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분량이 너무 적어...발행을 하고 깜짝 놀라 다시 제작해 보았어요. 하루에 돌연 두 통의 메일을 보내게 되어...송구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너와 만났던 기적이 이 가슴에 흘러넘쳐 / 분명 지금은 자유롭게 하늘도 날 수 있을거야 / 꿈을 적신 눈물이 바다로 흘러가면 / 계속 곁에서 웃어줬으면 좋겠어."
이번 주는 스피츠의 명곡 '空も飛べるはず’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1994년 4월 발매된,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노래인데요, 촌스럽기는 커녕 뭉클한 한 곡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이 노래를 꺼내본 건 근래 개봉하지 못하는 영화, 취소되기 바쁜 공연, 연기되다 엎어지는 라이브 콘서트 길목에서 다시 스피츠를 마주쳤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 2020년 11월 단 하룻밤 도쿄 가든 플레이스에서 열렸던 그들의 공연이 영화로 만들어져 (인터넷) 개봉중입니다. 가격은 1500엔. 해외 결제라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바다도 건너지 않고 그들의 공연을 본다는 건 불가능했을 거에요. 갈수록 참 아이러니, 묘한 인생이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지금부터에요. 그저 하지 못하는 공연, 취소된 콘서트를 똄빵(?) 하느라 기획된 일인데, 일본에선 웬만한 영화관 못지않은 영화적 체험을 온라인으로 제공했습니다. 점점 멸종되어가는 종이 티켓을 비롯해 으레 생각나곤 하는 팝콘 박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거치대를,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물론 1500엔 티켓값에 포함된 특전이기는 하지만요. 팝콘 박스도, 거치대도 직접 프린트를 하고 조립을 해야하는 방식이지만, 코로나가 야기하는 '아날로그의 쓸모'를 다시금 환기하는 시도처럼도 느껴져요. 어쩌면 영화도 아니면서, 콘서트 실황도 아닌데,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죠? 🙃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자리만 바꿔도 없던 쓸모가 생겨나고, 쓸모를 잃었다는 것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롱텀의 사고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이런 걸 얘들이 참 잘하죠. 아날로그란 어쩌면 '흘러간 시대'의 이름이 아니라, 생활의 태도, 시대의 가치관처럼도 느껴지고요. 누군가 디지털 시대니까 가능한 거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세상은 이미 일직선이 아닌,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게 좀 더 세상에 다가간다고 느낍니다. 🙂
'읽는 비닐 봉지'의 탄생
언제부터인지 항상 한국이 일본을 좇고있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점점 서로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K팝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1년 연기된 올림픽도 어찌될 지 모르는 위태위태의 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 쿠마 켄고 씨는 자신의 저서 '나, 건축가 쿠마 켄고'에서 한국 사람들과 일하며 자신은 '촌놈'이라 느꼈다고도 이야기했고, 제가 지난 해 도쿄 코탄다에서 만났던 큐레이터이자 100년 술집의 4대 사장 쿠와바라 씨는 "한국 젊은 사람들의 약동적인 모습에 자극을 받는다"고도 얘기했거든요. 그리고 좀 다른 결의 이야기이지만, 왜인지 일본에선 꽤나 늦게, 지난해 7월부터 비닐봉지 유료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편의점 기준으로 3~5엔, 백화점의 경우 종이 봉투, 크기에 따라 비싸면 1~20엔까지 봉투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들은, 비닐 봉지의 '과거'를 버리지 못했을까요.
