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에 있어요.
2.
태생적 집순이의 운명은 공간적 배경이 달라진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도네시아에 왔지만 발리에 다녀온 일주일을 제외하면 계속 집에 있는 중인 것을. 재수 없게도 집 수리 이슈가 터져서 단지 내에서 이쪽 집 저쪽 집을 왔다 갔다 하며 일주일을 보냈고 지금은 옆 도시 레지던스에 잠깐 묵고 있지만 어쨌든 실내에 박혀있다는 사실은 그대로이다. 아, 근데 왜 인도네시아에 올 때마다 뭔 사건이 터지지. 역마살이 이딴 식으로 작용하는 건가? 집 문제가 터지고 나서 올해는 해외에 나오면 안 될 운명인가 크게 고민할 정도였음. 어쨌건 이런저런 도움으로 일주일 만에 매물을 찾을 수 있었고 신속 거래 끝에 다음 주에 입주하는 걸로 결정 났다. 이사할 집도 본래 집보다 좋아서 그냥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음. 고생 끝 낙이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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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은 자카르타와 찔레곤 사이의 까라와찌라는 지역에 와 있다. 자카르타랑 가까워서 그런 건지 한국인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 건지 찔레곤에 비하면 여기는 그냥 도시임. 물론 찔레곤이 좀 많이 시골이긴 하다. 째째몰을 제외하면 근처에 큰 상가도 없고 주변은 다 판잣집에 산이다 보니. 그래도 영화관이며 한식당이며 있을 건 다 있긴 하니 조금 심심한 걸 제외하면 지내는 데 큰 애로사항도 없고 일단 교통이 괜찮아. 도로 사정이나 오토바이 무리 등 한국에 비할 수준은 못되지만 자카르타의 교통이 워낙 극악이니 찔레곤 정도면 양반이다. 그런 이유로 자연스레 옆에 있는 까라와찌의 교통도 난잡한 편. 하, 레지던스가 주거 단지보다 치안이 확실하고 현대식이라 조금 더 살기 좋을 수는 있겠지만 나라면 진짜 여기 교통이 개 같아서 못 살 것 같음. 정확히 말하자면 여기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은데 이곳이 찔레곤과 자카르타의 사이에 있다는 게 문제다. 회사들은 보통 찔레곤이나 자카르타에 있으며 까라와찌에서 두 지역까지 이동시간은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라고 말하지만 거지 같은 교통 사정으로 언제나 3시간을 달려야 함. 참고로 왕복이 아니라 편도다. 출퇴근만 차로 6시간 걸리는 직장 어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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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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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박혀 있다고 해서 정말 집 밖으로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고. 여행이랍시고 막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을 뿐이지 생필품을 사러 다녀온다든가 잠깐 외식하고 온다든가 하는 식으로 가볍게 나가는 일은 종종 있다. 물론 당장 필요한 게 아니거나 조금 무겁겠다 싶으면 배달을 시키고 마사지도 그냥 출장 서비스 신청해서 집에서 받는 게 대부분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생각보다 배달 시스템이 잘 자리 잡았다. 그랩이나 고젝으로 오후 8시 이전에만 주문하면 배달이 크게 어렵지 않은 편임. 이제 인니어를 모름으로 인해 생기는 앱 사용의 어려움은 또 다른 얘기지만 배민이 필수인 한국인이라면 눈치껏 해낼 수 있음을.
집 이슈가 없었다면 자카르타도 조금 놀러 다니고 했겠지. 왜냐면 우럭, 인도네시아 방문만 벌써 세 번째지만 자카르타 놀러 간 적 한 번도 없기 때문. 근데 뭐, 별 기대가 없다. 사실 인도네시아 본토는 정말 광활한 자연이나 종교 건물을 제외하면 크게 볼 것도 없고 잠깐잠깐 들렀던 자카르타가 교통이 좀 빡세다 보니 가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정도라. 여행이 목적이라면 족자나 보고르가 더 낫지 않을까.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자카르타와 그 근방을 제외하면 대부분 촌이지만 화산, 폭포, 사원 같은 볼거리는 정작 촌에 몰려 있어서. 자카르타에는... 글쎄. 나도 이곳저곳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일단 이케아랑 한인마트가 있다. 그래도 먹을 건 많고 다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근처에 사파리 하나, 유명한 카페 하나, 종교 건물 하나가 있다고들 하더라. 아, 큰 롯데몰도 하나 있는데 들어가 보면 광야가 펼쳐져 있다. 거기가 인도네시아 한복판인지 코엑스 SM타운인지 이제 구분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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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요약하자면 우럭은 인도네시아 와서 발리 다녀온 일주일, 부동산 보러 다닌 하루, 엄마 네일 받는 거 따라간 하루를 제외하면 그냥 집에 박혀 있었다는 말이에요. 밥 먹고, 자고, 게임하고, TV 보고, 하루 한 번 글 쓰고. 그냥 아주 개백수의 삶을 살고 있음.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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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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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42)
째째몰 사실 찔레곤 센트럴 몰인데 현지인들이 인니 발음대로 째째몰이라 줄여 부르더라. 뭔가 입에 잘 붙어서 나도 그냥 째째몰이라 부르는 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도네시아 말 모르는데 대충 눈치로 때려맞추고 있엌ㅋㅋㅋㅋㅋㅋㅋ 영어는 진짜 쉽게 얘기하면 통해서 어떻게든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ㄷㅏ...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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