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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친구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로망이잖아."
사실, 이미 모스크바행 횡단 열차를 타 본 친구였다. 이직으로 생긴 귀한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기로 한 그에게, 똑같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지는 않았다. 뭔가 새로운 것,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 머리를 맞대고 지도를 들여다보던 중, 문득 그해가 3.1 운동 100주년이라는 사실이 스쳐 지나갔다. 머릿속에 스파크가 튀었다.
'우리 선조들, 독립투사들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가 보자.' 하지만 기존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많이 알려져있었지만, 지선인 만주 횡단열차는 정보가 전무한 상황.

'그냥 부딪혀보면 되지!' 나와 친구의 좌우명이었다. 국제개발 전문가로 에티오피아와 인도를 누비는 친구와, 대학원을 막 끝내고 창업의 문턱에서 서성이던 나. 무모한 두 사람의 만남은 언제나 계획을 현실로 만들었다.
우리는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시베리아의 심장, 이르쿠츠크로 날아갔다. 거기서부터 기차로 만주를 거쳐 상하이까지. 그 험난했던 독립 투사들의 경로를 직접 그려보기로 한 것이다. 물론 시작부터 순탄할 리 없었다. "가서 하면 되지" 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은, 키릴 문자가 가득한 이르쿠츠크에서 제대로 벽에 부딪혔다.

우리가 타야 할 열차는 일주일에 단 한 번뿐. 표를 구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7 일을 더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러시아어라고는 한마디도 못 하는 우리는, 며칠 동안 낯선 도시를 헤매며 몸짓과 발짓으로 길을 물었다. 운 좋게도 열차가 떠나는 날짜를 확인하고, 새벽 플랫폼에서 오들오들 떨며 현장 발권을 기다렸다.
'스트라스부이쩨(안녕하세요)', '아진(하나)', '스바시바(감사합니다)'. 우리가 아는 러시아어 단어 세 개로 빵과 잼을 사고 마침내 기차에 올랐을 때, 우리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말:

"하... 진짜 탔다."
그 한숨에 지난 며칠간의 막막함과 안도감,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지의 여정에 대한 모든 기대감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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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블
우앗, 생생하네요. 가서 부딛치면서 절벽 끝에 서는 것과 같은 여행이라 그런지, 한숨에서 입김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화이트크로우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정말 한 번쯤은 타보면 좋을 것 같아요! 러-우 전쟁이 마치고 나서 찐친과 한 번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영혼의 단짝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떠나는 여행은 때론 무모해서 피곤하지만, 그곳에서 느끼는 우연성과 친절함도 배로 느끼고 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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