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뷰티 열풍으로 피부 클리닉이 시장이 엄청 커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왜 이렇게 빨리 성장한 건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피부 클리닉 창업자를 만났습니다. 이 피부 클리닉은 창업 1년 반 만에 월 매출 30억을 찍었어요.
창업가의 이력은 굉장히 특이합니다. 의대생이었다가, 소개팅 앱을 창업하고, 그 뒤에 피부 클리닉을 창업했거든요. 90년대생으로 아직 30대 이고요. 세니아 클리닉 민원준 대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이런 분에게 추천하는 글이에요
- 피부 클리닉 비즈니스에 대해 궁금했던 분
- 인플루언서 시딩이 가진 파급력에 대해 궁금했던 분
-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가장 뛰어난 산업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던 분
🔥 Highlights
"피부 클리닉은 소매유통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기계를 떼다 파는 사람들이구나. 소매 네트워크구나.' 의사가 비즈니스의 핵심이 아니고요.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가격을 낮추는 거였어요."
"창업한 지 7개월 됐을 때 계속 잔고가 줄어들어서 한두 달 더 운영하면 파산하는 상태가 왔어요. 그것도 법인 파산이 아니라 개인 파산이요. '내 인생 망했구나.' 싶었죠. 그런데 정말 귀신같이, 한 달 만에 터닝포인트가 와서 엄청나게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여러 가지 전환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외국인 마케팅을 시작한 거예요. 외국인 대상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 틱톡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에게 세니아 클리닉을 포스팅 해 달라고 요청한거죠."
"이미 저희 병원에 오는 고객의 95%가 외국인이에요.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시술을 받을 정도면 수요는 확실하게 검증된거죠."
🕵🏼♀️ 창업가 인터뷰
Part1. 의대생에서 소개팅 앱 창업으로
Q: 어쩌다 의대생에서 사업가가 된 거예요?
의대 공부가 너무 재미없었어요. 저는 원래 수학 덕후였거든요. 그런데 의대는 완전 암기 과목 뿐이더라고요. 그래서 본과 3학년 끝나고 경영 컨설팅 학회를 들어갔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때 의사 안 하고 사업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첫 사업 아이템 선정 기준이 세 가지가 있었어요. 하나는 돈이 바로 벌리는 사업을 하고 싶었고, 두 번째는 공중보건의사 기간 동안 방 안에서도 준비할 수 있는 것, 세 번째는 내가 써본 것이었어요. 이 세 가지 교집합을 잡으니까 소개팅 앱이 떠오르더라고요.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소개팅이 제일 만만한 창업 아이템이더라고요. 대학생들이 창업하면 다들 소개팅 앱 만드는거죠.
Q: 앱 개발은 어떻게 하셨어요?
혼자서 기획, 개발, 마케팅 다 배우면서 시작했어요. 사실 첫 번째 앱은 소개팅 앱이 아니라 대학생 4:4 미팅 앱이었고요. 1년 동안 주구장창 개발만 하다가, 전역한 다음 날 바로 런칭했는데요. 출시하자마자 미팅앱에는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소개팅이나 미팅 앱은 여성 유저를 확보하는 비용이 엄청 높아요. 미팅 앱은 소개팅 앱보다 많은 사람들을 모아야 하니까, 돈이 훨씬 많이 들고요. 4:4 미팅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모집하고, 모두를 만족시킨다는게 엄청 어려운 일이라는 걸 출시하자마자 알겠더라고요. 다행히 제가 직접 개발 했으니까 코드를 다 알고 있어서 빠르게 1:1 소개팅 앱으로 피봇을 할 수 있었어요. 외주로 개발했다면 한참 고생했었을 거예요.
Q: 결과가 괜찮았나요?
아니요. 처음 9개월 동안은 매출이 한 달에 50만 원 정도였어요. 마케팅비로 한 달에 500만 원 정도 썼고요. 적자 였던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9개월이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닌데 엄청 괴로웠어요.
