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와 아날로그 ep. 02 이대로 이별을 할 순 없잖아

"너와 만났던 기적이 이 가슴에 흘러넘쳐 / 분명 지금은 자유롭게 하늘도 날 수 있을거야 / 꿈을 적신 눈물이 바다로 흘러가면 / 계속 곁에서 웃어줬으면 좋겠어."

이번 주는 스피츠의 명곡 '空も飛べるはず’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1994년 4월 발매된,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노래인데요, 촌스럽기는 커녕 뭉클한 한 곡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이 노래를 꺼내본 건 근래 개봉하지 못하는 영화, 취소되기 바쁜 공연, 연기되다 엎어지는 라이브 콘서트 길목에서 다시 스피츠를 마주쳤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 2020년 11월 단 하룻밤 도쿄 가든 플레이스에서 열렸던 그들의 공연이 영화로 만들어져 (인터넷) 개봉중입니다. 가격은 1500엔. 해외 결제라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바다도 건너지 않고 그들의 공연을 본다는 건 불가능했을 거에요. 갈수록 참 아이러니, 묘한 인생이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지금부터에요. 그저 하지 못하는 공연, 취소된 콘서트를 똄빵(?) 하느라 기획된 일인데, 일본에선 웬만한 영화관 못지않은 영화적 체험을 온라인으로 제공했습니다. 점점 멸종되어가는 종이 티켓을 비롯해 으레 생각나곤 하는 팝콘 박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거치대를,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물론 1500엔 티켓값에 포함된 특전이기는 하지만요. 팝콘 박스도, 거치대도 직접 프린트를 하고 조립을 해야하는 방식이지만, 코로나가 야기하는 '아날로그의 쓸모'를 다시금 환기하는 시도처럼도 느껴져요. 어쩌면 영화도 아니면서, 콘서트 실황도 아닌데,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죠? 🙃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자리만 바꿔도 없던 쓸모가 생겨나고, 쓸모를 잃었다는 것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롱텀의 사고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이런 걸 얘들이 참 잘하죠. 아날로그란 어쩌면 '흘러간 시대'의 이름이 아니라, 생활의 태도, 시대의 가치관처럼도 느껴지고요. 누군가 디지털 시대니까 가능한 거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세상은 이미 일직선이 아닌,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게 좀 더 세상에 다가간다고 느낍니다. 🙂

 '읽는 비닐 봉지'의 탄생 

언제부터인지 항상 한국이 일본을 좇고있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점점 서로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K팝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1년 연기된 올림픽도 어찌될 지 모르는 위태위태의 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 쿠마 켄고 씨는 자신의 저서 '나, 건축가 쿠마 켄고'에서 한국 사람들과 일하며 자신은 '촌놈'이라 느꼈다고도 이야기했고, 제가 지난 해 도쿄 코탄다에서 만났던 큐레이터이자 100년 술집의 4대 사장 쿠와바라 씨는 "한국 젊은 사람들의 약동적인 모습에 자극을 받는다"고도 얘기했거든요. 그리고 좀 다른 결의 이야기이지만, 왜인지 일본에선 꽤나 늦게, 지난해 7월부터 비닐봉지 유료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편의점 기준으로 3~5엔, 백화점의 경우 종이 봉투, 크기에 따라 비싸면 1~20엔까지 봉투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들은, 비닐 봉지의 '과거'를 버리지 못했을까요.

