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ANDER] 19호 : 잘 보여지는 것과 잘 살아가는 것

포장과 본질 사이에서

2026.08.16 |
from.
VOLANDER

 요즘 광고는 참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여행 영상 하나를 봤습니다. 수질이 좋지 않은 해외의 한 오지 마을을 방문한 유튜버가 브랜드에서 협찬받은 여행용 필터 샤워기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마을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제품이 실제로 필요한 곳에 쓰이고, 그 과정이 여행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화면 한쪽에 로고를 크게 띄우거나 제품의 장점을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영상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어떤 브랜드인지 알게 됩니다.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가 참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첨부 이미지

 그러다 문득 제가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공부할 때만 해도, 광고업이라는 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근사한 일로 보였습니다. 저 역시 그 멋있어 보이는 일을 해보고 싶어 인턴 생활을 시작하며 처음 서울에 올라왔고,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막상 일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라서 마케팅을 거쳐 지금은 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요.

 제가 처음 광고를 배울 때만 해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꽤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같은 제품도 어떤 이야기를 붙이고, 어떤 이미지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이야기라도 그 안에 실제로 담긴 것이 없다면 오래 남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특별히 꾸미지 않은 모습에서도 이야기할 만한 무언가가 발견되기도 하고요.

 매주 보내드리는 이 뉴스레터도 비슷합니다. 글을 쓰면서 어떤 문장이 더 좋아 보일지 고민하고,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르고, 때로는 조금 더 근사하게 표현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지금 잘 보여주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잘 보여지는 것과 잘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가까우면서도 다른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다듬는 데 시간을 쓰다 보면, 정작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는 놓칠 때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잘 보여지는 일을 모두 내려놓을 수도 없겠죠.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신을 보여주며 살아가고, 때로는 그것이 새로운 기회나 관계를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다만 가끔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애쓰기보다, 지금의 내 상태와 생각을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것. 요즘 뉴스레터를 쓰며 저에게 자주 묻게 되는 질문입니다.

첨부 이미지

🎙️부기장의 한마디

 광고는 양면적입니다.

 기장님 말씀처럼 광고란 누군가에게는 삶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정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비와 욕망만 끝없이 부추기는 천민자본주의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한가운데에서 거의 20년을 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광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예전보다 조금 더 차가워졌다는 걸 체감합니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도 있습니다.

 찬란한 영상 위에 제품 자랑만 잔뜩 늘어놓는 광고는 따분합니다. 그래도 그 정도는 귀엽게 봐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제 휴대폰 속 광고입니다. 이미 한 달 전에 산 제품을 아직도 사라고 쫓아다닙니다. 데이터와 AI와 정교한 타기팅의 시대라는데, 이것도 기술이라고 불러야 하나 싶습니다. 좋아하려야 좋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는 광고가 원래 재미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걸 알려주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별 관심 없던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욕망을 건드리는 일이니 약간 얄밉더라도, 적어도 재치는 있었습니다.

 광고는 원래 재미있는 것이죠. 사람이 재미없게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벌써 10년도 지난 광고지만,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 광고 하나 추천합니다. 미국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인 치폴레의 광고인데, 우리가 맛있게 먹는 것 말고도 생각해야 하는 것을 아주 귀엽고, 흥미롭게 보여줬던 광고네요. 

 갑자기 멕시코 음식이 먹고 싶네요! 건강하게 말이죠!

🔭 보란더의 시선

 최근에 알고리즘에 혹해서 얼떨결에 사버린 물건이 있으신가요?

 저는 얼마 전, 홀린 듯이 기미 크림을 하나 샀습니다. 잠을 깨려고 멍하니 인스타그램을 올려보다가 발견한 광고였는데요. 마치 최근의 내 고민을 알고리즘이 미리 엿듣기라도 한 것처럼, 딱 맞는 광고가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TV에서 흘러나오는 CM송을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기도 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재밌는 광고도 많았습니다. 거대한 하나의 대중 매체를 통해 모두가 같은 광고를 보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TV라는 매체 자체가 멀어진 요즘은 광고의 세계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각자의 휴대폰 안에서 각자 다른 광고를 봅니다. 광고도 점점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춰 쪼개지고 있는 셈이죠.

 부기장의 말처럼 나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알고리즘 광고가 가끔은 피곤하고 얄미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나에게 딱 맞춰진 광고에 나도 모르게 설득당해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합니다.

 기술과 매체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아주 잠깐이라도 흔드는 건 정교한 타기팅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작은 공감대나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잘 보여주는 방법은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여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첨부 이미지

💌 '보란더' 구독하기 : https://maily.so/volander

📧 '보란더' 관련문의 : rrpptkd@naver.com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VOLANDER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CINEMA B의 프로필 이미지

    CINEMA B

    0
    약 16시간 전

    안녕하세요 😃 얼마 전 응원해주신 ‘브랜드 필름’ 촬영이 이틀간 안전하고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연기를 전공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독립영화 한 편을 연출하게 되면서 ‘감독’이라는 직업에 매료되었고, 전체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짧은 호흡의 영상들을 다양한 장르로 만들며 내공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광고, 뮤직비디오, 홍보 영상, 유튜브 콘텐츠, 다큐멘터리까지 정말 많은 영상들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새롭게 만든 브랜드 필름 제작팀 ‘언디파인드’는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영상을 만드는 팀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속마음’을 ‘은유와 상상’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며, 따뜻하고 경쾌한 한 편의 영화 같은 필름을 만들고자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기장님이 말씀하신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라는 말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태생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그래서인지 브랜드가 만든 ‘제품’에도 물론 관심이 있지만, 그 제품을 만든 회사와 사람들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가지는 편입니다. 왜 이런 컬러와 디자인을 선택했는지, 어떤 이유로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 말이죠. 결국 저는 결과보다 과정에, 그리고 원인과 이유에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 하는 일보다 나 스스로를 위해 하는 일에서 더 큰 성취감을 느끼고, 더 능동적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남보다 내 모습이 더 중요하기에, 저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부터 즐거운(?) 편집 작업을 시작한답니다. 아하하하!!! 점점 시원해지는 가을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직접 따뜻한 커피를 내려드리고 싶습니다 😃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늘 감사합니다

    ㄴ 답글

다른 뉴스레터

© 2026 VOLANDER

지상의 소음이 지겨울 때, 잠시 고도를 높여 바라본 것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