소개팅 앱이 아마 100개가 넘을 거예요. '레드오션이라서 안 되는 건지, 내가 바보라서 못하는 건지, 마케팅을 못하는 건지, 프로덕트를 잘못 만든 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는 거예요. 그때가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다행히 10개월 차부터 갑자기 지표가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Q: 어떻게 갑자기 트래픽이 생긴 거예요?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반복적으로 제품 개선하고, CS를 엄청 열심히 한 게 핵심이었다고 생각해요. 채팅창을 하나 만들어 놓고 CS가 들어오면 바로 바로 대응했어요. 보통 소개팅 앱은 즉시 대응을 잘 안 하거든요. 저는 새벽 2시에도 알람이 오면 바로 일어나서 답장했어요. 문제 생기면 다 해결해주고요. 24시간 즉시 대응이었던거죠.
그러다 갑자기 매출이 월 5천만 원까지 올라갔어요. 혼자 다 했으니까 비용이 별로 없어서 2~3천만 원이 남았고요. 그전까지는 돈이 타들어가고 있었는데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돈이 쌓이는 상황이 된거죠. 다음 스텝을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Part2. 소개팅 앱에서 피부 클리닉으로
Q: 어떻게 소개팅 앱을 하다 피부 클리닉으로 피봇을 하신 거예요?
현금 흐름이 생겼지만 더 크게 가려면 팀을 꾸리고 마케팅 잘하시는 분, 실력 있는 개발자를 모셔서 계속 발전시켜야 하는데 과연 내가 그걸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내가 소개팅 앱에 진심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이 사업에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9개월의 적자 기간 동안 깨달은거죠. 그래서 장기적 관점으로 길게 사업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면 무엇을 할까 하다가, 일단 돈을 많이 벌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게 피부 클리닉이었고요. 그렇게 소개팅 앱은 CS팀 직원 2명만 뽑아서 오토 파일럿으로 돌려놓은 다음 피부 클리닉 시장을 알아보기로 한 거예요.
Q: 피부 클리닉 경험이 없으셨던 것 아니에요?
그래서 우선 페이 닥터로 다른 피부 클리닉에 취직했어요. 현장을 보니 피부 클리닉은 병원이라기보다 하나의 기업체, 공장 같았어요. 일단 환자가 원하는 의사를 선택할 수 없어요. 주요 시술은 기계가 다 하거든요. 슈링크, 써마지, 울쎄라, 보톡스 같은 약품/기계들이요. 기계 회사들이 이미 균질한 퀄리티를 낼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놓은거예요. 의사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이 진료를 보고요. 의사가 비즈니스의 핵심은 아니라는 뜻이죠. 직접 경험해보니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결국 피부 클리닉은 소매유통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기계를 떼다 파는 사람들이구나. 소매 네트워크구나.' 싶었어요.
Q: 그걸 정의한 다음에 클리닉 오픈을 결심하신 거예요?
네 맞아요. 의사들 중에 저처럼 마케팅을 깊게 고민한 사람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제가 소개팅 앱을 혼자서 운영하면서 메타 광고를 정말 많이 연구했거든요. 피부 클리닉 시장에서도 나보다 마케팅 잘하는 의사가 있을까? 인생 한번 사는 거, 리스크 걸어보자는 마인드였어요.
그렇게 소개팅 앱이랑 페이 닥터로 벌었던 돈에 대출까지 얹어서 오픈을 했습니다. 월세가 3천만 원, 직원 인건비가 3천만 원, 기계 리스비가 1~2천만원 정도 들더라고요. 고객이 1,000명이 오든 0명이 오든 매달 8~9천만 원이 고정으로 나가는 거예요. 이렇게 고정비가 높은 사업을 성공시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였어요...
Q: 오픈할 때 세워둔 전략이 있으셨어요?
