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여성만 입을 수 있는 브랜드, 브랜디 멜빌

💡 무슨 내용인가요?

- 미국 10대 소녀들의 워너비 브랜드인 브랜디 멜빌이 상륙합니다.

❓ 누가 보면 좋은가요?

- 브랜디 멜빌이라는 브랜드를 모르고 계셨던 분들

- 왜 10대 여성이 브랜디 멜빌을 좋아하는지 궁금하신 분들

🔑 주목할만한 포인트가 뭔가요?

- 옷에는 권력, 재력, 신분 등 많은 힘이 숨겨져 있습니다.

- 브랜디 멜빌의 옷은 소수의 사람만 착용이 가능합니다.

Brandy Melville

미국 10대 소녀들의 워너비 브랜드인 ‘브랜디 멜빌’이 성수동에 들어섭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선호 브랜드 상위권을 놓치지 않은 브랜디 멜빌은 꽤 특이한 브랜드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로고나 심볼을 의류 디자인에 자주 사용하지만 멜빌의 옷에서는 그 로고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로고 없이 트렌드한 의류를 딱 하나의 사이즈만 생산합니다.

이런 컨셉이 10대한테 잘 먹혔을까요?

인기 많은 브랜디 멜빌에게 들려오는 흉흉한 소문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BO 다큐멘터리 ‘*Brandy* Hellville & the Cult of Fast Fashion’에서 이를 다루고 있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브랜디 멜빌은 마른 금발 10대 소녀를 메인 모델 및 직원으로 채용하며, 유색인종(흑인) 직원의 승진을 막는 등의 조치가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영진이 젊은 직원들에게 착장 사진을 보내라고 강요한 제보도 있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브랜디 멜빌의 CEO가 미성년자 여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혐의도 제기되었습니다.

10대가 사랑하는 브랜드

하지만 이런 논란과 멜빌의 인기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일명 #BrandyMelville challenge 라 불리는 영상은 10,20대 소녀를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멜빌을 입기 위해 몸무게를 감량하거나, 멜빌의 옷을 입고 뽐내는 콘텐츠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습니다. 브랜디 멜빌을 선호하는 고객층은 주로, 학생들입니다. 그 때문일까요? 부모님과 함께 매장에 방문한 후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항상 경악했다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학생들이 멜빌을 너무 좋아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과, 하나의 사이즈만 판매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원 사이즈만 팝니다

브랜디 멜빌의 의류는 “모두가 입을 수 있는 원 사이즈”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슬림한 체형의 사람들만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브랜디 멜빌과 연관되어 언급되는 사회 현상 중 하나로는 섭식장애가 있습니다. 패션과 다이어트에 민감한 아이들의 섭식장애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논란과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10대 소녀들은 이 브랜디 멜빌을 사랑할까요? 오늘은 10대 소녀의 선망이 된 브랜디 멜빌과 옷 안에 숨겨진 권력에 대해 한 번 알아볼까 합니다.

옷은 신분을 상징한다

Toga, 고대 로마 시대

예로부터 옷은 단순한 의복을 넘어,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전통의상인 ‘토가’가 대표적입니다.

고대 로마를 다룬 영화나 콘텐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듯이, 토가는 원래 남녀노소 상관없이 입을 수 있었지만, 제정시대를 거쳐 노예, 외국인, 여자는 토가를 입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신분과 계급에 따라 토가의 색과 장식이 나뉘었습니다.

시민층에 해당하는 남자는 민무늬 하얀색 토가만 입을 수 있었고, 개선 장군이나 황제는 금실로 장식된 자주색 토가를 입었습니다.

허락되지 않은 사람이 자주색 토가를 입는 것은 매우 심각한 범죄로 간주했습니다. 자주색 토가를 입는 행위 자체를 황제의 권위와 위신을 침해하는 것으로 봤다는 겁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자주색 염료가 비싸 시도하기도 어려웠다고 하네요.

조선 시대의 관복

조선 시대에도 비슷한 의류 문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왕부터 살펴볼까요? 곤룡포는 왕만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하의 신분과 직책에 따라 엄격히 구분되었습니다.

1품 ~ 정3품은 홍색, 종3품 ~ 6품은 청색, 7품 ~ 9품 녹색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시대를 거쳐가면서 조금씩 바뀐 부분도 있지만, 계급에 따라 허용되는 옷이 달랐다는 포인트는 고대 로마와 일맥상통합니다.

이처럼 옷은 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수단을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신분, 상징, 권력 그 이상의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속성이 변화했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같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비싼 브랜드를 입을 수 있고 체형에 따라 입을 수 있는 옷이 다릅니다.

나만 입을 수 있다면?

남들이 입을 수 없는 옷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현대 사회에서 하나의 권력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디 멜빌의 의류는 10대들에게 어떤 권력을 제공할까요? 브랜디 멜빌의 옷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마르고 예쁜 사람이라는 인증서를 발급받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틱톡에서 brandy melville challenge로 검색해서 나오는 콘텐츠 속 소녀들의 체형은 누가 판이라도 찍어 놓은 것처럼 같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인기가 많죠. 브랜디 멜빌 착장을 찍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10대 소녀의 워너비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브랜디 멜빌이 성장한 큰 계기 중 하나로 이 SNS 콘텐츠를 꼽는 패션 기사도 많습니다.

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브랜디 멜빌을 입는 것만으로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데 거부할 수 있을까요? 한창 유행에 민감한 10대인데 그게 가능할까요?

