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BP 생각

"오늘 원온원, 준비하고 들어가셨나요?"

리더의 멀티태스킹 딜레마, 그리고 AI로 설계하는 더 나은 원온원

2026.04.28 |

리더십을 주제로 이야기 하면 과거의 저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원온원 장면을 생각하면 더 그런데요. 구성원 분들과 정기적으로 원온원을 스케줄링 하고 실제로 진행은 하였지만, 시간이 임박하거나 구성원과 마주 앉은 다음부터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를 생각한 적도 많았습니다.

 

사실 원온원 직전까지는 완전히 다른 일에 몰입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보니, 막상 여러 구성원들과의 원온원을 사전에 준비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일에대한 몰입과 구성원에게의 몰입, 어떻게 보면 리더에게 가장 큰 멀티태스킹의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심리학회에 따르면 지속적인 멀티태스킹은 생산성을 최대 40%까지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10년의 연구에서도 멀티태스킹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집중력과 기억력이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는 결과를 보입니다.

실제로 뇌는 동시에 일을 해낼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업무를 오가는 데 발생하는 전환 비용이 크게 발생하고 이것이 뇌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며, 거의 수면부족에 가까운 수준의 인지 저하도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 졌습니다.

 

멀티태스킹의 폐해(?)를 알지만, 리더라는 역할 자체가 그 상황을 요구합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리더분들이 저와 같은 상황을 겪었거나 겪고 계실 것이라 짐작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준비가 안 된 원온원은 즉흥적으로 흘러갑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주제가 튀어나오고, 리더가 뭔가 잘해보려 할수록 오히려 말이 많아집니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오늘도 팀장님이 주로 말씀하셨다"는 느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들의 번아웃은 일이 많아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잘하고 싶은데, 이 멀티태스킹 환경 때문에 실무도, 사람관리도 양쪽 모두 기대 만큼이 아닌 것 같은 답답함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설계가 필요하지만, 너무 거창하면 안 됩니다

 

원온원을 잘 하려면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설계가 너무 거창해지면 그것 자체가 또 하나의 일이 됩니다. 설계는 하되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사실, 다수의 구성원과 원온원을 해야 하는 리더를 생각하면, 실제로 아젠다를 준비해야 하는 주체는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이 맞습니다. 리더가 모든 구성원의 원온원 아젠다를 일일이 준비한다고 해서 원온원의 퀄리티가 올라가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구성원이 준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사전에 설계해두는 것인데요. 이 지점에서 AI를 적극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첨부 이미지

 

아주 간단한 버전으로 시작하고 AI 도움 받기

 

제가 생각하는 가장 가벼운 시작은 이렇습니다.

우선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쓰는 페이지를 하나 만듭니다. 노션처럼 권한 관리가 되는 툴이면 좋습니다. 여기에 팀 회고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으로 아주 단순한 템플릿 두 가지만 넣습니다.

 

  • CSS 회고: Continue(계속할 것), Stop(멈출 것), Start(새로 시작할 것)
  • 지원 요청: 업무 측면에서, 커리어 측면에서 리더의 도움이 필요한 것

 

구성원이 매주 원온원 전에 이 페이지를 업데이트합니다. 리더는 만나기 전 5분 동안 이걸 읽습니다. 이것만 해도 준비 없이 만나는 것과 완전히 다른 대화가 됩니다.

 

첫 번째 원온원에서 상호 동의하에 대화를 녹음합니다. 그 녹음을 AI로 정리해서 같은 페이지에 업데이트합니다. 다음 원온원까지 서로 해야 할 Task들도 함께 정리합니다. AI가 노션 페이지를 자동 생성해주니,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다음 번 원온원이 되면, 지난 미팅 내용을 빠르게 체크하고 task 진행 상황을 확인하며 시작합니다. 이 내용도 동일하게 AI로 정리하고 쌓아갑니다.

 

 

맥락이 쌓이면 달라지는 것들

 

이렇게 하다 보면 흥미로운 일이 생깁니다.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대화 맥락이 계속 누적됩니다.

그 맥락과 회사·조직의 방향(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맥락설계)을 AI에게 함께 던져주면, 다음 원온원에서 다뤄볼 만한 주제나 서로 교환할 피드백을 제안받을 수 있습니다. 리더도 구성원도 전환 비용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운 그 시간을, 조금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게 됩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직접 만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생기는 변화입니다. 쌓인 맥락을 통해 리더는 구성원에 대해 더 잘 판단할 수 있고, 구성원도 리더의 관점을 더 쉽게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대화가 없는 사이사이에도 맥락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리더는 여러 명의 구성원과 원온원을 합니다. 이 대화들이 기록되어 쌓이면, 리더 스스로 일관성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은 리더가 없는 자리에서 수시로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리더가 의도하지 않게 구성원마다 다른 말을 했다면, 그것이 오해의 씨앗이 됩니다. 기록된 맥락은 그 리스크를 줄여줍니다.

 

 

삭막하게 느껴진다면

 

이 이야기를 하면 가끔 "너무 삭막하지 않냐"는 반응이 나옵니다. 또는 "녹음하고 AI에 넣는 게 보안상 불안하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둘 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저는 이것이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툴을 어떻게 선택하고, 어떤 내용까지 기록할지는 조직마다 기준을 만들면 됩니다.

 

회사와 조직의 맥락,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대화 맥락이 계속 정렬되는 방향으로 인터랙션을 쌓아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리더도, 구성원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이것이 AI 시대에 리더가 피플 매니저로서 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려움에 피하기보다는, AI를 더 나은 방법으로 활용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리더십은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경험 중 하나고, 잘 수행했을 때 그 뿌듯함은 기대보다 더 큽니다. 포기없이, 번아웃 없이 의미있는 리더십 경험을 쌓아갈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리더들에게 이같은 환경과 방식을 HR이 고민해보고 제안하고 지원한다면, 리더의 부담도 줄어들고 그 역할도 더 탁월하게 수행하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핵심인재와 또 조직과 결이 맞지 않는 구성원을 구별하고, 맥락설계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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