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ANDER] 7호 : 자각의 피로, 그리고 부단히 애쓰는 나에게

디지털 세상의 등 떠밀림 속에서 잠시 키를 내려놓는 일에 대하여

2026.05.24 |

 요즘은 디지털 세상이 나를 계속해서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나고, 어제의 트렌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낡은 것이 되어버리곤 하니까요.

 이 숨 가쁜 속도에 속하기 위해, 뒤처지지 않으려 부단히도 애쓰는 지금의 내 모습이 과연 맞는 걸까 항상 고민하고 자문합니다. 매일매일 새로 쏟아진 테크 뉴스를 훑고, 업무에 뒤처질까 알지도 못하는 새로운 AI 툴의 사용법을 꾸역꾸역 익히며,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나를 잠재적 침입자 취급하는 회사의 온갖 보안 시스템에 끊임없이 인증하고 입력하는 일상. 여기에 남들이 다 하니 나만 안 하면 순식간에 낙오될 것 같은 '벼락거지'의 공포 속에서, 장이 열릴 때마다 스마트폰을 켜고 빨갛고 파란 주식 차트의 숫자에 일희일비하며 안달 나는 조급함까지 더해집니다.

 이처럼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눈을 부릅뜨는 일도, 그 와중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지금 내 상태가 어떠한가'를 끊임없이 인지하고 자각하는 일도, 솔직히 말하면 생각보다 꽤 많은 에너지가 드는 피곤한 일입니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긴장한 채로 인식하고, 자각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돌아보면 우리는 참 바쁜 조종사들입니다. 난기류처럼 변하는 세상에서 비행기가 경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매 순간 계기판을 확인하고 키를 꽉 쥐고 있으니까요. "스마트폰에 너무 빠져들지 말아야지", "효율의 관성에 먹히지 말고 내 감각을 깨워야지"라며 끊임없이 나를 감시하고 다그치는 일 자체가 어쩌면 또 하나의 숨 가쁜 노동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각조차 숙제처럼 해내야 하는 세상이라니, 조금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부단히 애쓰는 이 속도전에서 잠시 미끄러진다고 해서 정말 큰일이 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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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지금 제게 필요한 진짜 자각은, 매 순간 똑바로 정신을 차리는 치열함이 아니라 오히려 "나 지금 좀 지쳤구나", "잠시 이 흐름에서 밀려나도 괜찮겠구나"라며 애쓰기를 멈추는 나 자신을 허락해 주는 감각에 가까울 것입니다. 억지로 세상의 주파수에 나를 맞추려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의식의 끈을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 말이죠.

 언제까지 자각하고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선명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매일 기어코 항로를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창문 너머의 고요한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압니다. 부단히 애쓰며 사느라 고단했던 나에게 가끔은 멍하니 표류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 그것 또한 내 삶의 궤도를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밀려나지 않으려 꽉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슬며시 풀어봅니다. 항상 긴장한 채로 항로를 주시하느라 조금은 지쳐있을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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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기장의 한마디

 제가 일하는 마케팅의 세계 역시 그 숨 가쁜 속도전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소비자들마저 기장님처럼 치열하게 '자각'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더군요. 하나를 사더라도 여러 번 검색해 보고, 비교해 보고, 한 번 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나서도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선택하죠. 소비 자체보다, 소비를 바라보는 자기 인식이 훨씬 강해진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크게 말하고, 많은 목소리를 만들면 마케팅은 그걸로 끝나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대세를 따라 움직였으니까요.

 사람들이 거대한 대형마트를 예전만큼 찾지 않게 된 이유도 단순히 디지털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충동구매를 전제로 한 공간과 방식이, 지금 자각의 시대와 맞지 않게 된 것은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자각을 잠시 내려놓고 싶으시다면, 저는 조심스럽게 충동구매부터 시작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사방에서 자각을 강요하는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사치스럽고 어려운 소비는, 아무런 계산도, 의심도 없이 무언가를 덜컥 사버리는 일일지도 모르니까요. 오늘 밤은 기장님의 장바구니도, 팽팽하던 의식의 키도 잠시 느슨해지기를 바라봅니다.

 

🔭 보란더의 시선

 디지털 세상이 밀어내는 압박 속에서도 부단히 자리를 지키려 애써온 당신에게, 오늘은 기꺼이 '밀려날 자유'를 권하고 싶습니다. 궤도를 이탈할까 봐 두려워 팽팽해진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아무것도 인식하지 않는 완전한 비어있음의 편안함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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