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럭셔리 브랜드는 텍스트힙을 사랑해~

💡 무슨 내용인가요?

 - 문학과 패션을 연결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캠페인이 점점 늡니다. 왜 그럴까요?

❓ 누가 보면 좋은가요?

 - 텍스트힙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가 궁금하신 분들

 - 독서에 관심이 가장 많은 세대가 누구인지 궁금하신 분들

🔑 주목할만한 포인트가 뭔가요?

 - 독서는 멋있는 행위입니다. 결코, 허세로 봐서는 안 됩니다.

 - 문학이 꼭 텍스트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럭셔리 브랜드의 텍스트힙 마케팅

럭셔리 브랜드에서 마케팅 소재로 텍스트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언급이 더 많아진 이 텍스트힙은 “텍스트”와 “힙”이 합쳐진 단어로, 책이나 독서와 관련된 행동이 멋있다고 보는 겁니다.

도대체 뭐가 멋있는 걸까? 이 질문을 두고 저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차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보다 책을 읽는 어르신이 멋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멋이라는 것은 타고난 간지도 있겠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행하는 것도 분명 멋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남들이 안 하는 일을 나서서 하면 멋있잖아요?

이런 멋이 럭셔리 브랜드와 잘 어울렸을까요?

미우미우(MiuMiu)와 디올(DIOR)

미우미우는 24년 여름에 전세계 8개 국가를 대상으로 책과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미우미우의 캠페인은 제인 오스틴의 “설득”, 시빌라 알레라모의 “여성”, 알바 데 세스페데스의 “금지된 노트북” 이 세 권의 책 중 1권을 주는 마케팅 캠페인이었습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의 책이었는데 이 캠페인을 진행하기 전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먼저 다룬 적도 있습니다.

문학 클럽 ‘라이팅 라이프’에서 시빌라 알레라모와 알바 데 세스페데스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행사를 가졌죠.

디올에서는 Dior Book Tote Club이라는 타이틀의 콘텐츠를 발행 중에 있습니다. 디올의 토트백과 유명인이 등장하는 이 콘텐츠는 게스트가 책을 소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토트백에 책을 담는 연출이 조금 작위적인 게 포인트이긴 합니다.

발렌티노(Valentino)

이 분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브랜드는 발렌티노였습니다.

발렌티노 더 내러티브 2 캠페인은 전 세계 17명의 작가들과 함께 진행했는데 이미지 없이 텍스트만으로 구성된 포스터를 선보였습니다.

발렌티노는 이런 캠페인을 21년에도 진행했던 기록이 있으며, 독립서점도 꾸준히 후원하는 브랜드입니다.

24년에는 부커상을 공식 후원하기도 했으며, 남성복 패션 위크에서는 책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기준 발렌티노는 독립서점 10곳을 선정해 발렌티노의 신상과 서점을 같이 소개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문학과 관련된 럭셔리 브랜드의 캠페인이 자주 등장하는 중입니다. 루이비통에서는 이탈리아, 베이징, 상해 등 서점 팝업 스토어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문학과 패션을 연결하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 빈도가 점점 늘고 있는 지금, 왜 럭셔리 브랜드는 텍스트힙에 빠져 있는가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정확히는 왜 텍스트힙이 멋있는가와 책 그리고 지적 허영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입니다.

책은 사치품이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책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지금은 커피 몇 번 참으면 구매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돈 많은 사람만 소유할 수 있었던 사치품에 가까웠습니다. 인쇄술과 종이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에게 보급된 것은 맞지만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필경사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양피지와 같은 동물 가죽에 필사하는 방식으로 책을 제작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책 1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동물가죽과 1년이라는 제작 기간(책 난이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함)이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허락된 학자나 수도승 그리고 귀족과 같은 고위 계층에게만 허락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과시용 아이템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중세 군주들은 책을 주문할 때 화려하게 만들라는 지시를 노골적으로 내렸다고 합니다. 황금 잉크로 글자를 적거나 표지에 휘황찬란한 보석으로 장식한 책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표적인 책 중 하나인 린다우 복음서를 소개해보자면 표지에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와 같은 보석이 빼곡하게 박혀 있습니다. 표지 가운데 위치한 예수님을 순금으로 조각했는데 이 작업을 위해 금속 세공인까지 추가로 고용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 책은 미국 뉴욕 모건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하네요.

평범한 책도 귀했다

책을 사치품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일반적인 책도 분명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인쇄술의 발달로 보급이 많이 되었지만 산업화를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저렴해졌거든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도난을 방지하고자 책을 사슬로 묶어두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해리퍼드 수도원 도서관에서 이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사서가 열쇠로 사슬을 풀어주지 않는 이상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은 고대부터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사치품이라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책이 흔해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라는 거죠.

여기에는 높은 문맹률이 한몫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100년 전 일제시대였던 1930년 조선인의 문맹률은 77.7%였습니다.

책을 많이 만들 수 있고 보급 가능한 환경이 갖춰지면 뭐합니까?

그 책을 읽을 수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그래서 문맹률이 회복되면서 책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졌는데 역설적이게 그 과정에서 책의 사치품 포지션은 희석되었습니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으면 멋 없잖아요.

독서는 힙하다

힙한 게 뭘까요?

