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소..에이서..에이수스 노트북 스벅 출입 가능한가?”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장삐쭈가 만든 ‘노트북’이라는 애니메이션이 국내외 커뮤니티에서 화제입니다. '스타벅스에 가려면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의 애플 맥북을 들고 가야 한다'는 인터넷 밈을 적절히 활용해 만든 영상인데요.
주인공은 에이수스(ASUS) 노트북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스타벅스에서 입장을 거부당합니다. 주인공이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강조해도, 다른 사람들은 브랜드 이름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평일 낮 4시간 입장만을 허가받으며, 다소 씁쓸하게 마무리됩니다.
이 웃픈 영상은 사실 에이수스가 직접 장삐쭈에게 의뢰해 만든 유료 광고 영상입니다. 약 6분 길이의 이 영상은 업로드된 지 일주일 만에 조회 수 146만을 기록했는데요.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살면서 본 광고 중에서 가장 뛰어났다’ ‘에이수스 유저로서 이 시리즈 너무 감동스럽다’ ‘크리에이티브성 대박이다’ 등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에이수스는 영상 업로드 이후 네이버 검색량이 세 배 이상 늘었고, SNS에서 ‘장삐쭈 노트북’으로 널리 알려지며 광고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이수스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을 재밌게 풀어내면서 다양한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했다”며 광고 기획 이유를 밝혔습니다.
◇떠오르는 ‘자기 비하 마케팅’ 사례
최근 굳이 드러내지도 않아도 되는 자사 제품의 약점을 먼저 노출하는 ‘자기 비하(self-deprecating) 마케팅’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빙그레가 지난 4월 공개한 요플레 광고 역시 자기 비하 마케팅을 활용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데요.
가수 KCM과 배우 조동혁이 촌스러운 옷을 입고 요플레에 들어가는 재료를 부수며 “비싼 재료 넣어놓곤 껍데기가 별로야, 토핑은 5성급인데 껍데기가 별로야, 그냥 흔한 제품 같아”라는 CM송을 부른다. 토핑에 들어가는 좋은 재료에 비해 제품 패키지가 너무 평범하다고 반복해서 자조하는 내용의 광고입니다. ‘와 이게 컨펌이 나네 껍데기가 별로야’라는 제목의 광고 영상은 조회수 780만에 이릅니다.
네티즌들은 ‘제품의 모자란 점을 솔직하게 공개해 토핑은 진짜라는 진실성을 느끼게 한다’ ‘껍데기는 평범하지만 엄청 맛있다는 내용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앞으로 편의점 가면 이거 찾아볼 것 같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현대카드 역시 올해 초 신상품인 ‘MX 부스트’를 출시하며 자기 비하 마케팅을 활용했습니다. 광고에는 ‘혜택에 쓸 돈 디자인에 쓴 듯’ ‘혜택도 신경 좀 써라’ ‘잘 쓸게요, 카드 대신 책갈피로’ 등 현대카드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등장한 후, ‘악플에 강경 대응 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노출된 뒤 새로워진 카드 혜택을 소개하는데요.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객의 의견을 잘 청취하고 있다는 의미와 함께 그만큼 이번엔 혜택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악플을 활용했다”며 “단점을 인정하는 쿨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젊은 고객들에게 통했다”고 전했습니다.
◇자기 비하 마케팅 통한 '진정성' 부각...대신 우선순위 높지 않은 요소여야
이처럼 자기 비하 마케팅이 늘어나는 이유는 기업이나 상품의 진정성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마케팅 업체 스태클라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90%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진정성’을 꼽았는데요. 이런 경향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MZ세대(1980~2000년대 태어난 세대)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다른 세대보다 진정성을 쉽게 감지하고, ‘가짜’로 보이거나 느끼는 것을 꺼린다는 뜻입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기 비하 마케팅은 소비할 때 진정성과 심리적 만족감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자기 비하 마케팅이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유 교수는 “자동차의 안전성이나 음식의 맛처럼 소비자들이 상품 구매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는 자기 비하 마케팅을 금한다”며 “상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의 하나이지만,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요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 광고 대행사 임원은 “자기 비하 광고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광고만 기억에 남고 정작 상품은 잊히거나 부정적 이미지만 오래 남을 수 있어 자주 활용하진 않는다”며 자기 비하 마케팅을 적절히 사용할 것을 설명했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