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농담이 아니라 진짜 존나게 바쁘다. 싯팔, 발목을 핑계로 이제껏 미뤄왔던 구직시장에 다시금 뛰어드니 조급함이 넘쳐흐른다. 하지만 우럭, 뭐가 됐든 이번 연도 안에 취직을 목표한 만큼 존나게 뺑이를 쳐서라도 성공하고 말 것이다. 또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이유가 뭔지는 말해주고 싶지만 아직 하나도 결론이 난 것 없으므로 이후에 차차 썰을 풀어보겠다. 그것도 그렇고 어차피 나이 스물일곱이면 취직해야만 해.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짤을 띄우고 싶지만 귀찮으니 글로 대신한다. 우럭은 귀찮은 건 하지 않는 미니멀리스트다. 미니멀리스트 뜻이 이게 맞냐 싶다만 내가 그렇게 쓰기로 했으면 그런 거지.
2.
서평을 쓸 책들도 쌓이고 쌓였다. 하, 읽을 때 바로바로 썼으면 떠올리기도 쉬운데 귀찮다고 미루다 보니 그 부분이 어디더라... 하고 페이지를 뒤적거려야 하는 업보만 남았다. 스물일곱의 기억력은 그렇게 나락 갔다. 내 전두엽이 살살 녹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지금 써야 하는 책이 가만 보자... 한 권, 두 권, 셋, 넷... 다.. 섯, 여섯... 싯팔.
3.
이 와중에 정신과 선생님이 네 정신 아야 한 것 같으니까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오라며 나에게 약을 조금만 주신다. 선생님, 저 진짜 바빠요. 하지만 약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정신병자 우럭은 갈 수밖에 없어. 정신병자는 서럽다. 안 그래도 우울하고, 안 그래도 불안하고, 안 그래도 예민하고, 안 그래도 무기력한데 병원을 일주일에 이틀씩 꼬박꼬박 가서 할 말도 없는 내 상태를 억지로 쥐어짜내며 달달 외야 한다니. 그런 거 너무 작고 가녀린 우럭한테 무자비하지 않아? 하지만 나는 일곱 살이 아닌 스물일곱 살. 사회는 스물일곱에게 냉정한 법이다. 나도 걷고, 말하고, 잘 먹고, 잘 싸고, 꺄르르 웃기만 해도 예쁨 받고 싶어. 나는 엄마에게 이 말을 했다가 미친- 이라며 방으로 꺼지라는 소리를 들었던 전적이 있다.
4.
아무튼 존나 바쁘셈. 월요일에 오지 못한 것도 몇 년 동안 놀기만 했던 댁알히로 공부를 하느라 시간이 없었던 거셈. 물론 그 전날 방어 먹으러 가서 맥주 반 병을 처마시긴 했음. 그래도 말야, 그전에는 공부했다고. 그게 머릿속에 박혔냐 아니냐는 이제 후에 결정할 문제지만. 어쨌거나 바쁘다. 변명을 하는 건 아냐. 왜냐면 나는 레터를 쨌으면 쨌지 구차하게 변명을 덧붙이면서 양해를 구하는 하여자가 아니라 뻔뻔하게 뭐, 왜, 어쩔 건데를 삼 박자로 박는 뻔뻔한 상여자니까. 역시 글은 뱉는 대로 써야 잘 써지는 거다. 각 잡고 쓰려던 시평은 거의 한 달이 걸렸셈. 그럼 저 서평들은 도대체 몇 달을... 개큰 한숨을 쉬면서 우럭은 퇴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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