이후 일본에선 비닐 봉지를 대신할 에코백들이 줄지어 출시됐거요, 좀 한다는 브랜드들은 디자인까지 공을 들여 에코백 자체를 마케팅 툴로 이용,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한 전략처럼 쓰기도 했습니다. 2018년 기준 일본 국내에서 사용되는 비닐 봉지가 450억 장 정도라는 억억한 삶을 살면서도 정신을 차린 건 꽤나 늦은 셈이에요. 하지만 그래서 비닐 봉지를 버리지 않으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그곳만의 남다른 시도들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건(이라기보다 제 마음에 들었던 건), 편의점 체인 로손의 프리미엄 브랜드 '내츄럴 로손'과 프리마켓 어플로 일본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좋은 '메루카리 メルカリ'가 손을 잡고 시작한 '읽는 비닐봉지 読むレジ袋'입니다. 일본어의 연체적 성질 때문에 한국말로 옮기면 좀 어색한데요, 말 그대로 책을 읽다, 글을 읽다의 '책', '글' 자리에 '비닐 봉투'를 대입한, 비닐 봉지에 소설을 쓴 기획입니다. 하하하. 봉지를 들고 독서를 한다는 건, 또 무슨 (시간) 낭비일까 싶기만 한데요...🤣 근데, 참 디자인이 제법 그럴싸해요. 하얀 바탕에 버건디 컬러가 편안하기도 하고, 일본 서적 판형을 의식한 듯 세로 쓰기를 했어요. 요시모토 바나나, 이사카 코타로, 배우기도 한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이 봉지에 인쇄되어 배포됐고요, 모두 '물건'에 관한 짧은 에세이입니다.
그런데 이 '비닐 봉지'의 반란?은, 사실 '중고 장터'의 '보이지 않던 길의 모색'이기도 해요. 먼저 '메루카리'의 아이덴티티 이야기를 짧게 하면요, '메루카리'는 길거리 벼룩 시장을 스마트폰 어플로 옮겨 놓은 소위 말해 디지털 중고 장터입니다. 이런 건 별로 새롭지 않죠. 대부분 '중고'에 걸맞는 물건들만 거래되거나, 그런 뉘앙스의 말들만 덧붙여지거나. 하지만 '메루카리'는 '중고'란 무엇인가, '물건' 가치의 유효 기간은 얼마인가, '쓸모'란 혹시 상대적인 게 아니며, 내게 필요없는 게 너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뭐 이런 '중고'의 철학을 바탕에 깔고있습니다. 위 광고 영상은 '부모-자녀'로 이어지는, 중고의 미덕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
'새로운 가치를 끌어내는 세계적 마켓플레이스를 만들다.'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을, 그것도 중고로 팔면서 '메루카리'가 유일하게 '만드는' 건 세계적 '중고의 인프라'인 거에요. 그리고 그런 '이념' 아래서 메루카리는 2018년 4월 28일 '모노가타리 モノガタリ by 메루카리'를 시작해요. モノガタリ라고 하면, 物語、이야기인데요, 또 '모노 物'는 물건을 의미하기도 하고, 말하자면 말장난을 통해 '이야기'도 발신하는 '플레이스'로서의 '중고 장터'를 확장한 거에요. 이럼 좀 새롭죠?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는 아깝지만(지구에 미안하지만), 20엔짜리 소설까지 읽을 수 있다면 좀 덜 찜찜할 것도 같달까요. 서로의 마음에 물음을 던지는 시도이기도 하고, 새주인을 찾는 방향으로의 '재활용'이 아닌, 보지 못했던 쓸모를 끌어내는 의미에서의 '새 활용'을 얘기하고 있다고도 느껴져요. 그렇게 비닐봉지에 요시모토 바나나가, 이사카 코타로가, 그리고 뮤지션 세카이노오와리의 사오리 씨가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모두 '물건'에 대한 '모노가타리'를요.
그리고 잠깐 샛길을 걸으면, 세카이노오와리의 사오리 씨는, 두 해 전 나오키 상에서 데뷔작 '쌍둥이(ふたご)'가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현역 소설가이기도 해요. 재능도 많고, 재능의 재...'새?활용'처럼도 느껴지고...비닐봉투적으로 생각해본다면요.😅 😅
.....그리고 이번 주엔 지난 해 가장 깜짝 히트곡이었던, 97년생 에이토의 '香水’, 향수를 들어보았어요. 가사 속 등장하는 '돌체 앤 가바나' 같은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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