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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디터｜정치라… 일반 회사에서도 ‘사내 정치질’이라는 말 많이 쓰잖아. 그런 면에서 댄서 씬의 업의 현장도 일반 직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구나 싶네. 왜 그게 제일 큰 고민이야? J｜서로를 엄청 까. 뒤에서. 그런 뒷담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 언정, 내가 그 뒷담화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 고디터｜왜 다들 뒷담을 하는 거야? J｜나는 이게 ‘스우파’ 같은 방송 탓이라고 생각을 해. 왜 방송에서 보이는 태도가 그렇잖아. 상대 크루를 까고, 견제하고. 그게 거의 대부분은 작가의 대본이고 PD의 편집으로 만들어진 거거든. 대학생쯤 되면 다 알잖아? 근데 댄서 지망생 친구들은 어리니까 모르는 거야. 그게 연출이라는 걸. 고디터｜아, 미디어에 노출되는 모습을 진짜라고 받아들이는구나…😨 J｜그래서 ‘이런 게 멋진 거구나’, ‘원래 댄서면 이렇게 말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따라하는 것 같아. 실제로 스우파 방송 나가고 나서 스튜디오 내 정치가 훨씬 더 심해졌어. 고디터｜J는 전문 댄서반을 수강하잖아. 전문반에서는 댄서들이 제자들을 육성하는 구조니까 그런 멘탈 부분을 교육할 법도 한데. 그런 건 따로 없어? J｜음… 잘 없어. 그래서 요즘 댄서들한테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 춤만 가르치면 다인 건가?🤔 고디터｜춤만 가르치는 게 다가 아니다. 그럼 J는 댄서가 되면 어떤 걸 가르치고 싶어? J｜나는 이렇게 생각해. 한 사람이 아무리 무슨 일을 잘 해도 애티튜드가 별로면 그 사람에게 배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거든. 댄서도 마찬가지야. 춤을 아무리 잘 춰도 좋은 댄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야. 좋은 사람 밑에서 좋은 제자가 또 계속 생기는 거고. 근데 요즘 댄서들을 보면 그런 건 중요시하지 않는 건가? 하는 회의가 들어. 고디터｜J가 만나본 댄서들은 어땠는데? J｜나는 온갖 댄스 스튜디오 다 다녀봤거든. 전문반도 듣는 중이고. 근데 아무도 애티튜드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해. 그냥 본인이 춤 잘 추고 춤 잘 가르치면 끝인 거야(그마저도 잘 가르치는 것보다 잘 '추는' 것에만 치중된 쌤도 많고). 그런 쌤들 밑에서 배운 제자들? 춤 잘 추지. 춤은 잘 춰. 근데 뒤에서 다 뒷담 까고 다니는 거야. 그런 친구들이 댄서가 되어서 또 그런 제자들을 양성하는 거고. 난 그래서 댄서 씬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고디터｜왜 이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해진 걸까.🥺 J가 보기에 그들의 애티튜드가 왜 그런 것 같아? J｜춤은 많이 배우는데 인생에 대해서는 그만큼 많이 못 배우는 것 같아. 우리는 일반 대학을 다니잖아.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간접 경험도 하고, 사회생활도 하고. 근데 댄서들은 대부분 예고 예대 루트를 타잖아? 주위에 다 춤추는 사람밖에 없는 거야.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게 다 연습실 내에서 일어나는 일인 거야. 그래서 삶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충분한 경험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나의 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고민하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안 해. 근데 난 댄서들에게 이런 시간이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해. 고디터｜우와, 이거 들으니까 불현듯 떠오른 경험이 있어.👀 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댄서 밑에서 공연을 준비한 적이 있었거든? 나 빼고는 다 전문 댄서 지망생이었고. 하루는 쌤이 새벽 연습을 열었어. 희망자만 선택 참여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나는 실력이 많이 부족하니까, 그 시간에 기본기를 잡아주실 줄 알고 갔지. 근데 나랑 쌤 제자 크루만 있었어. 춤은 안 추고, 다 앉혀놓고 그런 고민 상담을 하더라.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 댄서의 10년 후, 20년 후는 어떤 모습일지… 이런 것들. 난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어. 그때부터 내가 그 쌤을 더 좋아하게 됐나 봐. J｜나도 그런 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럼에도 댄서 신에는 아직 그런 게 많이 부족하고 말이야. 그런 문화가 없으면, 그런 문화를 내가 만들어보려고!🙋 고디터｜없으면 만든다! 그게 댄서로서의 J의 비전이구나. 멋지다. J｜응. 나는 제자가 생긴다면 꼭 이것부터 물어보고 싶어. ‘너는 춤추는 이유가 뭐야?’ 쌤들은 내가 왜 춤추는지, 뭘 힘들어하는지 모르시거든. 아니, 이런 걸 물어봐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아. 그냥 스킬적인 부분만 알려주시는 분들이 많아. 난 문화부터 알려주고 싶어. 뭘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주의해야 하는지, 좋은 댄서이자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디터｜그러고 보니 궁금하네. J는 춤추는 이유가 뭐야? J｜나는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녔잖아? 그래서 오랜 친구도 없고, 어딜 가나 항상 문화 차이가 있었어. 어딜 가나 아웃사이더인 느낌. 그래서 어려서부터 생각한 것 같아. ‘어떤 나라를 가더라도 나를 나답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게 원래는 음악이었다? 중고등학생 때는 내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했거든. 그래서 사실 아이돌이 하고 싶었어. 고디터｜와, 진짜? 이건 처음 듣는 얘기인데.😯 J｜응, 아이돌 하려고 한국 온 거야. 원래 새내기 때 휴학하고 엠넷에서 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예정이었어. 그게 아니었으면 한국에 들어올 이유가 없었지, 나랑 이렇게 문화도 정서도 안 맞는데. 어쨌든 아이돌 하려고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와. 이게 더 잘 맞는 거야. 내가 나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은 것만 같았어. 아까 말한 나를 나답게 표현하는 방법. 그게 나한테는 춤이야. 그래서 난 꼭 댄서가 되고 싶어. 고디터｜댄서가 되고 싶은데 왜 4년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거야? J｜난 나중에 댄스 스튜디오까지 차리는 게 목표야. 그리고 돈을 기반으로 세상의 흐름을 먼저 읽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실 댄서들 다 알바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낮에 알바해서 밤새 춤추고. 젊을 때 몸이 다 망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야. 근데 이들이 보고 자란 세상은 이게 전부인 거야. 몸값을 키우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못 하는 거야. 고디터｜그러게. J의 말대로 세상을 좀 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할 텐데. J｜그래서 나부터 시작하려고. 난 꼭 댄서가 되어야 해. 내 제자들부터 그렇게 바꿔 나갈 거거든.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을지도 몰라, 문화를 바꾸는 데에는 최소 10년, 20년이 걸리니까. 그래도 해야지. 그래서 이제부터는 나와의 싸움이야.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돼. 그럼 돼.🚶 고디터｜당연히 되지. J는 진짜 해낼 수 있을 것 같아.