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알고 보면 어디선가 마셔봤을 위스키, 티니닉(Teaninich)

블렌디드 위스키의 주요 원액으로 활약 중인 티니닉 위스키 이야기

2025.07.13 | 조회 5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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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술장

위스키에 대해 하고 싶은 말 하는 주간 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찜통 같은 더위가 이어지는 한 주 였는데, 구독자 여러분 모두 잘 지내셨나요? 이제 겨우 7월 초인데 날씨가 정말 너무 너무 덥고 뜨거워서 남은 여름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 되는 한 주였답니다. 저는 사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은 아니기도 하고 20대 때는 중동 지역에서 살다 오기도 했어서 왠만한 뜨거운 더위는 꽤나 잘 견디는 편인데요, 그런데도 이번 여름 더위는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진짜 덥다..라는 말을 외출 할 때마다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왜 여름에는 휴가가 필요한가!를 여실히 깨닫는 요즘입니다. 

갑자기 약간 삼천포를 타는 이야기를 하자면, 구독자 여러분 혹시 오징어게임3 보셨나요? 저는 같이 사는 분께서 영화나 시리즈물을 매우 좋아하시는 지라 나오자마자 거의 하루 이틀 만에 모든 회차를 다 보았는데요, 오징어게임3 내용은 그다지 제 취향은 아닌 지라(ㅎㅎ)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데, 유독 눈에 띄는 위스키만이 뇌리에 강렬하게 기억이 남았습니다. 프론트맨의 방에 있었던 위스키인데요, 자주 단독 샷(!ㅎㅎ)이 잡혀서 어떤 위스키였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바로 프론트맨이 즐겨 마시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위스키는 글렌알라키 21년 CS 입니다.

오징어 게임 속 글렌알라키 21년 CS 
오징어 게임 속 글렌알라키 21년 CS 

우리의 프론트맨이 마시는 글렌알라키 위스키는 제가 오래 전에 한번 단독으로 다룬 적이 있는 위스키인데요,

그 중에서도 21년 CS는 배치별로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최소 100만원은 훌쩍 넘는 매우 고가의 위스키입니다. 저도 당연히 마셔본 적이 없는 위스키인데요, 오징어게임 속 프론트맨은 돈을 많이 벌어서 인지, 이 귀한 위스키를 방에 놓고 마시는 것 같더라고요. 약간 부러웠습니다..ㅎㅎ 이렇게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위스키를 발견하게 되면 또 그 재미가 또 크답니다. 다음 번에도 어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보이는 위스키가 있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같이 찾아보는 재미를 또 누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오늘의 위스키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위스키는 정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위스키지만 알고 보면 많이 마셔보았을 그런 위스키를 한번 골라보았습니다.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 주인공은 바로 "티니닉(Teaninich)" 입니다.

티니닉 17년
티니닉 17년

아마 오늘의 주인공은 이름을 아예 처음 들어보신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게 인기가 좋은 위스키가 아니기도 하고, 티니닉은 그 자체로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다른 위스키를 돋보이게 하는(!!) 위스키로서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티니닉은 유명세가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증류소 입니다. 티니닉 증류소의 시작을 살펴보려면 무려 18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티니닉 증류소는 나폴레옹 전쟁에 참전했던 전쟁 영웅이자 "블라인드 캡틴"이라고 불렸던 휴 먼로(Hugh Munro)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알니스 지역에 설립한 것이 그 시작입니다. 

휴 먼로는 "블라인드 캡틴"이라는 별명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프랑스와의 전쟁에 참전하는 동안 적군이 쏜 총알에 관자놀이를 맞아 시력을 잃었습니다. 어디에서는 두 눈 모두 시력을 잃었다고 하고 어디에서는 한쪽 눈 시력을 잃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전쟁에서의 사고를 시력을 잃은 휴 먼로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티니닉 농장"의 영주로서 자신의 영지를 발전시킬 궁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됩니다. 

티니닉 영지의 성을 다시 짓고, 위스키 증류를 장려하여 위스키 증류소를 짓게 되지요. 휴먼로가 위스키 증류를 장려한 이유는 증류소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을 동물의 사료나 비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고, 또 위스키는 일반 곡물보다 가치도 높고 유통도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증류소를 통해 소작농들이 생산한 곡물들을 매입해주며,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티니닉 성의 모습 (teaninich castle)
티니닉 성의 모습 (teaninich castle)

휴 먼로는 시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지를 발전시키기 위한 각종 노력을 다하기도 하고 승마도 즐기며, 매우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다가 1819년에 동생에게 티니닉 성을 넘기고 1831년에는 티니닉 증류소까지 동생인 존 먼로에게 모두 넘기게 됩니다. 

동생 존 먼로는 외국어에 능통했는데, 이로 인해 업무상 인도에 장기간 머물게 되면서 티니닉 증류소를 지역의 유명한 위스키 상인이었던 로버트 패틴슨에게 임대해주게 됩니다. 나름의 위스키 전문가였던 로버트 패틴슨은 증류소의 운영 효율성을 크게 증대 시켰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도 티니닉은 여러 사람들을 거쳐 임대 되어 운영되게 되는데요, 그러다가 1904년 다른 여러 증류소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주류 업자 이네스 카메론(Innes Cameron)이 티니닉 증류소를 인수하게 됩니다. 카메론이 증류소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세계 대전으로 인해 티니닉 증류소는 폐쇄되었다가 전쟁이 끝난 후에야 다시 생산을 재개하게 됩니다. 1933년 티니닉 증류소의 소유주였던 이네스 카메론이 사망하고 난 후, 티니닉은 지금의 디아지오(Diageo)의 전신인 DCL(The Distillers Company Ltd.)에 인수되면서 마침내 지금과 같이 디아지오 소유의 증류소가 되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티니닉이 낯설지만 여러분께서 어디선가 한번쯤 마셔봤을 것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바로 이 티니닉이 블렌디드 위스키인 조니워커의 주요한 몰트 원액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 알려져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생산량이 거의 천만 리터에 달하며, 생산량의 대부분은 조니워커를 비롯한 디아지오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드는 데에 쓰이고 있지요.

