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재 공지
The Trail 애독자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에디터 조나단입니다.
이번 겨울 잠시 멈췄던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 덕분에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애정 어린 눈으로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들로 찾아뵙겠습니다.
The Trail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디터. 조나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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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The Great Escape to Great Britain] 에필로그. 타이타닉의 선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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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Bath)에서의 꿈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을 때, 현실은 여전히 재난 영화였다.

마트의 휴지 코너는 텅 비어 있었고(우리는 결국 키친타월로 해결해야 했다🤣), 귀국 항공편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전시 상황의 작전병들처럼 비장하게 노트북을 켜고, 한 명씩 한 명씩 비행기 표를 구해서 한국으로 탈출시키기 시작했다.
하나둘 떠나보내고 마지막까지 남은 건, 베이스캠프를 지키던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친구들이었다.
"형, 우리는 여기 정리하고 갈게. 마지막 손님 갈 때까진 있어야지."
텅 빈 숙소, 언제 다시 손님이 올지 기약 없는 그곳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그들의 모습에서 보이던 침몰하는 배를 끝까지 지키던 타이타닉의 선장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데체 코 파스타
떠나기 며칠 전, 런던 시내의 대형 마트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파스타면, 쌀, 통조림... 식량이라 불릴 만한 것들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마지막 만찬이라도 해 먹고 가고 싶었는데, 면이 없어 포기하려던 찰나였다.
골목 구석에 있는 작은 유기농 식료품점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비싸서 엄두도 못 냈을 고급 가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들어선 그곳에서,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De Cecco Pasta - At Cost Price
데체코 파스타면 원가 판매 - 1인당 2개 한정
함께 이겨냅시다. 우리는 항상 여기에 있습니다.입간판에 써있던 문구
눈을 의심했다. 사재기로 가격을 몇 배로 올려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원가 판매라니.
가게 주인은 놀라서 쳐다보는 우리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Don't worry. We're always here. It won't run out for a while."
(걱정 마요. 우리 항상 여기 있어요. 한동안은 안 떨어지니까 언제든 와요.)
비싼 유기농 가게가 재난 앞에서 선택한 건 이윤이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사랑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우리는 모두 목이 메어 "쌩큐, 쌩큐" 소리만 반복했다. 파스타면 두 봉지를 우리 손에 들렸을 때, 뜨거운 것을 손에 든 것 같았다. 혐오와 공포로 얼어붙은 이 회색 도시에서, 홀로 얼어붙지 않은 무언가를 건네받은 기분.

마스크 속의 미소
마침내 나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좌석은 만석이었다. 기내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모두가 마스크를 눌러쓰고, 옆 사람과의 대화도 금지된 삭막한 풍경. 누군가는 기침 소리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서로를 잠재적 감염원으로 경계하는 눈빛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침묵 속에서 혼자 웃고 있었다. 마스크에 가려져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내 입가에는 바보 같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가슴이 벅찼다.
10년 전, 2009년의 런던에서 돌아올 때 나는 도망자였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찔려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내가 다신 오나 봐라" 이를 갈며 비행기에 탔었다.
하지만 2020년, 전염병이라는 진짜 재난 속에서 돌아오는 지금, 나는 웃는다.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 햄버거를 들고 막아주던 낯선 기사들,
숨은 산책로를 알려주며 윙크를 날리던 역무원,
원가로 파스타를 내주며 언제든 오라던 식료품점 주인,
그리고 타이타닉 선장처럼 그곳을 끝까지 지켰던 내 친구들,
바이러스는 나 외의 또 다른 타인을 혐오하도록 부추겼지만,
사람들은 이내 곧 알아챘다.
타인으로부터의 따뜻함이 곧 해독제였다는 것을.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결국 사람에 의해 치유된다는 이 뻔한 진리를,
나는 이 지구 반대편에서 온몸으로 확인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영국 편 마침)
👣 오늘의 작은 행동
지금 누군가에게 "데체 코 파스타"를 건네보세요.
거창한 선물일 필요 없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에게 짧은 마음 담은 메시지 하나 보내보세요.
"그냥 예전에 고마웠던게 생각나서 연락했어. 잘 지내지?"
이 잠깐의 감사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가장 따뜻한 불씨 될지도 몰라요.
나중에 해야지 하면 안하는거 아시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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