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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암 인 인도네시아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4.07.22 | 조회 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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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파인 땡큐, 앤 유? 다들 잘 지내시는지 글로벌한 트렌드에 맞게 영어로 안부 여쭙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데 영어 쓰는 이유는 뭐냐면 우럭, 인도네시아어 잘 몰?루 그동안 손절도 안 하고 이렇게 또 읽어주셔서 진쟈루 뜨리마까시- 키득.

 

1.

오랜만에 나타나서는 얼렁뚱땅 그렇게 됐다. 사실 온 지는 좀 됐고 다시 한국 갈 날도 며칠 안 남았음. 근황 보고도 좀 하고 다시 글도 좀 쓰고 하려고 간만에 들어온 건데 두 줄 쓰니까 때려치우고 싶은 욕구가 몰려오네. 벌써 텄다.

 

2.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써보자면 2주 좀 넘게 인도네시아 체류 중. 앞으로 2주 정도 더 있을 예정이고 한국에 돌아가면 적어도 세 달 정도 바쁠 예정이다. 뭐, 별일이 있는 건 아니고 제가 수술을 하게 돼서요. 별일인가? 아무튼. 8월 말에 수술을 받고 두 달 정도 회복과 재활에 전념하게 될 것 같다. 어디 크게 아프거나 다친 건 아닌데 하지 않으면 이른 나이에 관절염이 올 거래... 우럭, 27세. 지금보다 나약해진 몸뚱이는 사절이다. 물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노화라는 게 있겠지만 그래도요. 그다지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사는 동안 크게 아프고 싶지는 않으니까.

 

3.

그럼 뭐, 제일 굵직한 것들은 얘기가 끝났으니 대충 근황 보고 끝! -이라기에는 너무 갑작스레 막 던졌나 싶기는 해. 흠, 우럭은 스피드웨건식 전개는 극혐이지만 친애하는 칭구들을 위해 오늘만 특별히 투머치토커 해주는 거다? 키득.

우선 수술부터 이야기하자면. 2월 말 즈음이었나? 굽을 신었다가 발목을 삐끗했지 뭐야. 사실 병원에 바로 갔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대충 버텼더니 발목 주변에 피멍이 퍼져있더라. 미루고 미루다가 출국 직전에 병원에 갔는데 MRI를 찍고 여차하면 수술을 해야 한대. 근데 뭐, 엑스레이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 의사가 발목을 만져보지도 않고 말본새도 마음에 안 들길래 다른 병원 가야지 싶었음.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조금 이상한 사람 같은데 나도 변명거리가 있다. 일단 첫째, 나는 원래 하루에 한 번은 발목이 휘청거리는 만성 발목불안정증 인간 10년 차임에도 그동안 수술 얘기는 듣도 보도 못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둘째, 앞서 말한 이유로 발목 삐어서 발 전체에 피멍 드는 경험은 처음이 아니었는데 그때마다 병원을 가지 않아도 잘 걸어 다녔으며. 셋째, 당일이랑 그다음 하루 이틀을 제외하면 진짜 진심으로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았어. 그냥 걸을 때 살짝 신경 쓰이는 정도? 참으면 다친 티 안 내고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그리고 싯팔, 마지막으로 의사가 진짜 싸가지가 없었음. 뻔해~ 다 너 같은 애들이야. 둘 다 MRI 찍어야 되는데 부담 될 테니까 한쪽 정해~ -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내가 성질이 안 나겠냐고. 개빡쳐서 예, 진통제나 처방해 주세요- 하고 나온 뒤에 수납처 가 가지고 여기서 안 한다고 진료 의뢰서 써달랬다. 의사도 일종의 서비스직이야, 싯팔.

 

4.

그러고 나서 우럭 인도네시아로 떠났어요. 예정보다 빠르게 귀국하긴 했지만 당시 조금 정신이 없던 터라 통증 없는 발목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되고 나서야 다른 병원에 갔는데 거기에서 발목을 이렇게 저렇게 비틀어서 엑스레이를 찍더니 수술해야 하는 거 맞대. 아, 그래요? 근데 꼭 해야 하냐는 질문에 선택이라고 답해서 솔직히 그때는 크게 안 와닿았음. 나한테 제일 중요했던 건 그저 X-ray 찍어주는 방사선과 선생님이 마스크 위로 쥰내 잘생겼었다는 사실이다. 하, 그분 아직도 근무하시려나. 물리치료 받으러 일주일에 닷새는 거기 갔는데 굳게 닫힌 영상 촬영실 문 때문에 그 뒤로 보지를 못했어.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 사회에 미남은 희귀하거늘.

하여간 의료 파업으로 대학 병원 진료를 잡기까지 기본 한 달에서 두 달이었고 우럭은 가장 빠르게 잡힌 한양대 진료에서 MRI 결과 왼쪽 발목 인대 세 개 중 두 개를 잃었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메데타시- 는 아니고 쟌넨데수네~

그런데 이제 선천적으로 유연성 웅앵 하는 체질로 인해 한양대에서 수술 불가 판정을 받은 우럭. 다시 한 달을 더 기다린 서울성모병원 진료에서 수술 안 해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어라라- 하면서 한 달을 더 기다리고 갔던 연세대 진료에서 웅 수술 강권. 안 하면 관절염ㅎㅎ -이라는 의사의 말에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장장 삼 개월간의 이야기되시겠다.

