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재들을 한국 회사에 연결해주고 월 8천만원이 넘는 매출을 만들고 있는 서비스가 있어요. 사업 시작한 지는 1년 밖에 되지 않아요. 창업자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베트남을 딱 한번 밖에 가보지 않았고요.
베트남을 잘 모르던 창업가가 어떻게 베트남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특히 초기에 베트남 인력들은 도대체 어떻게 모은 건지 궁금했어요. 픽디를 서비스 하는 천민기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고 왔어요.
하이라이트
"일단 좋은 인재가 많고, 그분들을 제가 찾을 수 있다는 걸 먼저 검증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페북 그룹에 들어가서 채용 공고를 엄청 뿌렸어요. 그런데 3일 만에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한 거예요"
"매일 100개에서 200개가 넘는 콜드메일을 보냈어요.한달 동안 3,000개가 넘는 콜드메일을 보내서 8개 정도의 고객사가 생겼고요"
"현금 흐름을 끊고 생활비가 크게 줄어도 꽤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월 200만원만 있어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몸소 느낀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사업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사업하다 망해도 알바하면서 살면 되니까요. 사업을 안 할 이유가 없어진거죠"
배경 설명
Q: 어떤 서비스 인가요?
월 139만원으로 베트남 인재 한명을 풀타임으로 고용할 수 있게 도와줘요. 컨텐츠 디자이너에서 시작해, 인플루언서 마케터, 블로그 마케터, 상세 페이지 디자이너 등으로 확장해 가고 있어요.
🕵🏼♀️ 창업가 인터뷰
Q: 처음에 베트남은 어떤 계기로 가게 되셨나요?
1년반 전에 큰 꿈을 꾸며 창업하겠다고 회사를 나왔는데, 계속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꼈어요. 프리랜서 수입이 나쁘지 않았지만, 이정도 금액으로는 인생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아예 현금 흐름을 끊고 다시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표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행하고 있던 프리랜서 프로젝트들을 다 끊었어요. 그리고 머리 식힐 겸 베트남을 간거죠.
Q: 베트남 가보니까 어떠셨어요?
베트남은 사업 기회를 찾아 갔다기보다 정말 쉬러간 거 였어요. 동남아 자체를 처음 가본 거였거든요. 그런데 베트남에 도착하니 도시가 활력이 넘치더라고요. 건물도 많이 올라가고 있고, 젊은 사람들이 새벽 6시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고요. 도시 자체가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Q: 픽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신 거예요?
사실 픽디 전에 다른 사업 아이템을 먼저 시도해 봤어요. 한국 브랜드의 제품을 베트남에서 판매하는 마케팅 에이전시 사업이요. 베트남 여행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잘 나가는 뷰티 브랜드들을 다 찾아가서 베트남 마케팅을 대신 해주겠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다들 좋다고 했는데, 막상 최종 계약까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시더라고요. 한달 반 동안이나 기다렸는데, 최종 계약 도장을 안 찍어주는 거죠. 브랜드 입장에서는 해외 마케팅을 모두 맡기는게 리스크가 꽤 큰 일이라서, 조심스러워 한다는 걸 알게 된거죠.
Q: 첫번째 시도가 실패했던 거네요.
네 맞아요. 베트남 총판 에이전시에 대한 수요가 애매하다는 걸 알고 뭐할지 고민하다가, 베트남 디자이너 인재 매칭이 떠올랐어요. 이 아이디어는 뉴스레터에서도 많이 보고, 한국에는 슈퍼코더 같은 업체도 있어서 예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아이디어이긴 했어요. 그런데 이걸로 100억 매출을 내는 게 가능할까 싶어서 매번 시도하지 않고 있었던 사업이었고요.
그런데 계속 혼자서 안될 이유만 찾기보다, 뭐든지 끌리는 아이템이 생기면 빨리 시도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고 실험만 하면 피폐해질 것 같았어요. “실패하더라도 그냥 해보자. 끌리는 거 하다보면 뭐 다른 일이 생기겠지” 하면서 시작을 한 거예요.
