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퐁피두센터 한화에 갈 예정이라면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에서 만나게 될 다섯 명의 큐비스트

2026.06.25 | 조회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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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퐁피두센터의 걸작들을 이제는 우리의 서울, 여의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퐁피두센터가 2030년까지 대규모 보수 공사에 들어가면서 잠시 문을 닫았지만, 한화문화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63빌딩에 퐁피두센터 한화를 오픈했어요. 2026년 6월을 시작으로 앞으로 4년간 매년 두 차례의 메가급 전시로 퐁피두센터의 컬렉션이 한국에서 전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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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전의 주제는 20세기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큐비즘입니다.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1907년부터 1927년까지 파리를 중심으로 전개된 큐비즘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다양한 변주를 소개합니다. 전시되는 작품만 90여점, 수십명의 작가가 소개되는 만큼, 몇몇 주요 작가에 대해 미리 둘러보고 가시면 방대한 작품들 속에서 방황하지 않고 작품 감상에 집중하실 수 있을 거예요. 

 

대체불가한 천재, 파블로 피카소

파블로 피카소 <여인의 흉상> © Succession Picasso © Centre Pompidou, MNAM-CCI/Philippe Migeat/Dist. GrandPalaisRmn
파블로 피카소 <여인의 흉상>
© Succession Picasso © Centre Pompidou, MNAM-CCI/Philippe Migeat/Dist. GrandPalaisRmn
파블로 피카소 <아를르캥과 목걸이를 한 여인> 
파블로 피카소 <아를르캥과 목걸이를 한 여인> 
발레 공연 ‘메르퀴르’를 위해 파블로 피카소가 직접 제작한 발레 무대 막
발레 공연 ‘메르퀴르’를 위해 파블로 피카소가 직접 제작한 발레 무대 막

이번 전시에서 "이 작품 뭐지? 신선하고 멋진데?" 하고 보면 "이것도 피카소네?" 했던 순간이 여러 번입니다. 피카소는 너무 유명해서 이미 알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지만, 매 순간 신선한 매력을 발산하는 그의 작품 앞에서 인류가 그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처럼 느껴집니다.

피카소가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받고 그린 <여인의 흉상>은 큐비즘의 시작에 가깝습니다. 시선이 머문 자리,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뜯어 본 모습들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하는 시도였고, 피카소의 실험은 조르주 브라크에게도 큰 영향을 주어 큐비즘이라는 흐름이 시작되었어요.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여러 큐비즘의 변주 속 유독 세련된 작품이 시선을 끕니다. <아를르캥과 목걸이를 한 여인> 은 하늘색, 검정색, 흰색, 그리고 단순한 선과 면으로 구성되었지만 목걸이를 한 여인을 바라보는 남자와 그 여인 사이의 묘한 이끌림과 거리가 느껴집니다. 절제된 선과 색면으로도 서사와 스타일을 담아내는 피카소의 재능은 지금 보아도 독보적이네요. 피카소가 직접 무대 디자인을 맡았던 《메르퀴르(Mercure)》 발레 무대막에서도 기하학적 색면 위로 그려진 선으로 리듬과 스토리를 담아내는 그의 특징이 보입니다. 

 

큐비즘의 교과서, 조르주 브라크 

조르주 브라크 <바이올린이 있는 정물>
조르주 브라크 <바이올린이 있는 정물>

피카소가 큐비즘의 문을 열고 다양한 방향으로 실험을 이어갔다면, 조르주 브라크는 큐비즘의 본질을 가장 깊이 탐구한 작가였습니다. 인물을 주로 다룬 피카소와 달리 브라크는 정물을 주제로 작업했습니다. 기타, 병, 잔, 신문지 같은 평범한 사물들을 화면 위에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며 형태 그 자체를 연구했죠. 갈색과 회색 위주의 절제된 색채와, 마치 조각난 것처럼 분해된 면과 선에서 장식보다는 구조에 대한 그의 집요한 탐구가 느껴집니다. 

 

우아하고 화려한 큐비즘, 로베르 들로네

로베르 들로네 <파리의 도시>
로베르 들로네 <파리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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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로베르 들로네의 〈파리의 도시〉입니다. 이 작품은 저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가져요. 4년 전 파리 퐁피두센터를 방문했을 때, 이 작품의 아름다움에 반해 한참을 머물다 왔거든요.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 서울에 온다니 너무나 기뻤습니다. 

작품 속에는 고대 조각을 연상시키는 세 여인의 우아안 신체와 함께 에펠탑과 파리의 다리, 건물, 거리의 풍경들이 수많은 색면과 기하학적 형태로 분해되어 흩어져 있어요. 브라크가 형태를 해체했다면, 들로네는 여기에 대중적인 미감을 더했습니다. 고전 미술의 도상과 우아한 색채가 담신 대형 회화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들로네의 작품은 큐비즘 입문자들에게도 유독 사랑받습니다. 구독자님도 <파리의 도시> 앞에서 큐비즘이라는 개념적 미술 사조는 내려두고,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의 조각들을 만끽해 보세요. 

 

음악처럼 색채와 리듬을 표현한 앙리 발랑시

앙리 발랑시 <엘 칸타라>
앙리 발랑시 <엘 칸타라>

앙리 발랑시는 오르피즘(Orphism)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오르피즘은 큐비즘에서 출발했지만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사물을 해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색채와 움직임, 리듬을 통해 음악적인 감각을 표현하려 했어요. 오르피즘이라는 이름도 그리스 신화 속 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발랑시의 작품을 보면 생동감 있는 색감과 붓 터치 질감의 방향이 마치 바람에 춤추듯, 음악이 울리는 축제 현장과도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전시장에서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발랑시의 작품이 주는 경쾌한 리듬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전쟁의 폭력을 목도한 큐비스트, 피에르 알베르-비로

피에르 알베르-비로 <전쟁>
피에르 알베르-비로 <전쟁>

작품의 제목을 보지 않아도 전쟁의 혼란과 파괴성이 바로 느껴집니다. 큐비즘이 꽃을 피우던 1910년부터 1920년 사이, 제1차 세계대전을 겪어요. 많은 프랑스 화가들은 전투 현장으로 징집이 되었고, 피에르 알베르-비로처럼 군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전쟁의 참혹을 목도한 작가들도 있었습니다. 

알베르-비로의 <전쟁>은 잘게 쪼개진 파편들이 흩어지고, 전투기처럼 보이는 형상과 폭발의 흔적들이 교차합니다. 형태는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공간은 산산조각 나 있죠. 장면을 분해하고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하는 큐비즘의 기법이 아름다움이 아닌 전쟁의 상흔을 담아낼 때, 그 감정은 더욱 날카롭고 깊게 다가옵니다. 

 


퐁피두센터 한화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전시에는 소개 드린 다섯 작가 외에도 각자의 실험 그리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40여명의 작가들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전시장을 자유롭게 거닐면서 비슷한 듯 다른 스타일을 발견하거나, 특히 내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을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특별 섹션에서는 파리의 큐비즘을 비롯한 서양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수용하고 재해석한 여러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 중입니다. 단순한 모방이 아닌, 한국미술과 서구 스타일이 만나 작가의 손끝에서 매력적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선보여, 서울 퐁피두센터의 아이덴티티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전시였어요. 

 

개관전은 10월까지이니, 놓치지 마세요! ✨

에디터는 N회 관람할 예정이랍니다. 🤫

 

전시정보

퐁피두센터 한화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2026.06.04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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