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사진의 얼굴〉과 〈나의 친애하는 후세인〉입니다. 두 작품 모두 무언가를 깊이 바라보고 다루는 인물들을 조명하지만, 세상과 부딪히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 〈사진의 얼굴〉: 포토저널리즘의 거장 '구와바라 시세이'의 삶을 다룬 작품입니다. 그는 단순한 기록자를 넘어 사건의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시대의 아픔을 포착하려 애씁니다. 피사체에 대한 깊은 존중과 태도는 그 자체로 태산 같은 경외감을 느끼게 하죠.
- 〈나의 친애하는 후세인〉: 팔레스타인의 오래된 극장 '시네마 제닌'에서 40년 넘게 일해 온 아날로그 영사기사 '후세인'의 여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낡은 영사기를 다시 돌리기 위해 부품을 구하러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독일 NGO가 주도하는 현대식 극장 재건 프로젝트 과정에서 정작 그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취급받으며 자리를 잃어갑니다.

두 주인공 모두 어떠한 대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다루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는 닮아 있습니다. 다만 세상을 대하는 방식과 삶에서 맡은 역할은 달랐죠.
구와바라는 시대를 향한 깊은 존경과 압도적인 집요함으로 역사에 명확한 자취를 남기는 '전문가'의 전형입니다. 반면 후세인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와 시스템의 전환 속에서, 평생을 바쳐 일하고도 왜 자신이 밀려나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소외되는 '보통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 재건 프로젝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를 지원한다’는 서구 사회의 도덕적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명목에 가까웠는지 모릅니다. 정작 그곳을 지켜온 진짜 사람들의 삶과 노동은 그 세련된 시스템 뒤로 너무 쉽게 지워지고 말았죠.
열심히 살았으나 변화하는 시스템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쓸쓸히 자리를 비켜서야 했던 후세인의 모습은, 시대의 변화라는 명목 아래 조용히 밀려나던 옛날 우리네 아버지들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흔히 구와바라처럼 대상에 대한 치열한 안목과 존중으로 명확한 성취를 남기는 삶을 꿈꾸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대부분 후세인처럼 누군가의 거창한 프로젝트에 밀려 애를 먹으면서도, 하루의 일상을 묵묵히 버텨내는 보통의 존재들이 아닐까요. 그래서 제 마음에 구와바라보다 후세인이 더 오랫동안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화면에 담아낸 구와바라의 시선만큼이나, 일터에서 밀려나면서도 끝까지 낡은 필름 부품을 손에 쥐고 있던 후세인의 고단한 손길 역시 자기 삶과 터전을 향한 숭고한 존중이었을 겁니다. 비록 시대의 유능함에는 좀 미치지 못하면 어떤가요. 매일 자기 자리를 버텨내는 보통의 삶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합니다.
다들 출근이라는 현실로 밀려나기 전, 월요병 없는 무사태평한 일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부기장의 한마디
기장님처럼 저도 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어느 유명한 평론가가 그렇게 얘기했죠. 책은 물(이성), 영화는 불(감성)이라고. 저는 다큐멘터리가 물과 불, 아마도 그 사이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큐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 사건이나 인물에 불처럼 몰입하다가도, 사실감 있는 맥락과 시대 상황의 설명을 들으면 물처럼 그 안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살아보지 않는 사건과 인물을 통해 배우고 또 후회까지 고스란히 저 스스로 재연하곤 합니다.
요즘 저는 저 스스로를 다큐멘터리처럼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다지 현명하지도, 약삭빠르지도 않게 산 "별일 없는" 삶이었지만, 스스로를 반추하는 일을 다큐멘터리처럼 펼쳐놓으면 독특한 저만의 세계를 만나게 되는데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이란 존재에 대해서, 그래도 겨우 이해해 줄 수 있는 나 자신 하나를 발견하는 건 지금 같은 시대에 좋은 희망이 됩니다.
기장님께도 권해봅니다.
🔭 보란더의 시선
부기장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꼭 거창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저마다의 프레임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기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멋지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주인공의 삶이 아니라, 구와바라나 후세인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를 묵묵히 버텨내는 일상 그 자체를 정직하게 바라봐 주는 시선 말이죠.
대단한 성공 서사는 없을지라도, 오늘 하루를 고스란히 버텨낸 여러분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카메라의 시선으로 담담히 조명해 본다면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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