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소기업에 다녀서 그런 걸까?😔

H｜언니, 원래 회사생활이란 이런 걸까?🥲 고디터｜왜 그래 H, 무슨 일 있었어? H｜이제 내가 회사를 7개월 정도 다녔잖아. 직장에 다녀보니까 알겠어. 언니 오빠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고디터｜아이고, 첫 직장 다니면서 현타가 많이 왔구나. 뭐가 힘들었어? H｜나는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다 회색빛인 게 싫었다? 안 그러던 언니 오빠들도 하나 둘 생기를 잃는 게 보이는 거야. 옷만 봐도 그렇잖아. 다 시커먼 옷 입고 다니고. 그래서 난 어른들이 진짜 재미없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회사에 다녀보니까 나도 그렇게 같이 재미가 없어지는 느낌인 거야. 그냥 어느 날 지하철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까, 내가 그 회색 그림자 1이더라고.👤 고디터｜그 기분 진짜 뭔지 알아. 나도 그 생각 많이 했거든. 회색빛이 아닌 직장인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 H｜대학을 다닐 때 난 내가 무지개인 줄 알았다? 대학교에 처음 왔을 때는 난 하고 싶은 것도 너무너무 많았고.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돈도 안 줘도 그냥 밤 새워서 하고 싶은 걸 해. 아무도 안 봐줘도 혼자 막 뿌듯해하고. 다음엔 이거 해봐야지, 다음엔 저거 해봐야지, 이렇게 자발적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 것에서 엄청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거든. 근데 회사 7개월 다니니까 무지개의 색을 다 잃어버린 느낌이야. 내 색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이 XXX이라는 회사의 부품 중에 하나.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한.😢 고디터｜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회사에서는 지금 무슨 일을 주로 하고 있어? H｜내가 하는 업무는 크게 3가지야. 하나는 비대면 봉사 물품 관리. 기업 임직원한테 봉사 물품 키트를 보내고, 기업에서 봉사를 하고, 그 물품을 다시 검수 회수해서 지역아동센터로 보내는 거야. 그래서 생각보다 박스를 만질 일이 정말 많아. 계속 박스 뜯고, 에코백이랑 텀블러에 색칠했나 확인하고, 운송장 뽑고… 내가 인턴 아니고 상하차 아르바이트인가? 싶더라니까. 고디터｜와 진짜 현타 오겠다. 나도 인턴 하면서 택배 부치고 있을 때가 제일 현타 왔던 것 같아.😇 H｜두 번째는 홍보 업무. 이런 봉사 물품을 보낼 때마다 물품 전달식을 진행하잖아? 그럼 식을 진행했다고 홍보를 해야 돼. 카드뉴스 디자인하고, 블로그 올리고. 그리고 세 번째는 국내 사업 운영인데. 회계법인 회사 임직원분들이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경제 교육을 하는 거야. 근데 담당자가 없어서 어쩌다 보니까 이 사업 운영 총괄을 인턴인 내가 하고 있어. 사실 원래 내 업무는 아닌데… 타 부서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내가 하고 있는 거야. 고디터｜진짜 중소기업이구나. 그럼 일 자체가 물품 관리처럼 단순 업무일 때 회사의 부품 같아서 현타가 오는 거야? H｜그것보다는… 내가 여러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없는 인간 같아서.😔 고디터｜그래? 왜 그렇게 생각했어? H｜작은 기업이고 업무 분담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 보니까, 일을 정말 다양하게 하거든. 근데 다양하게 하는 만큼 능력치가 엄청 넓어졌지만, 깊이가 안 생겨. 할 수 있는 건 많은데 제대로 나만 할 수 있는 게 없어. 솔직히 그냥 고등학생을 데려와도 다 할 수 있는 일 같아. 고디터｜H는 그게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해? H｜응. 왜냐하면 대기업은 사람이 많으니까 역할 분담이 조금 더 명확할 거 아냐. 그럼 그 역할에 대해서 내가 조금 더 팔 수 있겠지. 근데 지금은 ‘내 역할’이라 할 만한 업무가 없어. 그냥 내 일이 네 일이고 네 일이 내 일이야. 그래서 전문성이 없다는 불안감이 있는 거지. 고디터｜사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이야말로 대체가 진짜 빠르게 가능하다? 일단 대기업에 들어오겠다는 인재는 넘치지.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보다도 더 뛰어난 스펙을 갖고 들이밀지. 