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기

그날의 헤이그

헤이그의 특사들 - 이준 기념관

2026.03.06 | 조회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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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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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크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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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특사

헤이그 특사.

이상설, 이준, 이위종.

시험에 나와 외웠던 이름들.

귀에 피가 나도록 듣고, 시험을 치르기 위해 외우다보니

감동은 사라지고, 마음 속엔 짜증이라는 감정까지 일었다.

'아 뭐가 이렇게 많은거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고백하는 것은,

첫째는 순국선열들에 대한 일종의 속죄일 것이요.

시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이 만난 과거에서 느낀 뜨거운 감동 때문일 것이다.

 

계획없이 들른 네덜란드에서 무엇을 할지 찾다가 마주한 것이 바로 이준 기념관이었다.

'헤이그 특사. 그래 국사 수업에서 지겹도록 들을 정도로 유명한데 한 번 가보자.'

'그래봤자 뭐 별건 없겠지만.'

 

루브르에 가면 모나리자를 봐야한다는 의무감처럼 발길을 옮겼다.

이준 열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헤이그였는지,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시험과 함께 모두 잊은 채로.

첨부 이미지

 

 

가정집 같은 기념관

덴 하그(Den Haag, 헤이그)를 향하는 기차 위에 올랐다.

얼마 안가, 뭐라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긴 네덜란드어 문장들을 뚫고 '덴 하그'라는 지명이 귀에 박힌다.

열차에서 내려 서둘러 구글 지도에 붉게 꽂힌 "이준 기념관"으로 향한다.

늦게 나온 탓에 기념관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단다.

첨부 이미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 120년 전 모습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고,

가구들이 그대로 놓여 있다.

벽 곳곳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일반 가정집 같은 따뜻한 공간.

내부를 찍어둔 것이 없어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대체한다. 출처: @jeungsally45 인스타그램 
내부를 찍어둔 것이 없어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대체한다. 출처: @jeungsally45 인스타그램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가 환한 얼굴로 나를 반기신다.

혼자 왔냐면서, 기특하다고.

당신이 이곳을 매입하고, 직접 세우셨단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을 텐데. 정부도 외교부도 크게 지원하지 않는 이 곳을, 이 사람이 매일 열고 있다.

벌써 수백번이나 말한 듯 능숙하게, 그러나 열정만은 처음처럼

발자취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는데 기분이 묘하다.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많다. 그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
하지만 많다는 것은, 곧 후대인 나에게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희미하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준'이라는 한 사람을 마주한다.

전시물 사이사이마다 발이 멈춘다.

그가 고뇌 속에서 살아온 삶. 치열하게 다듬어온 철학. 누렸던 평범한 일상 그리고 가족이 있었다.

여럿 중의 하나가 아닌 고유한 한 사람으로,

이 곳 지구 반대편의 파란 눈들에게 조국의 독립을 외쳤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이후 세대만을 위해서.

일제의 방해로 인해 계획하던 만국평화회의에서의 공표를 실패하고,

분통하여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조국을 사랑했던 한 인간.

이 역사는 '이준', 그가 아니면 쓸 수 없다.

 

 

120년 전에 여기를 왔었구나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나무 바닥을, 120년 전에 그 사람이 밟았다.

교과서에서 읽으면 두 자 이름뿐,

시험지 위에서는 그들의 활동일지와 문장뿐이었는데.

그 이름 두 자가 걸었던 복도에 서니, 오래된 가구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이 문을 열었겠지. 이 창밖을 봤겠지. 여기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공간에서 쏟아져 밀려온다.

 

나는 헤이그 특사를 알고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모르고 있었다.

첨부 이미지

 

 

네덜란드.

아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들른 며칠이 전부인 경유지.

하지만 그 곳에서 나는 한 사람의 크기를 온 몸으로 느꼈다.

(Ep.2 마침)

 

 


Micro-Mission: 외운 것과 느낀 것 🏛️

책 속 문장은 금세 휘발된다.

하지만 직접 서 본 공간은 뇌리에 박혀 그대로 있다.

아무리 외워도 잊고 말았지만,

느끼고 나니 여전히 은은하게 마음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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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공지

세계여행기 (The Trail)은 앞으로 매주 금요일, 주 1회 발행으로 변경됩니다.

매주 더 빛나는 이야기들로 찾아 뵙겠습니다.

저희 이야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아낌없는 관심과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에디터 조나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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