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볕뉘 같은 순간이 있나요

잠깐 비쳐드는 빛만으로 꽤 괜찮을 때

2026.05.25 | 조회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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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낯선 어휘집 25화로 인사드립니다. 25는 100의 1/4이자, 50의 절반이죠. 대충 계산해 보니 낯선 어휘집 50화가 발송될 때면, 낯선 어휘집 1화를 발송한 날(25년 11월 24일)의 1년 후쯤 되더라고요. 그러니 25화가 발송되는 오늘(25년 5월 25일)은 1화를 발송한 날의 대척점이기도 합니다.

뉴스레터를 시작하기 전, 책에서 '6개월 이상 꾸준히 하는 뉴스레터는 거의 없다.'라는 글을 봤어요. 그 문장에 용기를 얻어 최소 6개월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6개월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다지 거창한 성과는 없지만(^^...) 그럼에도 매주 뉴스레터를 쓴 자신을 칭찬하고 싶네요. 약속은 지켰으니까요. 어쩌면 미련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머리에 꽃을 잔뜩 심고 좋은 면만 보려고 합니다.

낯선 어휘집은 6개월을 넘기고 앞으로도 매주 함께할게요! 구독자님 주변에 글을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 많이 소개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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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용해요

이번 주 낯선 단어 '볕뉘'를 사용한 글을 소개합니다.

살면서 후회를 안 할 날이 올까. 오늘 입을 옷을 고르는 아주 사소한 일부터, 인생의 방향에 대한 거대한 결정까지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리고 어떤 길을 고르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아무리 치열하게 고민해도 막상 최종 결과물을 눈앞에 두면 아쉬운 틈새들만 보인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자책감이 몰려올 때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고민을 더 많이 했더라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내 대답은 늘 '아니다'에 가깝다. 나는 내 한계 안에서 이미 온 힘을 다했고, 최선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완전할지라도, 부족할지라도, 최선이었음은 틀림없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늘진 마음에 맑은 햇살 한 줄기가 스며든다. 이미 지나간 미련을 붙잡고 뒤로 서성이는 대신, 과거의 나를 믿어주기로 할 때 찾아오는 볕뉘 같은 마음. 서툴러도 진심을 다해 고군분투했을 그때의 나를 안아주고 볕뉘를 따라 햇볕이 있을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후회'에 대해 아이와 나눈 최근 대화>

  • 나: 아까 엄마가 목욕할지, 샤워할지 물어봤어? 안 물어봤어?
  • 아이: 물어봤어.
  • 나: 그래서 목욕하겠다고 했어? 샤워하겠다고 했어?
  • 아이: 샤워한다고 했어.
  • 나: 근데 샤워하니까, 목욕하고 싶어?
  • 아이: 응.
  • 나: 그건 '후회'라는 거야.
  • 아이: 후회가 뭐야?
  • 나: 후회는, 내가 이걸 선택했는데, '다른 거 할걸~' 하는 거야. 그게 후회야. 그런데, 후회해도 이미 하면 다시 할 수가 없어. 어른들도 후회할 때 많아. 그런데 이미 했을 때는 '다음에는 다르게 해야지~' 하면 돼.

 

 

 

 

 

사라지고 싶은 날의 볕뉘, <박하경 여행기>

출처: wavve
출처: wavve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인 ‘박하경’은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마다 토요일 딱 하루, 낯선 곳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납니다. 거창한 목적은 없어요. 그저 걷고, 먹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나직한 대화를 나눕니다. 해남 절에서의 고요한 산책, 군산에서 만난 옛 제자, 부산 영화제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친 모르는 남자... 일상을 묵묵히 버티며 생긴 마음의 흠집을 메우기 위해 떠난 낯선 도시에서, 하경은 마음을 툭 건드리는 따스한 볕뉘를 발견하고, 조금씩 숨통이 트여요.

낯선 여행지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져요. 버스를 잘못 타기도 하고, 가려던 식당이 문을 닫아 엉뚱한 음식을 먹기도 하죠. 하지만 하경은 후회하지 않아요.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고, 발길이 닿는 대로 다시 담담하게 나아가요.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마음 느껴보셨나요? 저는 대학생 시절 과제를 제출하기 전 날에 그랬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큰 발표를 앞둔 주말에 그래요.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을 떠날 수는 없기에 <박하경 여행기>처럼 답답한 마음을 리프레시하는 순간이 필요하겠다 싶더라고요. 아마 하경이 매주 토요일에 여행을 가는 건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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