근데 대기업은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 보니까 딱 ‘내 역할’만 할 줄 알지. 그럼 그거 대신해 줄 사람은 차고 넘치거든. 심지어 인수인계나 교육 매뉴얼도 다 있지. 네가 하기 싫어? 그럼 너 나가, 다른 애 뽑으면 돼. 이게 대기업이니까…🤔 H｜아 그럼 이게 중소기업과 대기업 문제는 아닌 건가. 근데 난 중소기업밖에 안 다녀봤으니까. 이 회사에 다니면서는 이런 상상을 계속 했던 것 같아. 내가 나중에 면접을 볼 때, ‘당신의 강점이 무엇인가요? 우리가 당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다재다능하고 팔방미인이에요’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저는 남들보다 이걸 잘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없어. 고디터｜어찌 보면 중소기업은 H가 말한 다재다능 팔방미인을 원할지도 몰라. 그게 곧 장점이 되는 거지. H가 본 선배들은 다 주요 역량을 갖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다재다능하게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와중에도 전문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하나쯤 갖고 있어? H｜아니… 그래서 더 현타가 오나 봐. 내가 보기에는 다 대체 가능한 사람들이야. 그래서 더 불안한 거야. 나는 좀 더 이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직급이 쌓인 선배들도 대체 가능해 보이잖아. 그럼 내 미래도 대체 가능하겠네, 라는 생각이 드는 거지.😨 고디터｜중소기업뿐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대체가 될 수밖에 없더라. 조직은 다 시스템화되어 있으니까. 대체 불가능한 직장인이라는 건 없지. H｜근데 난 그렇게 대체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거든… 그래서 부모님이랑도 얘기를 하고 이것저것 얘기를 많이 해봤다? 근데 모두가 다 그렇게 말하더라. 대체 불가능한 사람은 없다고. 모든 사람은 다 대체 가능하다고. 대신 아빠가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아니라 유능한 사람이 되라고. 유능한 사람은 놓쳐도 대체가 가능하긴 하지만, 아쉬워서 가능한 안 놓치고 싶으니까. 고디터｜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아니라 유능한 사람이 되어라. 이것도 좋은 해답이 되겠다. 혹시 너의 색을 찾기 위해 조직 밖에서 나만의 일을 찾겠다(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H｜지금의 나는 조직 생활이 좋은 것 같아. 이제 회사 7개월 다니고, 퇴사가 코앞이거든. 퇴사하면 진짜 자유롭고 후련하고 행복할 줄 알았다? 근데 아닌 거야. 요즘 호흡이 잘 안되더라. 나는 마음이 불안하면 호흡이 바로 안 되거든. 그래서 왜 불안할까 생각해 봤어. ‘소속감이 없어졌다’는 느낌이 크더라. 나를 소개할 수 있는 큰 게 사라진 느낌. 보통 자기소개를 할 때 XX대학교 XX학과 다니는 H라고 소개를 하잖아. 사회에서도 XX회사에서 무슨 일하고 있는 H입니다 하고. 소속을 활용해서 소개를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 근데 소속된 곳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너무 불안해.🥺 고디터｜그것 때문에 직장인들이 퇴사 못 하는 거야. 명함. 그리고 한 달을 다니면 또 월급이 나온다는 사실 때문에. H｜맞아. 언니는 회사를 안 다니더라도 사업이나 프리랜서나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잖아. 근데 난 여길 나가더라도, ‘내 사업해야지’ 이게 아니라,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해야지’ 이런 생각부터 들어. 그런 걸 보면 난 아직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게 좋은가 봐. 내가 아직 홀로 설 힘이 없는 것 같아. 고디터｜오히려 더 치밀하다고 생각해. 아무런 준비 없이 그저 직장생활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내미는 것보다야. 우린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 당연하지. 그리고 조직 안에서든, 밖에서든,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회색 잿더미 안에서도 나만의 빛을 낼 거야.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