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집, 자세하게는 일본의 대부분 집은 겨울이 되면 굉장히 차가운 장소로 변한다. 사실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그랬을지도' 모르는 쪽이 가까웠을지도. 좁은 현관과 좁은 복도를 지나면 소박한 주방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세면 공간과 분리되어 오직 '볼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확인하고 방에 들어섰다. 그곳은 넓지 않지만 필요한 것들이 정갈하게 갖춰진 공간이었다. 싱글 침대와 옆 쪽에 놓인 코타츠, 그리고 작은 창 하나와 바깥에 있는 베란다에 통할 수 있는 커다란 창문이 있다. 그 창문이 신기한 점은 바람을 막는 일련의 셔터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을 내리게 되면 굳건하게 체결되어 바늘 구멍에 들어오는 황소 바람까지 막아준다고 했다. (나는 체류 기간 내내 저 셔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주인 없는 집 구경을 마치고 지인을 만나러 나가기 전까지 휴식을 취했다. 코타츠를 켜고 그 안에 들어가 처음 온기를 느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감았던 눈을 떴을 때에는 유난히 빨리 지는 노을을 마주했다. 그곳은 오후 4시쯤부터 세상이 주황빛으로 잠기고 사람들의 통행도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들의 방향과는 반대로 내가 지내는 세상의 시계는 이제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치조지' 'Kichijoji' 이곳은 일본의 젊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동네 중 한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만큼 매력적인 곳임은 분명했다. 나 또한 몇 번이나 올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그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는데, 골목마다 개성 넘치는 가게가 활력을 담당했다. 일본의 시간은 과거와 현재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게 특징인데, 경쟁보다 조화에 가깝고 서로가 존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속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관광객의 입장으로서, 그런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충분한 귀감으로 느껴졌다.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들러보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방문하는 것도 좋은 여행의 흐름이지만, 아무런 배경없이 낯선 곳에서 맞닥뜨리는 신선함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후자의 경우를 조금 더 선호한다. 긴장을 배제할 수 없지만 매 걸음이 새로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초저녁이 시작되었고 그 시간대에 어울리는 것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언젠가부터 오후 다섯시 이후에 카페인을 들이키게 되면 졸음과 싸우게 되었고, 결투장은 잠자리가 됐다. 그래서 가볍게 동네를 둘러보고 도쿄에 머무는 동안 다시 올 것을 약속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주오 선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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