우선 제가 피부 클리닉을 소매유통업이라고 정의 했으니까,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가격을 낮추는 거였어요. 시장 조사해서 제일 싸게 했더니 정말 고객이 폭발적으로 몰리더라고요.그런데 동시에 적자가 너무 심해졌고요. 고정비가 높으니까요.
고객은 많은데 적자가 나니까 가격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가격을 올리니까 고객이 뚝 끊겼어요. '처음 들어보는 병원인데 왜 비싼 가격에 가야 하나' 싶은거죠. 가격을 낮추면 마진이 안 남고, 높이면 고객이 안 오고... 이게 경쟁 강도가 높은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이 없는 소매유통업의 어려움이었어요.
창업한 지 7개월 됐을 때 계속 잔고가 줄어들어서 한두 달 더 운영하면 파산하는 상태가 왔어요. 그것도 법인 파산이 아니라 개인 파산이요. 개인 대출받아서 한 거니까 무한 책임이었거든요.
Q: 너무 스트레스 받았을 것 같은데요.
'내 인생 망했구나.' 싶었죠. 그런데 정말 귀신같이, 한 달 만에 터닝포인트가 와서 엄청나게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여러 가지 전환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외국인 마케팅을 시작한 거예요. 코로나가 막 풀리던 시기였거든요. 2023년 7월부터 외국인 대상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외국인 문의가 엄청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또 하나 중요했던 건 오퍼레이션을 개선한 거였어요. 공장형 병원이니까 회전율이 높아야 하는데, 직원들이 높은 회전율에 맞춰 일할 수 있게 하는게 어려웠거든요.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고, 높은 회전율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인당 생산성이 엄청 올라가면서 인건비 비중이 줄었어요.
그래서 마진도 개선되고 외국인 고객도 많아지면서 미친 듯이 성장하기 시작한거죠. 생산성이 올라가니까 최저가로 가격을 책정해도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요. 비유하자면 쿠팡이 물류 시스템 개선해서 오퍼레이션 효율 높여 마진을 잡는 것과 비슷한 거예요. 그렇게 창업 1년 6개월이 되고부터 월 매출 30억을 찍었어요. 지금은 3관까지 확장했구요.
그때 힘들었던 기간이 저를 정말 많이 바꿔놨어요. 개인 파산이 너무 무서웠거든요.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사업에 더 몰입하게 됐고, 생활 루틴도 바뀌었어요. 사업 책도 엄청 많이 읽기 시작했고요.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Q: 외국인 대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해주세요.
언섹시 비즈니스 아티클을 보고 인플루언서 시딩에 대한 영감을 받았어요. 섹스 초콜릿 브랜드에서 틱톡 인플루언서들에게 시딩해서 성장 했다는 아티클을 우연히 봤거든요. 저희도 시도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친듯이 인플루언서 시딩을 했어요. 인스타그램, 틱톡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에게 세니아 클리닉을 포스팅 해 달라고 요청한거죠.
물론 그 과정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희는 스킨케어처럼 제품만 보내주면 되는 게 아니라, 그 인플루언서가 직접 세니아 클리닉을 경험해야 하니까요. 수십번의 시행착오 끝에 해결책들을 하나씩 찾았고, 인플루언서 시딩이 매출에 엄청 큰 기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발사 후 조준'이라는 말을 제일 좋아해요. 제가 맨날 하는 말이 "조준하다 발사하면 너무 늦다, 일단 발사해"예요. 막막할 때도 계속 시도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던 것 같아요.
Q: 다음 스텝은 글로벌이죠?
이미 저희 병원에 오는 고객의 95%가 외국인이에요.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시술을 받을 정도면 수요는 확실하게 검증된거죠.
