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은 관심이고 만남은 의지다"
친구 H가 날린 문장은 인간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그는 덧붙였다. 사람 관계라는 건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고. 매일 이별하며 사는 삶이라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하겠다 스스로를 설득하고, 그 마음이 너에게도 닿을 거라 믿었다.허나 내 그릇은 거기까지였고 친구의 조언을 핑계로 조금씩 놓았다. 또 놓고 있다. 사회생활, 결혼과 육아, 이 나이에 사람 사는 게 그런 것 아니겠냐며 멀어진 너와 나의 거리를 누구나 용납해 주는 이유로 채웠다. 그렇게 너와 나의 특별함은 색을 잃고 다른 많은 것들과 얽혀버렸다.
메진과 나는 산장에 머물며 엽서를 쓰기로 했다. 매번 누구에게 쓸지 고민했다. 생각나는 이에게 쓰면 그만이지만 생각이 많은 자에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남자들끼리 간지럽게 무슨 엽서야", "남편분이 안 좋아할 거 같은데" 따위의 걱정이 있었다. 그보다 "써도 될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선, 일단은 쓰기로 했다. 연락이라는 관심을 표현해야 하는 게 너만은 아니기에 자신 없음에도 쓰기로 했다.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대충, 가볍게 쓰기로 맘먹었다. 눈만 마주치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너'들에게 나의 지금을 편안하게 전하기로 했다.
덕분에 나는 가장 맘편한 글을 썼다. 너의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고 내가 어디에 머무르고 있고, 이곳에서 네가 생각난 이유, 기억나는 인상적인 순간을 언급하며 고민 없이 썼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풀지 못한 문제의 답을 찍듯이 간지러운 몇 마디를 쓰고선 엽서를 덮는다. 또 한편으로는 가장 불편한 글을 썼다. 카톡으로 2초면 전할 말을 볼펜 탓을 하며 나도 가끔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눌러쓰고 있다. (내 조카는 결국 내 악필로 결국 다 읽지 못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도착하는 데에 한 달이나 걸리는 가장 느린 엽서로 말이다. 보내기 전에 다시 읽어보면 내 목소리를 내가 듣는 것처럼 어색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받는 사람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이라는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고 여겨줬으면 하는 맘이다. 또 잃기 전에 말이다. 그러고 보면 놓았다 말하는 나는 결국 놓지 못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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