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작은 낭만들이 쏟아진다, 오소소

계획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좋은 여름의 입구

2026.06.15 | 조회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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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얼마 전 친구들과 공원을 걸었어요. 6월의 햇볕을 받은 공원은 코너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었어요. 넓은 들판에 홀로 서 있는 나무, 어느새 울창해진 나무들이 만든 그늘 밑을 열심히 가로지르는 개미들, 조르륵 흐르는 작은 개천과 무성한 잡초들. 걷다 보니 도쿄의 공원이 떠올라 마치 도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어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에서 낯선 풍경을 마주치니 신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토끼풀이 가득 핀 언덕이 가장 좋았어요. 동글동글한 소담함에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구독자님은 여름날 좋아하는 바깥 활동이 있으신가요? 저는 초록을 보며 마냥 걷는 것도,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테라스에서 홀짝거리는 맥주도 좋아요. 꿉꿉한 더위가 오기 전에, 최대한 자주 바깥 놀이 나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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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용해요

이번 주 낯선 단어 '오소소'를 사용한 글을 소개합니다.

매해 생일이면 평소 가기 어려운 식당에서 남편과 식사를 한다. 유명 셰프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예약에 실패하고 선택한 차선택은 노키즈존 레스토랑. 경기도 외곽에 있는 곳인데, 사장님이자 셰프님이 홀로 운영하며 이탈리아 음식을 제공한다. 아이 낳기 전에 두 번 정도 갔다가 아이가 생긴 후에는 가지 못했다.

아이를 등원시킨 후에, 차로 이동하여 식사를 하고, 좋아하는 카페에 들렀다 돌아와 하원하는 계획으로 집을 나섰다. 테이블은 단 세 개지만 1명이 운영하다 보니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애피타이저 두 개와 파스타 두 개를 먹고 나니 두 시간 가까이 되어갔다. 음식 하나 나오는 데 25분, 먹는 데 5분... 카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왕복 두 시간이 걸려 밥만 먹고 돌아오다니, 그것도 1년에 한 번인 생일날!

작은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켰다. 주파수가 꼬였는지 가요와 중국어로 떠드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우리 지금 비밀 지령 엿듣고 있는 거 아니야?

—안 되겠다. 노래나 듣자.

—Lonely Night 어때, 부활 버전으로.

—박완규가 노래를 너무 잘해서 김태원이 이것도 부를 수 있나 싶어서 높게 만들었데.

—얼마 전에 라이브 한 거 들었는데, 목소리는 다르지만 불러내더라고.

—그 당시 목소리를 별로 안 좋아했데.

출처 미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론리 나잇, 가시, 와인,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같은 오래된 노래들이 오소소 쏟아졌다. 길은 좁고, 차는 막히는데 날씨는 좋으니 충분하지 뭐!

보는 순간 압도되는 작약 같은 행복이 있는가 하면, 푸른 잔디밭에 솜 방울이 오소소 떨어진 것 같은 토끼풀 같은 행복도 있다. 커피는 못 마셨어도, 왕복 두 시간의 여정 동안 미지근한 추억거리가 소복이 쌓였다. 어쩌면 낭만은 비효율에서 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정상에 닿으려고 지름길을 축지법으로 내달리지 않을 때, 정상이고 뭐고 눈앞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목적도 잃을 때 비로소 낭만의 얼굴을 바라본다.

 

 

 

 

 

오소소 풍경을 찾아서

출처: 화담숲, 대한민국 구석구석, 공주시청
출처: 화담숲, 대한민국 구석구석, 공주시청

찌는 여름이 오기 전에는 무해한 낭만을 즐기기 완벽한 계절이에요. 거창한 여행지가 아니어도 작은 불빛들이 어둠 속에 떠다니고, 노란 꽃들이 들판을 가득 채우고, 보랏빛 꽃송이들이 물가를 따라 줄지은 풍경이 마음을 채워줘요. 이 계절이 오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기다리다가 피어나는 성실함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기특한 6월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합니다.

  • 반딧불이야, 밤길을 밝혀줘 (경기 광주 화담숲, 6월 9~21일) — 어둠이 내린 밤, 숲속에서 들려오는 신비로운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곧 오소소 떠오르는 작은 불빛들을 만날 수 있어요. 도시의 불빛 대신 고요한 숲의 빛에 집중하다 보면, 잊고 있던 순수한 마음을 찾을지도 몰라요.
  • 강주해바라기 축제 (경남 함안, 6월 18일~7월 2일) — 쨍한 여름 햇살을 가득 머금은 노란 물결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수만 송이의 해바라기들이 일제히 태양을 바라보며 장관을 이루는 밭에 들어가 그동안 놓쳤던, 강렬하고 따스한 노란빛 에너지를 가득 받아보세요.
  • 유구 색동수국정원 꽃 축제 (충남 공주, 6월 26일~6월 28일) — 유구천을 따라 다양한 품종의 수국이 줄지어 피어요. 흰색부터 분홍·보라·파랑이 차례로 색을 더하며 정원 전체가 오소소 물들어가요. 물가 쪽으로 내려가면 잔잔한 수면에 수국 그림자가 내려앉는 장면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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