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단어편지 #10] 소음 (2) 🔊

원초적인 무의식의 순간

2021.08.31 | 조회 7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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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단어 편지

하나의 단어를 매개로 새로운 음악을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와, 드디어 열 번째 음악단어편지네요! 저는 영기획을 운영하는 하박국입니다.

정정합니다. 지난 편에서 저는 소리를 선과 악으로 나눈다면 소음은 악의 편일 거라고 지레짐작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일주일 만에 그 생각이 틀렸다고 정정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난주 Room306의 ‘소음’ 발매 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곡을 찾기 위해 ‘소음’으로 검색했다가 다음과 같은 화면을 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소음 노래가 있을 줄이야!
세상에 이렇게 많은 소음 노래가 있을 줄이야!

제목대로 공부에도, 불면증에도, 집중력 향상에도 소음이 좋다고 하는데 어떻게 소음이 악일 수 있겠어요. 검색을 하니 ‘한국산업심리학회에 따르면 백색소음은 집중력(47.7%)과 기억력(9.6%)을 높이고, 스트레스(27.1%)를 낮추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소음은 선입니다.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선. 제가 더 떳떳하게 소음 얘기를 할 수 있게 한 발견입니다. 그 발견에는 저희 노래를 검색하기 쉽지 않다는 슬픈 현실도 포함되지만요. 세상에 ‘소음’으로 검색하면 검색 결과에 13,530곡이 나올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어요. 😂

지난 편에 소개했던 FINALBY ( )의 퍼포먼스 클립은 잘 보셨나요? 이 프로젝트는 노이즈 실험 음악 밴드 보어덤스(Boredoms)에서 퍼포먼스를 담당하고 있는 아이(∈Y∋)와 아티스트와 멀티미디어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오디오 비주얼 경험을 선사하는 코스믹랩(COSMICLAB)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에요. 보어덤스는 너바나의 미국 투어 오프닝과 뉴욕에서 77(이후 88)명의 드러머를 모아 라이브를 하고 실황 음반을 만든 거로 많이 알려져 있죠. 코스믹랩은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의 확장현실(XR) 작업을 비롯해 어도비 이벤트, 브이제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77명의 드러머가 모여 한꺼번에 연주한 77 Boa Drum 
77명의 드러머가 모여 한꺼번에 연주한 77 Boa Drum 

FINALBY ( )의 퍼포먼스는 모션 센서를 이용한 무대 시각 효과와 음향 인식 센서를 이용한 확장 현실 작업을 결합한 일종의 미디어 아트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모션에 따라 나오는 소리가 달라지고 그 소리에 따라 우리가 화면으로 보는 확장 현실 화면도 달라지는 거죠. 근데 위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들을 수 있는 대부분의 소리는 지지직거리는 소음과 아이가 무언가를 외치는 함성이에요. 이들은 왜 굳이 많은 소리 중에서 소음을 찾아 퍼포먼스를 완성했을까요?

노이즈 공연은 즉흥 공연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공연은 보통 레코딩 된 음반을 다시 현장에 맞게 재현하잖아요. 소음에는 음계가 없고 소리를 내는 방식 또한 수없이 많아 이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겠죠. FINALBY ( )의 공연도 그래요. 모션센서를 따라 조그만 움직임에도 소리가 달라지는데 이를 완벽히 통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거예요. 하지만 그 때문에 우연히 발견되는 소리도 있겠죠. 그래서 저는 노이즈 음악을 ‘원초적인 무의식의 순간’을 담는 음악이라 불러요.

COSMICLAB의 AR 필터로 재구성된 확장현실 퍼포먼스
COSMICLAB의 AR 필터로 재구성된 확장현실 퍼포먼스

불완전한 마음, 혼돈의 사고,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어지러운 심연, 아무 곳도 닿지 않는 어둠과 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부딪히고 떠돌고 재잘거리고 헤매는 것.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제게 원초적인 무의식은 대략 이런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잘 짜인 시스템 내에서 즉흥적으로 온갖 청각적, 시각적 소음을 내는 FINALBY ( )의 공연을 보고 감동했어요. 우리는 상대가 아닌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보기 위해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기도 하잖아요. 덕분에 이날 오랜만에 제 무의식의 순간들을 들여다 봤습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소음’을 내는 밴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 Valentine)의 ‘When you sleep’입니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은 공연장에서 자신들의 로고가 새겨진 귀마개를 증정하는 걸로도 유명하죠. 귀마개는 굳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시끄러운 공연장이나 클럽에서는 늘 하는 게 좋아요. 하이햇 편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귀는 소모품이니까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When you sleep’ 역시 제목대로 백색소음 삼아 잘 때 들으면 곤란합니다.

구독자 님에게 무의식을 흔들만큼 큰 음악 경험은 어떤 게 있었나요? 댓글로 알려주시면 저도 비슷한 경험을 시도해볼게요! 어쩌다보니 '소음'이라는 단어로 2 주나 편지를 보냈네요. 다음주에는 조용한 음악과 단어로 찾아 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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