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게 내 평생직업이 될 줄 알았다?

고디터｜우선 입사 축하해!🎉 세상에. 어떻게 된 거야. 취업 소식도 몰랐는데. 종강하고 어떻게 지냈어? S｜ㅎㅎ나도 너한테 처음 말한다. 사실 오늘(인터뷰 요청받은 순간)이 첫 출근이었다? 종강하자마자 1월 첫째 주부터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둘째 주부터 디자이너 포지션의 여러 회사에 지원을 했어. 셋째 주에는 한 군데가 붙어서 면접을 봤더니, 넷째 주에 합격 연락이 오더라고. 그래서 어쩌다 보니 빠르게 취업했어. 이번 상반기에는 꼭 일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운 좋게 빨리 풀린 케이스인 것 같아! 고디터｜너무 잘 됐다. 일 외에는 뭐 하면서 지내는 편이야? S｜환승연애3에 빠져 사는 중. 환연을 보고, 리액션 영상을 보고, 분석 영상까지 봐야 제대로 봤다는 느낌이 들더라. (과몰입러 대공감) 친구들 만나서 환연 얘기도 많이 하고. 아, 그리고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성취를 위한 목적이 있거나,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 고디터｜성취를 위한 목적? 어떤 걸 말하는 거야? S｜예를 들면 작년부터 과 선배들이랑 1주일에 1번씩 ZOOM으로 모이고 있어. 포트폴리오 만들고, ZOOM으로 공유하고, 피드백 주고받는 모임이야. 1달에 1번은 대면으로 만나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요즘은 술 마시고 노는 것보다, 이렇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더라. 그래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을 자주 만나게 돼. 후배들보다는 언니 오빠들을 많이 보게 되고. 나보다 사회생활 많이 해본 사람들. 요즘 고민이 있다 보니까,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찾게 되는 것 같아. 고디터｜취업한 지 3일차여도 고민이 생기는구나. 요즘은 어떤 게 고민이야?👀 S｜음… 내가 디자인을 언제까지 하게 될까 싶어. 고디터｜진짜? S는 전공도 디자인이고, 커리어도 쭉 디자이너로 쌓아왔고, 지금도 디자이너잖아. S｜응 그래서 더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 나를 비롯한 디자인 전공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미대 입시를 준비해. 그리고 입학하고 1학년 때부터 디자인 툴을 배워. 미대 입시 준비하는 애들, 고등학교 때 미술학원 다니잖아. 우린 대학교 때도 미술학원을 다닌다? 왜냐면 디자인에도 되게 세부 영역이 많거든. 내가 디자이너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럼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 패션디자인 중에 뭘 할 건지 정해. 시각디자인 중에서도 2D를 할 건지 3D를 할 건지 정해. 2D 중에서도 UI, UX 디자인을 할 건지 브랜딩을 할 건지 정해… 진짜 선택에 끝이 없어. 그렇다 보니 줄곧 디자인만 바라봤거든. 근데 졸업반 되고, 취업할 무렵이 되어서야 주변이 보이더라.🙄 고디터｜우와, 난 ‘디자이너’만 놓고 봐도 되게 전문적인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그 안에서도 영역별 전문가가 따로 있구나. 주변 사람들은 어떻길래? S｜요즘 우리 과 졸업반 애들은 아예 디자인을 안 하기도 해. 디자인 안에서 계속 세부 갈래를 파고들어야 하는데, 애초에 디자인 말고 다른 걸 하는 거야. 기획으로 틀고. 마케팅으로 틀고.😔 고디터｜그래도 S는 디자인으로 쭉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 왔잖아. 