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이 MBTI를 넘어 사주나 타로에 유독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나조차도 잘 살고 있는지 확신이 없으니, 사주 글자나 모니터 속 알고리즘을 보며 "네 삶이 힘든건 네 탓이 아니라, 지금 들어온 운때문이야" 하고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가깝겠죠. 어쩌면 내가 나를 믿지 못하니, 외부의 도구를 빌려서라도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정당성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최근 저 역시 내면의 핵심 가치를 뽑아보는 어느 인터넷 테스트를 했습니다. 200여 개의 단어 중 마음에 남는 걸 고르는 단순한 과정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제 손에 남은 최종 단어 중에 뜻밖에도 '웃음'과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이 결과를 본 언니는 “너답지 않게 웬 그렇게 밝은 단어들이냐”며 웃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저는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상태’가 유일한 목표인 사람인지라, 제 삶의 키워드로 웃음 같은 단어는 염두에 둔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아는 나와 데이터가 보여주는 내가 좀 안 맞나 싶었죠.

하지만 요즘 제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결과가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제 안의 무의식은 내 삶에 '웃음'과 '즐거움'이 들어설 자리를 만들기 위해, 먼저 '평온한 상태'라는 울타리를 필사적으로 치고 있었던 겁니다. 주변이 소란스러우면 웃을 여유조차 사라지니까요.
요즘 회사는 다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곧 들이닥칠 조직개편 때문에 온 사방이 시끌벅적합니다. 다들 자리가 어떻게 될지 몰라 눈치를 보며 난리가 났는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 아수라장 한복판에서 마치 남의 일인 듯 너무나 덤덤하게 상황을 구경하고 있더라고요. 문득 '월급쟁이로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제가 남 일 보듯 덤덤했던 건 냉정해서가 아니라, 숫자와 생존만이 전부가 된 회사 환경이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차피 내게 회사는 그저 '돈'을 버는 곳이고, 돈만 생기면 미련 없이 그만둘 곳이니까요. 언제 그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진작에 마음을 비워두었으니 그 난리통 속에서도 주파수를 맞추지 않고 내 평온을 지켜낼 수 있었던 셈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늘 생각만 많고 행동하지 못해 스스로를 갉아먹는 스트레스가 많은 스타일입니다. 늘지 않는 요가 매트 위에 꾸역꾸역 서고, 손재주도 없으면서 도자기를 배우러 갔던 것도 실은 그 생각의 늪에서 벗어나 뭐라도 해보려던 가벼운 몸부림에 가까웠죠.
다만 회사라는 거대한 불확실함 속에서 내 평온을 지키다 보니, 이 취미들을 대하는 생각의 방향도 조금 바뀌게 되었습니다. 요가나 도자기를 그만두겠다는 게 아니라, 이제는 '잘하기를 바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임하는 겁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그냥 그 시간 자체를 즐길 때, 비로소 내 안의 진짜 '웃음'과 '즐거움'이 들어설 자리가 생기니까요.
내가 알고 있던 나와 진짜 내 모습이 부딪치는 지점에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타로나 사주 같은 외부의 확답을 구하지 않더라고, 내 안의 무의식은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게 내 삶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주변이 온통 소란스러우면 좀 어떻습니까. 억지로 남들의 불안에 기준을 맞추거나, 뜻대로 안 되는 환경에 매달려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습니다. 그 난리통 속에서도 덤덤하게 내 자리를 지키며 가만히 숨을 고르는 것. 늘지 않는 요가와 도자기를 그저 즐겁게 지속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진 성향 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하고 유쾌한 기분 관리일 것입니다
이번 주, 회사와 세상의 소음 속에서 여러분의 안테나는 어디를 향해 있나요? 주변의 난리통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여러분의 마음이 소리 없이 지켜내고 있는 진짜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부기장의 한마디
오늘 기장님 말씀에 조금 뜨끔했습니다. "나를 세우는" 태도를 좀 배워야 하는데, 저는 아직도 나약하게 사주나 타로로 세상을 바라볼 때가 있네요. 얼마 전 크게 기대했던 일이 결국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저는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이건 조상신이 나쁜 인연을 만들지 않으려고 일부러 막아준 거야."
그렇지 않다면 나의 나약함과 실력 부족을 어디에 기대야 할까요. 어릴 때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고 의지하는 것이 마냥 나약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것이 어쩌면 자신을 무너지지 않게 지키기 위한 사람의 오래된 방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이 많은 것을 설명하는 시대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종교를 찾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또 종교의 힘이 약해진 자리에는 오히려 수많은 종교 비슷한 신념들이 들어섭니다.
