순을 밟고있는 것이기도 해요. 우리에겐, 조금 더 미래가 필요한 걸까요.

하지만 쿠로카와 키쇼의 '캡슐'을 복원, 보존 운동에 매진하는 이시마루 씨는, '캡슐'이란 콘셉트는 지금도 우리 일상 속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고도 이야기했어요. 점점 늘어나는 캠핑족, 여행 대신 트렌드 키워드가 되어버린 'OO에서 한달 살기', 또는 지금은 좀 주춤하지만 '에어비앤비'가 제기한 '남의 집에 살아보기'와 '셰어링 하우스', 이건 과연 어느날 하늘에서 뚝딱 떨어진 '내일'이었던을까요. 현재 쿠로카와 키쇼의 별장 '캡슐 K'는 리모델링을 마치고 숙박객을 기다리고 있고(6월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연기됐어요), 긴자의 '나카킨 캡슐 타워 빌딩'은 3개 호실이 이시마루 씨의 손에서 재활용의 탐색 기간을, 나머지 캡슐들도 주인과의 협의 속에 보존을 위한 대책 마련 중에 있어요. 이를 위해 이시마루 씨는 크라운드 펀딩으로 5000만 엔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고도 하는데요, 없애는 건 쉽고 편하지만, 추억이 깃든 내일이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아요. 그렇게 귀하기도 하고요.　

 🛰 너무 빨리 찾아온 ’캡슐’, 미완성의 미래가 남긴 ’과제’는 

둥그런 창, 큐브 모양의 블록, 근미래를 상기시키는 모습이 어딘가 큐브릭의 SF 명작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연상케도 하지 않나요. 심지어 반세기 전의 건축이라고 하기엔 다분히 놀라움이 가득해요. 쿠로카와 키쇼는 당시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이주하는 식의 인간이 탄생한다'는 예언(?)도 했는데요, 건축은 100년 단위라고 이야기했던 쿠마 켄고의 말이 떠올랐어요. 이렇게 새로움의 시대를 조망하던 '캡슐 선언'은 여러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전체성의 부정과 체계적 사상의 거부. "캡슐은 전체성을 거부하고 체계적 사상 또한 부정한다'고 적혀있어요. 말하자면 개인으로서의 독립된 공간이 곧, '캡슐'이라는 이야기에요. 개인주의의 도시라 불리우는 도쿄에 딱 걸맞는 문장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캡슐 호텔은 도쿄 밤의 상징(오사카가 시초임에도)이란 기분도 들거든요. 함께있지만 분리된, 곁에 살아가지만 독립된 도심의 라이프 스타일이 캡슐 그 자체란 인상이에요.

현재, 철거를 앞두고 '나카킨 캡슐 타워'는 월 단위 임대로 비주민들에게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기도 한데요, 문예지 편집자이자 캡슐 주민들의 삶을 취재해 「나카킨 캡슐 스타일 : 20인의 이야기로 보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캡슐 타워」를 출판했던 요시다 카즈히로 씨는 그를 활용해, 코로나 이후 2개월 그곳을 사무실로 쓰기도 했다고 해요. 매거진 'Pen'에 게재되었던 그의 '캡슐 체험기'를 조금 가져와봤어요.

 🐣 하나의 작은 캡슐이 되어, 오늘을 날아 내일을 향해  

지금 살고있는 집에 만족하나요? 아니, 산책 나가고 싶은 동네에 거주하고 있나요? 이번 레터에선, '호모 루벤스', '이동식 주택', '노매드 라이프'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래도 사람이란 어딘가 정착하고 싶은, 그럴 때 생겨나는 '안심'에 기대며 살아가는 동물이 아닌가도 생각해요. 이동 거리가 부쩍 좁아진, 요즘같은 시절엔 더욱더요. 얼마 전 일본에선 '행복도가 가장 높은 동네'의 랭킹이 발표됐어요. 지난 레터에선 '집값 랭킹의 추이'에 대한 랭킹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집값과 행복도, 상관 관계인가요? 인과 관계일까요. 결과는 예상대로 3년 연속 '살고싶은 동네' 1위에 꼽히는 '미나토구'를 비롯, 상위권 '단골 동네'인 세타가야구'랄지, 키치죠지가 포함된 '무사시노시', 그리고 나카메구로로 대표되는 '메구로구' 등이 수위에 올랐어요.

다만, 올림픽 선수촌이 있었던 하루미(晴海) 지역 재개발의 영향 덕인지, 1위는 츄오쿠. 긴자, 록뽄기, 아카사카 다수의 부촌을 '소유'하고 있는 동네가 차지했어요. 근데, 그런데, 이게 다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죠? 텔레 워크를 이야기하고, 소유가 아닌 공유를 논의하고, 코로나 이후 '탈 도심' 현상이 두드러진다고도 이야기하면서, '동네'가 가져다주는 일상의 '안심감'은 무시 못하는 걸까요. 어쩌면 이 순위는 일상이 시작되는 곳, 그리고 다시 돌아가는 곳, 그곳에 대한  안심의 척도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런 순위가 아니라면, 좀처럼 돌아보지 않을, 매일을 살고, 또 하루를 사는 우리의 집, 그리고 동네에 대해서 말이에요. 이런 순위라는 건, 늘 별자리 운세처럼, 심심풀이처럼 보곤 하잖아요. 

참고로 10여 년 전, 제가 거주했던 미타카 시는 6위에 올랐는데요. 저도 모를 웃음이 나와버렸어요. 이 아무 쓸모도 없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이용함으로서 남겨짐을 만들고, 기억함으로서 미래를 열어간다.' 그저 이시마루 씨의 말로 대신해 볼 뿐이에요. 오늘도 구독자님의 집은 안녕한가요? 🌻

오늘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레터를 더해갈 수록 주1회, 때론 2, 3회란 주기가 하나의 계절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대부분 이미 했던 이야기의 그 다음을 만날 때인데요, 이건 어쩌면 '세월은 그렇게 지속된다'의 현재형이 아닐까 싶은, 심히 과장 섞인 호들갑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돌아오는 건 어김없이 '나의 오늘은?'이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빈칸의 날들이기만 하지만요. 그래서 '큰일'이고, 그래서 다행이고. 집이란,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세상이 나를 배신한다 할지라도, 언제나 '돌아갈 장소'로 있어주는 곳. 그런 1LK거나 13층 아파트의 한쪽 방이거나. 조금 욕심을 부리면요, 이 레터가 구독자 님에게 조금은 그런 '자리'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해봤어요. 괜찮...을까요.☺️

오늘은, 저의 1년 남짓 Home이 되어주었던 '도쿄도 미타카시 무레6쵸메'가 등장하는, 쎄로의 '대정전의 밤에'를 남겨놓을게요. 3년 전, 부산영화제 계절에 홀로 새벽에 참 많이 들었거든요. 다음 해 상상마당 내한 공연을 왔을 때, 펑펑 울어버렸리고 말았고요.😢  대정전의 밤에, 구독자 님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저희 또, 만나요.

📤  오는 금요일, 10월의 첫 레터 10월 1일엔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2호가 발행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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