“힙하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사람마다 정의가 좀 다를 수 있지만, 저는 남들이 하지 않는 나만의 길을 찾는 멋진 모습이 힙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래 ‘Flex’의 가사에서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덥게, 겨울에는 춥게”

이 가사처럼 남들과 다른 행동을 추구하는 것이 힙한 게 아닐까요?

독서로 바꿔 보자면 책은 많아졌지만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 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에 책을 읽던 분들 사이에서는 종이책에 대한 선호 또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암울한 독서 통계 안에서 유독 20대가 눈에 띕니다.

독서율을 확인한 지표에서 20대는 약 75%에 해당하는 인원이 독서한 적 있다고 밝혔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 독서율 지표에서도 20대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20대, 30대 사이에서 책에 대한 관심은 여러 장소에서 뚜렷하게 관측됩니다.

24년에 진행했던 서울국제도서전에 젊은 청년들이 많이 방문했다는 기사와 영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이 추구하는 텍스트힙

틱톡에서는 #booktok이라 불리는 해시태그를 사용한 도서 챌린지도 유행 중에 있습니다.

영국출판협회에서 16세~25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약 50%에 해당하는 인원이 #booktok을 보고 서점에 방문했다는 답변을 남겼습니다.

독서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커뮤니티에서 추천된 책이 때때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책이라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멋이라고 했다면, 이제 그 책을 소비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모습에서 멋을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독서 모임도 증가 중에 있는데 당근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독서 모임 게시글은 2.2배 급증했고 검색량도 50% 증가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독서에 유독 관심이 많은 것은 20,30대 여성으로 확인됩니다. 이들이 독서말고 멋이라는 관점에서 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은 어딜까요?

텍스트힙을 사랑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아닐까요?

허세와 지적 허영

이 독서 열풍에 큰 힘을 보탠 것은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 생각합니다. 상이 발표된 이후 독서 모임이나 책에 대한 관심이 폭주했으니깐요. 책과 품절 대란이라는 두 단어가 같이 등장한 것도 오랜만에 봐서 기분도 좋았습니다.

갑작스레 인기가 많아진 탓일까요?

SNL에서 이걸 과시용 텍스트힙이라는 영상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허영심은 독서만 해당될까요?

어떤 분야라도 유행이 시작하게 되면 그 유행에 탑승하는 사람들도 같이 늘게 됩니다. 독서와 비슷한 시기에 유행한 런닝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늘어난 독서모임처럼 런닝을 취미로 시작한 사람들이 급증했으니깐요.

지적 허영이 나쁠까요?

그런데 이렇게 유행에 탑승하고 척하고 사는 게 나쁠까요?

이건 국제도서전에 전시되어 있던 포스터인데 인상적이어서 한 번 가져왔습니다. 책을 사놓고 읽지 않는 사람한테 지적 허영이라 칭하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고객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더라도 책을 구매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삶에 도움이 되니깐요.

이건 독서실태조사에서도 똑같이 나타났습니다.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다수가 삶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1권이라도 읽은 사람 중 88% 이상이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었다고 답변했습니다.

허세나 지적 허영과 상관없이 책을 단 1권이라도 읽게 되면 인식이 바뀌게 됩니다.

부모님이나 지인이 억지로 책을 읽으라고 권유해도 읽지 않는 것이 사람인데 유행이든 어떤 이유든 간에 자발적으로 책을 구매하고 읽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행위가 정말 허영일까요?

자아성장과 발전에 조금이라도 불을 지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너무나도 멋진 행동이죠. 이런 행동 모두가 텍스트힙 아닐까요?

여기에 제 의견보다 백종원 대표님의 말을 보태보자면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변하신 기록이 있습니다. 척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다고요.

미식가인 척, 열심히 하는 척, 착한 척 살다보면 척의 강도가 커지고 그 척을 통해 나만의 기초가 생긴다고 합니다.

시작은 허세였지만, 결국은 간지로 끝나는 것이 힙하다의 정의 아닐까요?

하지만 어려운 출판시장

사실 이렇게 포장했지만, 종이책 시장은 침체기에 있습니다. 어려운 출판 시장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죠.

그런데 책이 사치품에서 모두의 지식으로 역할을 바꾼 것처럼 책을 소비하는 행동이 바뀌고 있는 과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 부스 결과를 보더라도 체험형 부스가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를테면 문학자판기나 오디오 감상처럼 말이죠

텍스트는 무조건 책?

그런데 럭셔리 브랜드의 텍스트 활용법을 지켜보면 비슷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발렌티노의 텍스트 비쥬얼 포스터라든지 디올의 북 토트 클럽 콘텐츠처럼 말입니다.

텍스트라고 해서 꼭 종이에 갇혀 있어야 할까요?

그 한계를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책을 구매하러 가게 만든 것은 틱톡의 #booktok 해시태그이며, 텍스트힙을 추구하는 독서 인증샷이었습니다.

저한테는 독서가 예전에는 혼자 지식을 탐구했던 행위에서 남들과 공유하며 인정받을 수 있는 취미로 진화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 취미를 사랑하는 이들이 같이 좋아할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가 텍스트힙에 푹 빠진 이유가 아닐까요?

여러분도 멋이든 뭐든 상관없이 책 한 권 정도는 구매해서 완독하시기를 권유드리며 오늘의 이야기도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Appen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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