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우리들만의 여름 풍류, 하삭음

굳이 더위를 마주하며 건네고 싶은 처방전

2026.07.13 | 조회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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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저의 대답은 늘 같아요. '여름'입니다. 일 년의 정확히 절반, 세상의 색과 온도가 가장 짙고 뜨거워지는 정점의 시간이잖아요.

이 뜨거운 계절의 복판에 서서 지나온 시간을 가만히 되짚어봅니다. 1월에 품었던 결심들이 무색하게 계절은 숨 가쁘게 흘러왔네요. <낯선 어휘집>도 어느새 서른두 번째 이야기를 품고 구독자님의 메일함에 안착했습니다. 매주 문장을 써낸 만큼, 구독자님과의 거리가 조금은 더 가까워졌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오늘은 아쉬우면서도 꼭 필요한 소식을 하나 전하려고 합니다. <낯선 어휘집>은 다음 2주간 쉬어갑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편이라도 더 쓰고, 글을 채워가고 싶었지만, 더 먼 길을 오래도록 걷기 위해서 잠시 멈추어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메일함이 조용해지는 2주 동안, 저는 더 부지런히 사유하며 <낯선 어휘집>을 다듬으려 해요. 재정비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메일함을 두드릴게요! 잠시 떨어지는 동안 구독자님의 일상에 무리한 달리기 대신 휴식이 깃들기를 바릴게요. 8월 3일에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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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용해요

이번 주 낯선 단어 '하삭음'을 사용한 글을 소개합니다.

그날의 모임은 한 장의 초대장으로 시작되었다. 싱그러운 여름 잎사귀의 초록 사이로 풍부하게 피어난 보라색 꽃이 그려진 하삭음 초대장.

우리의 의식은 하지 감자를 뭉근하게 끓여낸 감자수프가 식탁에 놓이며 시작되었다. 입안에 착 감기고 마음까지 뎁혀주니 탁월한 오프닝이었다. 이어서 싱그러운 여름의 맛들이 차례로 내려앉았다. 제철을 맞아 과즙이 가득 고인 달콤한 복숭아와 탱글탱글한 블루베리, 그 위에 부드러운 부라타 치즈를 툭툭 찢어 올린 샐러드, 올리브, 그리고 수더분한 사워도우 빵까지. 입안 가득 번지는 맛들은 여름이 우리에게 베푸는 환대였다.

공기가 한층 더 무거워질 무렵, 야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후텁지근한 열기 속에서 각자 소중하게 품어온 술병들을 내었다. 알싸한 방아 향이 기분 좋게 올라오는 맥주와 수수한 화이트 와인. 마땅한 와인잔이 없어 부엌 찬장에서 대충 집은 밀폐용기에 조르륵 술을 채웠다. 투명한 용기에 찰랑이는 짙은 황금빛이 근사했다. 안주 삼아 챙겨온 쫀득한 찐 감자와 짭조름한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베어 물며, 두런두런 오가는 이야기들. 금세 땀이나 머리카락이 얼굴에 찐득하게 달라붙었다. 술은 미지근해졌고, 치즈는 습기를 머금었다. 목덜미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누구 하나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술이 담긴 밀폐용기를 끊임없이 부딪칠 뿐이었다.

사실 하삭음은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을 나눌 이유가 필요했고, 하삭음만 한 것이 없었다. 선비들이 물가에 모여 연꽃을 바라보며 시를 짓던 그 풍류가, 작은 야외 테이블 위에서 다시 펼쳐졌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향한 무조건적인 찬가. 땀방울마저 웃음으로 바꾸어버리며 어기적 어기적 함께, 또 한 여름을 통과했다.

※이번 주 낯선 단어는 김신지 작가님의 《제철 행복》에서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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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대신 책맥 하삭음

출처: 교보문고
출처: 교보문고

치열했던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안전한 공간에서 에어컨의 찬 바람에 몸을 맡기고 우리들만의 하삭음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요? 손끝에 닿는 사락사락한 책의 감촉과 은은하게 퍼지는 알코올의 기운... 멀리 떠나지 않고도 해방감을 맛보게 해줄 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1. 김혼비 《아무튼, 술》

  • 주파수: 좋아하는 술을 채운 잔을 곁에 둘 때
  • 오직 '술'을 향한 지독하고도 사랑스러운 애정을 고백하는 에세이입니다. 혼술의 호방한 매력부터 술자리에서 펼쳐지는 기발한 사건 사고까지, 애주가라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만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합니다. 작가의 찰진 입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번지더라고요. 여름밤, 마음 맞는 친구와 밤새 수다를 떠는 듯한 통쾌한 즐거움을 주는 책이에요.

2. 김금희 《첫 여름, 완주》

  • 주파수: 늦은 밤, 창문을 열어두고 바람을 기다릴 때
  • 연고 없는 낯선 고장인 완주에서 여름을 살아낸 기록이에요. 시골 매점에서 알바를 하고, 동네 주민들과 소박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마주한 반짝이는 순간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도시의 복잡한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시골 마을의 한적한 그늘 아래 누워있는 듯한 대리 만족을 선사해요. 자극적인 이야기 없이도 마음의 온도를 기분 좋게 낮춰주는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3. 박상영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 주파수: 하루 일과를 끝내고 스마트폰 화면을 완전히 꺼둔 침대 맡에서
  • 작가가 완벽한 고립과 쉼을 찾아 작은 섬인 '가파도'의 아티스트 레지던스로 떠나 머무는 이야기입니다. 높은 건물도, 배달 앱도 없는 고요한 섬에서 온전한 휴식을 사수하기 위해 마주한 시간들을 담았어요. 사방이 바다와 청보리밭뿐인 가파도에 갇힌 작가의 날것 그대로의 독백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낄낄거리며 읽다 보면 나를 얽매던 생각들로부터 산뜻하게 도망쳐 나온 듯한 시원함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 글이 있는 곳 Beta

[행사] 7.16 해금서가 토크콘서트-크리에이터 기록친구리니(@해금서가)

[행사] 7.17 전주책쾌(@전주 문화공판장 작당, 로컬공판장 모이장)

[행사] 7.25-7.26 낫어북페어(@메세나폴리스 1층)

[행사] 7.26 책 읽는 ACC 북마켓 참가사 모집(@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대)

[전시] 7.6-7.31 삶을 수집하는 자기만의 방(@서울펀활력소)

[모임] 7.9 고전 북클럽 "면도날"(@골목책방 서성이다)

[모임] 7.17 잠들지 않는 경기도서관 참여자 모집(@경기도서관)

[북토크] 7.15 아코디언(@교보문고 워켄드 아크홀)

[북토크] 7.16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땡스북스)

[북토크] 7.19 나를 살리는 음식들(@서울 마포중앙도서관)

[북토크] 7.21 오늘도, 마들렌(@칼디커피)

[투고/공모] 7.14 군산북페어 텍스트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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