이후 일본에선 비닐 봉지를 대신할 에코백들이 줄지어 출시됐거요, 좀 한다는 브랜드들은 디자인까지 공을 들여 에코백 자체를 마케팅 툴로 이용,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한 전략처럼 쓰기도 했습니다. 2018년 기준 일본 국내에서 사용되는 비닐 봉지가 450억 장 정도라는 억억한 삶을 살면서도 정신을 차린 건 꽤나 늦은 셈이에요. 하지만 그래서 비닐 봉지를 버리지 않으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그곳만의 남다른 시도들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건(이라기보다 제 마음에 들었던 건), 편의점 체인 로손의 프리미엄 브랜드 '내츄럴 로손'과 프리마켓 어플로 일본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좋은 '메루카리 メルカリ'가 손을 잡고 시작한 '읽는 비닐봉지 読むレジ袋'입니다. 일본어의 연체적 성질 때문에 한국말로 옮기면 좀 어색한데요, 말 그대로 책을 읽다, 글을 읽다의 '책', '글' 자리에 '비닐 봉투'를 대입한, 비닐 봉지에 소설을 쓴 기획입니다. 하하하. 봉지를 들고 독서를 한다는 건, 또 무슨 (시간) 낭비일까 싶기만 한데요...🤣 근데, 참 디자인이 제법 그럴싸해요. 하얀 바탕에 버건디 컬러가 편안하기도 하고, 일본 서적 판형을 의식한 듯 세로 쓰기를 했어요. 요시모토 바나나, 이사카 코타로, 배우기도 한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이 봉지에 인쇄되어 배포됐고요, 모두 '물건'에 관한 짧은 에세이입니다. 

그런데 이 '비닐 봉지'의 반란?은, 사실 '중고 장터'의 '보이지 않던 길의 모색'이기도 해요. 먼저 '메루카리'의 아이덴티티 이야기를 짧게 하면요, '메루카리'는 길거리 벼룩 시장을 스마트폰 어플로 옮겨 놓은 소위 말해 디지털 중고 장터입니다. 이런 건 별로 새롭지 않죠. 대부분 '중고'에 걸맞는 물건들만 거래되거나, 그런 뉘앙스의 말들만 덧붙여지거나. 하지만 '메루카리'는 '중고'란 무엇인가, '물건' 가치의 유효 기간은 얼마인가, '쓸모'란 혹시 상대적인 게 아니며, 내게 필요없는 게 너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뭐 이런 '중고'의 철학을 바탕에 깔고있습니다. 위 광고 영상은 '부모-자녀'로 이어지는, 중고의 미덕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

'새로운 가치를 끌어내는 세계적 마켓플레이스를 만들다.'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을, 그것도 중고로 팔면서 '메루카리'가 유일하게 '만드는' 건 세계적 '중고의 인프라'인 거에요. 그리고 그런 '이념' 아래서 메루카리는 2018년 4월 28일 '모노가타리 モノガタリ by 메루카리'를 시작해요. モノガタリ라고 하면, 物語、이야기인데요, 또 '모노 物'는 물건을 의미하기도 하고, 말하자면 말장난을 통해 '이야기'도 발신하는 '플레이스'로서의 '중고 장터'를 확장한 거에요. 이럼 좀 새롭죠?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는 아깝지만(지구에 미안하지만), 20엔짜리 소설까지 읽을 수 있다면 좀 덜 찜찜할 것도 같달까요. 서로의 마음에 물음을 던지는 시도이기도 하고, 새주인을 찾는 방향으로의 '재활용'이 아닌, 보지 못했던 쓸모를 끌어내는 의미에서의 '새 활용'을 얘기하고 있다고도 느껴져요. 그렇게 비닐봉지에 요시모토 바나나가, 이사카 코타로가, 그리고 뮤지션 세카이노오와리의 사오리 씨가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모두 '물건'에 대한 '모노가타리'를요.

그리고 잠깐 샛길을 걸으면, 세카이노오와리의 사오리 씨는, 두 해 전 나오키 상에서 데뷔작 '쌍둥이(ふたご)'가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현역 소설가이기도 해요. 재능도 많고, 재능의 재...'새?활용'처럼도 느껴지고...비닐봉투적으로 생각해본다면요.😅  😅 

 버리면 안돼요!! 비닐 봉지의 기억 

그리고, 비닐 봉투, レジ袋 유료화 시대의 에코백이라면, 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도를 넘으면 이렇게 된다'의 예랄까요. 이름이 'THE 콘비니 like eco bag.' 비닐 봉지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연한 에코백입니다. 말하자면 에코백을 비닐봉지처럼 제작한 거에요. 가로 15, 세로 35cm, 무슨 용도인지 모를(아마도 묶을 때 쓰라는, 일본에선 '베로' '혀'라고 불러요.) 중앙 부분 까지 그대로 꼭 같이 만들었어요. 제작을 한 건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에코드 웍스'란 곳인데요, 이렇게 좀 싱거운 발상에 대해 기획을 한 후카사와 타카유키 대표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가장 중시했던 건 '편의점스러움'이었다고.