Q: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인재 매칭은 인재를 원하는 회사와 인재를 동시에 구해야 하는 양면 시장인데요. 일단 베트남에 좋은 인재가 많고, 그분들을 제가 찾을 수 있다는 걸 먼저 검증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베트남의 각종 커뮤니티에 채용 공고를 올려서 한국 회사와 일할 디자이너를 찾았어요. 조금 리서치 하다보니까 베트남에서는 아직도 페이스북 그룹으로 채용 공고를 공유하는 문화가 많더라고요. 각종 페북 그룹에 들어가서 채용 공고를 엄청 뿌린거죠.
그런데 3일 만에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한 거예요. 그들이 보낸 포트폴리오를 봤는데, 퀄리티가 좋은 분들이 많았어요. 이 정도 퀄리티의 인재라면, 한국 회사들과 일할 수 있겠다 싶었죠.
작년 3월 30일에 이 사업을 시작해 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4월 초에 베트남 디자이너 공고 올린 다음, 4월 12일에 첫 고객사 미팅을 잡았어요. 굉장히 빨리 검증한거죠.
Q: 왜 하필 그래픽 디자이너로 시작하신 거예요?
이전 회사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일할 때 제일 불편했던 게 광고 배너 만드는 일이었어요. 인하우스 디자이너 분들은 배너 작업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어요. 작업 기간이 촉박하고, 금방 쓰고 버리는 디자인이 많으니까요. 작업을 요청한 뒤에 꽤 오래 기다려야 했고요. 내가 만약 마케팅 팀장이라면, 여러 직무 중에 어떤 직무만큼은 외국인을 쓸 것 같은지 고민해 봤을 때, 배너 디자이너 였어요.
Q: 첫 고객사는 어떻게 찾으셨어요?
초기 고객사 8개 회사는 지인들이었어요. 프리랜서 작업을 하면서 알게된 대표님들에게 찾아가서 디자이너 필요하지 않으시냐고 제안한거죠.
Q. 첫 세일즈 미팅에서 어떤 전략이 있으셨나요?
몇가지 팁이 있었어요. 우선 첫 미팅에서 계약서를 쓰지 않았고요. 우선 베트남 인재를 연결해드릴테니, 이분들이 하시는 과제부터 보고 계약하실지 판단해 보시라고 했어요. 그분들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을 드린거죠. 그리고 계약을 할 때는 무조건 정액제로 했고요. 고객사가 고민하는 포인트를 최대한 줄이려고 했어요.
다행히 첫번째 클라이언트를 맡았던 디자이너가 과제를 너무 잘해줬어요. 1년이 지난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는데, 너무 고마운 친구예요.
Q: 그 다음에는 어떻게 고객사를 늘려갔어요?
첫 8개 고객사는 지인이었고, 그다음에는 콜드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원티드, 사람인, 잡코리아에서 콘텐츠 디자이너를 찾고 있는 회사들을 찾아서 하루에 100개씩 보냈어요. 많이 보낼 때는 200개씩 보내고요. 한달 동안 3,000개가 넘는 콜드메일을 보내서 8개 정도의 고객사가 생겼어요. 요즘은 지인 추천으로 들어오는 고객 비중이 높아졌고요.
Q: 고객사 입장에서 베트남 디자이너랑 일하는 걸 어려워하지는 않나요?
초기 고객사들은 조금 어려워 했어요. 괜히 설명 많이 해줘야 할 것 같고, 영어로 설명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셔서 일을 잘 안 줬어요. 그런데 일 하다보니 고객사가 한국어로 지시 사항을 남겨도 베트남 디자이너분들이 알아서 번역기를 돌려서 작업을 해 오시더라고요. 엑셀 시트에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입력만 해 놓으면 작업이 뚝딱 되기 시작했고요. 지금은 한국어로 작성해야 하는 컨텐츠 작업도 베트남 친구가 맡아서 하고 있어요.
