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 레터 쓰는 게 한 달 목표라던 우럭은 새해 첫날 이후로 뒤졌다. 아주 그냥 관짝에 못을 박아버렸음. 하루 만에 목표라 할 것이 폐기되어 버린 우럭은 멋쩍게 계획이라는 소재를 다시 들고 왔다. 양심이 없는 건 괜찮아. 중요한 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는 마인드 아니겠어. 어쨌건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계획 세우는 데에는 소질이 없다. 그걸 지키는 것에는 더 소질 없고. 굳이 제목을 볼 필요도 없다. 그냥 마지막 레터와 오늘 레터의 간격만 확인해도 알 수 있음. 허허- 안녕, 확신의 P 우럭이라고 해. 그래도 신년이 밝았으니 매해 관성처럼 해왔듯 계획이라는 걸 짜보기로 했다. 올 한 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뭘 해야 알찬 한 해를 보낼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 며칠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론을 냈다. 아, 나 P인데. 왜 이러고 있지.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 계획이란 어휘는 어감부터 구리다. 쓸 데 없이 획수가 많고 발음도 복잡하고. 그런 인간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을 리가 없다. 나 이거 할 거야- 한다고 다 이룰 수 있는 거면 레터에 이런 말 쓰고 있지도 않았다. 애초에 P도 아니었을걸. 해야지 마음먹는다고 다 이루어지는 거면 계획이란 말이 왜 있겠나. 우린 그런 걸 희망 사항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래서 안 되는 건 초장부터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월 단위라면 조금 할 만하다 싶어서 이번 달 계획을 짜봤음. 지난주 평일에 대충 정하고 레터 쓰기 전 세부적으로 정리를 끝냈다. 흠, 이만하면 레터 소재로 써먹어도 괜찮겠다 싶어서 바로 노트북을 켰다. 이러니까 나 좀 J 같은데- 헛소리를 가까스로 삼키며 말이지.
2.
일기를 쓰며 계획을 구체화하기 전 다이어리에 짤막하게 적은 내 한 달 목표를 쓱 훑어보고는 그저 웃었다. 그 이유.
아무튼 화이팅이야.
3.
가장 큰 목표는 생활습관을 규칙적으로 고쳐놓기. 늦게 자는 건 그만할래. 이제 수면의 질을 높여야 할 때가 왔다. 일상을 지켜야 하니까. 이제 밤샘 디코와 전화는 없다. 그리고 수면보다 더 중요한 약 복용 시각 맞추기. 때를 안 정해두니까 자꾸 빼먹는 것 같아서. 빼먹으니까 컨디션이 들쭉날쭉하고. 생활습관을 고쳐놓으면서 화이팅 해야 할 금연, 금주, 운동을 실천하는 거지. 흠, 제대로 되는 거 맞나 이거...
그리고 독서를 완전 열심히 할 거임. 진짜 요즘 너무 무시를 당해서 안 되겠다. 내가 개큰억울함을 주장해 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으니 결과로 보여주겠다. 이번 달 독서 계획도 벌써 다 짜 놨음. 내가 장기적인 목표는 못 세우겠다고 처음부터 선언했지만 독서만큼은 큰소리 떵떵거리겠어. 이번 연도 내로 사놓고 읽는 것을 미뤘던 책들을 다 해치우고 그만큼의 새 책을 다시 사서 읽고 말리라. 물론 이제 둘 곳은? 생각 안 해봤음. 하지만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중요한 건 상여자 우럭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이야. 증명해 내겠다. 한조식으로 다짐하자면 show & prove 하겠다. 독서 습관도 조금 정착되면 동네 독립서점에서 하는 독서 모임이나 필사, 글쓰기 모임도 나가봐야지. 쉴 때 몰아서 책을 읽느라 매번 앞 내용을 까먹는 우럭은 이제 없다. 평소에 꾸준히 책을 읽는 상여자가 되겠어.
그 외에는 뭐, 언어 공부 꾸준히 하고 운동 시작하고 글 좀 많이 쓰고... 전부 평소에도 이야기했던 것들이라 목표라고 말해놓은 게 조금 무색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하네. 왜냐, 마지막 건 1월 1일 이후로 지켜진 적이 없기 때문.
4.
이외에도 조금 더 써놓기는 했는데 레터에 적기에는 너무 사소하고 사적인 내용들이라. 그리고 나 일단 졸려. 내일 출근하려면 아쉬워도 여기서 분량을 끊는 게 옳다. 그야 이번 달 목표 일 순위가 생활습관 정착이니까. 좋은 핑계를 만들어놓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지만 어쩌겠어. 원래 나는 제멋대로였고 이번 달을 포함해서 올해 내로 인성 함양이라는 거창한 계획 따위는 세운 적 없으니. 부디 내일의 내가 화요일 레터도 무사히 쓰길 바라며. 안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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