비닐봉지에 대한 추억, 이 맘은 아마 콘비니를 향한 아날로그의 맘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만 걸었던 어제에 대한 반성? 오만과 자만을 덜어내고 지나쳤던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잠시 멈춤'의 생활같은 거요. 그리고, 그런 점에서 일본의 편의점, 특히나 로손이 보여주고 있는 일종의 '반성적 실천'은 가장 느린, 그리고 신중한 발걸음의 행동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앞에서 이야기한 비닐봉지와 더불어, 로손에서는 나무 젓가락 줄이기 운동을 하고있어요. 일본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거나, 컵라면, 혹은 샐러드같은 걸 고르고 주문하면, 늘 '젓가락 넣을까요'라 물어오곤 하는데요, 이를 단순히 손님의 편의를 위한 한 마디가 아닌, 일회용품 줄이기의 메시지처럼, '없어도 괜찮으시죠?'의 보이지 않는 의미를 담아 전하는 거에요. 사실 고작 뉘앙스의 차이이고, 때에 따라서는 별 다를 게 없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요, 짧게 건네는 한 마디에도 말하는 목적, 방향이 다르면 결도 달라지고 분명 다른 반응을 불러온다고 생각이 들어요. 함께 자연을 생각하자는 의미의 '젓가락 필요하세요?'랄까요.

실제로, 로손이 젓가락 절감 캠페인을 시작하고 근래 2~3년, 로손에서 젓가락을 요청하는 예는 눈에 띄게 줄고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어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환경 관련 캠페인에 대한 메시지가 안내 방송으로 나오고(아래 영상 클릭해보세요. 아나운스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 멋이 아닌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으로 비닐봉지가 아닌 에코백을 들고... 로손은 편의점 도시락, 그리고 페트병이 사이즈, 모양에 딱 맞게 넣을 수 있는 에코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왜 가끔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들고 오면 반찬 국물이 여기저기 뒤섞여 쌀밥이 비빔밥 상태가 되어있기도 하잖아요. 몇 해 전 어느 국내 편의점에서도 밑이 평면인 비닐 봉지를 본 기억은 있는데요, 별로 상용화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플라스틱 제로, 환경 쓰레기 절감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플라스틱과 비닐봉지와 나무젓가락과 함께 살아온 역사가 근래의 '에코 라이프'의 시간보다 길고, 반성과 뒤늦은 깨우침으로 과제를 풀어가는 건 중요하지만, 자연을 생각한다는 건 무리하지 않는, 어제를 돌아보고 쉽게 이별을 하지 않는 시간의 애티튜드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1에서 2로 나아가는 것만큼, 그 사이의 시간이 더 의미를 가질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떠나지 않는 여행'을 위한 가이드 북, 도쿄를 걷다 

코로나와의 일상이 시작되고, 아마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건 '여행'아닐까요. 저만 해도 보고 싶었던 도쿄에서의 라이브 공연을 몇 차례 흘려보냈고, 직접 만나 전해주고 싶은 책들이 있었는데 EMS에 싣느라 생각치 못한 배송비에 심한 출혈을 겪기도 했어요. 😞 😞 

그런데 이렇게 얼굴을 찡그린다 한들, 하소연을 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고, 여행은 정말 우리에게서 멀어져 버린 걸까요. 이제는 여행이 우리를 떠난 걸까요. 백신이랄지, 항공 업계 사정이랄지, 그와 연관된 전반적인 여행 업계의 형편을 살펴봐야겠지만, 지금은 어쩌면 '여행'이 처음으로 질문이 되어 돌아온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여행을 왜 떠나나. 국내 놔두고 굳이 해외로 바다를 건너는 '필요'는 정말 있었던 건가. 별 근거는 없지만 그래도 가까운 곳이라면 괜찮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자신감에 국내 수요가 늘 거란 말이 나오고, 그렇게 '마이크로 트래블'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요, 우린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요. 얼마 전 일본에선 40년 역사의 여행가이드 북 '지구를 걷는 법'이 처음으로 국내편을 펴냈습니다. 2021년의 2020 올림픽을 치르는 도쿄의 종이책 가이드북.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심지어 500페이지나 됩니다. 