수요는 이미 검증되었고, 해외에서 똑같이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에요. 첫번째 문제는 재료예요. 의약품이다 보니 나라에서 승인을 받아야 쓸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아직 우리나라 의약품들이 FDA 승인을 많이 받지 못했어요. 그러니 똑같은 가격으로 제공하기 어려워요. 이 사업의 핵심은 소매유통업, 즉 가격이 싼 건데 말이죠.
보톡스가 우리나라에서는 1만 9천 원이면 받을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500달러, 우리 돈으로 70만 원 정도 해요. 똑같은 성분인데 브랜드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미국 시장이 아직 안 열렸다고 보고, 일본을 먼저 가려고 해요. 일본은 우리나라 제품이 현지에서 공식 승인을 받지 않았어도, 우리나라에서 승인됐으면 의사가 판단해서 수입해 쓸 수 있거든요. 일본에서는 재료를 우리나라와 똑같이 세팅할 수 있고, 현장 오퍼레이션만 우리와 비슷하게 만들면 될 것 같아요.
Q: 피부 클리닉을 시작할 때는 돈을 많이 벌어두기 위해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비젼이 생겼고요.
처음에는 그냥 돈 많이 벌고 다음 사업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출장을 다니면서 내 인생을 여기에 걸어도 될 만큼의 큰 기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계로 나가니 K-문화가 이제 더 이상 마이너 문화가 아니라 진짜로 주류 문화에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국이 외모에 정말 관심이 많은 나라에요. 그래서 그만큼 수요가 크고 화장품, 피부 미용 병원 같은 K-Beauty가 발전했죠. 글로벌하게 봤을 때, 한국이 이 산업에서 가장 고도화되어 있어요. 그런 한국에 살고 있는 누군가 이걸 세계로 가져가야 하고, 제가 지금 한국에서도 제일 잘하고 있으니 제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종의 사명감 마저 생긴거죠. 우리의 강점을 가지고 세계로 탐험을 떠날 생각을 하니 이제는 매일이 두근거려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발사 후 조준’이에요. 조준은 한국에서 충분히 한거 같고, 이제 발사할 때가 된거 같아 발사해보려고 합니다.
참고 자료
세니아 클리닉은 현재 많은 포지션을 채용하고 있어요 (채용 공고 링크)
피부 클리닉을 소매 유통업으로 정의한 내용은 이 문서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링크)
피부 미용 병원은 사실, [소매 유통업] 입니다. 많은 병원이 ‘시술의 의학적 결과’에 초점을 맞춰서 사업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실제 피부 미용 시술은 재화간 차별성이 별로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어느 피부 미용 병원을 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마치 초코파이를 살 때 어느 마트를 가서 사든 상관 없는 것 처럼요. 가깝고 싼 곳이 좋습니다. 피부 미용병원이 소매 유통업으로 정의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보면, 피부 미용 병원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저렴한 가격, 짧은 대기 시간, 친절함’입니다. 이 3가지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세니아는 피부미용계의 코스트코를 꿈꾸고 있습니다.
2024년 현재 피부클리닉 시장 사이즈는, 한국 2-3조, 일본 5-10조, 미국 20-30조 정도로 추정되며, 고속 성장하는 시장입니다.해외 시장은 아직도 제도적 제약 조건으로 미충족 수요가 큽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특정 조건들이 해결되면, 향후 100조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세니아 강남점은 장기 비전에서 고도화 테스트 베드 (실험실) 역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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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마무마무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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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lee
피부과 실제로 다녀보면 피부과가 성공하는 핵심 3가지가 은근 지키기 어렵다는 게 정말 공감돼요... 오늘 글도 잘 읽었습니다! :)
언섹시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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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죵
요새 레이저제모 시술을 가격이싼 새로운 병원으로 옮겼는데 여기는 마취크림도 안발라주더라구요.. 크림바르고 대기하는시간 없으니 극강의 회전률로 시술되는데 공장에 들어간 부품이 된것 같았습니다. 마취안해서 얻는 고객의 고통은 곧 병원의 이익ㅜㅜ
언섹시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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