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또 정신 없이 한 주가 지나가고 62번째 위스키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게 되었네요. 이번 한주도 다들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 한 주도 업무로 정말 바쁜 일주일을 보내면서 정신없이 지냈는데, 그 와중에 정말 예쁘게 만개한 벚꽃들을 보며 창밖 풍경에서 힐링을 얻을 수 있었던 한 주였답니다. 꽃이 피면서 날도 따뜻해지고 봄이구나 싶었는데, 이게 왠걸 또 오늘 새벽에 눈발이 날리는 것을 보고 날씨가 요지경임을 느꼈답니다. 정말 이 것이 기후 위기인가 싶더라고요. 하루 새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봄이 쉽게 오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러다가 또 봄을 느낄 새도 없이 날이 금방 엄청 더워질 것 같은데요,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벚꽃이 떨어지기 전에 다들 꽃구경하고 오셨길 바라며, 얼른 완연한 찐 봄이 오길 기대해봅니다.+_+
이번주 위스키 뉴스레터의 주제는 유명한듯 안유명한듯, 꽤나 알려져있긴 하지만 또 막상 흔하게 마시지는 않는 싱글몰트 위스키, 오반(OBAN)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반 위스키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묘하게 정말 유명한듯 안유명한 위스키라 당연히 마셔봤다는 분들도 계실테고, 위스키를 꽤나 좋아하는 분들도 막상 오반은 마셔본 적이 없다는 분들도 꽤나 계실 것 같습니다. 이런 설명에 어울리게 뭔가 약간 애매한 위스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이 오반(OBAN)인데요, 이런 애매한 특성은 오반의 출신부터 시작됩니다.
오반 증류소는 하이랜드 지역에 속한 하이랜드 위스키로 분류되긴 하지만, 아일라와 상당히 가까운 곳에 위치합니다. 말하자면 하이랜드와 아일라 지역 사이 즉, 육지와 바다의 경계 즈음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반 증류소에서 해안가까지는 208걸음이면 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해안가에 붙어있는 증류소 입니다. 그래서 좋게 말하면 하이랜드와 아일라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 독특한 풍미를 내기도 하고 나쁘게 말하면 어느 쪽의 특징도 분명하게 가지고 있지 않은 애매함..이 특징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반은 1794년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역의 작은 항구 마을 "오반"에서 시작된 증류소 입니다. 작은만(Little Bay)라는 뜻을 가진 오반은 Hugh & John Stevenson 형제가 이 지역에 증류소를 설립하여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초반에는 "Cowbell Ale"이라는 맥주를 증류하여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위스키 증류소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오반 위스키 역사에서 재밌는 부분은 다른 위스키들은 지역 이름에서 증류소 이름을 따온 것이 많은데 오반의 경우는 마을보다 증류소가 먼저 생겨서 오반 증류소가 마을의 시초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위스키가 도시를 만들게 된 셈이지요.
이렇게 시작된 오반 증류소는 3세대 동안 Stevenson 가문에 의해 운영되다가 그 이후 부터는 여러 번의 인수와 합병을 거치게 되었고 지금은 현재 글로벌 주류 기업인 디아지오(Diageo) 소속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는 아예 생산을 중단하는 위기가 있기도 했는데, 이 후 디아지오에서 오반의 가치를 알아보고 오반 증류소를 인수하면서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스카치 위스키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오반 증류소는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 중 하나이자 또한 가장 작은 증류소 중 하나 입니다. 소규모 증류소여서 생산하는 양 또한 65만 리터에 불과합니다. 글렌피딕이나 맥켈란 같은 증류소의 연간 생산량이 1,500만 리터가 훌쩍 넘는 것에 비교해보면 정말 소량 생산되는 위스키라고 볼 수 있지요.