주변인들이 다른 분야로 튼다고 해도 신경 안 써도 괜찮지 않을까? S｜더 심각한 문제는, 이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현직자 선배들이야. 내가 지금 디자인 관련 현직자 커뮤니티에 들어가 있어. 언제까지 디자이너 하실 거예요? 이렇게 물어봤거든. 근데 그 답변에 충격을 받았어. '나는 40살까지 하겠다. 나는 30대까지만 하고 다른 걸 하겠다.' 이런 답변이 지배적이더라. 고디터｜우와, 확실히 요즘은 커리어를 바꾸는 사람들이 많나 봐. S｜근데 난 그게 되게 충격적이었어. 난 내가 평생 디자이너. 이렇게만 생각을 했다? 40살까지 디자이너로 회사 다니다가, 40 넘어서는 디자인 외주 받는 프리랜서 혹은 내 디자인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근데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더라고. 아니, 어쩌면 더 많더라고? 난 단 한 번도 디자인을 안 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고디터｜S는 디자인이 왜 그렇게 좋아? S｜도화지에 내 세상을 만드는 걸 좋아했어. 난 유치원생 때부터 가위, 풀, 색종이, 양면테이프를 달고 살았어. 만들고 꾸미고 붙이는 게 너무 재밌었거든. 엄마가 ‘이럴 거면 양면테이프 회사 아들한테 시집가라’고 했을 정도로(ㅋㅋㅋ) 그래서 초등학교 때도 공예 방과 후 수업 듣고, 중학교 때도 학급 미화부 하고 그랬어. 예고 가고 싶어서 미술학원을 등록했는데… 음. 입시미술은 나랑 너무 안 맞는 거야. 그래서 2달 만에 그만뒀어. 그러고는 돌연 특목고를 가게 되었어. 고디터｜예고 생각하다가 특목고를? 적응하기 힘들지는 않았어?😮 S｜진짜 웃긴 게, 생각해 보면 내가 공부를 잘할 수 있었던 것도 디자인 때문이었다? 과목별로 예쁜 노트 장만해서, 글씨 쓰고 형광펜 칠하고 꾸미는 걸 진짜 좋아했거든. 그리고 결국 특목고 가서도 미술동아리 하고, 미술자원봉사단 만들고 그러는 거야 내가. 그때 알았지. 아, 나는 디자인이 하고 싶구나. 잘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너무너무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대학 가서 디자인을 전공하기로 결심했어. 고디터｜우와… 진짜 흥미롭다. 눈앞에 S의 학창시절이 생생해. 너 진짜 디자인에 진심이구나? S｜응 나 정말 디자인이 좋아. 디자인을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아예 모르겠더라. 점심 먹고, 디자인 툴 만지다 보면 저녁 먹을 시간이야. 내가 평생 즐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무조건 디자인일 거라 생각해.🥰 고디터｜이렇게나 진심인데, 디자이너가 평생직업이 아니라 생각하면 되게 암울하겠다. 만약에 디자이너를 안 하게 된다면, 나중에 뭘 할 것 같다고 상상해 본 적 있어? S｜지금으로서는 없어. 디자인 실력을 더 쌓고, 디자인 업계에서 실력자의 위치까지 올라가고 싶어. 근데 나도 다른 친구들 직무 이것저것 엿보고, 이야기 나누면서 세상이 많이 넓다는 걸 깨달은 거지. 그래서 디자인을 주특기로 가져가되, 함께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직업은 뭐가 있을지 고민 중이야. 디자인만 갖고는 롱런하기 어려운 것 같더라고. 고디터｜난 S가 정말 멋진 디자이너가 되었으면 좋겠어. 당연히 될 수 있을 거고. 그리고 사실 디자인이라는 게 안 쓰이는 곳이 없잖아? 지금부터 디자인을 주특기로 쌓아 두면 이건 S의 정말 강력한 무기가 될 거라 생각해!💪 S｜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우선 지금은 컨설팅펌에서 디자인 RA를 하면서, 디자인도 하고 리서치도 경험해 보려고. 이렇게 하면 또 이런 시너지가 나겠구나, 이런 걸 일하면서 배워가는 중이야. 고디터｜좋다. 디자이너가 평생직업은 아닐지라도, 평생 네 세상을 만들고 꾸미면서 살아가기를 응원해.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