이데올로기를 가장한 정치도, 돈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고 믿는 경제도, 심지어 구글이 신이 되어버린 마케팅도 어쩌면 같은 모습일지 모릅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이성적인 존재라기보다, 무엇인가를 믿어야만 버틸 수 있는 본래 나약한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중에 사주나 타로가 가장 인간적이고 귀엽지 않나요?

🔭보란더의 시선
옆에서 부기장님이 그 일에 얼마나 진심이었고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다 지켜본 사람으로서, "조상신"까지 소환하며 마음을 추스려야 했던 그 씁쓸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하지만 부기장님,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자책감에 나를 던져두지 않으려는 가장 영리한 생존 전략입니다. 실력 부족이라니요, 그저 이번엔 조상신들의 커뮤니티에서 "얘는 여기 있을 인물이 아니다, 더 큰 데로 보내자" 하고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인 것뿐입니다. 인간미 없게 구글 알고리즘이나 숫자에 기대어 질질 짜는 것보다, 사주나 조상신 핑계 대며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게 훨씬 인간적이고 귀엽기도 하고요.
방어기제면 어떻고 나약함이면 어떻습니까. 중요한 건 우리가 그 믿음을 발판 삼아, 오늘 떨어진 텐션을 가볍게 비웃어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의 아쉬움은 더 넓은 하늘로 가기 위해 잠시 활주로를 길게 쓰는 과정일 뿐입니다. 우리는 분명 이 소란을 넘어 더 크고 멋진 곳을 향해 갈 테니까요. 기류가 좀 흔들려도 멘탈 꽉 잡고, 더 높은 곳을 향해 함께 날아 가봅시다. 아, 다음 비행 전엔 저랑 타로카드나 한 장 보러 가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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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B
기장님 감사합니다, 오늘 너무 피곤한 하루였어요, 제가 진행하고있는 영상작업의 50%를 주말동안 마무리했고 내일은 새로운 프로젝트 미팅이 있는데 머리가 안돌아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아차 싶더라구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그냥 그 시간 자체를 즐길 때, 비로소 내 안의 진짜 '웃음'과 '즐거움'이 들어설 자리가 생긴다" 맞아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그렇고 제 인생 자체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는데 유독 힘이 들어갈때가 있지만 이번에 "내가 왜이렇게 힘들어하지?"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결국 기장님의 글로 저는 다시 어깨에 힘을 빼고 눈을 살짝 감고 심호흡 하고 창 밖에 하늘을 잠시 바라보았습니다, 기장님이 저 하늘에서 비행을 하고 계시려나 싶어서요 :) 좋은 하루 되세요
VOLANDER
CINEMA B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댓글 감사합니다!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늘 마감과 성과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계시기에 그 피로감이 더 깊었을 텐데, 제 글이 작은 숨구멍이 되어드린 것 같아 기쁘네요.🥹 칼퇴 준비로 비행 중은 아니었지만..!! 보내주신 따뜻한 댓글 덕분에 오히려 제가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힘을 얻습니다. 내일 새로운 프로젝트 미팅도 CINEMA B님의 페이스대로 편안하게 잘 풀어가시기를, 성과에 대한 강박은 잠시 내려놓고 편안하게 다녀오시길, 응원하겠습니다!
CINEMA B
역시 글이 주는 감동은 다르네요, 앞으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 시원한 저녁 되세요
VOLANDER
더 공감할 수 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굿밤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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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제가 남긴 5가지 단어를 보고 요즘 내가 빠져있고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들이라 놀랐습니다. 신기하네요 ㅎㅎ 그리고 제미나이의 풀이 역시 좋은 해몽이라 기분 좋구요 ㅎㅎ 20대의 제가 지금의 테스트를 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거라 스스로 예상도 해보고 그때와 달라진 제 모습이 싫지도 좋지도 않고 흐름대로 방향대로 잘 살고 있음에 만족하게 됩니다!ㅋㅋ 기장님 말씀대로 꼭 잘 해야하는건 아닌거 같아요! 저도 잘 하지 못하는게 많고 잘 하고 싶다는 마음도 최근에 비우긴 했습니다! ㅋㅋ 재미있는 테스트 공유해주시고 그로 인해 돌아봄의 시간을 갖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곧 만나요 : )
VOLANDER
오! 민트님의 5가지 단어도 너무 궁금하네요!! 저도 이제는 잘하려고 스트레스받기보다, 그저 꾸준히 해나가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단어 테스트를 통해 잠시나마 돌아봄의 시간이 되셨다니 다행이에요. 따뜻한 댓글 감사드리며, 오늘도 조금 있다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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