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들보다 오래 걸리는 이유

고디터｜업무의 효율성은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지. O는 평소에 일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려? O｜요즘 하루 일과를 설명해 줄게. 보통 2시쯤 자고 8시쯤 일어나. 오전 루틴을 하고. 10시부터 2시까지 오전 업무를 해. 그리고 (협력사 미팅을 위해) 이동을 하고. 3시부터 10시까지 또 일을 해. 늦게까지 일하는 날은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일하기도 해. 고디터｜어… 그니까 평균적으로 하루에 최소 10-12시간 정도 일한다는 건데…?😧 O｜나도 방금 계산해 보고 놀랐어. 이렇게 살면 안 돼(웃음).🤣 고디터｜그럼 O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근로 시간은 어떻게 돼? 하루에 몇 시간 일하면 좋을까? O｜6-8시간. 고디터｜지금의 절반 수준이네. 근데 지금은 왜 그렇게 일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 O｜나는 하나를 할 때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성격이야. 뭐 하나를 하더라도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걸 좋아해. 그렇다 보니 요즘 트렌드, 요즘 인재상이랑은 맞지 않는 것 같아.🥲 고디터｜그런가? O가 생각하는 요즘 트렌드, 요즘 인재상이 뭔데? O｜빠르게 MVP 만들어서 성과 체크하고, 이 사이클을 많이 돌리는 거. 요즘은 릴스, 숏폼 같은 게 워낙 많잖아? 그래서 빠르게 찍어서 빠르게 올리는 게 요즘 트렌드에 가깝다고 생각해. 인재상은 완벽한 거 하나를 만들 시간에 70%의 퀄리티로 4개, 5개를 만드는 사람. 고디터｜그럼 O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어? O｜아니. 딱히 막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 내가 빨리빨리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도 안 들고. 결과물을 가볍게 딱 제출하는 성격도 못 돼. 그냥 나의 템포를 갖고 사는 사람이고 싶어.😌 고디터｜그래.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양산형 콘텐츠 제작자가 있다면 장인(?)도 있는 법이지. 트렌드는 항상 바뀌기도 하고! 그럼 O는 휴학하고 요즘 무엇에 제일 진심인지 궁금해. O｜요즘은 아까 말했던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 매거진 만들기에 진심이야.📖 고디터｜우와! 매거진 주제가 뭐야? O｜'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이게 주제야. 되게 철학적인 질문이잖아. 근데 이 고민에서 출발한 브랜드들이 많더라고. 각 브랜드가 정의한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와닿는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지... 이런 걸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되게 재밌어! 고디터｜O는 그런 철학적인 질문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O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뭐야?😯 O｜why가 있는 삶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그런 사람들을 좋아해. 내가 휴학을 오래 했잖아. 학교도 안 가고, 동아리도 했던 거 계속 하는 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어. 그래서 인터뷰가 취미가 됐다? 고디터｜헉. 내가 인터뷰가 취미인 사람을 인터뷰하게 되었다니(부담). O｜거창하게 말하면 인터뷰인데, 그냥 카페 사장님한테 가서 질문 던지는 거야. 메뉴판이 특이하다 싶으면, 이건 메뉴명이 왜 이래요? 인테리어가 감각 있다 싶으면, 이 공간은 어떻게 구성하게 되신 거예요? 다 물어봐. 그럼 다들 답변을 엄청 잘해주신다? 되게 사소한 것도 하나하나 다 이유가 있더라고. 그런 걸 듣는 게 너무 좋아. 그 사람의 가치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뭘 추구하는지 이런 게 다 묻어나니까 너무 흥미로운 거야.🤭 고디터｜범상치 않다. 나중에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O｜이렇게 말하면 너무 요즘 젊은이들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고디터｜괜찮아. 그리고 우리 요즘 젊은이 맞아.🤣 O｜결국에는 '내 거 만드는 인생'을 살게 될 것 같아. 내 그림을 팔건, 내 공간에서 모임을 운영하건, 내 취향의 무언가를 만들어서 그걸 기반으로 소통하는 사람. 고디터｜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지금 하고 있는 게 있어? O｜생각 쌓기! 그런 삶을 사는 데에 필요한 생각을 쌓으면서 그런 삶으로 점점 나아가고 있는 게 느껴져. 고디터｜그런 삶을 사는 데에 필요한 생각은 뭐야? O｜생각보다 별거 없어.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것. 이 자체가 쉽지 않거든. 내 주위는 획일화된 삶을 사는 사람들로 가득해. 이쯤에 취업하는 게 좋다, 이쯤에 이직하는 게 좋다, 광고 회사는 어디를 들어가는 게 제일 좋다… 이런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나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이런 생각을 쌓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노력이고 용기야.💪 고디터｜O는 원래부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아니면 너도 주위의 그런 획일화된 사람 중 하나였는데 생각이 바뀐 거야? O｜반반이었어. 아니, 사실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컸어. 그걸 원동력으로 예전에는 엄청 빨리빨리 살았어. 20살 되자마 대외활동도 시작하고, 대회도 이것저것 다 나가보고. 그럴수록 납득이 안 되는 거야. 뒤처지기 싫다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살아간다는 게. 별로였어. 별로 좋은 인생이 아닌 것 같았어. 그래서 그때부터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지. 뭘 원동력으로 살아야 할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 고디터｜그렇게 찾게 된 정답이 ‘내 거 만드는 인생’이구나. 하긴, 만드는 거랑 O랑 진짜 잘 어울려! O는 글씨 잘 쓰니까 폰트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 그림 잘 그리니까 이모티콘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 베이킹도 잘하니까 카페에서 마들렌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 O｜응. 정확히 뭘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만드는 것 자체가 나랑 잘 맞아. 그리고 뭐가 되었든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어. 고디터｜그래서 취업 생각 안 하는 걸 수도 있겠다. 특히 대기업. 분업화가 잘 되어 있어서 특정 부서에서 특정 업무만 딱 수행해야 하잖아. O｜나 그거 너무 싫어! 며칠 전에 느꼈어. 내가 베이커리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거든. 주방 보조인데. 주방 보조의 역할은 재료 손질이야. 예를 들어서 무화과를 잘라야 한다? 그럼 난 하루 종일 무화과만 자르는 거야. 이번에는 소금빵 버터를 잘라야 한다? 그럼 버터만 10g씩 기계처럼 자르는 거야. 이게 나랑 되게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 전체를 볼 수 없으니까. 나는 그냥 나중에 완성되어서 나오는 소금빵만 보게 되는 거야. 그게 왜 필요한지, 언제 어디에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고디터｜역시 여기서도 why를 중요하게 여기네. 이 고민의 과정들 끝에 O가 만들게 될 무언가가 궁금하다. 뭘 만들지, 그 안에 담긴 O만의 철학은 무엇일지. O｜책과 술이 함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그 둘이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가장 필요한 장치라 생각하거든. 그리고 자연광에 의지하는 카페. 밤에는 살짝 어두운 조명을 켜는.📖🍷🕯️ 고디터｜상상만 해도 좋다. O랑 잘 어울려. 나중에 그 공간에 꼭 초대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