오반 증류소가 이렇게 작은 이유는 1794년 설립된 이후에 한번도 확장을 하지 않은 증류소 이기 때문인데요, 작은 증류소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품질 관리를 한다는 것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규모가 작은 만큼 오반 증류소는 단 7명이 이 증류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반 증류소 웹페이지에는 "Every drop of whsiky is made by these 14 hands"라며 오반 증류소에서 일하는 7명의 구성원들을 모두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반 위스키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요, 2019년에 스코틀랜드 신학생들이 바티칸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스코틀랜드 신학생들이 오반 위스키를 선물로 드렸다고 합니다. 이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이 것이 진정한 성수"라는 농담을 하셔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교황님께 선물한 위스키가 오반이었다니! 오반 위스키가 얼마나 훌륭한 위스키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오반 위스키 라인업 중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라인이 바로 오반 14년 입니다. 국내에 주력으로 수입되는 라인이기 때문에 바에서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위스키인데요, 저도 오반 위스키는 이 14년 라인만 마셔본 적이 있습니다.
오반 14년은 앞에서 말한 지리적 특징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이랜드 위스키의 특징과 아일라 위스키의 특징이 절묘하게 조화된 맛과 향이 특징입니다. 배, 귤과 같은 단 과일 향과 함께 묘한 짠맛과 스쳐가는 가벼운 피트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누군하는 달콤하고 균형잡힌 맛이라고도 하고 이와 더불어 짠맛과 스모키함, 스파이시함이 모두 느껴지는 맛이라고도 평합니다. 말하자면 "복합적인 맛"이 바로 이 오반 14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이 오반의 맛과 향이 좀 애매하게 느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저에게 아쉬움이 들었던 것은 미네랄 때문인지, 이 여러 맛과 향이 섞이면서 나게 된 것인지 모를 미끈거리는 오일리한 맛이 크게 느껴졌던 부분 입니다. 사실 다양한 향이 맛있게 조화가 된다면 굉장히 매력적일 수 있는데, 저에게는 오반의 이 복합적인 맛과 향에서 미끈 거리는 느낌과 기름을 머금은 것 같은 오일리한 맛이 느껴져서 사실 불호에 가까운 맛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맛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생각이 지배하는 영역이기도 하기에 제가 이 복합적인 맛에 대한 선입견 아닌 선입견을 가지고 마셔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내 돈 주고 굳이 마실 위스키라고는 생각 되지 않았습니다.
저의 이러한 감상과 리뷰에도 불구하고 사실 오반 14년은 상당히 인기가 있는 위스키 입니다. 좋아하는 분들도 매우 많고 이러한 복합적인 맛의 매력을 극찬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맛을 느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기에 저는 이렇게 느꼈지만 또 구독자 여러분께서 마셔보시면 상당한 매력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독자 여러분께서도 이 오반 14년을 꼭 한번 드셔보길 추천 드립니다. 한번 마셔보시고 저와는 또 다른 맛과 향을 느끼셨다면 댓글이나 메일로 감상을 남겨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미각은 절대적인 부분은 아니기에 구독자 여러분과 제가 느끼는 다름을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에서 저에게는 조금 애매했지만,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위스키인 오반에 대해서 이야기 드려보았습니다.
오늘 위스키 뉴스레터 주제를 생각했을 때, 약간의 걱정이 있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최애 위스키일 수 있는 위스키를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맛과 향을 느끼는 것은 주관적인 영역이기에 오히려 다양한 감상과 리뷰에 대해서 구독자 분들이 접해보시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의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뉴스레터 몇몇 애독자 분들께서 사라님은 모든 위스키를 다 맛있다고 하는게 아니냐(!!)라는 말씀을 주신 적도 있어서ㅎㅎ 저에게도 호불호가 있음을 알려드려보고자 색다르게(ㅎㅎ) 덜 좋아하는 위스키에 대한 뉴스레터를 구성해보았습니다. 이런 저의 도전이 구독자 여러분께 흥미롭게 느껴지셨기를 바래봅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다시 돌아온 겨울 날씨에 내일은 무엇을 입어야하나 고민이 되는 일요일밤이네요. 저는 다음주에 아주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계획이 있는데요, 얼른 봄날씨가 돌아와서 따뜻한 햇살에 해안가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_+ㅎㅎ 제주도에서 리프레시 제대로 하고 재밌는 위스키 뉴스레터를 또 열심히 써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구독자 여러분 모두 변덕스러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그럼 저는 다음주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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