Q: 한국어를 못하는 베트남 사람이 한글 컨텐츠 작업을 한다고요?
네, GPT를 활용해서 해요. 우선 베트남어로 글을 쓰고, 그걸 번역기로 돌려요. 그 다음에 GPT한테 가서 어색한 한국어를 교정해 달라고 하는거죠. 한국어를 어설프게 할 줄 아는 베트남 친구보다 한국어를 하나도 모르는 친구가 GPT 도움 받아서 쓴 글이 오히려 더 좋아요. GPT한테 학습을 시키는 게 능력인 시대가 온 것 같아요.
각종 AI 툴 사용해서 영상 편집 작업하는 베트남 친구도 있고요. 이런 것들을 눈 앞에서 보면 앞으로 노동이 양극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을 채용해서 지시하는 자본가와 AI를 정말 잘 활용해서 일을 잘 뽑아내는 사람들로요. 외국어라는 언어 장벽도 사라지고,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면서 국경 장벽도 사라지면서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뀔 것 같아요.
< AI 툴의 도움으로 영상 작업한 베트남 친구가 사용했던 AI 툴 목록 >
- 영상 스크립트 : GPT, Gemini
- 모델 생성 : HeyGen
- 보이스 생성 : Podscribe
- 비디오 효과 등 : Artilist
- 위의 AI 툴 + Adobe Tool + Freepik 등 스톡 아카이브 툴을 조합하여 제작
Q: 현재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월 매출 8천만원 정도 나오고 있어요. 베트남 인재들 인건비로 85% 정도 나가고요. 영업 이익은 10% 정도 나오더라고요. 흑자를 내면서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Q: 2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것 같아요?
현금 흐름을 가능한 빨리 끊으라고 조언해 줄 것 같아요. 막상 현금 흐름을 끊고 생활비가 크게 줄어도 꽤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월 200만원만 있어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몸소 느낀거죠. 아르바이트를 해도 200만 원은 충분히 벌 수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사업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사업하다 망해도 알바하면서 살면 되니까요. 사업을 안 할 이유가 없어진거죠.
Q: 사업 초기에 가졌던 생각 중에 지금 달라진 게 있나요?
제가 처음 사업을 시작 했을 때는 돈이 가장 큰 목표였어요. 그런데 어쩌다 아주 큰 돈을 벌기엔 애매한 아이템을 시작한거죠. 일단 시작했는데, 고객들도 좋아하니까 계속 해보자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재밌어요. 회사의 부족한 인력 리소스 문제를 해결하는게 재밌고, 그 과정에서 열심히 일하는 베트남 인재들을 보는 것도 보람있어요. 새로운 형태의 업무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얼마전에 베트남에 가서 80명이 넘는 베트남 팀원들을 거의 다 만나고 왔거든요. 여기까지 오니까 일종의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이걸 그만두면 이 친구들이 직업을 다 잃게 되는 거니까요. 이 사업이 얼마나 커질지 모르겠지만, 이 과정이 즐겁고 보람차니까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참고 자료
01. 픽디는 요즘 그래픽 디자인 뿐 아니라 다른 직무들로 확장을 해가고 있어요.
"마케터, 세일즈, CS, 영상 편집, 3D 모델링, 일러스트레이터 등 20여 개가 넘는 직무에서 채용을 돕고 있어요. 특히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회사가 많아지면서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직무에 대한 채용 요청이 많아요. 해외 진출하는 소비재 브랜드, 성형외과/피부과 등 해외 고객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회사들이 주 고객이고요."
"픽디 홈페이지도 베트남 디자이너 분이 디자인 해주신 거랍니다"
02. 사업 개발 매니저와 콘텐츠 마케터도 열심히 채용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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