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천착하며 살기

당연한 것들을 파고들어본 적 있나요

2026.06.08 | 조회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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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초여름의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나무는 한층 더 짙고 무성해졌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눈에 띄게 가벼워졌네요.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된 후, 구독자님의 일상은 어떤 속도로 흘러갔나요?

문득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똑바른 걸음으로 나아가는 듯 보입니다. 나만 혼자 멈춰 서 있거나 엉뚱한 길로 새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불쑥 찾아오기도 하죠.

하지만 가끔은 남들의 속도나 방향에 나를 억지로 맞추기보다, 내 걸음이 지금 나에게 적당한지 가만히 헤아려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여요. 이번 주만큼은 세상의 소음을 잠시 꺼두고, 오직 나만의 숨을 고르는 아늑한 휴식을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는 유독 할 말이 많아 큐레이션은 잠시 내려두기로 했습니다. 가끔은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주가 있어도 나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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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용해요

이번 주 낯선 단어 '천착'을 사용한 글을 소개합니다.

춤을 배운 지 곧 1년이다. 평소에 들을 일 없는 최신 가요에 맞춰 춤을 춘다. 낯선 노래와 몸짓이어도 반복을 거듭하다 보면 꽤 그럴듯한 몸짓이 나오는 과정이 재밌어 수업을 좋아한다. 단, 촬영만 빼고.

한 곡이 끝나면 수강생들은 학원 유튜브 채널에 올라갈 영상을 찍는다. 옷을 맞춰 입고, 평소와 다르게 화장하고, 대열을 갖춘 모습이 꽤 아이돌 같다. 하지만 평소 사진 찍히는 것도, 온라인에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이다. 처음에는 하필 촬영 날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빠졌지만, 매달 핑계를 댈 수 없는 노릇이었다. 두 번째 촬영 때에는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찍히기 싫은 마음이 틀린 건 아니니까. 군말 없이 촬영에 임하는 수강생들 앞에서 나만 꼬장꼬장하게 굴어 집을 향해 걷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만 유난스러워 보여서.

다음 주, 한 수강생이 다가와 물었다. “촬영 빠지면 출석 처리는 어떻게 돼요?” 몇 번 촬영 경험이 있던 그 수강생은 다음 촬영부터 빠지기 시작했다.

다 그렇게 사니까 휩쓸려 산다. 거대한 물줄기 안에 서 있으면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남들이 추구하는 것을 같이 추구하고 똑같이 살면 제대로 사는 기분. 나도 그렇다. 남들처럼 수능을 보고, 대학에 입학하고, 취직하고, 때 돼서 결혼하고, 때 돼서 아이를 낳았다. 밟고 있는 인생의 길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 내 눈에 보이는 사람들 다 그렇게 사니까, 내 인생에 대입해도 자연스러울 줄 알았다.

평생을 모범생으로 산 내가 결혼식을 하지 않고, 괜찮은 월급을 포기하는 것은 나름의 반항이었다. 반경 안의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흐름에서 팔짱을 풀고 도망친 이유는, 누군가는 바보라 할지라도 그마저도 안 하면 나를 잃을까 봐.

잘 가던 길을 돌아 나와 비좁은 샛길로 들어갔다. 인파에 치여 앞만 보고 걷느라 존재조차 몰랐던 길이다.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 모를 낯선 초행길을 걷다 보면 뭔가 잘못된 느낌이 자주 찾아온다. 커다란 구덩이에 빠지거나 막힌 벽을 마주하면 쉽게 허둥지둥하고, ‘역시나 아니었구나’ 싶다. 그래도 나를 천착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다. 세상이 쥐여준 정답 대신 ‘나의 적정 수치’가 어디인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연구하는 일. 이 고독한 천착의 과정이 있어야만 우리는 비로소 알 수 있다. 남들과 똑같은 궤도로 살지 않는 인생도 충분히 존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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