먼저 이 가이드북은, 무슨 영문인지 나오자마자 족족 품절돼 현재 9쇄까지 발매된 상황이고요, 대략 10만부 정도가 팔렸다고 합니다. 올림픽 특수를 노렸겠지만, 물 건나간 상황에서 종이책 도쿄 가이드북이,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뭘까요, 책을 만든 '다이아몬드 빅 출판사'의 미야타 타카시 편집장, 그리고 편집자 사이토 마리 씨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 ✍️ 

사이토 마리 : 내용은 100% 일본인 대상입니다. 올림픽 시기에 일본 곳곳에서 도쿄에 방문하는 분들을 타깃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다만, 말이 통하는 국내이기에 주변엔 정보들이 이미 흘러넘치기 때문에, 2000엔 정도를 받고 판매하는 이상, 인터넷이나 잡지에서 다루는 유행하는 장소는 부러 최소화했고, 에도 시대나 좀 더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보편적인 것들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저는, 아마존 재팬에서 1850엔을 주고 구입했는데요, 보통의 가이드북이라면, 대상으로 하는 나라, 연령층에 따라 정보의 종류, 질, 깊이가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의 도쿄를 걷는 '지구를 걷는 법'의 첫 국내판은 그런 의미에서 익숙하지만 잘 알지 못했던 것, 평소에 잘 돌아보지 않았던 '여행 아닌 여행'의 흔적을 좇는 모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이토 : 일본인 대상이라서 더욱더 정보를 깊이있게 전달하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문호가 사랑한 구루메 소개'같이 일본인이기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것. 센토를 이야기할 때도 외국인 대상이라면 레트로풍의 공간이거나, 이용 시에 주의해야 할 점들에 비중을 두겠지만, 이번에는 타일의 그림을 그린 작가랄지, 쇼와에 창업해 당시부터 지금까지, 현재 쓰고있는 '오유(お湯, 일본의 센토, 대중목욕탕은 단순히 수돗물을 데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인증을 받은 허가된 물을 받아서 쓴다고 해요.)'는 몇 번째인지와 같은, '그런 것까지 이야기해?'와 같은 정보를 많이 싫었습니다. 

그리고 '지구를 걷는 법'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세세한, 꼼꼼한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는 '철저한 정보 게재'인데요, 그 '전통'은 이번 일본인을 상대로 한 도쿄 가이드에서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사이토 : 도쿄에 사는 독자들로부터는 '(사소한 이야기도) 너무 심각하게 공을 들여서 재밌다'는 반응을 많이 받습니다. 일본인 대상이라면 Suica(지하철 패스권) 사는 법이나 전차 환승 법같은 건 부러 게재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빠지지 않고 모두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전차는 수 분 단위로 배차되어 있고, 지하철 안에서 배낭은 앞으로 들어야 하고, 사람이 내린 다음에 탄다는 것과 같이, 도쿄에서는 당연한 매너같은 게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께는 모르던 룰이고 매너일 수 있기 때문에, 생략하지 않기로 정했습니다. 새삼 읽어보니 의외로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가지도 못하는 도쿄 책을 들고, 아직 꼼꼼히 넘겨보지는 않았는데요, 한 가지 '무릎'을 쳤던 건, 지하철을 코앞에서 놓치고도 금새 타곤했던 기억의 수수께끼가 풀렸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한 번 놓치면 길 때는 10분도 넘게 기다리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도쿄에선 당시엔 몰랐는데 뒤돌아보니 대부분 지하철 기다리느라 시간 허비한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더라고요. 😀 😀 제일 자주 타게되는 JR 야마테센은 1~2분 간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가이드북은, 코로나 이후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 출판이 과연 되기는 할까, 벼랑길에서 고생도 했다고 해요. 올림픽 대목을 노리고 기획했는데, 그 앙꼬가 돌연 사라져버렸으니까요.

