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는(은) 뱅크시를 좋아하나요? 뱅크시는 대표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죠. 얼굴도 알려지지 않았고 영국 곳곳에 몰래 작품을 남기고 사라져요. 그는 미술관이라는 권위를 조롱하고 경매라는 미술품 2차 시장을 교란시켜요. 카우스는 조금 다르죠. 그는 미국적 미술을 적극적으로 그려냅니다. 하드엣지 추상화를 사용하고 미국의 대중문화 캐릭터를 회화 안으로 가져와요. 그는 스트리트 컬처를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미술의 규범 안에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어요.
하드엣지 페인팅(Hard-edge Painting)

1950년대 미국의 주류 추상화는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였어요. 이 용어는 1929년 미국의 평론가 알프레드 바(Alfred Barr)가 칸딘스키의 초기작을 설명할 때 썼던 비평용어였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추상화지만 내용은 표현주의라는 의미에서 두 가지 사조를 합쳐서 이 말을 만들었죠. 그 후, 1940년에 이르러 <뉴요커>지의 기자 로버트 코츠가 잭슨 폴록과 윌렘 드 쿠닝의 작품을 분류할 때 추상표현주의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미국 회화의 흐름으로 재정립됩니다. 비평가 로젠버그는 이 흐름을 “액션 페인팅”이라고 불렀습니다.
1960년대에 이르러 미국의 회화 작가들은 새로운 추상화를 그립니다. 범위, 경계 등을 명확하게 강조하는 하드엣지(Hard-Edge) 회화가 나오기 시작했죠. 프랭크 스텔라, 엘즈워스 켈리같은 작가들이에요. 마크 로스코의 회화가 추상표현주의의 낭만적인 색면을 가지고 있다면 그 색면에 테두리를 그리는 방식으로 신 추상(New Abstraction)이 나타납니다. 여기에는 아크릴 물감의 발전이 회화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쳐요. 유화와 달리 매트하게 발리는 아크릴 물감은 새로운 질감을 표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마띠에르, 붓자국이 남지 않고 깔끔하게 그려낼 수 있는 아크릴물감은 차가운 추상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기술이었습니다.
카우스의 회화는 1960년대 하드엣지 회화의 표현법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그의 회화에는 얇지만 검은색 경계선이 존재하죠. 붓자국이 보이지 않고 매끈하게 그린 색면으로 캔버스 위 대상을 묘사합니다. 이것은 하드엣지 페인팅의 조형적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번 <친구, 그리고 이웃>에서 그는 공기를 뺀 스프레이를 사용해 질감을 표현하는데요. 이 과정은 마치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는 시리얼 연작에서 원하는 질감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성공했다고 전시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어요. 그의 회화에 쓰인 기법들은 가장 미국적인 회화 기법들입니다.
팝 아트(Pop Art)

카우스는 광고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서브타이징 작업을 하는 그래피티 작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뉴욕에서 광고 전단을 수거한 뒤 그 위에 눈을 XX로 그린 자신만의 시그니처 캐릭터를 덧씌운 뒤 다시 길에 게시했습니다. 추후 “서버타이징 아트(Subtising Art)”라고 부르게 되는 그 작업은 광고를 전복시키는 회화였죠. 서버타이징은 전복시키다는 뜻의 “Subvert”와 광고(Advertising)을 합친 말입니다. 이것은 광고를 패러디하고 풍자해서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거리의 이미지를 전복시키고 새롭게 해석하는 그의 작업은 다면적으로 팝아트를 계승합니다. 영국의 비평가 로렌스 알로웨이(Lawrence Alloway)가 처음 팝아트라는 개념을 용어로 사용했습니다. 1950년대 영국에서는 문화적 계급을 전복시키는 의미로 사회 비판적 미술 운동을 벌이고 있었죠. 이때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콜라주 작업이 팝아트의 시작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팝아트는 대중적 이미지를 전유한 미술로 자리잡았습니다. 한편 미국의 소비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동을 에너지로 팝아트는 미국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는 미키마우스를 비틀어서 만든 캐릭터인 컴패니언, 비벤덤(Bibendum, 미쉐린 맨)을 연상시키는 첨(Chum), 세서미 스트리트의 에로를 떠올리는 BFF(Best Friend Forever)까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자신의 캐릭터로 소화시키죠. 2005년도에도 그는 심슨을 패러디한 킴슨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대중문화의 친숙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방식으로 팝 아트를 자신의 작업의 맥락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개념적 작업부터 대중문화를 차용해오는 전략까지 풍부하게 가져오죠.
스트리트 컬처(Street Culture)

카우스는 스트리트 컬처를 미술로 가져오는 작가입니다. 그는 거리의 이미지를 전복시켰죠. 그는 아트토이로 유명세를 얻은 뒤 공공미술적인 성격의 거대 조각들을 선보였어요. 2018년 7월, 한국 석촌호수에는 <카우스:홀리데이> 전시의 일환으로 거대한 컴패니언이 떠다녔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서브타이징의 형태로 거리를 점령했다면 점차 조각을 통해 도시의 풍경을 바꿔나갔죠. 도시의 문화로 시작한 그의 작업이 결국 도시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업은 여전히 도시 문화를 지니고 있는 스트리트 컬처죠. 스트리트 컬처 역시 다분히 미국적인 개념입니다.
스트리트 컬처란 결국 도시의 공용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이룩한 문화입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 거리의 빈 공간에 태깅을 하고 낙서를 하는 문화에서 그래피티가 시작되었죠. 스케이트 보드 문화는 하와이의 서핑 문화가 미국 내륙으로 접어들고 도심에서 보드를 타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누리는 문화였습니다. 카우스는 이 스트리트 컬처를 미국적인 미술사조와 결합시켜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친구, 그리고 이웃>에서는 거리에서 싸우는 첨(Chum)의 모습이 자주 나타납니다. 그들은 놀이터에서, 미국의 하얀 울타리가 있는 뒷마당에서 시간을 보내며 싸우고 있죠.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의 다툼은 우리의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그가 표현한 모습은 도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카우스는 영리하게 미국의 미술을 자신의 작품과 결합시켰습니다. 그로 인해 다른 스트리트 컬처 기반의 아티스트에 비해 빠르게 미술이라는 규범 안에서 권위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폭발적으로 올랐던 그의 작품 가격은 이 전략에 응답한 컬렉터들의 환호였습니다. 한편 이러한 카우스의 작업이 독자적인 미술의 흐름을 만들었는지는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귀엽고 대중문화와 서브컬처의 익숙함을 차용해오고 있지만 그 너머의 개념적 깊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의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구독자의 생각은 어떤가요?
카우스, ≪친구, 그리고 이웃≫
스페이스 K 서울
2026.07.23 ~ 2026.12.27
입장료 성인 8,000원 청소년 5,000원 미취학아동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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