그래서 티니닉은 그 자체의 정규 라인업이 몇 개 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티니닉 단독 병입을 시작한게 10년 남짓이니 단독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이 정말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티니닉은 독립병입 위스키에서 활용되는 것을 더 쉽게 볼 수 있지요. 지난주에 소개 드렸던 카덴헤드에서도 티니닉을 가지고 만든 위스키가 있는데 가격이 꽤 높지만 평이 꽤나 좋습니다.

카덴헤드 2008 티니닉 15년
카덴헤드 2008 티니닉 15년

티니닉은 스코틀랜드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시필터"라는 기법을 활용하는 증류소인데요,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복잡한 이야기인데 간략하게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주로 맥주 생산에 활용되던 방식을 위스키에 접목했다는 의미입니다.

복잡한 이야기가 궁금하실 수도 있는 구독자님들을 위하여 조금만 더 깊게 설명을 드리자면,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워트(Wort)"라는 것을 생산해야 합니다. 이 워트를 발효 시키고 증류 시키면 위스키가 되는 것인데요, 워트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몰트(맥아) 분쇄 : 보리를 발아시킨 맥아를 분쇄하는 과정입니다.

2. 당화 (Mashing) : 분쇄한 맥아를 뜨거운 물과 섞어 효소 작용을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전분이 당분으로 바뀌면서 액체서 형성 됩니다.

3. 2번의 과정을 거쳐서 나온 액체가 바로 워트(Wort) 입니다. 

 

워트는 위스키의 품질, 맛과 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 워트를 만드는 과정이 티니닉과 다른 일반 위스키 증류소가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일반적인 위스키 증류소는 "매시튠"이라는 방법을 활용하고 티니닉 증류소는 "매시필터"라는 방법을 활용하는데요, 자세한 차이는 아래와 같이 구분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 "매시튠"은 1번의 분쇄 과정을 굵게 분쇄하고, 맥아가 굵게 분쇄된 덕택에 맥아의 껍질이 자연스럽게 필터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2번의 과정에서도 위에서 물을 부어 자연 중력으로 워트를 추출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번에 많은 양의 작업을 하기 어렵지요. 이 과정으로 얻어진 워트는 보통 탁하고 점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 속에서도 또 다양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풍미가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지요.
  • "매시필터"는 1번의 분쇄 과정을 매우 작게, 즉 미세하게 가루처럼 분쇄 합니다. 껍질 째로 완전한 분쇄를 하기 때문에 별도의 기계식 플레이트를 통한 필터링 과정을 거칩니다. 2번의 과정에서도 자연 중력이 아닌 인위적인 고압의 힘으로 눌러 짜내듯이 워트를 추출합니다. 덕분에 수율이 매우 높고 아주 깨끗하고 워트를 얻을 수 있지요. 보통 맥주 생산에서 이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복잡한 설비가 필요하고 기계 유지비도 상당히 큽니다.

 

저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이해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는데, 구독자 여러분께서 내용이 와닿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티니닉은 거의 유일하게 매시 필터 기법을 활용한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라고 합니다. 블렌디드 위스키 생산을 위해 많은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티니닉을 단독으로 처음 접한 것은 디아지오가 200주년 기념으로 출시한 "티니닉 17년"을 마셔보게 되면서 입니다. 단독 병입으로는 정말 보기 드문 티니닉인데, 우연한 기회에 바에서 마셔볼 수 있었지요. 

Sara가 마셔본 티니닉 17년, 아래에 Limited release라고 써져있음!
Sara가 마셔본 티니닉 17년, 아래에 Limited release라고 써져있음!

티니닉 17년의 향과 맛을 처음 딱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상큼함" 입니다. 사실 다른 스카치 위스키와는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트러스 향이나 과일 향이 나는 위스키들은 많지만 다른 여타 위스키에서 느꼈던 과실향과는 좀 다른 느낌의 상큼함이라고 느꼈거든요. 레몬이 섞인 셰리향 같은 맛이 났는데, 여기 까지는 좋았지만 이 후에 오일리한 느낌이 강하게 나서 사실 저에게는 크게 호감을 사지 못했습니다..^^;;ㅎㅎ

이 것은 그냥 개인 취향인데 저는 오일리한 맛이 느껴지면 좀 싫더라고요. 오일리한 맛이라는 표현이 좀 애매한데 마시고 보면 미끈미끈한 것 같은 느낌이 좀 있습니다. 티니닉 뿐만 아니라 어떤 위스키에서든 오일리한 미끈거림이 느껴지면 저는 취향이 아님을 늘 느끼긴 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티니닉 17년은 꽤나 평이 좋은 위스키 입니다. 그래서 제 취향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초큼 조심스러운데요, 맛이라는 것은 언제까지나 주관적인 부분이니까요. 아무튼 티니닉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흥미로운 위스키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다른 때보다 약간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ㅎㅎ) 그래도 여러분께서 재밌게 읽어주셨기를 바래봅니다. 다음주는 비소식과 함께 더욱더 찜통같은 더위 예보가 있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그럴 때 일수록 더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재밌는 것들도 더 많이 하는 그런 한 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럼 다음주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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