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가장 해사한 칭찬

무게를 견디는 우리에게 필요한 무해함

2026.06.29 | 조회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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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가끔은 별일도 아닌 걸로 기분이 좋아지는 날이 있어요. 며칠 전 꽃을 사러 꽃집에 들렀는데, 벽에 걸린 꽃말 목록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검정 글씨로 차분히 적혀있는 꽃말이 하나같이 다 예쁜 말뿐이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점점 작은 일들에 무뎌지는 것 같아요. 잘 자고, 잘 먹고, 무탈하게 하루를 보낸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말이죠. 구독자님도 별일 아닌 일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들, 자주 만나시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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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용해요

이번 주 낯선 단어 '해사하다'를 사용한 글을 소개합니다.

아기들은 좋겠다. 어린이들은 좋겠다. 뭘 해도 칭찬받을 일 투성이니까. 그 작고 여린 몸으로 그저 건강하게, 숨 쉬는 것만으로도 온 어른이 손뼉을 쳐준다. 아픈 데 없어서 기특하고, 밥을 잘 먹어서 기특하고, 울지 않아 기특하고, 심지어 푹 자서 기특하다! 문득 나도 그랬을까 싶다. 나 역시 아주 어릴 적에는 건강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수한 칭찬을 받았겠지.

어른이 되면 응당 해내야 하는 것들이 많아져 서럽고 무겁다. 회사에서 서러운 일이 생겼을 때 ‘울지 않았다’고 칭찬해 주지 않는다. 눈물을 참는 게 당연하다.

지독한 목감기가 나을 기미가 없어 병원을 찾았다. 목이 부어 침 삼키기도 힘든 상태로 항생제 처방전을 들고 약국 문을 열었다. 유독 해사한 미소로 맞이해 주는 약사 선생님의 활기찬 목소리는 다정한 언니 같기도, 따뜻한 이모 같기도 했다. 듣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드는 그 밝은 어투는, 티 없이 맑게 지지배배 우는 봄날 새의 노랫소리 같았다.

“항생제 처방이 있네요. 아침 식사는 챙겨 드세요?”

“네, 아침은 꼭 먹어요.”

내 대답에 약사 선생님은 갑자기 두 손으로 내 팔을 꾹 움켜잡으며 말씀하셨다.

“아이구, 예뻐요!”

순간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겨우 밥 한 끼 챙겨 먹었다고 대뜸 칭찬받다니. 그것도 '예쁘다'고. 

모든 어른은 아기였고, 어린이 시절을 거쳐왔다. 우리도 몇십 년 전에는 그저 잘 먹고 잘 자서 세상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을 것이다. 모든 아기가 귀하듯, 어른도 그렇다. 매일 찾아오는 치열한 싸움을 외부와 그리고 내면에서 묵묵히 치러내며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대단한가. 오늘은 내가 나의 팔을 가만히 문지르며 얘기해주고 싶다.

"살고 있어 고마워!"

 

 

 

 

 

#FFFFFFT, 단순하고 해사한 정화의 티셔츠

출처: #FFFFFFT
출처: #FFFFFFT

같은 흰색인데 다 달라요. 도쿄 센다가야에 위치한 '#FFFFFFT'는 오직 흰 티셔츠만 취급하는 세계 최초의 편집숍이에요. 매장 이름은 흰색을 나타내는 16진수 색상 코드(#FFFFFF)에서 따왔어요.

매장에 들어서면 60여 종의 흰 티셔츠가 기다리고 있어요. 같은 흰색이라도 문 화이트, 베이지, 핑크 화이트처럼 미묘한 차이가 있고, 목 높이와 원단의 밀도, 어깨선의 위치까지 전부 달라요. 아메리칸 어패럴, 제이크루 같은 캐주얼 브랜드부터 아나토미카, 텐베아 같은 니치 브랜드까지, 80개가 넘는 브랜드의 흰 티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요.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씩 입어보고 고르는 방식이라, 온라인 판매는 없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매장을 열어요.

벽도, 문도, 진열된 옷도 온통 흰색뿐인 매장. 화려한 무늬 하나 없이 해사한 흰 티들만 가지런히 걸려 있는 풍경을 떠올려보세요. 무던해 보이는 흰색 한 장에도 저마다 다른 깨끗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 글이 있는 곳 Beta

[행사] 6.19-7.10 우리 동네 도서전(전국 15개 서점)

[행사] 7.7 모여라 시금치당(@노무현시민센터)

[행사] 7.7 임진아 작가 <아직, 도쿄> 비대면 사적인 사인회 신청(온라인)

[행사] 7.17 전주책쾌(@전주 문화공판장 작당, 로컬공판장 모이장)

[모임] 7.4 감각으로 읽는 시간(@장충동작은도서관)

[모임] 7.4 레이지 버드 모닝 글쓰기 클럽 모집(온라인)

[북토크] 7.8 아무튼, 전화영어(@테일탱고)

[북토크] 7.3 몸이 마음을 만든다(@최인아책방)

[북토크] 7.9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최인아책방)

[투고/공모] 7.14 군산북페어 텍스트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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