미야타 타카시 : 가이드북도 어찌됐든 실용서이기 때문에, 여행자 수와 매출이 비례합니다. 그래서 저도 책임을 새삼 되새기면서 제작을 끝까지 진행했던 것 같아요. 저희의 창간 때부터의 변하지 않는 폴리시, 목표는 '이 책 한 권을 들고 공항에서 출발해 다시 공항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한다'입니다. 그 맘은 이번에 더욱더 되새기게 됐던 것도 같아요. 그리고 인바운드를 담당하던 사이토 씨가 2년 전 저희 편집 부서로 이동을 해왔던 게, 이번 도쿄 가이드북의 '묘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길(올림픽) 잃은 시간에서, 그저 흔한 부서 이동은 출구가 되고, 다 아는 것 같은 익숙한 이야기가 '어느 여행자'에게 도움이 될까 싶지만, 그 안에 몰랐던 정보는 새삼 도쿄를 돌아보게 해요. 도쿄에서 출발해 도쿄로 돌아오는 이 책은, 어쩌면 거꾸로 떠나보는 여행을 위한 가이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 내게 잠자고 있던 여행의 발견. 일본에선 얼마 전에 웨스 앤더슨을 모티브로 한 매력적인 책이 발간되기도 했는데요, 그 책은 전세계 곳곳에서 '앤더슨적인' 풍경을 찍어올린 인스타그램 계정 'accidentally Anderson'에 투고된 사진을 추리고, 모은 한 권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계정의 주인 월리 코발과 아담 부부의 말이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러니까,  accidentally, 우연히.

 카페의 영업 제한! 그럼, 킷사뗑은요? 

아오이 유우의 빙수, 카키고오리 아시나요? 레트로한 연두빛 음료 위에 아이스크림, 크림 소다를 기억하시나요? 사실 이건 모두 간단하게 풀어 말하면 오래된 카페, 다방같은 킷사뗑 메뉴에서 시작된 요깃거리들인데요, 킷사뗑이 코로나로 카페도 가지 못하는 지금, 이상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똑같이 커피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고 가끔은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데도 말이에요. 재택 근무, 일본에선 텔레 워크를 말하기 시작한 시절에 수상한 재발견입니다. 

사실 코로나로 인한 타격은 너나 할 것 없이 여기저기 할 것 없이 비슷하고 또 달라요. 일본의 카페, 킷사뗑도 이전처럼 가벼운 맘으로 갈 수 없어진 탓에 손님이 줄거나, 가더라도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거나 비슷한 고생은 하고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대책이라고 해도 어느 하나 100% 구멍 하나 없는 대책은 없는 듯도 싶고, 어쩌면 최선이 아닌 차선, 그래도 구멍 하나라도 작은 쪽을 궁리하고 또 찾는 것도 같아요.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텔레 워크가 본격화 되면서 킷사뗑의 매출이 늘었다는 뉴스가 보도됐어요. 그래봤자 지난 해 대비 3~4% 였는데요. 요즘같은 시기 줄지 않은 것만해도, 주목할 만한 이야기기는 하겠죠.

17세기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카페가 일본에 넘어와 1735년 교토의 '츠센테이(通仙亭)'를 시작으로 300년 역사를 거치면서, 근래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레트로한, 쇼와 느낌이 유행하며 '쥰킷싸' 열풍이 일기도 했고, 와중에 코로나와 만나 뜻하지 않았던 장면?도 연출하고 있는 걸 보면, 세상 참 길고 묘하다고도 느낍니다. 한 신문 보도에 의하면 지난 3월 이후 직장인 30%가 킷사뗑이 직장이라고 답을 했대요. 대체!! 킷싸뗑 무엇이길래.

