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새로운 배움이 시작됩니다. 오랫동안 고민하던 이케바나(일본식 전통 꽃꽂이) 수업입니다. 수강 신청을 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이게 정말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끝까지 남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결국 등록을 마친 건,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곁에 두려면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해서입니다.
이케바나는 완전히 새로운 취미라기보다, 해오던 꽃 공부의 다음 단계에 가깝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꽃 자체보다, 꽃이 공간과 함께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습니다. 꽃이 놓이는 화병이나 주변의 기물, 빛의 방향 등에 매력을 느껴왔으니까요.
예전에는 꽃이 한가득 들어간 풍성한 프렌치 스타일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선이 주는 매력에 더 끌립니다. 꽃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그 선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지, 그리고 꽃과 꽃 사이의 빈 공간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거죠. 꽃을 가까이한 시간이 쌓이면서 제가 좋아하는 꽃과 공간의 모습을 조금씩 알아가고, 제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거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도자기를 배운 지도 꽤 되었습니다. 딱히 대단한 목적 없이 꽃을 담을 화병을 만들면 좋겠다고 시작한 게 시간이 쌓이다 보니 이대로 그만두기엔 아까운 상태가 되어버렸죠. ‘이걸 계속하려면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꽃을 담을 다양한 화기를 직접 만들자’, ‘그럼 꽃이 활용되는 다양한 방식을 더 배우자’로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꽃을 배우다 보니 도자기를 시작했고, 도자기를 만들다 보니 꽃을 더 배우게 되는 이상한 꼬리 물기입니다. 좋아하는 것 하나가 또 다른 지출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죠.
무언가를 오래 좋아하려면 처음의 재미만으로는 동력이 금방 꺼지기 마련입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이어가기 어려워질 때쯤, 얼마간의 지출이나 장치가 들어가야 계속해나갈 명분이 조금은 생깁니다. 일단 수강료를 내질러 스스로를 끌고 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대단한 예술적 성취를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좋아하는 일을 쉽게 놓아버리지 않기 위한 저만의 자구책에 가깝습니다.
이번 이케바나 수업이 얼마나 이어질지, 그리고 무엇을 얻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덜어내고, 욕심을 비우고, 여백을 바라보는 눈을 얻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여백이, 제 통장을 시원하게 스쳐간 수강료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시선을 만들어주길 바래봅니다.

🎙️부기장의 한마디
기장님이 말씀하신 " 여백을 바라보는 눈"이라는 부분이 저는 와닿는데요. 무언가 있는 것을 바라보고 그것에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걸 안목이라고 한다면, 여백에 대한 눈은 또 다른 단어가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참 좋습니다.
저는 중년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면서 새로 나오는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상반기 화제작인 왕사남도 아직 보지 못했고요.
요즘의 영화들이 대부분 감정의 동요를 만드는 방식이 저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보고 나면 너무 힘들어요. 왕사남도 예고만 보고 이미 오열해버려서.
대신에 영화를 글로 보는 걸 즐깁니다.
누군가의 리뷰 글은 물론, 강의도 곧잘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영화를 본 것처럼 영화를 음미하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본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게 사리에 맞지 않지만
그런 영화에 대한 사랑도 있음을, 그리고 세상에 저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이 지면을 빌어 알리고 싶네요!
이것은 저의 보지 않는 영화 감상법입니다.
🔭 보란더의 시선
각자 자기만의 결대로 좋아하는 마음을 곁에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화면 대신 문장으로 영화를 음미하는 그 거리감 역시, 자극과 감정의 과잉을 덜어내고 자기만의 여백을 누리는 방식일 테고요.
얼마 전 부자들은 시간을 다루는 방식으로 자신의 부를 증명한다는 영상을 봤습니다. 그들처럼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겠지만, 일상을 치러내고 남은 소중한 시간만큼은 각자 자신만의 명분으로 가득 채워갔으면 합니다.
부기장님의 감상법처럼, 이번 주말은 어떤 유용한 방식으로 여러분만의 여백을 채워볼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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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B
참 희한합니다, 기장님이 무언가를 배우신다고 하니 말이죠, 저도 돌아오는 금,토,일 3일간 영화 촬영감독님의 '조명 마스터 클래스'를 신청했거든요, 하루에 10시간씩 실습을 진행하며 상황에 맞는 라이팅 세팅을 해보고 새로운 분들과의 협업을 진행하는 조명 실습 과정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좋아하는 것을 위해 선택하는 명분은 아주 명확합니다, "지금 나의 가치를 조금 더 높이기 위한 선택" 이며 자기 객관화를 매일하다보니 저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탐구와 연구'를 즐기기 때문에 이런 시간들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함께 작업하는 촬영 감독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감독님 영상은 비슷한 결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에게는 "늘 영상이 똑같네요?" 라는 의미로도 들렸어요 (당연히 저를 비꼬려고 한건 아니란걸 알지만요) 그래서 새롭게 변형을 해보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겠구나 싶더라구요, 일요일이 오는게 참 좋습니다 누군가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해보고 나의 생각을 편하게 글로 남기는 것 '이것 또한 저에게는 탐구의 영역이어서' 매일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시원하고 안온한 밤 되세요 :)
VOLANDER
CINEMA B님도 새로운 수업을 들으시는군요! 스스로 느낀 결핍에 매몰되지 않고 더 나아가기 위해 배움을 선택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감독님 영상은 비슷한 결이 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은 사실 아주 멋진 칭찬 아닐까요. 본인만의 확실한 스타일이 있다는 뜻이고, 그것이 결국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가 될 테니까요! 정작 저는 아직 저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중이라 이번 이케바나 수업을 신청했지만요. 사실 첫 수업을 듣고 나니 이게 정말 잘한 건가 싶은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인생이란 결국 경험 싸움이고,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모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피소드가 많을수록 승!) '조명 마스터 클래스'에서 CINEMA B님만의 풍성한 에피소드를 가득 만들어오시길 바랄게요. 다녀오신 후기도 기대하겠습니다. 바람에서 이제 만연한 가을이 느껴지네요. 행복한 한 주 보내시고, 일요일에 새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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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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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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