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이별은 일별처럼

떠난다는 그 한마디가 항상 끝을 말하지는 않으니까

2026.03.02 | 조회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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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어휘집

익숙한 일상에서 히든맵으로 가는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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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졸업 시즌이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 인사드려요. 저는 아직도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 기억나요. 부모님이 사주신 빨간 가방을 메고 갔었어요. 조그만 아이가 몸통만큼 커다란 가방을 메고 또래 친구들과 줄 서 있는 모습을 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요? 아직도 가끔 저희 아빠는 그날의 기억을 풀어내곤 해요. 그렇게 서 있는 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울컥했다고요. 

요즘 어째서인지 눈물이 많아져서 크고 작은 만남과 헤어짐에 쉽게 눈물이 나요. 한 달 전 이삿날에는 옆집 이웃과 인사를 나누다 눈물을 쏟았고, 지난주에는 1년 동안 아이를 돌봐주셨던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려다가 청승맞게 울어버렸어요. 슬픔이가 감정 콘솔을 잡고 놓지를 않나 봐요.

뻔한 말이지만 헤어짐이 있기에 만남이 있고, 헤어짐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감정이 너무 커져 주체가 안 되면 015B의 '이젠 안녕'과 샤이니의 'Ring Ding Dong'을 불러보세요. '이젠 안녕'은 끓는 마음을 눌러주고, 'Ring Ding Dong'은 차오르는 눈물을 식히는 데 도움이 돼요. (샤이니 팬은 아니지만, 제 친구가 결혼식 날 눈물을 참아야 할 때 시도해 보라고 알려준 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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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용해요

일별(一別)은 한 번 헤어짐, 잠깐의 헤어짐을 뜻합니다.

이번 주 낯선 단어 '일별'를 사용한 글을 소개합니다.

연인관계에는 '이별'이 있잖아. 만나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헤어지는 과정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맞지 않으면 헤어질 수 있음에 기꺼이 동의해. 오히려 억지로 붙들고 있는 이들을 미련하다며 쉽게 평가해. 그런데 왜 우정에는 이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친구는 당연히 오래, 그리고 평생 가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어. 맞지 않는 걸 모두 아는데도, 어색한 공기가 뻔히 보이는데도, 그저 '친구니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야. 친구니까 점차 답장이 늦어져도 괜찮고, 친구니까 약속을 미뤄도 괜찮고, 친구니까 생일을 까먹어도 이해하려 해. 그러다 정신 차려 보면 '친구니까'를 쓸 수 없는 사이가 되더라고.

친구를 놓치면 인생에서 큰 실패를 한 것처럼 죄책감이 들어. 죄책감은 나를 갉아 먹다가, 더 이상 먹어 치울 자책이 없으면 상대방을 향해 입을 벌리지. 미움과 원망의 탈을 쓰고서. 그 감정이 두려워서 가끔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막아버릴 때도 있어. 

친구 사이에도 헤어짐이 필요한 것 같아. 그 사람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단지 지금의 우리가 지금의 서로를 필요치 않기 때문에 말이야. 영원한 이별이 아닌, 일별. 잠시 멀어져 각자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헤어짐은 상실이 아닌 배려가 돼. 

모든 헤어짐을 굳이 이별이라 부를 필요는 없어. 일별이라 불러도 충분해. 사람 사이의 끈을 느슨히 놓았다가 팽팽히 조이기를 반복하는 유연함을 이해하는 것. 다시 볼 것처럼 멀어졌다가 언제 멀어졌었냐는 듯 얘기할 수 있는 일별. 아직 끝이라고 단정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일별했던 3월, 일별 후 돌아오는 세 가지

출처: 우리의식탁, 빅히트, KBO
출처: 우리의식탁, 빅히트, KBO

겨우내 잔뜩 웅크리고 있던 어깨가 펴지는 계절입니다.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마음은 이미 봄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아요. 설레는 것들이 하나씩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3월은 단순히 달력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잠시 자리를 비웠던 소중한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오는 ‘재회의 달’이기도 해요.

끝이라는 생각에 아쉬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보니 그것은 이별이 아니라 일별이었네요. 우리가 잠시 멀어져 있었던 사이, 그것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이번 3월, 오래 기다려온 재회들을 소개할게요.

  • [3월] 밥상을 향긋하게 만드는 제철 음식
    • 오랜만에 마트에 가니 채소 라인업이 싹 바뀌어 있었어요. 냉이와 달래는 이른 봄에 가장 먼저 차가운 땅을 뚫는 풀들이에요. 늘 먹던 된장찌개에 달래만 넣었을 뿐인데도 특유의 알싸한 향이 봄의 감각을 깨워주었어요. 도톰하고 까실한 두릅의 연한 순을 데쳐 초고추장에 찍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나요. 바다에서는 도다리가 제철을 맞아 봄 쑥과 함께 맑은 탕으로 끓여 먹기 좋고, 주꾸미는 3월이 가장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시기라 미나리를 넣어 볶아 먹으면 봄을 통째로 먹는 느낌이에요.
  • [3월 20일] BTS 완전체 컴백
    • BTS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고 드디어 한자리에 모입니다. 이번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에는 총 14곡이 수록되며, 멤버들이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해 각자의 성장과 경험을 담았다고 해요. 앨범 발매 다음 날인 3월 21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컴백 공연이 열릴 예정이며, 온라인 생중계로 전 세계 3억 명의 시청자에게 공개됩니다. 대중가수가 광화문광장에서 단독 공연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니, 하나의 역사가 되는 순간일 것 같아 기대돼요.
  • [3월 28일] 프로야구 개막
    • 따뜻한 날씨를 가장 실감하게 해주는 소식이에요. 2026 KBO 리그가 3월 28일 잠실, 대전, 인천, 대구, 창원 5개 구장에서 동시에 개막 2연전을 치르며 새 시즌의 막을 올립니다. 야구장 특유의 함성, 바람에 날리는 응원 도구, 선선한 저녁 공기를 안주 삼아 마시는 맥주가 있으니, 야구팬분들은 한동안 지루할 틈이 없겠어요.

 

 

 

 

 


지난주 낯선 단어: 호오

구독자님의 글을 소개해 드려요.
[참여 방법] 하단 > '이번 주 낯선 단어로 글 쓰기'

저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속으로 조용히 호오의 선을 긋습니다. 이 사람이 좋은지, 불편한지. 말투 하나, 웃는 방식 하나에도 마음이 기웁니다. 예전에는 그 기준이 분명해야 성숙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싫은 건 빨리 끊고, 좋은 건 분명히 붙잡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습니다. 호오가 빠르게 갈릴수록 관계도 쉽게 닳는다는 걸요. 그렇기에 요즘은 호오가 생기면 곧장 따르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제 삶은 여전히 호오로 움직이지만, 예전만큼 급하게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 by.윤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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