이와 관련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요, 두 해 전 여름 무렵 책방을 디렉팅 하는, 국내에선 유료 서점으로 알려진 록뽄기의 '분끼츠(文喫)'도 만든 소메야 타쿠로 씨는, 도쿄 마루노우치 근처  60년 역사의 킷사뗑 '르누아르'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킷사뗑은 좀 공원을 닮았어요. 누가 무엇을 해도 괜찮은 공간이에요. 지금 여기서 저희는 인터뷰를 하지만 누구는 책을 읽고 또 어떤 아저씨는 신문을 보고 또 다른 사람은 공부를 하잖아요. 그만큼 다양함이 뒤섞이는 묘한 공간이라 느껴요." 그러고보니 '분(文)키츠'는 서로 다른 다섯 개의 독서 방법을 제안하는 '분(分)키츠이기도 했고 🤣🤣,, 어쩌면 킷싸뗑은 '책'을 닮았는지도 모르겠어요. 🤔🤔

그래서, 제가 느끼는 킷싸뗑은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카페가 아니고, 책을 봐도 되지만 카페가 아니고 공부를 해도 상관없지만 카페가 아니고,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지만 카페가 아닌...뭐 그런 공간인 것 같아요. 이게 무슨 홰괴망측한 이야기냐고 하냐면요...옆 테이블 누군가와 함께 있지만 '혼자일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보장해주는, 그런 음악과 커피와 음식과 때로는 나폴리탄이거나 크림 소다이기도 하다는...😶😶 ...아무튼 킷싸뗑은 '무드'로 설명되고 완성되는, 그런 공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지금같은, 공간이 무용해지는 시절, 어디에도 없는 부가가치, 배보다 배꼽이 더 쏠쏠한 자산일지 몰라요. 스타벅스보다도 비싼, 블랙 커피 한 잔에 500엔을 훌쩍 넘는 가격에 처음엔 혀를 쯧쯧 차다 어디에 둘지 당황하게 되지만, 슬슬 그 가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그 오랜 카페엔 있어요.

그리고 대부분 알거나 들어봤거나 가봤거나 갔었을 커피 체인 도토루도 실은, 킷싸뗑을 운영합니다. 이름하여 '도토루 커피점  ドトール珈琲店' 이름도 고즈넉하게 커피 대신 珈琲를 썼죠? 그리고 최근 카페의 트렌드라면 타 장르와의 융합이잖아요. 커피를 파는 건지 책을 파는 건지 이도저도 하겠다는 그라데이션과 심리스의 공간들. 그런데 이 도토루에도 그와 꼭 같은 형태의 가게가 있습니다. 콘셉트가 Coffee Meets Books. 2017년 이케부쿠로에 문을 열었다는데요, 여태 모르고 있었어요. 하기는 킷싸뗑 도토루도 몰랐는데 말이죠. 😅😅 50년 역사의 카페가, 킷싸똉이 책방을 하면 어떤 모양일까요? 그 크림소다같은 이야기는, 다음 주 이어갈게요.

참고로 킷싸뎅이 코로나를 사는 대책은, 나누는(分) 게 아니라 더하는 데 있어요. 더해서 킷싸뗑을 소재로 한 드라마 한 편 남겨놓겠습니다. 자막이 없기는 하지만...눈으로 먹는 음식도 있잖아요...무사한 한 주 응원할게요.🎉🎉

그리고, 오늘의 마무리는 지난 해 벼락같이 스타가 됐던 남자와 나도 만들겠다 싶은(멜로디도, 가사도 몇 줄 안되는...그런 단순한 생각에서) 히트곡, 에이토의 '향수'를 소개해요. 사실 에이토는 2년 전만해도 1997년생 프리타였거든요, 그런데 친구 권유로 노래를 만들고, 여자 친구와 헤어졌던 얘길 기타 하나로 노래로 만들어내더니, 틱톡에서 소위 터져서, 지난 해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를 휩쓸고, 일본 가수들의 '꿈'이라는, NHK홍백에도 출전했습니다. 은근 중독성이 있어서...노래란 뭘가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참고로 여기서 향수는 '돌체 앤 가바나.' 향수 하나에 대박이 나기도 하네요.🧼🧼 방송은 일본 아침방송 '메자메시 테레비' 출연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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