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신없었던 한 달이라고 변명을 하고 싶지만 일부 게을렀던 것도 맞다. 자기 객관화는 중요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사람만큼 끔찍한 부류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 객관화가 잘 안되는 편이지. 나도 마찬가지고. 결론은 인간은 끔찍하다는 거다. 난 사람이 싫어. 그냥 한꺼번에 죽는 편이 지구에게도 이롭지 않을까? 그렇지만 인간은 계속 살아가겠지. 어떻게든 살 길을 모색해나가면서 말야. 오랜만에 돌아왔더니 왜 이렇게 비관적으로 사람이 변했나 싶을지도 모르지만 난 원래 이랬고 사실 그렇게 깊은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고 어쩌구 저쩌구 웅앵웅.
아무튼 1월 한 달간 매일 레터로 찾아오겠다는 나의 다짐은 별이 되어 스러져버렸다. 한순간 반짝였을지도 모르는 의지는 그렇게 빛을 발하다 떠나갔다. 1월 중 본격적으로 실무에 투입되기 시작해서 점차 바빠진 것도 맞고, 이 정도는 바쁜 편까지는 아니라는 선임의 말에 이때 놀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약속을 미친 듯이 잡아 놀았던 것도 맞고, 오랜만에 시작한 연애에 시간을 그쪽으로 쏟은 것도 전부 다 맞는 이야기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대충 3:7의 비율로 대부분은 논 것처럼 생각되지만 나름 정말 바빴음을. 물론 하루하루 레터 쓸 한 시간조차 없었느냐, 그건 아니죠. 그렇지만 다들 알다시피 나이를 먹을수록 없어지는 건 시간뿐만이 아니다. 체력도 점점 내 몸뚱어리와 결별하기 시작한다. 집에 와서 잔업을 처리한 후 씻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이에요. 올 한 해를 멋지게 보내야지 다짐하며 초석을 닦으려 세워놨던 한 달 계획이 전부 어그러진 사람의 변명이다. 독서든 운동이든 뭐든 간에 해낸 게 없다. 돌이켜보니 시간 나면 게임하기 바빴던 것 같네. 응, 반성하자.
2.
그리고 일단 회사를 다니니까 쓸 말이 없으셈. 회사 일을 적는 미친 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회사에서 있었던 사적인 이야기를 적자니 그건 신상이 특정될 게 뻔해 하고 싶지 않다. 친구들이 내가 레터를 쓰는 걸 알고 있는 건 괜찮죠. 하지만 회사 사람들이 그걸 알고 돌려본다? 으으, 끔찍해. 가뜩이나 애인도 우럭이야기를 알게 되어 난 이제 정말 까발려질 대로 까발려진 상태인데 말이지. 다행인 건 내 애인이 내 원래 성격을 알고 있다는 거다. 내숭만 부리다가 들켰으면 진짜 죽고 싶었을 거야. 물론 알고 있었어도 조금 죽고 싶었던 건 별다르지 않았음. 레터를 읽고 오더니 개큰칭찬이라든가 상여자 우럭이라든가 인터넷에서만 듣고 싶었던 말을 육성으로 해줘서 조금 눈물 날 뻔했다. 이것도 읽고 있니? ㅎㅎ... 아니, 뭐. 그냥 고맙다고. 읽어줘서ㅎ... ㅠ
3.
한참 동안 글을 안 쓰니 입안에 가시가 돋지는 않아도 뭔가 근질근질하기는 했나 보다. 최근 대학생 시절 활동하던 언론사 교열에 눈치 없이 끼어들어서 여러모로 난장판을 치고 왔다. 물론 난 이미 졸업생이므로 가서 적극적으로 뭘 하지는 않았지. 그냥 지갑만 열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야 하는데 나는 본 투 비 꼰대라 입 다무는 건 할 수 없어서 지갑이나 열어야 한다. 아, 이번 달 월급 언제 들어오지. 지갑을 열어야 하는 팔자를 살게 할 거면 두툼한 지갑의 운명이라도 같이 내려주시지. 하늘은 좀 많이 무심한 것 같다.
어쨌든 의도치 않게... 라기에는 제 팔자 제가 꼰다고 스스로 벌여놓은 일들 때문인 탓이 크지만. 좌우지간 이제는 정말 거짓말쟁이에서 벗어나 글을 열심히 쓸 것이라 다시 다짐해 본다. 정확히는 2월이 왔으니 정말 뭐라도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라 진실로 여러 변화가 생겼다. 우선 살이 쥰내 많이 쪘음. 여기서 조금만 더 찌면 더 이상 옷이 들어맞지 않게 되어버릴 거다. 운동을 할 것임. 정말임. 그리고 글을 놨더니 한국어가 퇴화했다. 선임한테 보고를 올리면 그게 무슨 말이죠?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굴욕이다. 외국어는 몰라도 모국어만큼은 정확하게 해내야 하는데 이러다가는 정말 0개국어 인간이 되어버릴지 몰라. 레터를 쓰는 게 한국어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쓰는 게 좀 낫겠지. 이런 뻘글이 도움이 될지는 정말 의문이지만 말야. 그러니 책도 읽어야 한다. 이런 글만 써봤자 구사할 수 있는 문장에는 한계가 있을 거고 책이나 읽으면서 다시 필사를 열심히 해야겠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많지만 일단은 이 정도로만 생각하자. 왜냐면 더 쥐어짜기에는 체력이 안돼. 머리 아파, 그만.
4.
밥 먹고 쓰려니까 졸리다. 사실 이 정도면 많이 쓴 게 아닐지. 다들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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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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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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