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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행4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2024.05.26 | 조회 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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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하루쯤

 (며칠 정도는 압축한 형태로 풀어 써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고작 5일짜리 여행이 5개월 분량이 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시부야 히카리에로 향했다. 그곳에 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근무하는 회사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운영하는 곳이다. 엄청 직접적인 교류나 연결 따위는 없지만 이곳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본사에 방문해 보고 싶었다. 출장을 사비로 왔다(라고 말은 하지만 너무 관광객의 태도로 임했다). 본사는 본사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는 그들의 적당한 수준으로 느껴졌고 디테일의 차이가 눈에 띄게 보였다. 일하는 모든 이들의 태도에 나는 조금 깊은 반성을 해야만 했다 (본래 모든 이들에게 일정 수준의 친절을 베풀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최소한의 친절함만을 보였다). 태도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은 사뭇 나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대체 어떤 태도로 일하고 있는 것일까, 자부심 따위는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본사 견학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생선구이로 유명한 가게로 향했고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다. 일본은 개인의 영역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음식점을 가더라도 대부분 작은 개인 상 위로 나온다. 그래서인지 나와 같은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식사 시간이기도 하다. 주문한 생선구이가 나왔고 적당한 간이 배었다. 대부분 짠맛으로 도배 됐을 거로 생각했지만 나는 편견에 사로잡힌 게 맞았다. 배가 고팠던 탓에 맛의 표현을 떠올리기도 전에 그릇을 비웠고 바깥에는 대기 줄이 일렬로 뻗어 있는 모습이었다. 대기하는 사람들 표정에도 배고픔이 보였기에 얼른 자리를 떴다. 시부야의 스크램블 거리는 대단했다. 아마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한국말과 영어, 일어 그리고 어느 나라 언어인지 유추조차 불가능한 언어까지 사방에서 들려온다. 카메라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영상으로 남겨두면 분명 좋은 추억일 테지만 남의 얼굴을 함부로 찍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저 눈으로만 열심히 담았다 (물론 다른 영상에는 내 얼굴이 나왔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체력이 바닥났다.

 우에노 공원 안에 동물원, 긴자 거리와 오모테산도, 다이칸야마까지. 남은 여정 동안 모두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녔던 곳이다. 마지막으로 동물원에 갔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지만, 어릴 때와 다르게 느끼며 볼 수 있던 것은 비단 동물만이 아니라 그들의 환경과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었다. 커다란 유리창 안에서 빙하를 흉내 내는 조형물 뒤로 머리만 내밀고 숨을 허덕이는 북극곰과 그 모습을 보려고 안간힘 쓰는 사람들, 그 속에 나도 포함되어 바라보고 있자니 동물의 눈동자를 곧게 쳐다볼 수는 없었다.

 모든 여정을 마치고서 귀국길에 올랐다. 여행은 항상 배움과 미련을 동시에 남긴다. 타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곳에서 잊고 돌아와야만 하고 원래 궤도 안에서 그때의 순간을 그리워하는 게 여행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에서 언어 장벽에 대한 도전과 취향과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그들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겉으로 표현되는 것에는 충분한 힘이 느껴졌다. 내게 다음 여행은 얼마 뒤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렇게 매번 마지막인 것처럼 인생을 살다 보면 별것 아닌 일에 감정 따위를 낭비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태도를 더 가져가야하지 않을까, 하고.


드디어 도쿄 기행의 마무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에세이같은 장르에서 기행문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감히 도전했고 결과는 역시 진부한 글이 되었습니다. 이번이 처음 써보는 주제였다고 자신 스스로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다음 주부터는 다시 원래 궤도로 돌아가 무던하게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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