마른 사람만 가능합니다

One Size Fits Most

브랜디 멜빌의 슬로건은 ‘One Size Fits Most’라고 합니다. 번역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맞는 사이즈라는 뜻입니다. 사람의 체형은 키, 몸무게, 비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정말 다양합니다. 브랜디 멜빌의 말에 따르면 이 다양한 체형에 가장 어울리는 사이즈를 만들고 있다는데 정말 그럴까요?

그 말이 맞을지 한 번 브랜디 멜빌의 티셔츠 사이즈를 분석해봤습니다. 브랜디 멜빌의 홈페이지에서 티셔츠 사이즈 몇 개를 추려보니 다음과 같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가슴둘레 60~80cm / 길이 60cm

옷 길이는 디자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가슴둘레입니다. 우리나라의 여성 의류 사이즈 중 가장 작은 사이즈는 xs의 가슴둘레는 82cm 정도됩니다. 브랜디 멜빌의 옷은 xs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겨우 입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무나 입을 수 없다

이렇게 숫자로 말하니 감이 잘 안 잡히죠? 브랜디 멜빌을 소화한 블랙핑크의 제니의 착장을 보면 이해가 되실 것 같습니다. 제니한테 딱 맞는 사이즈가 어떻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맞는 사이즈가 될까요? 물론, 10대에게 맞을 수 있겠죠. 그러면 10대 중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입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비만율을 한 번 찾아봤습니다. 20대 비만율은 31%로 집계되었습니다. 물론, 마른 비만 체형도 있겠지만 최소한 30%에 해당하는 인원은 이 브랜디 멜빌의 옷을 입을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서 s 사이즈 이상인 분들도 멜빌의 옷을 입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 나아가 16세에서 18세의 상반신 체형별 분포를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가슴둘레 85cm 이상인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대다수라는 정의가 특정 소수 집단을 뜻하게 됐을까요? 브랜디 멜빌이 주장하는 ‘One Size Fits Most’가 맞는 표현일까요? 차라리 마른 사람을 위한 원사이즈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현은경, 남윤자(2009). "여자 중고등학생 교복 치수 설정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서울대학교 생활과학 연구소, 2009. 602-613

멜빌은 소녀의 환상?

소비로 해결하려는 경향

현실적인 나와 이상적인 나 사이에는 언제나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상적인 내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메타인지가 발달하지 않은 10대일수록 쇼핑으로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건과 소비를 통해 이상적인 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되고 싶은 이상은 무엇일까요?

이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10대 소녀도 아닌데 그 이상에 대해 알 턱이 없죠. 제가 안다고 말하는 게 더 웃길 겁니다. 하지만 브랜디 멜빌에서 그 이상을 은연중에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멜빌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10대, 금발, 백인 또는 동양 소녀가 유독 눈에 띕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마른 몸매를 자랑합니다.

이걸 보면 “이게 너가 꿈꿔야 할 워너비”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립니다.

SNS 콘텐츠와 켄달 제너

브랜디 멜빌을 입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미국 소녀들이 많다는 글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섭식장애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는데 건강보다는 멜빌 옷을 입는 것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그들에게 있어 브랜디 멜빌은 입고 싶은 브랜드를 넘어 그 옷이 부여하는 인증서를 가지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옷이 가진 신분과 10대의 선망을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브랜디 멜빌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너는 말랐고 예쁜 사람이야.

멜빌의 옷을 입고 SNS에 나를 드러내면 타인의 부러움도 얻을 수 있습니다. 브랜디 멜빌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SNS 마케팅이었다고 여러 기사에서 밝혔습니다. 여기에 셀럽이 빠질 수 없죠. 2014년, 언제나 유행을 선도하던 켄달 제너가 브랜디 멜빌의 옷을 입고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켄달 제너의 나이가 18살이었고, 10대 소녀의 브랜드 선호 1위가 브랜디 멜빌이었으니 이 연결고리를 무시하기는 어렵겠네요.

그래서 브랜디 멜빌을 비판하는 콘텐츠도 많습니다. 브랜디 멜빌이 10대 소녀를 망가트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비판과는 별개로 10대 소녀들이 이 브랜드를 포기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는데 포기 못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성입니다. 이 본성을 억제할 수 있을까요?

해외 브랜드의 집결지, 대한민국

앞서 말한 것처럼 브랜디 멜빌이 성수동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멜빌 외에도 스위스 런닝화 브랜드인 ‘On’과 일본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인 ‘휴먼메이드’도 국내에 상륙하고 있습니다. 유명 해외 브랜드가 한국을 글로벌 진출 전 테스트 마켓으로 보고 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요? 아니면 실제로 그런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했으니 동남아에서도 히트를 쳤다는 케이스는 아직 찾아보기가 어렵거든요.

늘어나는 섭식장애

해외에서 성공한 브랜드가 한국을 교두보로 삼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는 사실말고는 그 무엇도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브랜드가 많아진다는 것은 미국 10대 소녀의 섭식장애가 국내에서도 똑같이 재현될 것 같은 걱정이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의 섭식장애 환자는 증가 추세에 있고 그 중 다수가 여성입니다. 그리고 그 분포에서도 20대 여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최근 5년 기준으로는 10대 여성의 거식증이 100% 증가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었습니다.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이런 패션 브랜드로 인해 발생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거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성수동에 등장할 브랜디 멜빌이 이런 부작용을 더 증폭시키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 내용도 여기서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