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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오늘 좀 고백할 것 있음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4.09.25 | 조회 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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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매번 이런 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삼스레 웬 인사냐고요? 오늘 레터를 끝까지 읽으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1.

쓸 것 없음. 소재 고갈됐다.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당연히 구독자와의 신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한다 한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조차 알고 있다. 맞다. 개소리다. 나는 개소리 바이링구얼이라 개소리를 그럴듯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 진짜 왜 쓰고 있냐. 그건 내가 어제 뱉은 또 다른 고백이 있기 때문이다. 포기를 거듭하다가 레터마저 포기한 경험이 있다며 스리슬쩍 고백했던 나의 과거. 불과 하루 전이지만 시간은 이미 지나갔으므로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젠장. 그 말만 아니었어도 자연스럽고 뻔뻔하게 오늘 하루치 레터 정도는 건너뛸 수 있는 거였는데. 인간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생물이니 어쩔 수 없다. 그저 과거의 업보를 눈물을 머금고 조용히 삼키는 수밖에.

 

2.

헛소리만으로 한 문단을 빼곡히 채우는 데 성공한 우럭은 본격적으로 고난을 맞이했다. 아, 이제 진짜 뭐 쓰지. 읽는 입장에서는 살짝 기가 찰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게 내 글의 매력 아닐까? 분명 미리 써서 보내는 건데 마치 실시간 소통이 되는 듯한 느낌. AI 챗봇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반응.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아직 참신하게 헛소리하는 능력은 없을 테니까. 물론 있을 수도 있음. 난 전공자가 아니라서 자세한 건 모른다.

 

3.

근데 진짜 뭐 쓰지?

 

4.

소재가 있든 없든 레터는 이렇게 정신머리를 빼놓고 쓰는 편이다. 지금 시평만 해도 일주일을 붙잡은 채 첫 문장 하나를 못 뗐는데 오늘 레터는 손 가는 대로 막 치고 있다. 그리고 평소에도 대개 그런 편. 쓰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은데 읽는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다만 언제나 궁금증은 가지고 있는데 이런 거 대체 왜 구독해서 읽고 계시나요. 감사하긴 한데 진짜 알 수 없음. 내가 전 회사에서 레터를 쓰며 시간을 죽였던 것처럼 읽는 사람도 같은 처지인 걸까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다.

어쨌든 매일매일 이런 나사 하나 빠진 글을 쓰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글을 제대로 쓰는 법을 잊었다는 큰 문제가 생겼다. 비단 어제 징징댔던 시평만의 문제가 아니다. 책이나 영화 리뷰야 각 잡고 쓰는 글이니 잘 안 써져도 머리 싸매는 일이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범인은 평범한 블로그 포스팅에 있다.

 

5.

우럭은 기본적으로 블로그에 전체 공개 포스트를 잘 올리지 않는데 출판사 북클럽을 결제하면서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서평단 활동을 하게 되어 책을 협찬받게 된 거다. 내돈내산으로 출판사 멤버십을 구매했다는 나의 처절한 외침이 창비 사옥까지 닿은 걸까? 월요일 자 레터를 쓰기 전에 벌어진 일이니 그럴 리 없겠지만 사람 일은 혹시 모르는 거니까. 앞으로도 종종 샤라웃 해봐야지. 조금 궁상맞아 보일 것 같긴 해도 현재 그지핑인 건 사실이므로 수치 따위 잊기로 한다.

아무튼 광고 글을 작성하게 된 김에 대충 북클럽 리뷰부터 올려보려 했음. 그러나 글을 작성하려 키보드에 손을 올렸던 우럭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문장을 떠나 단어 하나를 입력할 수가 없더라. 또라이처럼 글 쓰는 게 습관이 되니까 일반인 코스프레가 안 됐다. 세 문장 쓰는 데 정확히 한 시간쯤 걸리던데. 내가 뭐 대단한 글을 쓰려던 것도 아니고 남들 블로그 올리듯이 평범하게 쓰고자 했을 뿐인데... 결국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 포스팅을 한 시간 내내 훑고 나서야 문장 세 줄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름 열심히 포스팅하고도 이게 맞나 의심하며 발행 예약을 걸었던 우럭은 의외의 곳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6.

첨부 이미지

싯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곧 올려야 하는 광고 글 때문에 한껏 절제해서 대댓글을 달았다. 연이은 그녀의 댓글에 음, 이 방향이 맞는 거구나 외려 확신할 수 있었음을...^^ 뭐,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결론적으로 그녀의 잔혹할 정도로 순수한 의문 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버린 거임. 저 사람 나랑 대학에서 같이 기사 써서 내 멀쩡한 글들도 많이 봤을 텐데. 잠깐 응징할까 고민했으나 이런 글들만 2년 가까이 보고 있으면 기억 안 날 만하겠다는 생각에 너그러움을 되찾았다. 그럴 수 있지.

 

7.

그러니까 레터도 이쯤에서 그만 끝날 수 있는 거다. 제가 남들에게 너그러운 만큼 남들도 제게 너그럽길 원합니다. 대충 넘어가세요. 솔직히 소재도 없는데 이 정도면 애썼다. 대신 내일은 비교적 정상적인 글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하며,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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