 

5.

그럼 왜 수술을 안 받고 인도네시아에 계시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개소리고 연세대 진료 보기 전에 가족 휴가 날짜를 7월로 정했거든요. 정확히는 7월 초로 열흘 정도 다녀오려고 했는데 이제 저희 아빠가 한 달 정도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냥 한 달 있기로 했어요. 문제는 비행기표 발권 끝나고 세브란스 진료 갔더니 당일에 수술 날짜 정해버림. 7월 중으로 잡아주신다길래 아... 제가 7월에 한국에 없어효...; 라는 말에 밀리고 밀려서 8월 말로 결정됐음을 알립니다. 8월 초중순에는 선생님도 여름휴가 다녀오신대. 푹 쉬고 피로 풀고 오세요... 특히 손...

생각보다 수술이 빠르게 잡혀서 조금 당황하던 우럭, 혹시 지금 공복이세요? 하는 선생님의 말에 예? ㅇ.. 예- 답하자마자 수술 전 검사도 당일에 하게 되어 조금 더 당황했다. 약간... 운이 좋았던 것 같어. 한양대에서 MRI도 나흘 만에 찍고 일주일 만에 결과 봤는데 연대도 뭐 수술 긔? 검사 긔? 하고는 당일에 모든 걸 하고 왔으니. 여행 안 갔으면 이미 수술 끝내고 퇴원도 한 뒤 회복 중이었을 거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인도네시아에 있고 이 주 후에 귀국해서 8월 말에 수술 예정입니다. 한 달 있겠다는 결정이 여러모로 잘한 짓인지 아닌지 판단이 잘 안 서기는 하지만 추후 반년간 여행은 꿈도 못 꾸겠다는 생각 들 때면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왜냐하면 저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느꼈거든요. 아, 인간이 발목 인대 하나로는 생각보다 잘 걷지만 완전히 잘 걷는 건 또 아니구나.

뭐 그런 당연한 말을 하나 싶겠지만 당신들도 겪어보면 알 거야. 사람은 생각보다 인대 하나로 잘 걸어. 뛰는 것도 할 수 있어. 제자리 뛰기도 가능. 일상생활은 크게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퇴사 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외출해 본 적이 없는 사람, 그것도 하루 외출하면 기본 이틀에서 사흘은 쉬어줬던 사람의 교만이었음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연대 진료 당일에 병원에서 세 시간을 버티고 당일 약속까지 소화하면서 하루 12시간을 밖에 있었음. 그다음 날에는 공항 가서 비행기 탔음. 그 이후 하루 이틀 쉬긴 했지만 다시 발리로 떠난 우럭 발리에 도착한 뒤로부터 본격적으로 다리를 절게 되었어요. 발목만 다쳤으면 어찌어찌 버텼을 텐데 문제는 내가 무릎 연골도 작살났다는 데에 있다. 호텔 벨보이가 휠체어 가져왔을 때 웃으면서 거절했지만 속으로는 살짝 죽고 싶었음을 고백합니다.

 

6.

다시 생각해도 뒤지고 싶다.

 

7.

고작 발목 통증에 휠체어 타는 여자라니. 가오가 뒤져서 안 된다. 작은 고통 정도는 참고 넘길 줄 알아야 상여자 아니겠어? 이상 집에서 조금만 다쳐도 엄마에게 달려가는 우럭, 27세의 발언이다.

물론 아프면 휠체어 타야지. 하지만 수술하면 적어도 몇 주는 휠체어 생활일 텐데 벌써부터 환자로 지내고 싶지 않다. 내 의지로 나가지 않는 것과 이동의 자유에 한계가 있는 것과는 다르다고.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응원합니다. 꼬우면 싯팔 차단해. 근 시일 내에 한시적 장애인 될 텐데 내가 이 정도 발언도 못하냐. 여기에 지랄하면 니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우리는 그런 걸 반박이 아니라 소수자 혐오라고 부르기로 했다, 누군지 모를 멍청한 샛기들아.

 

8.

원체 예민한데 아파서 더 예민한 우럭은 사람을 쥰내 세게 문다. 아직 아무도 지랄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더큰지랄할 준비가 되어 있어.

 

9.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미 잡힌 약속을 제외하면 수술 전까지 바깥나들이를 자제할 생각이고 물리치료를 제외하면 남는 게 시간이니 앞으로는 블로그랑 레터를 꾸준히 업로드해 보려고.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ㅎㅋ. 3월부터 6월까지의 큰 줄기를 풀었으니 작은 줄기들도 이제 조금씩 정리할까 싶기도 하고. 정신없어서 미뤄둔 일들도 있고 수술로 시간이 붕 떠버려서 해결해야 할 것들도 있고. 하, 벌써부터 댁알히가 아프다. 안 그래도 터진 인성이 나가리 되는 미래가 보여. 스테이... 스테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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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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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팥붕

    0
    4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동명이인

    0
    4 months 전

    저랑 같이 하이랄 평원을 뛰어나시죠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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